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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르렁
작품등록일 :
2021.07.30 17:00
최근연재일 :
2021.08.25 00:21
연재수 :
2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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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09
추천수 :
88
글자수 :
118,855

작성
21.08.06 2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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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연습 경기

DUMMY

“형이 내 공 봐줘서 뭐해? 난 투수도 아닌데.”


저번 경기에서 우연히 한 번 던지긴 했지만, 그거랑은 또 다른 이야기였다.


“그냥 한 번 해보는 거지. 재미로.”


형이 공을 위로 던졌다가 툭 받으면서 말했다. 하긴, 진지한 의미에서 투수 수업을 받으라는 것도 아니니까. 딱히 거절할 이유도 없긴 하다. 이유 모를 거부감이 들긴 했지만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아까 형이 던지던 위치로 들어가 공을 쥐었다.


“자, 이번에는 이쪽으로 던지는 거야. 이쪽으로!”


수영이가 아이에게 말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계속해서 자신의 미트를 강조했다.


“그래, 그래.”


그리고 늘 던지는 똑같은 자세로 공을 던졌다.


터엉!


그리고 어김없이 공이 빗나가 옆에 수영이가 먹다가 잠시 놓아둔 캔에 맞았다. 아직 다 먹은 게 아니었는지 음료수가 흘러나오는 것이 보였다.


“아 내꺼!”


앗 쏘리. 하지만 공 던지는데 바로 옆에 음료수를 놓아둔 네 잘못이 아니었을까?


그 뒤에 이어져 던져진 공들도 대부분 비슷하게 빗나갔다. 흠. 어쩔 땐 진짜 정확하게 던져지는데 말이지. 평소에 던질 때는 이런 모양이다.


“...그래서 2이닝을 이 공으로 삼진을 여섯 번 잡았다고?”


형이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수영이를 바라보았다. 수영이는 억울하다는 표정이었다.


“아니, 우성이 형. 분명 그때는 잘 던졌다니까? 내가 미트를 딱 가져다 대면 그곳으로 공이 정확하게 들어왔었다고! 그래서 그 이후로 이제는 뭔가 감을 잡은 줄 알았는데... 야, 너 갑자기 뭐야?”


“난 모르지.”


난들 알겠냐. 애초에 투수가 처음인데 잘 던지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니야? 오히려 그 홍백전 때가 이상했던 것이 올바른 해석일 것이다.


“흐음. 구위 자체는 솔직히 좋은데...”


형이 뭔가를 골똘히 고민하면서 모자의 챙을 손가락으로 비볐다. 으레 고민에 빠져들면 이상하게 형은 저런 버릇이 있었다.


“아, 혹시 뭐 그 경기 이기면 뭐 좋은 게 있었어?”


“응? 아, 빨리 안 끝내면 곤란할 상황은 있었지.”


나는 신지혜의 일을 떠올리며 대답했다.


“뭐, 그럼 딱히 걱정할 것도 없겠네.”


뭐야. 뭐 조언해주는 거 아니었어? 물론 딱히 안 봐줘도 상관없지만 말이다.


“폼 자체는 내가 알려줬던 그대로 완벽해. 넌 나랑 체형도 비슷하니까 그대로여도 큰 상관은 없겠지. 세세한 교정은 조금 필요하겠지만.”


형은 그대로 말을 이어나갔다.


“그보다 중요한 거는 너 스스로가 집중하는 거야. 넌 옛날부터 의외로 찬스에 강한 편이었으니까. 전에 동네 야구 했을 때도 찬스가 크면 클수록 이상하게 내 공이 맞았단 말이지.”


이상하다. 난 찬스를 말아먹은 일 밖에는 생각나지 않는데.


“상대가 나였으니 맞힌 것도 잘한 거야.”


똥 씹은 표정으로 형을 바라보자 내 표정에서 생각을 읽었는지 그렇게 말하며 형은 능청스럽게 웃었다.


결국 자기 자랑이었구먼. 진짜로 잘난 사람이 자기 자랑하는 것만큼 끔찍한 게 없다. 팩트라서 더 받아칠 말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 그리고 수영아. 잠깐 와봐 봐. 할 말이 있어.”


자기네들끼리 뭔가를 이야기하기 시작한 형과 수영이. 포수에 관한 내용을 조언해주는 모양이었다. 끼어들면 오히려 방해일까 싶어 나는 심심한 나머지 담장에 있는 벽에 대고 공을 던져보기 시작했다.


마침 인터넷에서 커브를 잡는 법을 보고 온 참이었다. 야구에 정석이 있기 마련이니. 분명히 이렇게 잡고, 던졌을 때 손바닥이 위로 오게...


이렇게 하는 건가? 좀 던져봐야 알 것 같은데.




***




방우성이 잠시 앉아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김수영을 부르자 그는 금세 눈이 초롱초롱해서는 그 앞으로 곧장 달려갔다.


“형, 혹시 저한테 뭔가 고칠 점이 있었나요?”


하지만 방우성이 김수영에게 지적할 내용이 딱히 없었다. 방우성이 포수에 대해 김수영보다 아는 내용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어느 정도 수준이라면 지적할 지식이 없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방우성이 느끼기에 김수영은 이미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있는 수준이었다.


‘내 동생한테는 아까울 정도로 말이지. 지금은.’


“아니, 나도 포수는 잘 몰라서.”


그러자 김수영은 눈에 띄게 시무룩했다. 그 모습을 보고 방우성은 좀 측은해 보였는지 한마디를 더 했다.


“그래도 내가 보기엔 꽤 잘하는 거 같은데? 받는 게 편해 보여.”


“그렇죠? 역시 나한테도 괜찮은 투수가 하나라도 있었다면!”


금세 우쭐해서 하는 모습을 보며 방우성은 괜한 소리를 했나 싶어 고개를 흔들었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만 하려고 김수영을 부른 것은 아니었다.


바로 자신의 동생 방성우에 관한 얘기였다.


“너는 내 동생을 그 괜찮은 투수로 보고 있는 모양인데?”


그 소리를 들은 김수영이 어깨를 움찔했다. 정곡을 찔렸기 때문이다. 딱히 숨길 내용도 아니었지만, 김수영이 이를 비밀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방성우에게 이를 알리고 억지로 시키는 것을 더 싫어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선은 간접적인 연습들을 통해서 자신감을 몰래 키워놓은 뒤 그때야 비로소 권유해볼 작정이었다.


“잘 키우고 있어?”


마치 모두 꿰뚫어 보고 있다는 듯한 말이었다. 그 말에 김수영은 하는 수 없다는 듯 말을 늘어놓았다.


“아뇨, 뭐. 아직 시작한 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이상하게 어떨 때 빼고는 제구가 아예 안 되네요. 원인이 뭔지도 잘 모르겠고.”


가끔 한두 개씩 소름 돋을 정도로 들어오는 공 빼고는 전부 빠지는 상황. 이래서야 실력이 언제쯤 오를지 걱정이었다. 본격적인 훈련을 시키려면 빠르게 자신감을 키워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너무 늦으면 곤란한데.’


김수영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그런 김수영을 방우성이 잠시 바라보고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런 조심스러운 방법을 택했다는 것 자체에서 방성우를 아끼는 마음이 엿보였기 때문이다. 참 좋은 친구를 뒀다고, 방우성은 잠시 생각했다.


“나쁜 의도는 아닌 것으로 보이니까 내가 특별히 팁을 하나 주지.”


엄청난 고민의 산물은 아니었지만, 동생에게 나름 도움이 될 것 같기에 방우성은 문득 떠올린 생각을 김수영에게 전달해주기로 마음먹었다.


“팁이요?”


“그래. 너 아까 내가 한 말 들었지? 쟤는 찬스에 강한 타입이라고.”


김수영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랬죠.”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경기 내용적인 찬스가 아니라 그 뭐라 해야 할까. 동기부여가 아주 잘 되는 타입이지. 나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동기부여요?”


“그래. 내가 쟤한테는 야구 경기할 때만 말했는데, 실은 옛날부터 전체적으로 뭔가를 얻으려고 할 때 그 집중력이 엄청났었어.”


오랜 시간을 봐온 형제였기에 알 수 있었던 방성우의 일면을 방우성이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그 말에 김수영의 머리에서 어렴풋이 스쳐 지나가는 장면들이 여럿 있었다.


‘듣고 보니 그렇네?’


인형 뽑기에서 늘 마지막 기회 때 인형을 뽑았고, 벼락치기를 하는 데도 성적이 늘 꽤 괜찮게 나오기도 하고. 그저 운이 좋다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집중을 통해 이뤄냈던 성과라고 한다면. 그건 진짜로 엄청난 게 아닌가?


“포수와 투수의 단순한 역할 분담 단계를 넘어가 진정한 배터리가 되려면, 경기 외적인 부분도 잘 조절해줄 수 있어야겠지?”


정리하자면, 방성우의 동기를 어떻게 조절하는가가 포인트란 얘기였다. 그 동기가 바로 집중력 향상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그렇게 말하고서 방우성은 김수영의 어깨를 툭 두드렸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확인해봐야지!”


그리고 김수영은 그대로 방성우에게로 달려갔다.


“그리고 또 한 가지 경우에 얘가 잘할 때가 있었는데...”


방우성이 마지막에 중얼거린 말은 그대로 공중에 흩어졌다. 이건 딱히 할 얘기가 아니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방우성은 다시 입을 다물었다.




***




공이 벽까지 다다르지도 못한 채 툭 바닥에 떨어져 굴렀다. 이건 글러 먹었다.


에잉, 못 해 먹겠네. 역시 인터넷으로 잠시 본 것만으로 변화구를 던지는 것은 어려운 일인가보다.


마침 저 멀리서 이야기를 모두 마쳤는지 김수영이 내게 다가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다 끝났냐?”


“어. 정말 엄청난 조언을 해주더라고.”


묘하게 흥분을 하며 기뻐하는 모습에 대체 뭔 소리를 들었는지 궁금해졌다. 하지만 들어도 포수에 대해서는 잘 모르니까 물어봐도 의미가 없을 것이다.


“공 한 번 더 던져볼래?”


“아 귀찮은데...”


“오늘 공 한 개도 못 꽂았잖아. 한 세 개 정도만 미트에 꽂히면 인정해줄게.”


그렇긴 하네. 아무리 블로킹 연습에 도움이 돼도 조금은 공을 잡게 해줘야 포수에게 의미가 있을 것이다.


“세 개라...”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피곤한 몸을 이끌고 다시 마운드 위로 올라갔다. 좋아, 딱 세 개만 꽂아 넣고 집에 가서 바로 샤워하고 자야겠다. 아직 점심이지만.


아까까지는 다 빗나갔지만, 집에서 쉬는 상상을 하니 몸에서 다시 힘이 솟는 듯했다.


휙-


퍼억!


휙-


퍼억!


휙-


퍼억!


아까는 그렇게 안 들어가더니! 완벽하게 미트로 들어간 공을 바라보며 나는 주먹을 불끈 쥐고 삼진의 기쁨을 만끽했다.


“이야, 이게 진짜 되네...”


뒤에서 형이 정체 모를 소리를 중얼거렸지만, 굉장히 피곤했으므로 빨리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다.


“방금 공 커브였는데? 대체 언제 배운 거지?”


앗, 그러고 보니 아까 혼자서 벽에 던질 때의 그립을 지금 던질 때도 쥐고 있었나... 잘 모르겠다. 우연히 던져진 모양이다.


“나 간다.”


이제 진짜로 돌아갈 시간이었다.




***




“자, 곧 있을 대회에 앞서서 연습경기 하나가 준비되었다!”


감독이 야구부 훈련을 진행하기 앞서서 연습경기가 잡혔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 말에 아이들이 웅성웅성하며 시끄러워졌다.


“질문 있습니다! 상대가 어디 중학교입니까?”


우리 기경중의 3루수를 맡은 한 아이가 감독에게 손을 들고 질문했다. 그러자 감독이 잠시 헛기침을 크흠 하고 뱉더니 말했다.


“승매중학교다.”


그러자 갑자기 분위기가 얼어붙는 것이 느껴졌다. 뭐야, 왜 그래.


“뭐 유명한 데냐?”


내가 옆에 있는 우리 중견수 백상호를 쿡 찍으며 물었다. 그러자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아니, 승매중도 몰라? 우리 지역에서는 최강일걸? 전년도엔 아예 여름 대회에서 우승했고.”


“뭐야. 왜 그런 데서 우리랑 연습경기를 신청해.”


우리는 전년도에 예선 탈락했는데.


“뭐, 기세라도 올리려고 그런 거 아닐까?”


꽤 납득이 되는 설명이었다.


“조용! 우선 우리 엔트리부터 발표하겠다. 자, 1루수는-”


그리고 아이들을 하나씩 지목하며 발표를 이어나갔다. 우익수에 내 이름은 없었다. 이건 좀 충격인데. 하지만 더 충격적인 발표가 남아있었다.


“방성우. 너는 이번에 중간 계투로 나간다.”


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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