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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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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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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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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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가수스의 등에 올라타다!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뭐 하나 뜻대로 되는 게 없네.”


난항에 부딪힌 것은 모리스 메타보이 영입만이 아니다.

캐롤코 픽처스 인수건 역시 난항에 부딪쳤다.

인수협상이 완전 백지화 되고, 원점부터 다시 출발할 상황에 놓였다.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다.

G&P가 은근히 뒷배라는 인상을 주자, 깐깐한 캐롤코 픽처스의 설립자들도 수긍했다.

류지호가 환호성을 지르는 찰나 일은 엉뚱한 곳에서 터졌다.

영화사업 부문이 아니라 TV 프로덕션이 반발했던 것.

자회사 TV 프로덕션의 총책임자가 협상 자체를 완전히 봉쇄했다.

그 책임자는 캐롤코 픽처스가 현행대로 트라이-스텔라 픽처스와 협력관계를 유지하면 별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쌓여가는 부채 역시 영화나 드라마 몇 편에서 대박이 터지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비겁한 기회주의자!”


TV 프로덕션 사장이 캐롤코 픽처스의 두 회장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비난하기까지 했다.

내부의 권력 투쟁이 인수협상에 찬물을 끼얹어 버린 것.

회사 내 반발을 의식한 회장은 인수협상에서 슬그머니 발을 뺐다.

최종 조율만 남은 상태에서, 엉뚱한 곳에서 꼬여버렸다.

그렇게 캐롤코 픽처스를 저렴한 금액에 인수하려던 류지호의 기대감을 단박에 깨져나갔다.

모든 일이 안 풀린 것은 아니다.

출장을 다녀 온 스탠 크레이그가 전해온 소식은 류지호를 들뜨게 만들었다.


“정말입니까?”

“예!”


류지호가 기쁨을 감추지 않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트라이-스텔라 픽처스 배급 총괄 스탠 크레이그가 <늑대와 춤을>의 Tig 프로덕션과 <나 홀로 집에>의 휴즈 엔터테인먼트를 차례로 접촉했다.

결국 두 영화의 투자·배급권을 확보했다.

류지호의 마음이 급했다.


“당장 제작비를 지원해야 하는 겁니까?”

“아닙니다. 류 회장님.”


스탠 크레이그의 호칭이 ‘chairman‘으로 변했다.

아부를 하는 것이 아니다.

류지호의 직급(오너)을 존중하기로 한 것이다.

암튼 스탠 크레이그는 <늑대와 춤을>에 대해서는 다소 미심쩍었다.

대신 <나 홀로 집에>는 예산 대비 꽤 짭짤한 수익을 뽑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수년 간 배급을 하며 익힌 감이 신호를 보내왔다.

다만 개봉 타이밍만 잘 잡아야 했다.

블록버스터들 사이에서 틈새공략을 해야 하니까.


“투자·배급 가계약을 체결했다면서요?”

“<늑대와 춤을>은 지난 23일에 마지막 촬영을 마쳤습니다. 따라서 포스트 프로덕션 예산을 지원해주면 됩니다. <나 홀로 집에>는 늦어도 1월 중순에는 촬영을 시작해야 하는 관계로 조금 서둘러야 합니다. 제가 그들의 제작 예산서를 가져왔습니다. 재무팀에 이걸 넘기면...”

“잠깐!”

“......?”

“이 두 영화에 대한 사안에 대해 누가 알고 있습니까?”

“그야 저와 샘 그리고 회장님 아니겠습니까?”

“리버먼씨를 호텔로 호출해 주세요. 나와 미팅을 한다는 것은 밝히지 말라고 해주시고요.”

“....예?”

“자세한 이야기는 리버먼씨가 오면 하는 걸로 합시다.”


그 말을 끝으로 류지호는 객실 발코니로 나갔다.

생각에 잠긴 류지호를 잠시 지켜보던 스탠 크레이그가 수화기를 집어 들었다.


“......”


가온웨딩의 경우는 기업비밀이랄 게 없다.

따라서 직원들을 단속할 필요가 없다.

WaW 픽처스 또한 직원이 다섯뿐이라 보안문제는 걱정 하지 않았다.

하지만 할리우드는 다르다.

사소한 루머 때문에 감독 및 배우 섭외에 실패하고, 투자가 불발되고, 심지어 프로젝트 자체가 엎어지기도 한다.

정보가 유출되어 경쟁 스튜디오에서 유사한 프로젝트를 먼저 제작해서 개봉하기도 한다.

따라서 영화가 개봉하기 전까지 절대 중요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투자 단계부터 철저하게 감추는 편이다.

할리우드 대작영화의 계약서에는 비밀서약 조항이 반드시 들어있다.

오피셜(공식입장)이 발표되기 전까지 어떠한 내용도 발설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당연히 트라이-스텔라 픽처스도 그럴 줄 알았다.

아니었다.

모리스 메타보이와 미팅을 하면서 내부정보가 줄줄이 세는 것을 확인했다.

어쩌면 모리스 메타보이가 정보력이 대단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류지호로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다.

트라이-스텔라 픽처스의 경쟁력은 류지호의 정보력에 있다.

그런 내부정보가 외부로 흘러나가서는 절대 안 된다.


"경쟁이 붙으면 그 다음에는 돈 싸움이 되는 거니까..."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을 때 성공할 만한 프로젝트를 선점해야 한다.

그것이 트라이-스텔라 픽처스가 성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메이저 스튜디오와 기존 방식으로 경쟁해서는 답이 안 나온다.


❉ ❉ ❉


연락을 취한지 1시간이 지나서 샘 리버먼이 호텔로 찾아왔다.

류지호의 표정이 그리 좋지 않았다.

스탠 크레이그도 입을 꾹 다물고, 담배만 피워댔다.


“여전히 트라이-스텔라의 미래에 대해 비관적인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의 표정에 그늘이 드리워졌다.

혹시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을까봐서.

스탠 크레이그가 변명하듯 입을 열었다.


“오너가 바뀌고... 아무래도 어수선하지 않겠습니까?”

“왜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스크립트에 워킹 타이틀을 달고, 계약에서 비밀서약을 받습니까?”


몰라서 묻는 건 아닐 터.

류지호와 함께 모리스 메타보이를 미팅했던 샘 리버먼이 입을 열었다.


“할 말이 없습니다.”

“트라이-스텔라 정도 되는 규모의 영화사 보안이 이리 취약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류지호와 샘 리버먼 사이에서 심상치 않은 대화가 오가자 스탠 크레이그가 물었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메타보이씨와 미팅할 때 충격과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스탠 크레이그는 류지호가 속 시원한 대답을 해줄 것 같지 않아 샘 리버먼에게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래?”

“메타보이씨가 인수금액과 몇 가지 언론에 발표하지 않은 정보 그리고 회사 내부 사정을 어느 정도 아는 눈치더군.”

“누군가 떠벌였다는 거잖아?”


샘 리버먼이 류지호를 향해 차분한 어조로 약속했다.


“보안에 각별히 신경 쓰겠습니다.”

“그걸로 안 됩니다.”


류지호의 단호한 대꾸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분위기가 어색해지자, 스탠 크레이그가 새로운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

류지호가 다시 입을 열었다.


“두 분은 트라이-스텔라를 사랑하십니까?”


두 사람이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사랑합니다.”


류지호는 차분한 태도를 유지하며 다시 질문을 던졌다.


“두 분에게 고액의 연봉을 지불하기 때문입니까?”


스탠 크레이그가 먼저 대답했다.


“이곳에서 내가 몇 편이나 배급했는지 아십니까? 내 새끼들이 삼십 편이 넘습니다. 그리고 인큐베이터에서 곧 세상에 나올 아기들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고 말입니다.”


샘 리버먼이 감회가 새롭다는 듯 말했다.


“제 첫 영화사이기 때문입니다. 벌써 10년이 되었군요.”


류지호가 두 사람과 차례로 눈을 맞추고 말을 이었다.


“나는 트라이-스텔라 픽처스가 재창업 수준으로 새롭게 태어났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에 앞서 썩은 장기를 도려내야 하겠죠.”

“구조조정입니까?”

“가람 인베스트먼트먼트가 트라이-스텔라를 인수하면서 심장은 살렸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새로운 시대가 열리면 그에 맞는 대비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역사가 증명하는 진리입니다. 현실에 안주하고 만족하는 사람은 도태됩니다. 얼마나 부를 많이 쌓았든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고 있든 혹은 몇 대를 갈 것 같은 기업을 일구었든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입니다. 모래성은 조금만 거센 파도가 밀려오면 쉽게 무너집니다.”


샘 리버먼이 류지호를 향해 도전적인 눈빛을 보내며 물었다.


“회사의 몸집을 줄이려는 겁니까? 아니면 월가의 여느 투자회사들처럼 조각조각 잘라 팔아먹으려는 겁니까?”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고 하지 않습니까? 트라이-스텔라에서 마음이 떠난 사람들과 함께 일하고 싶지 않습니다. 우리가 한마음으로 힘을 합쳐도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습니다.”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이를 의식한 류지호가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걸었다.


“나는 그동안 걸어왔던 똑같은 길을 걷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다가는 빅 식스의 뒤꽁무니만 쫒아가느라 허덕이다가 결국 제풀에 지쳐버릴 겁니다. 아니면 콜롬비아스처럼 거대한 자본에 잡아먹히거나.”

“가람 인베스트먼트먼트나 소닉이나 다를 게 없지 않습니까?”

“소닉은 글로벌 가전업체 2위를 차지하는 기업입니다. 그에 비하면 가람 인베스트먼트먼트는 구멍가게 수준입니다.”


스탠 크레이그가 입맛을 다시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참나, 나이도 어린 분이 벌써부터 정치를 시작하는 군요.”

“그런 건 모릅니다. 알고 싶지도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한 마음 한 뜻으로 똘똘 뭉쳐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여전히 굳은 얼굴의 샘 리버먼이 물었다.


“어떻게 해주길 바라는 겁니까?”

“자체적으로 정리를 해주세요. 해고보다는 자진퇴사가 서로에게 좋을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까지 원하십니까?”

“대행을 맡고 있는 리버먼씨의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시험입니까?”

“새로 오게 될 CEO에게 맡겨도 됩니다.”


샘 리버먼이 다소 허탈한 어조로 대답했다.


“저희들 선에서 해결해보겠습니다.”


스탠 크레이그가 불쑥 입을 열었다.


“새로운 사장은 언제 오는 겁니까?”


샘 리버먼이 뭔가 생각난 듯 류지호를 향해 입을 열었다.


“메타보이씨가 새로운 안을 제시했습니다.”


류지호는 슬쩍 미간을 찌푸렸다.


“7%는 교환하는 걸로 하고, 나머지 지분 10%는 인수하라는 제안을 해왔습니다.”

“감이 좋으신 분이시네요.”


두 사람이 의아한 표정으로 류지호를 쳐다봤다.


“오라이언의 미래가 밝지 않다는 걸 그 분은 직감한 거죠. 창업자들과의 갈등은 표면적인 이유라는 생각이 드네요.”

“콜롬비아스에서 1억 5천만 달러 규모의 투자가 있을 거라는데, 망한 단 말입니까?”

“트라이-스텔라에서 비슷한 상황을 직접 겪어 보셨으니 아실 텐데요?”


두 사람은 할 말이 없었다.

몇 년 전부터 주요 중소영화사뿐만 아니라 메이저 서너 곳도 재정적인 부담 때문에 인수회사를 알아보고 있다.

MSM/UA와 패러마운틴이 G&P에 인수를 타진했다는 이야기를 제임스로부터 전해 듣기도 했다.

극장용 영화의 수익성이 날로 줄어들고 있다.

그 이유는 다른 것이 아니다.

복합상영관의 폭발적인 증가 때문이다.

그에 따라서 배급비용이 대폭 상승했다.

게다가 제작비에서 최대 45%를 쓰던 광고비를 65%까지 올려놓았다.

10편 중 3편만 흥행에 성공해도 박스오피스 수입으로 본전을 맞출 수 있는 시대는 종말을 맞이하고 만 것이다.

스탠 크레이그가 우려를 드러냈다.


“오라이언의 지분을 보유하는 건 바보 같은 짓 아닙니까?”

“오라이언은 자체 해외배급망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트라이-스텔라가 해외배급망을 갖추는 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릅니다. 막대한 자금도 부담스럽고요.”


영화시장이 작은 한국에까지 오라이언 직배사가 들어온 걸 기억하는 류지호다.

트라이-스텔라 픽처스 인수를 계기로 확인해 보니 유럽과 남미 쪽으로 나름 배급망을 갖추고 있었다.


“그것까지 생각하고 있습니까?”

“콜롬비아스와 94년에 해외배급 제휴가 종료됩니다. 그 전에 트라이-스텔라 독자적으로 전 세계 배급망을 깔 수 있습니까?”

“불가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엄청난 예산이 필요합니다.”

“당장에는 메이저 스튜디오의 지분을 갖는 건 꿈도 못 꿉니다. 그렇다고 독립 프로덕션을 인수해봐야 쓸모도 없고. 그들보다 우수한 제작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니까. TV 프로덕션도 갖추고 있고. 부족한 건 해외배급망 뿐입니다.”

“캐롤코에 관심을 가지는 건 왜 입니까? 그곳은 순수 제작사이지 배급망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크게 매력적인 TV시리즈 저작권도 없고.”

“그들이 가지고 있는 영화 콘텐츠와 판권을 가지고 싶은 겁니다.”


류지호는 얼마 남지 않은 비디오 시대보다 DVD와 VOD서비스 시장까지 계획을 가지고 있다.

물론 당장 꺼내놓을 화두는 아니다.


“예산이 문제군요?”

“그래서 뉴욕에 다시 한 번 다녀와야 할 것 같습니다.”


할리우드에 깃발을 꽂은 것은 가슴 떨리고 흥분되는 일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동원해야하는 돈의 규모에 류지호의 숨이 턱턱 막혀왔다.

오성전자의 시가총액이 1조 3천억 원이다.

헌데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의 인수금액이 3조가 넘는다.

소닉의 콜롬비아스 스튜디오 인수가는 48억 달러다.

시장에 나와 있는 MSM/UA의 예상 인수금액은 50억 달러다.

얼마 안 가서 소닉의 경쟁기업인 판토소닉은 MCA(유니벌스 스튜디오&레코드)를 무려 61억 달러에 인수한다.

류지호로서는 꿈도 못 꿀 규모들이다.


“제휴영화사의 보유 지분 현황을 정리해 봅시다.”

“캐롤코 지분 15%를 가지고 있습니다. 캐롤코는 지분 구조가 좀 복잡합니다. 오라이언은 11%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콜롬비아스가 들어오면 어떻게 조정될지 모르지만, 메타보이씨를 포함해 공동 설립자들이 분산해서 가지고 있습니다. 워너브로스도 일부 가지고 있습니다. 락 캐슬 엔터테인먼트 지분은 15%입니다. 콜롬비아스가 44%, 노먼 라이너 감독과 그의 파트너들 5명이 나머지 41%를 가지고 있습니다.”

“메타보이씨의 지분을 우리가 인수하면 오라이언의 지분 28%를 가지게 되는 군요. 이건 워너브로스와 이야기를 나눠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오라이언의 나머지 설립자들, 메타보이씨, 워너브로스 모두 동의를 얻어야 할 겁니다.”

“복잡하네요.”

“그래서 메타보이씨 같은 분이 필요한 겁니다.”


류지호가 격하게 공감한다는 의미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락 캐슬의 배급권리는 콜롬비아스에 있습니까?”

“가람 인베스트먼트먼트가 인수하기 전에는 콜롬비아스-트라이-스텔라가 배급을 진행했지만, 소닉에 인수되면서 그들이 배급권리를 가져가게 될 것 같습니다. 협상의 여지는 있습니다.”

“좋습니다. 메타보이씨에게 제안을 받아들인다고 전하세요. 그가 CEO에 취임하면 지분문제도 상의하는 걸로 하겠습니다. 그 외에는 없습니까?”

“십여 개가 있지만 자본금이 100만 달러 미만의 영세한 독립프로덕션이라 언제든지 버릴 수 있습니다.”

“버린다고요? 그걸 왜 포기합니까?”

“영화 한 편 흥행에 실패하면, 바로 문 닫는 프로덕션이라 그렇습니다. 라인업이 모자랄 경우를 대비해서 배급권리를 가지고 있는 겁니다. 그들이 제작한 영화 대부분은 곧바로 홈비디오로 가는 편입니다.”


류지호는 대화를 나눌수록 머리가 아파왔다.


“배울 게 많네요.”

“메타보이씨에게 많은 걸 배우길 권합니다. 할리우드에서 보기 드물게 신뢰가 가는 인물입니다.”

“좋습니다. 리버먼씨가 메타보이씨와 교섭을 마무리하세요.”


류지호가 손을 내밀었다.


"트라이-스텔라를 잘 부탁드립니다."


샘 리버먼이 손을 맞잡으며 대답했다.


“모회사에서 많은 지원을 해줄 거라 믿겠습니다.


이어 류지호는 스탠 크레이그와도 악수를 나눴다.


“하하하!”


스탠 크레이크는 기분이 좋은지 파안대소를 했다.


“우리는 관객의 호주머니를 도둑질하는 영화를 찍지 맙시다. 삼각별을 품고 있는 날개를 활짝 편 페가수스 로고가 뜨는 순간, 관객들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 그런 영화를 제공하는 영화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류지호가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에게 당부했다.

스탠 크레이그가 팔뚝을 벅벅 문지르며 말했다.


“....음. 간지럽습니다.”


샘 리버먼 역시 픽 웃으며 농담을 던졌다.


“청춘 시트콤 대사 같군요.”


하하하.

세 사람이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 ❉ ❉


리버먼과 크레이그 두 사람이 호텔 객실을 떠나고, 류지호가 냉장고에서 버드와이저 한 병을 꺼냈다.

병뚜껑을 따자마자 벌컥벌컥 마셨다.

소매로 입가를 훔친 후에 침대 위에 놓여 있는 두툼한 스크립트 한권을 집어 들었다.

표지에 박혀있는 타이틀.


<A Few Good Men>.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류지호가 얻게 된 영화다.

그 사연은 이랬다.

영화 <죠스>의 제작자 데이비드 브라운은 몇 년 간 트라이-스텔라의 투자·배급으로 영화를 제작하고 있다.

어느 날 뉴욕타임스에서 ‘어 퓨 굿 맨’이라는 연극이 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되고 있다는 기사를 우연히 보게 되고 수소문 끝에 원작자를 만나 판권을 얻게 되었다.

데이비드 브라운은 트라이-스텔라에 이 프로젝트를 제안했지만, 스타배우가 관심을 기울일 만한 프로젝트가 아니라는 이유로 전임 경영진이 투자·배급을 보류시켰다.

그렇게 프로젝트가 트라이-스텔라 픽처스 책장에 잠들어 있을 때 데이비드 브라운은 락 캐슬 엔터테인먼트(Rock Castle Entertainment)의 프로듀서 프리드릭 혼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

트라이-스텔라 픽처스가 가람 인베스트먼트먼트에 막 인수되는 시기였다.

데이비드 브라운은 <어 퓨 굿 맨>을 락 캐슬 엔터테인먼트에서 제작하려고 고민 중이었는데, 트라이-스텔라 픽처스의 새로운 오너가 모든 프로젝트를 재검토하겠다는 지시를 내렸다는 소식을 듣게 됐다.

다시 한 번 트라이-스텔라 픽처스의 문을 두드렸고.

마침내 <어 퓨 굿 맨> 연극대본이 류지호 앞에 전달되기에 이르렀다.

류지호는 대표대행을 맡고 있는 샘 리버먼에게 데이비드 브라운과 투자·공동제작·배급 계약을 체결할 것을 지시했다.


‘아마 노먼 라이너 감독을 데려오려면 락 캐슬과 공동제작을 하게 되겠지. 나눌 건 나눠주자. 혼자 먹다가는 탈이 날 거야. 본의 아니게 콜롬비아스가 배급할 영화를 빼앗아 오게 생겼네. 소닉이니까... 영화 몇 편 없어졌다고 휘청거리기야 하겠어?’


류지호가 독식할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노만 라이너 감독은 락 캐슬 엔터테인먼트의 공동 설립자이자 대표다.

제작은 락 캐슬 엔터테인먼트에서 하고 투자·배급을 트라이-스텔라에서 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류지호로서는 아쉬울 것이 없다.

정확하게 박스오피스를 기억하진 못했다.

최소 전 세계 2억 달러.

초호화 캐스팅이라고 해도 순제작비가 4,000만 달러는 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확신하는 이유가 있다.

트라이-스텔라 픽처스를 인수한 후 류지호가 <토탈 리콜>를 포함해 최근 제작한 영화 몇 편의 예산서와 결산서를 봤기 때문이다.

예산 관련 문서는 재무팀과 최고 경영진을 제외하고 볼 수 없는 문서로 분류된다.

류지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트라이-스텔라 픽처스의 실질적이 오너가 류지호 본인이니까.

‘보고 싶습니다.’ 한 마디에 샘 리버먼이 문서 사본을 가지고 왔다.


‘슈발츠네거가 1,200만 달러의 개런티를 받는 줄은 꿈에도 몰랐어.’


슈발츠네거의 정확한 계약금액을 알게 된 류지호는 캐롤코 픽처스가 왜 할리우드 영화 제작자들에게 욕을 먹는지 알게 되었다.

몇몇 스타의 개런티를 지나치게 올려버렸기 때문이다.

슈발츠네거는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700만 달러의 출연료를 받았다.

<토탈 리콜>로 거의 두 배의 출연료를 챙겼다.

그러자 스탈론도 덩달아 그와 비슷한 수준의 출연료를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충무로나 할리우드나 동업자정신을 망각한 이기적인 자들이 있지.’


가볍게 목만 적시려던 맥주가 한 병이 되고, 두 병이 되고, 세 병이 되고.

류지호는 침대 머리맡에 쌓여있는 영화 스크립트들을 돌아봤다.

대부분은 류지호의 기억에 없는 영화들이다.


‘내가 할리우드 시나리오를 검토하는 날이 올 줄이야.’


불과 반년 전까지만 해도 <시네마 천국>을 칸 필름마켓에서 사왔다고 좋아했었다.

그것과는 상대도 되지 않을 정도의 비현실적인 일들이 자신에게 벌어지고 있다.

아침에 잠에서 깰 때마다 뭔가 거대한 일이 자신에게 벌어졌다.

현실감이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트라이-스텔라 픽처스 관계자와 전화 통화를 하다보면 그때야 비로소 현실로 다가왔다.

류지호의 기억에 의하면 트라이-스텔라 픽처스, 캐롤코 픽처스, 오라이언 픽처스 모두 없어진 회사들.

사실 이번에도 그렇게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럴 리 없어! 벌써 흥행할 영화 세 편을 확보했잖아.”


한 번 살아본 시대의 기억들.

<어 퓨 굿 맨>을 얻은 것과 같은 행운.

파커와 그레이엄이라는 엄청난 가문의 든든한 후원.


“나는 이제 완전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구나!”


류지호는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문득 손에 들고 있는 <어 퓨 굿 맨> 연극대본의 마지막 페이지에 나온 말이 떠올랐다.


[힘을 가지고도 약한 자를 지키지 않아서...]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불명예제대를 당한 해병이 한 대사다.

그 말이 류지호의 가슴에 조용히 스며들었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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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6

  • 작성자
    Lv.99 용갈장군
    작성일
    22.03.15 11:09
    No. 1

    다시 읽어도 항상 새롭습니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요리선생
    작성일
    22.03.15 12:45
    No. 2

    '어퓨굳맨'은 탐크루즈, 잭니콜슨의 신예와 중견배우 대결구도가 멋진 영화였습니다.
    그리고 엔딩신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두 병사의 대화가 인상적이었지요.
    '상병님 무죄판결이 나왔는데 왜 불명예 제대를 해야 합니까?'
    '힘을 가지고도 약한 자를 지키지 않아서다'

    찬성: 2 | 반대: 1

  • 작성자
    Personacon 霧梟
    작성일
    22.03.15 14:17
    No. 3

    A few good men... 탐 크루즈는 모병효과가 높은... 탑건도 그렇고 퓨굿맨도 은근 보고 법대 갈 생각 한 사람 많음... 여자애들은 legally blond 보고 법대 오는 애들이 많고...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2.03.15 15:26
    No. 4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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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Lv.99 무한땅꼬마
    작성일
    22.03.22 14:35
    No. 5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62 세레스틴
    작성일
    22.05.18 11:57
    No. 6

    어퓨굿맨 좋죠.. 다시 한번 봐야 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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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페가수스의 등에 올라타다! (4) +9 22.03.16 7,530 198 25쪽
» 페가수스의 등에 올라타다! (3) +6 22.03.15 7,541 186 21쪽
108 페가수스의 등에 올라타다! (2) +7 22.03.14 7,591 193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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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 Tri-Stella Pictures. (3) +6 22.03.09 7,766 190 20쪽
103 Tri-Stella Pictures. (2) +5 22.03.08 7,830 185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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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흐르는 강물처럼. (2) +10 22.03.05 8,001 200 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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