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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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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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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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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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Stella Pictures. (4)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어느덧 캐서린에게 유예 받은 일주일의 마지막 날이 찾아왔다.

웨딩비디오 사업 투자 프레젠테이션에 참석했던 인원들이 다시 모였다.

그때와 다른 것은 매튜 그레이엄의 모습이 보이지 않고, 세 명의 변호사가 새로이 자리했다는 점이다.

류지호가 투자 프레젠테이션 당시 보다 좀 더 세련된 태도와 목소리로 참석자들에게 자신의 비전을 설명했다.


“미국은 독과점제한 때문에 투자배급사가 극장을 가질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습니다. 미국을 제외한 대다수 나라에서는 수직계열화가 가능합니다.”


대니얼 그레이엄이 불쑥 끼어들었다.


“그렇다면 웨딩비디오 때려치우고, 그 분야에 올인 해.”

“저도 그러고 싶습니다만... 한국영화산업은 기초가 너무 부실합니다. 극장 시스템, 슈퍼스타의 부재, 낙후된 영화 제작기술, 영화계의 고질적인 관행 등등.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붓는다고 해도 단시일 내에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몇 년간 다양한 혼란을 겪으면서 시행착오를 겪으며 정리가 되어야 합니다. 제가 한국영화의 메시아도 아닌데 뭐 하러 그런 수고를 하겠습니까?”

“그 말은 마음에 든다.”


대니얼이 껄껄 웃었다.


“게다가 한국에서 자생적으로 성장해 외부에서 들어온 자본과 경쟁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아, 가능하긴 하겠군요. 돈으로 해결하면 됩니다. 지난번에 윌리엄 할아버지께 말씀드린 것처럼 10억 달러가 있으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현재 한국영화 전체시장이 1억 달러니까. 광역별로 극장을 하나씩 세우고, 영화사를 만들고... 길게 말씀드릴 필요는 없겠죠.”


사실 오늘 참석한 이들의 관심사는 한국영화산업이 아니다.


“저는 올 초에 여러분 앞에서 포부를 밝혔습니다. 세계적인 영상콘텐츠 회사를 세우고 싶다고 말입니다. 당시 스튜디오라는 표현 대신 영상콘텐츠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영상콘텐츠라는 건 극장상영 영화에만 한 정 되지 않습니다. CF, MV, TV시리즈 등등 모든 동영상 콘텐츠가 다양한 분야와 생활 속으로 침투할 겁니다. G&P가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힘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파괴력 있게 확장되고 뻗어나가게 될 겁니다.”


가까운 미래에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가 더 유망하다는 것을 모르는 참석자는 없었다.


“에디슨은 카메라 자체를 팔아먹을 생각만 했지만 뤼미에르 형제는 기술과 함께 콘텐츠를 팔았습니다. 영화는 태생부터 상업성을 가졌습니다. 지금의 우리는 그 형제들보다 훨씬 똑똑합니다. 10년 남았습니다. 지금도 하루가 다르게 문화생태계가 진보하는데, 21세기가 되면 얼마나 더 대단하겠습니까?”


“신 변, 류 대표가 원래 저렇게 말을 잘하나? 아니면 준비를 열심히 한 건가?”

“사전에 준비도 열심히 하고, 언변도 있어요.”

“영어발음은 투박한데... 목소리가 좋아서 그런가? 귀에 쏙쏙 박히네.”


신효정이 새로 합류한 세 명의 변호사와 서로 귓속말을 나누는 사이에도 류지호의 프레젠테이션은 계속 됐다.


“제가 왜 컴퓨터와 인터넷에 주목하는 줄 아십니까? 여러분도 잘 아시다시피 앞으로는 하드웨어 시대가가 가고 소프트웨어 시대가 오기 때문입니다. 유럽 입자 물리 연구소(CERN)의 컴퓨터과학자 팀 버너스-리 교수가 월드와이드웹이라는 개념을 발표했습니다. 연내에 하이퍼텍스트 브라우저와 편집기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랍니다. 파인소프트는 윈도우 2.0을 통해 블랙먼데이로 떨어진 주가를 거의 회복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월드와이드웹이 대중화되고 개인 PC시대가 열리면 그곳에 들어갈 소프트웨어 수요가 폭발하지 않겠습니까? 당장 게임부터 비디오까지. VHS나 베타를 대체할 새로운 저장매체도 등장할 것입니다. 글로벌 가전업체 2위의 소닉이 왜 콜롬비아스를 인수하려할까요?”


제임스 파커가 끼어들었다.


“소닉의 주력 상품이 VCR이지. 홈비디오를 더 많이 팔아먹기 위해서는 콘텐츠가 절실했을 거야.”

“일반적으로 전문가들이 그렇게 분석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저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관심이 매우 많습니다. 현재는 독과점방지로 인해 규제와 제약이 많습니다만, 앞으로 언론, 미디어, 영화, 코믹북, 음악, 비디오게임 이런 분야를 수직적으로 계열화한 거대한 미디어 기업이 생겨날 거라고 생각합니다. 경제대국인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유럽에서도 거대 미디어기업들이 서로 간의 합병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월스트리트 칼럼을 본 적이 있습니다. 미국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전 세계 지배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일정 부분 업계의 로비를 받아줄 것이라고 감히 예상해 봅니다.”


호오.


일부 참석자가 낮게 감탄을 토했다.

한국에서 온 변호사들을 제외하고, G&P 벤처투자 팀장들은 류지호가 하는 말을 대부분 이해했다.

미국의 미디어 산업은 대체로 10년 주기로 개편이 되어 왔다.

그 개편의 신호탄을 최근 소닉이 쏘아올린 것이다.

빅 식스라고 불리는 메이저 스튜디오의 사정 역시 그리 좋지 못했다.

패러마운틴, 워너브로스, MSM/UA 등도 물밑에서 탄탄한 자금력을 가진 인수기업을 수소문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보가 곧 돈으로 바뀌는 금융계 베테랑들이 그 같은 분위기를 모를 리가 없다.

류지호가 타는 목을 축이기 위해, 자신의 앞에 놓인 물 컵을 찾았다.

신효정이 재빨리 물을 따라 건넸다.

류지호가 물을 마시고 다시 입을 열었다.


“솔직히 이건 아니지 않나요? 빚만 잔뜩 가지고 있는 영화사를 가지고 저보고 뭘 어쩌라고요.”


류지호는 일단 밑밥부터 깔았다.

대니얼이 흥미가 동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사설 다 집어치우고 진짜로 하고 싶은 말이 뭐냐?”

“이왕에 뭔가를 해주실 거면 화끈하게 밀어주세요.”


참석자들은 무슨 말인지 몰라 류지호를 가만히 쳐다볼 뿐이다.


“확실한 투자를 해달라는 말입니다.”


참석자들 대부분이 흥미로운 표정을 지었다.


“트라이-스텔라를 인수하는 것과 함께 투자회사를 만들려고 합니다. 저와 G&P의 합작회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투자회사에서 트라이-스텔라를 인수한 후 제가 G&P의 지분을 점차 인수하겠습니다. 백만 달러짜리 투자회사를 만들 테니 G&P가 트라이-스텔라를 인수할 자금을 투자해 주세요.”

“저 놈이 무슨 18살이야. 사기꾼 같은 놈.”


대니얼이 짐짓 성질을 부렸다.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이익을 나눠주느니 여기 계신 분들과 나누는 게 제 보람이 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했다고 치자.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할 테냐?”

“주식이든, 신사업에 투자하든, 영화투자든. 투자원칙은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기대 수익률과 리스크는 정비례 관계잖습니까? 부자들은 이런 원칙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수익과 리스크를 조절한다고 들었습니다. 부동산, 펀드 같은 중간위험-중간수익, 나머지 여윳돈을 가지고 고위험-고수익에 투자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런 원칙을 잘 지키는 나라가 미국입니다. 당연히 저 또한 이런 포트폴리오를 철저히 따를 생각입니다.”

“그깟 소리는 어느 정도 기업이 안정된 후에 일이고.”

“G&P 명성을 열심히 팔아먹어야죠. 가칭 GPG 투자회사를 밀어주는 곳이 G&P라고 말이죠.”

“흥! 우리 권세를 빌려 위세를 부리겠다는 속셈이냐?”

“전 열여덟 살이라고요.”

“이럴 때는 잘도 어린 척하는 구나.”

“일단 콜롬비아스의 그늘에서 내실을 다지며 성장할 생각입니다. 콜롬비아스도 소유주만 일본기업으로 바뀔 뿐이지 경영권이나 운영은 그대로 유지할 거라고 봅니다. 전 십대입니다. 당연히 오년, 십년을 내다보는 것이 아니라 한창 뛰어다닐 30대를 바라보며 꿈을 꾸려고 합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고개는 언제든지 숙여줄 겁니다. 하지만 무릎을 꿇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비장한 류지호의 목소리에 회의실이 잠시 침묵에 휩싸였다.

그런 침묵을 대니얼의 음성이 깨트렸다.


“전쟁터 나가냐? 힘 빼 인석아!”


킥킥.


몇 명의 참석자가 키득거렸다.


“네가 만든다는 투자회사에서 G와 P는 빼.”

“......예?”

“나와 윌리엄은 너의 비공식적인 후원자야. 저들끼리 떠드는 건 막지 않는다. 다만 우리는 부정도 확인도 안 해줄 뿐.”


류지호가 만드는 투자회사의 스폰서가 G&P라는 사실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류지호가 잘못되면 부정하고, 잘되면 긍정하겠다는.

언제든지 발을 뺄 수 있다는 경고이기도 했다.


‘치사한 노인네. 밀어줄 거면 화끈하게 밀어줄 것이지.’


류지호가 무표정을 유지하면서 속으로 투덜거렸다.


“좋아. 지호는 빨리 투자회사를 만들도록 해. 제임스와 캐서린은 트라이-스텔라와 협상을 시작할 수 있도록 주선해줘.”

“예.”

“인수협상은 너희 힘으로 해낼 수 있겠지?”


류지호가 신효정과 세 변호사를 슬쩍 돌아봤다.

신효정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류지호가 힘차게 대답했다.


“맡겨주세요!”


❉ ❉ ❉


콜롬비아스와 트라이-스텔라 두 영화사 모두 캘리포니아의 컬버시티(Culver City)에 위치하고 있다.

류지호와 신효정이 뉴욕에서 투자회사 설립을 위해 분주한 가운데, G&P의 M&A팀장 게리 벨슨과 한국에서 날아온 세 변호사가 컬버시티로 인수협상을 위해 떠났다.


“영화사업과 관련된 것 외에는 관심을 두지 마세요.”

“케이블 채널과 홈비디오 부문을 정리하는 건 성급해.”


한국에서 온 세 변호사 역시 게리의 의견에 동조했다.

류지호는 저작권과 판권 등 영화권리만 가지려고 했다.

그런데 게리 벨슨과 변호사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트라이-스텔라 픽처스를 통째로 인수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류지호가 트라이-스텔라 픽처스 인수를 위해 뉴욕에 설립한 투자회사가 가람 인베스트먼트(Garam Investments)다.

가람은 강의 옛말이다.

강은 끊임없이 흐른다.

강처럼 영원히 흐르며 미국에서 업적을 남기길 바라는 마음에 '가람'이란 회사명을 붙였다.

투자회사 설립은 허무할 정도로 쉽게 됐다.

문제는 한국의 관계당국에 투자회사 설립과 관련한 자금출처를 소명하는 것이다.

때문에 미국에서는 영국계 회계법인 KPGM과 한국에서는 산동회계법인과 계약을 체결했다.


“내가 계약한 로펌과 회계법인만 놓고 보면 재벌 부럽지 않네.”


류지호 말대로다.

당장은 KPGM나 산동이나 메인스트림은 아니다.

역사대로 흘러간다면 둘 다 소위 빅4가 되는 회계법인이다.


“함께 성장한다고 생각하세요.”

“서로 간에 불법에만 연루되지 않았으면 하네요.”


코크 캠퍼니와 소닉의 협상도 빠르게 마무리 되었다.

원래 역사와 달리 트라이-스텔라 픽처스는 빠진 계약을 체결했다.

사인만 남겨놓은 인수전에 G&P가 끼어들면서 처음에는 소닉이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또 다시 할리우드 스튜디오 인수가 물 건너가나 싶어 노심초사했다.

그런데 G&P의 관심이 부수적으로 딸려오는 트라이-스텔라 픽처스에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넘어 고마움까지 표현했다.

소닉으로서는 코크 컴퍼니 이사회 일원인 G&P가 인수협상에 딴죽을 놓을까봐 트라이-스텔라 픽처스에 욕심을 부리지 않았다.

어쨌든 아시아 기업의 할리우드 입성이다.

이 대사건은 영화 업계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다.

그에 비해 트라이-스텔라 픽처스가 가람 인베스트먼트에 넘어간 뉴스는 상대적으로 적게 언급되었다.

많은 업계 관계자들은 가람 인베스트먼트가 월가의 수많은 투자회사 중 하나일 뿐이라는 선입관으로 인해 기업 가치를 올린 후 다시 팔아먹을 것이라 여겼다.

거기에 더해 가람 인베스트먼트에 대한 정보도 최대한 감춘 결과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었다.

물론 내년 초에는 가람 인베스트먼트의 실질적인 소유주가 누군지 알려질 수밖에 없다.

한국과 미국 양 국가에 류지호가 세금과 관련해서 신고를 해야 했으니까.


‘그때는 조용히 대학에 다니고 있기를...’


✻ ✻ ✻


휘이잉-


쌀쌀한 바람이 뉴욕 파커가의 저택을 훑고 지나갔다.

시간이 쏜살 같이 흘렀다.

어느덧 11월 중순이다.

저택에서 일하는 고용인들의 복장에서 겨울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여담으로 뉴욕의 겨울은 눈도 많이 내리는 편이고, 꽤 추운 편이다.


드르륵.

지이잉.


팩스가 종이를 토해내는 소리가 들려왔다.

류지호가 팩스 앞에서 신효정과 전화 통화를 하고 있다.

그는 귀에 수화기를 대고 팩스로 받은 계약서 사본을 눈으로 꼼꼼히 살폈다.


“수고하셨어요.”

- 회사인수는 처음이라, 꽤 긴장되더군요. 벨슨씨가 도와주지 않았으면 꽤나 고생했을 겁니다.


지금까지 기업분쟁이나 소송 위주로 해왔던 신효정에게 M&A 계약은 매우 신선한 경험이었다.


“인수금액이 3,500만 달러네요?”


당장 들어간 현금만 그렇다.

회사의 부채비율이 워낙 높아서 가람 인베스트먼트가 부담해야 할 부채가 1억 달러 상당이다.


- 연말에 개봉하는 4편의 영화 P&A 비용을 우리가 보전해 주는 것으로 해서 인수금액을 조금 낮췄어요.

“운영자금은 어떻던가요?”

- 올 초에 개봉한 영화 수익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힘들어요.

“트라이-스텔라 내부 반응은 어때요?”

- 부도가 나기 전에 회사가 살아났다면서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기존의 경영진이 무능하지는 않았다.

다만 무모한 경영을 많이 한 것이 사실이다.

무리하게 회사 규모를 키우고, 대작영화에 과도하게 투자했다.

야심차게 투자·제작했던 대작영화에서 연이어 손해를 보게 되니 부채만 쌓이는 결과를 초래했다.

어쩔 수 없는 흥행산업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었던 것.


“콜롬비아스와 이야기는 잘 되었고요?”

- 지시한대로 5년 제휴계약을 새로 갱신했습니다. 해외배급은 5년간 콜롬비아스&트라이-스텔라(Colombias&Tri-Stella)라는 로고를 쓸 예정이고, 홈비디오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트라이-스텔라 픽처스는 콜롬비아스와 북미와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배급과 케이블 배포, 홈비디오에서 5년간 제휴관계를 유지하기로 했다.

한국시장은 트라이-스텔라 픽처스가 WaW 픽처스와 대행사 계약을 맺는 것으로 콜롬비아스의 양해를 구했다.

콜롬비아스는 한국 직배를 준비 중이었기에 처음에는 난색을 표했는데, 일 년에 다섯 편만 WaW 픽처스에 주는 것으로 합의를 이끌어냈다.

트라이-스텔라 픽처스는 일 년에 십여 편의 영화를 투자·제작·배급 하는 영화사다.

비록 몇 년 사이 재정부담이 가중되고 있어 영화사 존속이 불안정 하긴 했지만, 중급영화사 중에서도 상위권 영화사다.

따라서 콜롬비아스 입장에서 트라이-스텔라 픽처스의 영화가 다른 메이저로 가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홈비디오 부문도 마찬가지고.

사실 그들로서는 트라이- 스텔라 픽처스와 업무 제휴보다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 있었다.

해외기업에 인수되며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하는 게 급선무다.


“전임 사장의 거취는?”

- 카프먼 사장은 물러나기로 했습니다. 영화부문의 샘 리버먼이 임시로 사장대리를 보도록 조치했습니다. 샘 리버먼은 한국으로 치면 상무쯤 된다고 보면 됩니다.

“그와 회사 운영방식에 대해서도 잘 이야기했겠죠?”

- 지시한대로 저희 측의 개입은 류 대표와 트라이-스텔라 경영진이 절반씩 라인업을 결정할 것이란 것과 매년 작품 12편을 넘기지 말도록 방침을 내렸습니다. 프로젝트에 대한 외부 유출을 막기 위해 류 대표가 프로듀싱하는 영화는 최고 임원들끼리만 공유할 것이라 전달했고, 내년에 개봉예정인 영화에 대해 충분한 투자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말해두었습니다.

“모든 지분을 다 확보 한 거죠?”

- G&P의 도움을 받아 개인들에게 분산되어 있던 지분까지 모두 찾아내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트라이-스텔라 픽처스의 지분 100%를 가람 인베스트먼트가 확보했다.

류지호가 가진 가람 인베스트먼트 지분은 35%다.

나머지 G&P가 보유한 지분은 시간을 두고 인수하거나 주식발행초과금을 통한 무상증자를 통해 지분율을 높이기로 했다.

무상증자를 통해 지분율을 조정하는 방식에 대해 설명을 듣긴 했는데, 류지호는 명확하게 이해를 하지 못했다.

복잡한 부분이 있어서 나중에 관련해서 진지하게 검토하기로 했다.

지분율은 G&P가 두 배 이상 높았지만, 류지호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부자펀드의 0.5%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말을 듣고 투자회사 설립을 결심한 것이다.

매우 부담스럽긴 하지만, 트라이-스텔라 픽처스를 통해 G&P에 수익을 안겨주면 된다.

비록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회사 운영에 대한 것도 교통정리가 잘 되었으면 좋겠어요.”

- 기존의 사장과 상무급 임원들이 회사를 떠나 독립 프로덕션을 설립하기로 해서, 회사 내부에 류 대표의 경영참여를 문제 삼을 인물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류지호는 영화사 운영에 전념할 만한 상황이 아니다.

대학에도 입학해야 하고, 군대도 다녀와야 하며, 영화도 연출해야 한다.

게다가 한국에서 벌여 놓은 사업도 있다.

때문에 매년 라인업의 절반 정도만 관여할 생각이다.

또한 관리감독은 가람 인베스트먼트에서, 회계감사는 G&P와 KPMG에서 할 예정이다.

류지호가 기억하는 역사대로 흘러간다면 적어도 2~3년 정도는 캐롤코 픽처스와 그 외 제휴 영화사들의 영화로 큰돈은 못 벌어도 버틸 수 있을 터.

거기에 류지호가 기억하는 영화 몇 편 그리고 미래에 성공할 감독들의 독립 프로덕션 작품을 확보해 놓으면 90년대 중반까지는 충분히 꾸려갈 만 하다고 생각했다.


“6,500만 달러짜리 <허드슨 호크>는 홀드 시켰나요?”

- 그 영화와 함께 91년에 개봉예정인 두 편의 영화에 대해 잠정중단을 지시했습니다.

“프로덕션에 들어가 있지는 않았겠죠?”

- 개발 단계여서 중단시키는데 문제없습니다. 다만 이미 집행된 비용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겠지만.


류지호는 90년과 91년에 배급계약이 되어있는 외부 영화에는 손을 대지 않았다.

사실 댈 수도 없었다.

대신 인하우스 투자·제작 영화에 대한 부분은 적극적으로 개입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류지호가 기억하고 있는 정보들이 본격적으로 적용되는 시기는 92년 즈음이 될 것으로 예상되었다.


“잘 하셨어요. 마침 LA에 간 김에 캐롤코도 잘 해결되면 좋겠네요.”

- 캐롤코는 재정문제 뿐만 아니라 내부적인 문제도 심각합니다.

“내부적인 문제요?”

- 공동 설립자인 두 회장이 갈등을 벌이는 것으로 보입니다.

“망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었네요.”

- 예?

“아닙니다.”


류지호는 캐롤코 픽처스가 확보하고 있는 몇 편의 영화, 특히 <터미네이터> 저작권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판권과 제작권리 일체를 트라이-스텔라 픽처스로 가져오면 좋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다.

류지호는 이번 트라이-스텔라 픽처스 인수를 통해 할리우드 대작영화 한 편에 얼마나 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지 알게 되었다.

원작자, 최초 영화제작 권리를 얻은 독립 프로듀서, 공동제작자, 배급사, 영화감독, 투자자, 금융권 등등.

할리우드 대작영화 한편이 단일 사업이나 마찬가지 규모다.

복잡한 비즈니스가 서로 얽혀 있을 수밖에.


“일단 접촉해 보세요.”

- 알겠습니다. 이쪽에 와보니 캐롤코에 대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었습니다. 자세한 것은 곧 정리해서 보내겠습니다.

“오 실장은 팀에 잘 합류했습니까?”

- 네.

“그래요. 수고하세요.”

- 류 대표가 지시한 사항에 대한 것도 함께 정리해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류지호는 캐롤코 픽처스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다.

소닉은 얼마간 기존 콜롬비아스 경영진에게 영화사 운영을 맡길 것이다.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대략 2년 정도 후부터 소닉에서 직접 경영에 참여할 것 같은데.’


성급한 결정이었던 것으로 기억했다.

할리우드 비즈니스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으니까.

암튼, 제휴관계라는 것이 자회사처럼 종속적인 관계는 아니다.

그럼에도 일정부분 콜롬비아스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될 것은 확실했다.

류지호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당장 트라이-스텔라 픽처스가 콜롬비아스라는 메이저 스튜디오의 영향력 없이 홀로 살아남을 수 없을 테니까.

현실은 냉정한 법이다.

류지호가 미국에 기반을 마련한 것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중소영화사는 많은 위험에 노출된다.

재정적으로든 영업력에서든.

그나마 다행인 것은 G&P에서 가람 인베스트먼트에 5년 간 총 1억 달러를 투자해주기로 했다는 사실이다.

1억 달러로 모든 걸 해결할 순 없다.

그럼에도 일종의 보증 같은 거다.

월가의 큰손인 G&P가 투자하는 기업.

그로인해 다른 금융권에서 대출 및 자금을 끌어오기 조금은 수월해지길 기대했다.


‘그것마저 없었다면 뭔가 시작해보기도 전에 인수한 영화사가 망했을지도 모를 일이지.’


누군가의 성공을 류지호가 미리 선점한다고 해서 반드시 이전 삶처럼 될 거라는 보장이 없다.

류지호는 감독과 주연배우, 영화 내용을 대체로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다만 헤드스태프와 영화예산 그리고 어떤 스튜디오의 배급지원을 받았는지 모른다.

할리우드 비즈니스는 수많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매우 민감한 사업이다.

트라이-스텔라, 오라이언, 파인라인 시네마 같은 중급영화사 상위레벨조차 메이저와의 간격은 어마어마했다.

명문가문의 성이 특별한 힘을 발휘하는 것처럼 빅 식스의 이름이 하나의 브랜드이자 할리우드의 권력이다.


‘쫄지 말자. 빅 식스에서 빅 세븐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


류지호가 계약서 사본을 바라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뚜벅뚜벅.


윌리엄 파커가 지팡이를 짚으며 방으로 들어왔다.

그의 손에는 두툼한 성경책이 들려있다.

방금 전까지 서재에서 성경책을 읽었던 모양이다.


“뭘 보는 게냐?”

“계약서요.”


윌리엄 파커가 류지호의 맞은편 의자에 앉으며 물었다.


“어때 기분이?”

“꿈꾸는 것 같아요.”

“두렵지는 않고?”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라 생각했지만... 막상 벌어지니까 얼떨떨할 뿐이에요. 그리고...”

“그리고?”

“대니얼 할아버지 말씀처럼 제가 전쟁을 벌일 충분한 훈련이 되어있는지 모르겠어요.”

“적어도 후방은 든든해지지 않았느냐?”


가족들의 경제적 안정을 말하는 것이다.

류지호가 인생을 전쟁터에 비유하고 하루하루 사는 걸 전투에 비유한 바가 있다.

윌리엄 파커에게 가난을 적이라 말하며 후방을 안전하게 다져놓고 전장에게 나가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가족들에게 전사자 통지를 보내지 않으려면 용감하게 싸우는 것은 물론 살아남아야죠.”

“살아간다는 건 전쟁터에서 적과 싸우는 것과 달라. 후회만 남기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거라.”

“그래도 성공이란 훈장을 가슴에 달고 싶어요. 할아버지처럼...”

“그 훈장을 누가 달아주지?”


류지호는 쉽게 대답할 수 없어 잠시 고민했다.

성경책에 잠시 시선을 던졌다 떼며 입을 열었다.


“하느님일까요?”

“아무도 달아줄 수가 없단다. 누구도 성공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지.”


류지호는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 문득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다.


“하느님이 진짜 있어요? 있다면 그 분은 왜 제게 감당할 수 없는 운명을 던져주실까요?”

“그분께서는 우리에게 감당할 수 없는 운명을 주시지 않는단다. 우리가 한없이 나약해서 그렇게 받아들일 뿐이지.“

“지갑이 두꺼워지는 만큼 마음도 넉넉해질까요?”

“가난한 사람보다는 넉넉해지지 않겠느냐?”

“아버지는 가난해도 인심만큼은 넉넉하셨는데요?”

“이 할아버지의 인심은 어떻더냐?”

“스케일이 다르죠.”


윌리엄 파커가 성경책 사이에 끼워놓았던 수표를 꺼내놓았다.


“이건 뭐예요?”

“파인소프트웨어 주식에 대한 대가.”

“저는 PS주식을 산 적이 없어요?

“지난 주가대폭락에 5억 달러 가까운 돈을 써서 PS 주식을 매입했더랬지. 지분율로 10% 정도의 주식을 확보했단다.”

“후아! 스케일이 다르네요. 헌데 그게 저와 무슨 관계가...”

“네가 스무 살이 되면 이익의 일부를 나눠주려고 했었다. 그때보다 지금 당장 네게 필요할 듯싶구나.”

“아니에요. 이미 트라이-스텔라라는 감당할 수 없는 선물을 받았어요. 이건 아닌 것 같아요.”


윌리엄이 그 말에 반응하지 않고, 가만히 웃기만 했다.


“......!”


류지호는 섣불리 손을 뻗어 수표를 손에 쥘 수 없었다.


“네가 찍은 영화는 언제 보여줄 생각이냐?”


류지호는 윌리엄의 말에 정신이 번쩍 들어 물었다.


“영화요?”

“시카고에서 상을 받았다는 영화 말이다.”

“아직 비디오를 뜨지 못해서 조금 시간을 주세요. 다음에 뉴욕에 올 때 가져 올게요.”

“전화기 좀 가져와 보거라.”


류지호가 전화기를 가져와 수화기를 들어 윌리엄에게 건넸다.


“브래드, 시카고의 애덤과 연결해주겠나?”

-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얼마 안 가서 윌리엄은 시카고 파커스 필드 본사의 CEO 애덤 맥거번과 통화를 할 수 있었다.

윌리엄이 애덤과 통화하는 사이.

류지호는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수표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파커의 호의와 자신이 그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를 저울질했다.

앞으로 이들에게 무슨 도움을 줄 수 있을까도 생각했다.

90년대의 흐름과 역사적인 사건들.

가장 가깝게는 걸프전에 대한 것부터 인터넷 네트워크 부분의 대략적인 트렌드.

인터넷의 대중화.

그 속에서 탄생할 벤처와 스타트업들.

닥쳐올 IT 버블과 붕괴까지.

그 모든 것을 잘만 이용하면 막대한 이익을 볼 수 있다.

물론 류지호는 그것들을 이용해 어떻게 돈을 벌지 구체적인 방법은 모른다.

그 방면의 전문가인적도 없고, 이번 삶에서 방법을 깨우칠 여력도 없다.

따라서 G&P와 함께 해야 하는 것은 필연적이다.

기브 앤 테이크.

너무 계산적인가.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고 있는 게냐?”


윌리엄 파커의 음성이 복잡한 생각 속에서 허우적거리던 류지호를 현실로 불러들였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윌리엄 파커가 지팡이를 짚고 몸을 일으켰다.

그는 테이블 위에 놓여있는 수표를 검지로 콕 찍었다.


“이건 레오나와 잘 놀아달라는 할아버지의 뇌물이기도 해.”


윌리엄 파커가 눈가의 깊은 주름을 만들며 농담을 던졌다.


“G&P 부자펀드에 신탁이 쏟아지고 있다고 하더구나. 그 수수료가 네게 주는 것보다 많아. 당연히 네가 받아야 할 보상인 게지.”


그 말을 끝으로 윌리엄 파커가 몸을 돌렸다.

류지호는 방을 떠나는 노인의 등을 복잡한 눈으로 바라봤다.

그리고 결심이 선 표정으로 무겁게 입을 열었다.


“할아버지! 이 은혜는 좋은 사람이 되는 것으로 갚겠습니다. 오래오래 사셔서 저를 지켜봐 주세요.”


윌리엄 파커가 류지호를 향해 성경책을 쥐고 있는 손을 들어보였다.

마치 하느님의 가호를 빌어주기라도 하듯이.

윌리엄 파커가 완전히 방에서 자취를 감추자, 류지호는 수표를 들어 금액을 확인했다.

500만 달러.

이 당시 환율로 자그마치 34억 원이다.

신사동 가온웨딩 스튜디오 건물 3채를 살 수 있는 금액.


- 누군가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에 커다란 성취감을 느낀다.


윌리엄 파커가 2년 전에 해 준 말이다.

류지호는 우두커니 서서 오랜 시간 상념에 빠졌다.

그리고 결심했다.


‘좋은 일을 하자. 보육원에 봉사도 하고, 가난한 부부들의 무료 예식도 해주고, 양로시설 노인들의 무료 영정사진도 더욱 확대하자.’


류지호는 언젠가 무협지에서 읽은 글이 떠올랐다.

하늘의 복은 화도 함께 부르는 법이란 말이다.

화를 조금이라도 피하려면, 복을 나눌 줄 알아야 했다.


작가의말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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