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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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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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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i-Stella Pictures. (5)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뉴욕의 아트하우스 영화관 시네마 빌리지.

1963년까지 소방서였던 곳을 개조해서 만든 영화관이다.

1977년부터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컬트영화 <이레이저 헤드>를 무려 99주간 고정으로 심야상영을 한 바 있다.

이후로 컬트영화의 성지 같은 곳이 된 유서 깊은 극장이다.

본래 상영되기로 한 영화가 영사되기 전.

파커 가족과 비서 로라, 저택의 고용인들, 신효정과 3명의 변호사 등 150여석의 객석이 류지호의 지인들로 채워졌다.

시카고 국제영화제에 출품했던 류지호의 <영정사진>의 필름을 시카고에서 공수해 왔다.

윌리엄 파커의 전화 한통으로 이루어진 일이다.

집사 브래드는 이곳 시네마 빌리지 극장을 통째로 렌트했다.

파커 가족을 위해 <영정사진> 비공개 특별 상영회를 열기 위해서다.


짝짝짝.


영화상영이 끝이 나고, 객석에서 열렬한 박수가 터졌다.

몇몇 감수성이 풍부한 여성들은 손수건으로 눈가를 찍기도 했다.


“으이구, 애늙은이.”

“누가 십대에 탈을 쓴 노인네 아니랄까봐 영화도 어쩜 그리 진지하니?”

“십대가 삶을 이야기하기에는 이르다고 봐.”

“20분이 이렇게 짧은 줄 몰랐어요.”

“피아노 음악이 아름다웠어.”

“슈만의 ‘트로이메라이’인가?”

“이거 실화입니까?”

“배우들이 연기를 무척 잘하던데?”

“그래서 노인은 죽었다는 거야 살아 있다는 거야?”


영화를 본 류지호의 지인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말을 전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일터로 돌아갔다.

파커가족과 류지호는 브런치를 먹기 위해 가까운 음식점으로 향했다.


“네가 찍은 줄 모르고 봤으면 꽤 세련된 영화라고 생각했을 텐데... 지호가 찍은 걸 알고 보니까 좀 징그러워.”


캐서린의 말을 제임스가 받았다.


“노련해. 난 지호 네 머리를 뜯어 해부해 보고 싶어졌어. 그 속에 뭐가 들어있나 궁금해.”


레오나가 천진난만하게 물었다.


“외계인이야? 다들 큰오빠가 알 수 없는 사람이래. ET는 되게 못 생겼는데, 왜 큰오빠 보고 외계인라고 하는 거야?”


류지호는 파커가족의 궁금증을 풀어주며 식사를 즐겼다.

식사를 마칠 즈음 윌리엄이 류지호에게 물었다.


“LA로 언제 떠날 생각이냐?”

“내일 오후 비행기를 탈 예정이에요.”


뉴욕에서 LA까지 비행기로 5시간이 소요된다.

하루 가량 시차적응을 위해 휴식을 취한 후 컬버시티에 위치한 트라이-스텔라 픽처스를 방문할 계획이다.


“LA에는 얼마나 머물 것 같으냐?”

“연말은 한국에서 가족들과 보내고 싶은데, 어찌 될지 모르겠어요.”

“추수감사절은 뉴욕에서 함께 보내는 걸로 하자꾸나.”


추수감사절은 11월 넷째 주 목요일이다.

보통 다음날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4일간 쉬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그렇게 할게요.”


다음 날.

류지호는 들뜬 기분을 애써 진정시키며 LA로 향했다.

여태껏 걸었던 작은 걸음에 비할 수 없는.

두 번의 삶을 통틀어 처음으로 크게 한 발 내딛는 순간이다.


❉ ❉ ❉


류지호가 LA에 도착하자마자 뜻밖의 보고를 듣게 되었다.


“<나 홀로 집에>에서 워너브로스가 손을 뗐다고요?”


류지호는 신효정과 세 명의 변호사들이 동석하고 있어 오동석에게 존댓말을 사용했다.


“예! 그렇습니다.”

“완전히요?”

“예!”


류지호는 <나 홀로 집에>가 워너브로스와 계약이 되어있다는 보고를 받은 바 있다.

그때 마음을 접었다.

헌데 기회가 올지도 모를 것 같다는 보고를 방금 듣게 되었다.

흥미가 동하지 않을 수 없다.


“자세하게 이야기 해봐요.”

“작년에 워너브로스가 휴즈 엔터테인먼트와 제작·배급을 하기로 계약했답니다. 하지만 얼마 전에 계약을 취소하고 완전 손을 떼서 휴즈 감독이 다급하게 20세기 팍스와 접촉 중이랍니다. 예산도 최초 1,400만 달러에서 1,700만 달러로 올랐습니다. 제작비 상승요인은 조이 프랭크 페시의 출연료와 스턴트 팀 교체, 로케이션이 뉴욕에서 시카고로 바뀌었다는 것 등입니다.”


할리우드 현지에 상주하니 이런 점이 좋았다.

아무래도 한국이나 뉴욕에 있을 때보다 정보를 얻기가 쉬웠다.


“워너브로스는 왜 손을 뗐다고 하던가요?”

“내년 연말 개봉작들이 만만치 않습니다.”

“개봉작들이 뭐가 있기에?”

“아놀드 슈발츠네거 영화와 티모시 버톤 감독의 영화 그리고 <대부3>, 우리가 선구매한 LOG의 <인어공주>, 콜롬비아스의 스릴러 <미저리> 등 그 외에 중급예산 영화들도 만만치 않습니다.”

“중저예산에다가 유명하지 않은 감독의 가족코미디 영화로는 그 속에서 경쟁이 어렵다고 판단한 거군요?”

“더불어 극장을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류지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기억하기로 <나 홀로 집에>는 어마어마한 성공을 거둔 영화다.

오동석이 나열한 영화들 속에서 어떻게 그런 기록적인 박스오피스를 기록하게 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류지호가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답은 하나네. 입소문이 터져서 극장수가 계속 늘었겠지.”

“뭐라고 하셨습니까?”

“아니에요. 20세기 팍스는 연말에 배급하는 영화가 없어요?”

“티모시 버톤 감독의 <가위 손>을 배급합니다.”


웰메이드 영화가 반드시 흥행에 성공한다는 공식은 없다.

그럼에도 연말 개봉 영화의 면면은 확실히 만만치 않았다.


“지금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는지 자세하게 설명해주면 안되겠습니까?


신효정은 도무지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나누는 지 알 수 없었다.

지금 둘의 입에서 오르내리는 영화들은 트라이-스텔라 픽처스의 영화가 아니다.

류지호는 손을 들어 신효정의 질문을 막았다.

다시 오동석을 향해 입을 열었다.


“<늑대와 춤을>에는 배급사가 붙었어요?”

“Tig에서 오라이언에 배급의뢰를 넣었습니다.”

“그쪽하고 계약 할 것 같아요?”

“러닝타임이 <벤허>에 육박해 고전영화를 부활시키는 것이냐는 우스갯소리가 할리우드에 돌고 있습니다. 쉽게 결정하지 못할 걸로 보입니다.”


<늑대와 춤을>의 감독판은 무려 5시간이 넘는다.

류지호가 기억하는 극장 상영용 러닝타임은 3시간 안팎.

러닝타임이 길다는 것은 배급사와 극장 입장에서 하루 상영 횟수가 준다는 걸 뜻한다.

당연히 그것은 박스오피스 수익과도 직결 된다.

게다가 대규모로 스크린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관건일 것 같았다.


“안되겠어요. 우리끼리 이야기해서는 답이 나올 것 같지 않아요. 신 변호사님?”

“....예?”

“현재 트라이-스텔라 대표대행이 샘 리버먼 이사라고 했죠?”

“맞아요.”

“샘 이사와 배급업무를 총괄하는 책임자를 호출해 주세요.”

“지금 말입니까?”

“함께 저녁식사하자고 하세요. 선약이 있다면 내일 아침에 보는 걸로 하고요.”


두 영화만 트라이-스텔라 픽처스로 가져올 수 있다면, 2년 간 다른 영화들의 손해를 모두 채우고도 남을 터.

류지호는 마음이 급했다.

부랴부랴 트라이-스텔라의 책임자들과 호텔 레스토랑에서 회동을 가졌다.


“반갑습니다. 이번에 트라이-스텔라를 인수한 가람 인베스트먼트 대표 지호 류입니다.”


류지호의 어려보이는 외모에 멈칫 했지만, 노련한 비즈니스맨들답게 재빨리 표정을 수습하는 두 사람이다.


“아, 네. 샘 리버먼입니다.”


190의 육박하는 큰 키에 호리호리한 체격, 안경을 쓴 샘 리버먼은 현장 타입이라기보다 참모형에 가까워 보였다.

반면에 배급총괄 이사는 매우 활발한 사람처럼 보였다.


“하하하. 만나서 반갑습니다. 스탠 크레이그입니다.”


류지호는 두 사람과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정식으로 인사를 하고 업무에 대해 이야기해야 하는데, 미안합니다. 워낙 시급을 다투는 사안인지라.”


샘 리버먼이 점잖은 태도로 말했다.


“아닙니다. 저희도 새로운 오너에 대해 매우 궁금하던 차라 빨리 만나보고 싶었습니다.”


반면에 스탠 크레이그는 직설적으로 물었다.


“뉴욕 사교계에서 럭키 보이라고 불립니까?”


꼬리표처럼 달라붙은 럭키 보이라는 별명.

지긋지긋했다.

류지호는 짜증을 드러낼 수 없어 얼른 표정을 수습했다.


“그렇게들 부르더군요.”

“소문이 전부 사실이란 말입니까?”

“듣기 좋은 소문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파커가의 소녀를 목숨 걸고 구하고, G&P의 숨겨진 지낭이라는....”

“과장된 소문입니다. 목숨을 걸지도 않았고, 숨겨진 지낭은 터무니없는 소리입니다.”

“과장되었다고 말하는 걸 보니 어느 정도 사실이라는 거군요. 하하하.”


스탠 크레이그는 시종일관 영업맨 특유의 능글맞은 모습을 보였다.

류지호가 화제를 돌렸다.


“회사 내부가 많이 어수선 하지요?”

“난파선과 함께 가라앉지 않은 것에 안도하고 있습니다만. 완전히 살았다고 할 수 없지 않겠습니까?”


샘 리버먼의 말에는 가시가 있다.


“회사의 오너가 바뀌는 것이 그렇게 충격적인 사건이 아닐 텐데요? 임원들은 책임감을 가지고 직원들을 다독이십시오. 인수협상에서 밝혔듯이 투자는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고, 회사도 곧 정상화 될 겁니다.”


류지호는 약속했던 사항들을 다시 한 번 확인해주는 것으로 두 사람을 다독였다.

식사 내내 반신반의 하는 태도도 보이던 두 사람은 G&P에서 총 1억 달러를 5년에 걸쳐 투자한다는 계약서 사본을 보여주자 대번에 태도가 돌변했다.

이후로는 한결 분위기가 풀어졌다.

트라이-스텔라 픽처스의 현재 상태와 앞으로 순차적으로 배급할 영화들, 대략적인 재정상태 등의 대화가 오갔다.

샘과 스탠 두 사람은 류지호를 아시아 부자의 아들쯤으로 생각했다.

조금 무시하는 마음이 있었다.

그런데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대화를 나눠보니 영화산업에 대한 지식과 이해도가 상당했다.

특히 현재 메이저 스튜디오들이 처한 상황에 대한 분석은 꽤나 논리적이고 합리적이다.

G&P가 숨겨서 키우는 천재 소년이란 소문의 진위여부와 상관없이 충분히 영화산업에 대해 논의를 할 만한 배경 지식과 이해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두 시간에 걸쳐 저녁식사를 한 일행이 호텔 객실로 자리를 옮겼다.


“거두절미 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샘과 스탠 두 사람이 마시던 차를 내려놓고 류지호의 입을 주시했다.


“오랜 시간 주시하고 있던 영화가 두 편 있습니다. 한 편은 여러분도 잘 아실 거라고 예상되는 마빈 코트너의 영화이고, 남은 한 편은 <구니스>를 감독한 조셉 콜롬버스의 <나 홀로 집에>라는 영화입니다.”


샘과 스탠 두 사람은 영문을 몰라 서로 시선을 마주쳤다.


“크레이그씨, 내년 하반기 배급할 영화가 모두 확정된 상태입니까?”

“캐롤코에서 제작한 영화 3편은 확정적이고, 인하우스 영화 1편, 배리 레빈슨 감독 작품 등. 매달 1편씩 개봉합니다.”

“12월에 개봉하는 영화는 뭡니까?”

“인하우스 작품인 <마이키 이야기2>입니다.”

“스크린이 모두 몇 개로 시작하죠?”

“1,400개... 일겁니다. 확실하진 않습니다.”

“11월에 개봉하는 영화는요?”

“인하우스 작품인 <야곱의 사다리>입니다. 스크린은 총 1,500개 안팎입니다.”


현재 미국의 스크린 수는 22,000여 개.

몇 년 전부터 복합상영관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런 추세에 따라서 매년 5천 개의 스크린이 늘어나게 된다.

보통 메이저 스튜디오와 트라이-스텔라 픽처스 같은 중급 영화사들은 전국동시개봉(wide release)일 경우 1,000개~ 2,700개 스크린에서 영화를 개봉하고 있다.

류지호가 팔소매를 걷어붙이며, 스탠 크레이그에게 강렬한 눈빛을 보냈다.


“11월에 따로 1,500개 스크린 확보할 수 있습니까?”


류지호의 박력에 스캔 크레이그가 순간 말을 더듬었다.


“그, 글쎄요.”

“가능할지에 대해 내일 당장 알아보세요. 그리고 <마이키 이야기2>의 개봉은 내년으로 미룹니다. 최소 2,000개까지 스크린을 늘려 <늑대와 춤을>을 개봉할 수 있는지 극장들에게 타진해 보세요.”


샘 리버먼이 버럭 화를 냈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입니까?”

“흥분하지 마시고, 제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보시기 바랍니다.”


류지호는 두 영화의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했다.

하지만 샘과 스탠 두 사람은 심드렁하기만 했다.

제아무리 오너의 지시라고 하더라도 납득할 수 없는 의사결정에 대해 무턱대고 따를 생각이 없는 두 사람이다.


탁!


류지호가 반쯤 물이 담긴 생수병을 테이블에 거칠게 내려놓았다.


“만약 두 영화가 나의 장담처럼 흥행에 성공하지 못하면. 나는 향후 트라이-스텔라의 어떠한 의사결정이나 경영에 참여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투자만 하겠습니다. 당신들이 원하는 대로 무조건 따르겠습니다.”


류지호는 단호하게 말을 내뱉었다.

모험이다.

사실 두 영화가 반드시 대박이 날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배급·홍보·마케팅 등 변수가 너무나 많기 때문에.

그럼에도 류지호는 확신했다.

지금까지 역사적인 사건이나 시대흐름에서 달라진 것이 거의 없었다.

심지어 블랙먼데이를 통해 G&P가 큰 이익을 봤고, 부자펀드에 돈이 쌓여 그것들이 다양한 곳에 투자되고 있음에도 미국경제가 갑자기 좋아졌다거나 나빠졌다거나 하는 상황이 벌어지지 않았다.

영화의 흥행과 실패 또한 자신의 기억대로 진행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국가 단위나 글로벌 탑10 기업 수준에서 역사에 개입하지 않는 이상 본래 역사가 뒤틀어질 것 같지 않았다.


“그 확신은 어디서 나온 겁니까?“

“스크립트를 봤습니다. 재미있습니다. 분명 성공합니다.”

“모두들 그렇게 직감으로 영화를 만듭니다. 그렇게 하다 망한 사람이 산타모니카 해변 모래알만큼 될 겁니다.”


오너가 영화를 제작하고 배급하겠다는데, 이들은 어디서 개가 짖나 반대만 하고 있다.

류지호는 슬슬 오기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여러분들이 투자하고 제작한 내년 영화들은 자신 있습니까? 제가 보기에는 캐롤코의 <토탈 리콜> 빼고 본전치기는커녕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조차 불가능해 보입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앙꼬 없는 찐빵이나 마찬가지라는 겁니다. 지금이 70년대 입니까? 검객 자토이치를 미국인으로 바꾼 어설픈 영화를 어떤 미국인이 재미있게 보겠습니까? 비치발리볼을 소재로 한 엉성한 코미디 영화는 어떻고요? 그런데 예산은 모두 천만 달러가 넘더군요. 배우 인지도는 어떻습니까? <나 홀로 집에>를 볼까요? 주인공은 어린이지만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의 바로 그 조이 프랭크 페시가 출연합니다. <늑대와 춤을>에는 마빈 코트너가 나옵니다. 제휴 프로덕션의 작품 말고, 당신들이 직접 선택한 영화와 비교가 되십니까?”


충분히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 이야기.

돌려서 말할 수도 있었지만 류지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샘 리버먼이 한발 물러섰다.


“현재 회사에 여유자금이 없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결국 빚을 더 지겠다는 이야기인데, 최소 2,500만 달러의 그 리스크를 어떻게 다 감당합니까?”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가람 에서 긴급 자금을 투입할 겁니다.”


예상치 못했던 대답인 탓에 샘 리버먼이 두 눈을 치켜뜨고 다시 물었다.


“따로 자금을 편성해 주겠다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류지호는 힘주어 대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표정에 떠올라 있는 불안감은 쉬이 사라지지 않았다.


“자금은 신경 쓰지 마시고, 영화를 트라이-스텔라로 가져올 경우 제대로 된 배급이 가능한가에 대한 것만 확실히 해주세요.”


‘흐음.’


샘 리버먼이 침음성을 흘리며 머릿속으로 바쁘게 주판알을 퉁기며 계산을 했다.

반면에 스탠 크레이그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나쁘지 않은 계획이긴 한데...”


슬그머니 말꼬리를 흐렸던 스탠 크레이그가 덧붙였다.


“배급비용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영화를 제작했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

할리우드는 배급비용으로 보통 제작비의 35%~45%를 쓴다.

물론 80%의 육박하는 마케팅 비용을 쓰는 영화도 엄연히 존재했다.

어쨌든 두 편의 영화에 최소 1,500만 달러의 추가 배급비용을 편성해야 하는 것이다.


‘엊그제까지 연매출 10억을 달성해 좋아 죽을 것 같았는데, 도대체 스케일이 얼마나 커진 거야?’


류지호가 쓴 웃음을 머금었다.


“그건 나중 문제입니다. 그 전에 먼저 영화를 확보하는 게 중요합니다.”


스탠 크레이그가 류지호의 대답에 동의하는 듯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리버먼씨! 내가 일방적으로 명령을 내리길 바라십니까?”


선뜻 대답을 꺼내지 못하고 있던 샘 리버먼이 길게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시간을 끌면 20세기 팍스와 오라이언이 채갈지 모릅니다.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알겠습니다.”


동시에 대답하는 두 사람의 표정은 여전히 개운치 않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류지호는 짜증이 밀려오고 있었지만,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면 이해 못할 것도 아니다.


후우.


류지호는 언제 그랬냐는 듯 짜증이 걸린 표정을 싹 걷어냈다.

그리고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투로 입을 뗐다.


“리버먼씨가 말한 난파선이란 표현이 재미있습니다. 여러분이 가람 인베스트먼트에 의해 구출 되었다고 완전히 살아났다고 생각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은 내 배에서 언제든지 내릴 수 있습니다. 내가 나이가 어리다고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나는 무조건 반대만 하는 사람, 대놓고 아부만 늘어놓는 사람과는 함께 무언가를 도모 하지 않습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것이 대놓고 협박하는 것보다 두 사람을 아프게 찔러왔다.


“......!”


샘 리버먼이 잠시 객실 안을 힐긋거렸다.

젊은 오너를 보좌할 것으로 생각했던 사람들은 전혀 대화에 끼어들지 않고, 잠자코 있다.

그제야 지금까지 젊은 오너가 보였던 모습들이 되살아났다.

반박할 수 없는 주장.

똑 부러지고 당당한 태도.

생각해보면 현재 사정이 딱하다고 해도 트라이-스텔라 픽처스는 만만치 않은 영화사다.

일각에서는 미니 메이저라고도 부른다.

그런 영화사를 인수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걸 해낸 청년이 평범할 리가 없다.


“알겠습니다. 빠른 시간에 두 편의 영화를 트라이-스텔라로 가져오겠습니다.”


그것으로 논쟁 아닌 논쟁이 일단락 됐다.

샘과 스탠 두 사람이 돌아가고, 그제야 실망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세 명의 변호사들이 류지호의 눈에 들어왔다.


“트라이-스텔라 사안에서 배제시켜서 섭섭합니까?”


김정호 변호사가 대표로 대답했다.


“아닙니다.”

“여러분은 한국에서 할 일이 있습니다.”


신효정이 끼어들었다.


“WaW를 말하는 겁니까?”

“그렇습니다. WaW도 내년부터 영화를 배급합니다. 그리고 한국영화에 투자도 진행할 겁니다. 그러다보면 영화도 직접 제작하게 될 겁니다. 비록 트라이-스텔라가 할리우드에서 빅 식스에 들지 못하겠지만, WaW 만큼은 대한민국의 넘버원이 아닌 온리원으로 키울 겁니다. 여러분들이 많이 도와주십시오.”


신효정과 함께 트라이-스텔라 픽처스 인수협상에 참여한 하버드 출신의 젊은 변호사들.

그들의 능력은 이번 인수협상에서 충분히 확인했다.

한국에 벌여놓은 가온웨딩 스튜디오와 WaW 픽처스 또한 앞으로 커나갈 것이다.


“여러분이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해야 할 일이 한 가지 더 남았습니다.”

“뭔가요?”

“트라이-스텔라와 WaW의 제휴계약을 체결해야 합니다.”


오동석이 양 주먹을 불끈 쥐고 소리쳤다.


“예스!”


트라이-스텔라 픽처스의 영화를 WaW 픽처스가 독점적으로 배급하게 된다면 게임은 끝난 것이다.

다른 한국 배급업자들이 할리우드 영화를 구매하지 못할 때 자신들은 할리우드 영화를 극장에 풀 수 있으니까.

류지호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WaW가 트라이-스텔라의 영화를 한국 극장에 배급대행 하는 것으로 하려고 했습니다. 생각해보니까 반대로 우리 영화를 트라이-스텔라를 통해서 미국에 소개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용주 변호사가 중얼거렸다.


“한국영화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재미없어서 잘 안 보는데....”


류지호는 혼잣말에도 친절하게 대답했다.


“지금까지는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앞으로 충무로에서 만들어질 영화중에서 미국에서도 통할만한 영화가 틀림없이 있을 겁니다. 제한 상영으로 주요 도시에서 상영할 수도 있고, 독립영화처럼 아트하우스에서 상영해도 됩니다. 엄청난 흥행 대성공을 바라지 않습니다.”


미국에서 유학경험을 한 변호사들은 회의적이다.

흔히 방화라고 하는 한국영화의 수준을 알기 때문이다.


“미국의 부가시장은 어마어마하게 커서 비디오로만 출시해도 됩니다. 미국에 살고 있는 교포인구가 35만 명이 넘는 답니다. 그들이 비디오를 대여해준다면 본전은 맞출 것 같습니다.”


신효정이 기대감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


“류 대표의 사업 아이디어는 마르지 않는 샘인가 봅니다.”

“하고 싶은 건 많은데, 몸은 하나고, 인력도 부족하네요.”

“트라이-스텔라가 류 대표에게 많은 기회를 만들어줄 겁니다.”

“쫄딱 말아먹지 않기만 바라야죠.”

“앓는 소리는 류 대표에 어울리지 않습니다만.”


류지호는 쓸데없는 칭찬이 이어질까 싶어 서둘러 정리했다.


“뉴욕에서부터 이미 5시간을 비행기 타고 왔습니다. 비행기는 그만 태우세요. 함께 술이라도 하고 싶지만 제가 좀 피곤하네요.”


오동석이 깜박했다는 듯 손뼉을 치며 말했다.


“아차, 3시간이지만 뉴욕하고 시차가 있었지?”

“오 실장이 변호사님들과 오랜만에 술 한 잔 하세요.”

“그럼, 편히 쉬십시오.”


홀로 남은 류지호가 서둘러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했다.

그런 후에 침대에 누웠다.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시차 때문도 장거리 여행 탓도 아니다.

트라이-스텔라 픽처스 임원들과의 신경전 때문이다.

눈을 붙이자마자 잠속에 빠져들 정도로 피로한 만남이었다.


작가의말

한 주 잘 마무리하시고 즐겁게 주말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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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 Help Me, Please! (5) +6 22.04.02 6,965 165 23쪽
124 Help Me, Please! (4) +4 22.04.01 6,991 175 20쪽
123 Help Me, Please! (3) +4 22.03.31 7,024 169 23쪽
122 Help Me, Please! (2) +5 22.03.30 7,106 177 22쪽
121 Help Me, Please! (1) +6 22.03.29 7,411 174 24쪽
120 돈 벌어서 영화만 찍으려고? +6 22.03.28 7,282 191 24쪽
119 세계 최고의 월급쟁이가 되어주세요. +4 22.03.26 7,264 189 22쪽
118 정해진 길로만 가라는 법 있어! (3) +7 22.03.25 7,207 183 23쪽
117 정해진 길로만 가라는 법 있어! (2) +9 22.03.24 7,382 189 21쪽
116 정해진 길로만 가라는 법 있어! (1) +5 22.03.23 7,285 180 20쪽
115 초심을 잃은 것은 아닙니까? (2) +2 22.03.22 7,204 180 17쪽
114 초심을 잃은 것은 아닙니까? (1) +10 22.03.21 7,323 185 19쪽
113 야망이거나 사명감이거나. (2) +6 22.03.19 7,464 184 24쪽
112 야망이거나 사명감이거나. (1) +9 22.03.18 7,507 189 20쪽
111 페가수스의 등에 올라타다! (5) +9 22.03.17 7,596 197 24쪽
110 페가수스의 등에 올라타다! (4) +9 22.03.16 7,530 198 25쪽
109 페가수스의 등에 올라타다! (3) +6 22.03.15 7,541 186 21쪽
108 페가수스의 등에 올라타다! (2) +7 22.03.14 7,592 193 27쪽
107 페가수스의 등에 올라타다! (1) +6 22.03.12 7,890 183 26쪽
» Tri-Stella Pictures. (5) +6 22.03.11 7,640 195 22쪽
105 Tri-Stella Pictures. (4) +4 22.03.10 7,842 191 28쪽
104 Tri-Stella Pictures. (3) +6 22.03.09 7,766 190 20쪽
103 Tri-Stella Pictures. (2) +5 22.03.08 7,830 185 22쪽
102 Tri-Stella Pictures. (1) +8 22.03.07 8,062 196 22쪽
101 흐르는 강물처럼. (2) +10 22.03.05 8,001 200 27쪽
100 흐르는 강물처럼. (1) +13 22.03.05 7,855 185 23쪽
99 시카고 국제영화제. (2) +23 22.03.04 8,090 212 26쪽
98 시카고 국제영화제. (1) +8 22.03.03 8,091 181 23쪽
97 WaW는 젊은 회사다. (2) +4 22.03.02 7,937 202 24쪽
96 WaW는 젊은 회사다. (1) +5 22.03.01 8,059 199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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