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할리우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9.14 09:05
연재수 :
962 회
조회수 :
4,127,655
추천수 :
127,041
글자수 :
10,687,409

작성
22.03.23 10:00
조회
7,284
추천
180
글자
20쪽

정해진 길로만 가라는 법 있어!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다섯 명이 업무를 보기에 좁지도 넓지도 않은 공간이다.

각종 영화 포스터와 전단지, 영화 시나리오 책자, 비디오테이프, 각종 서류들이 책상과 책장에 수북히 쌓여 있는 풍경이 제법 영화사 같아 보였다.

류지호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영화사 식구들이 일제히 기립해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전하영의 부사수 세 여인이 인사를 해왔다.


“오셨습니까?”


오동석이 밝은 목소리로 인사했다.


“오랜만이네요?”


전하영의 목소리는 살짝 까칠했다.


“언제 출근하나 했습니다.”


박건호 상무 역시 반가움을 표하면서도 인사말에 가시가 있다.


"하하하. 다들 그냥 앉아 계세요. 뭘 일어서고 그래요."


류지호가 손짓까지 동원해 사람들을 앉히려고 했다.

그러자 박건호 상무가 자신의 자리를 손바닥으로 탁탁 두드렸다.

자신의 의자에 앉으라는 의미다.


“고맙습니다.”


류지호가 박건호 상무의 자리에 앉았다.

그제야 일행이 조용히 착석했다.

류지호가 말을 꺼내기 전에 영화사 사무실을 둘러봤다.

여전히 실내는 기침 소리 하나 없다.

오직 류지호를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했다.


“이렇게 열렬하게 절 환영해 줄지 몰랐네요.”


류지호가 운을 뗐다.

기다렸다는 듯이 박건호 상무가 말을 받았다.


“아놀드 슈발츠네거가 나오는 <토탈 리콜>을 우리가 수입하게 되었다는데, 맞습니까?”

“예.”


후아.


그제야 영화사 직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류지호가 그들의 반응이 의아해 입을 열었다.


“기뻐하는 게 아니라, 안도를 하네요?”


오동석이 박건호 상무 대신 대답했다.


“<시네마 천국>이 극장 잡는데 애를 먹고 있었거든요.”

“극장 잡는데... 애를 먹는다?”

“그게...”


오동석이 면목 없어 하는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그 대신 박건호 상무가 나섰다.


“유림영화사가 장난을 좀 치고 있습니다.”

“유림?”


류지호는 여전히 영문을 몰랐다.


“죄송합니다. 대표님! 아무래도 저 때문에 그러지 않나 싶습니다.”


오동석이 죽을죄를 지은 사람처럼 허리를 깊숙이 숙여보였다.

류지호가 답답하다는 듯 말했다.


“알아듣게 설명해주시면 안 됩니까? 통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박건호 상무가 차분한 어조로 상황을 설명했다.

요약하자면 오동석이 일했던 유림영화사가 WaW 픽처스의 배급을 방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네마 천국>은 할리우드 영화도 아니고, 기대작도 아니다.

때문에 메인극장에 걸기가 힘들다.

중심가를 벗어난 외곽 극장에서 상영해야 했다.

종로와 충무로의 메인 극장을 1번, 명동·신촌·강남·신사동 등의 극장을 2번, 영등포·혜화동 등에는 3번, 미아리·청량리·서대문 등에는 4번, 그 외 변두리 지역이 5번.

이 당시까지만 해도 이런 식으로 지역별로 번호를 붙여 배급을 했다.

<시네마 천국>이 들어갈 수 있는 극장은 2, 3번 극장이다.

그런 상황에서 유림영화사가 WaW의 영화를 받아주지 말라고 압력을 넣는다는 것이다.

유림영화사는 2, 3번 극장들 사이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들이 은근히 뒤에서 수작을 부리면 WaW같이 신생업체는 손 쓸 도리가 없다.


“대표님이 기억할지 모르지만, 유림영화사가 제 전 직장이었습니다.”

“기억해요. 회장 아들이 회사 돈 횡령해서 도박했던 그 영화사잖아요.”

“죄송합니다.”


오동석이 다시 한 번 고개를 푹 숙이며 사과했다.


“오 실장이 왜 미안해요? 허~ 참! 그 사람들 뒤끝 있네요?”

“어흠!”


박건호 상무가 두 사람의 주의를 자신에게 돌렸다.


“꼭 그것 때문만은 아닙니다.”

“다른 이유도 있어요?”

“밥그릇 챙기깁니다. UPI 때문에 할리우드 대작영화를 구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지난 12월에 극장에 건 할리우드 대작영화가 없습니다.”


류지호가 더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심지어 향후 판도까지도 알고 있다.

88년에 비해 89년 연말 개봉영화들의 무게감이 떨어졌다.

기존의 UPI를 비롯해 워너브로스, 20세기 팍스 등의 할리우드 메이저들이 직배상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작 영화들을 묶어두는 바람에 빚어진 현상이다.


“올해부터 묶어두었던 영화들이 쏟아지겠죠. 그렇다면 미국영화를 못 받는 극장들은 그에 대응하는 영화들을 수입해 와야 합니다.”

“그래서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시네마 천국>을 수입해 왔잖아요.”


영화가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기 전 오동석이 직접 배급사와 협상해 영화를 구매했다.

싼 가격에 계약을 할 수 있었다.


“재밌는 것은 유림이 아카데미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를 수입했다는 겁니다.”

“....예?”


류지호는 머리를 바쁘게 굴렸다.

떠오르지 않았다.

영화제목을 들으면 ‘아 그 영화’ 하겠지만, 수많은 아카데미 대상작을 다 외울 정도는 아니다.


“그 영화가 뭔데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입니다.”

“아!”


류지호가 자신의 허벅지를 탁 하고 쳤다.

흑인 운전기사와 고집 세고 까다로운 70대 유태인 여사의 우정 이야기.

아카데미 작품상을 포함해 세 개의 상을 수상했다.


“매년 칸영화제 수상작과 아카데미 작품상이 나오는데, 새삼스럽게...”

“저도 영화를 보지 못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지만, 아메리칸 필름 마켓에서 영화를 보고 온 후배들 말에 의하면 작품성은 뛰어날지 몰라도 손님을 끌 요소는 없다고 하더군요.”

“아카데미 수상작은 흥행보증수표 아니었어요? 오히려 칸이나 베니스 수상작들이 너무 예술적이라 흥행이 잘 안 될 텐데요?”

“극장에 주로 오는 손님 연령대를 잘 생각해보세요.”

“주인공들 나이가 많아서 부정적으로 전망한다는 말이네요?”

“십대와 이십대가 방화의 주관객층입니다. 노인들의 우정 이야기를 공감하기는 힘들죠. 두 영화 모두 따뜻합니다. 우정을 다루고 있기도 하고요. 하지만 주로 극장을 찾는 젊은 손님들에게 조금 부담스러운 것도 사실일 겁니다.”


박건호 상무의 설명에 절로 류지호의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래도 포스터에 아카데미상 수상 딱지 붙으면 기본은 하지 않나요?”

“누구도 기본을 하려고 영화를 사오지는 않습니다.”

“그렇죠. 돈을 벌기 위해 고르고 골라 수입을 하죠.”

“유림에서는 <시네마 천국>이 부담스러운 겁니다. 원래 저희는 5월이나 6월에 극장에 걸려고 했습니다.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는 7월에 잡혀있습니다. 자신들 영화 앞에 저희 게 걸리는 게 부담스러운 겁니다.”

“그렇다면 유림에서 영화를 내린, 하반기에 걸면 되잖아요.”

“극장이 없습니다.”

“허~ 참!”


류지호는 어이가 없어 헛바람을 내뱉었다.


“그래서 <토탈 리콜>이 중요합니다.”

“패키지라도 하시게요?”

“네.”

“<토탈 리콜>은 메인 극장에 걸 수 있는 영화 아닌가요?”


대한극장이나 단성사, 피카디리, 서울극장 등 시내 중심가에서 상영하는 것이 그 아래 급의 극장들에서 상영하는 것보다 흥행 스코어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대한극장의 좌석은 무려 1,900석이다.

매진이 되었을 때 1,900명이 한 공간에서 영화를 관람한다는 말이다.

당연히 하루 상영회수 대비 흥행 스코어가 중급 규모 극장과 차이가 날 수밖에.

류지호는 70mm 대작영화를 볼 때면 무조건 대한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했었다.


“<시네마 천국>도 함께 묶어서 메인 극장에 걸면 좋겠네요.”

“제 생각은 좀 다릅니다.”


류지호가 의아한 얼굴로 박건호 상무를 바라봤다.

메인극장에서 상영하는 걸 반대한다니 어리둥절할 수밖에.


“메인 극장은 장기상영을 많이 해서, 우리 영화가 손님이 떨어진다 싶으면 바로 내려버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 당시 극장에서는 평균적으로 2주 정도 개봉영화를 상영했다.

관객이 좀 든다싶으면 한 달.

장기상영에 들어가면 두 달까지 극장에 걸려있다.

참고로 <서편제>는 세 달을 넘게 극장에 걸려있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억지로 흥행작을 만들었다는 주장을 하기도 한다.

암튼 이 시기에는 기대작이다 싶으면 보통 한 달 정도를 잡아놓고 영화를 상영했다.


“만약 우리 영화 바로 앞에 걸린 영화가 손님이 많이 들어 장기상영에 들어가면 개봉이 밀리거나 취소될 수도 있습니다.”


할리우드 직배사와 대기업이 충무로의 배급시스템을 개편하기 전까지, 충무로는 영화제작자가 수입·배급사이자 극장주였다.

극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영화제작사와 수입·배급업자는 그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영화를 극장에 걸기 위해 그들에게 읍소를 해야 했다.

뒷돈도 찔러줘야 했다.


“박상무님은 어떤 복안을 가지고 계신데요?”

“그 전에 한 가지 확인을 받고 싶은 게 있습니다.”

“말해보세요.”

“전국동시상영. 여전히 유효한 겁니까?”

“당연하죠. 그것 때문에 박 상무님을 모신 겁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해보고 싶습니다. UPI가 <위험한 정사>를 배급할 때 써먹은 방법입니다.”


류지호는 바로 알아들었다.

하지만 알은체를 하지는 않았다.


“강남의 시네타운 극장을 아실 겁니다. 서울은 시네타운급으로 6개를 묶어서 개봉을 합니다. 그리고 시네타운 라인의 부산, 대구, 광주, 대전의 극장과 제가 개인적으로 거래하던 극장들을 각 도시마다 하나씩 추가하겠습니다. 그러면 전국 10개 극장에서 동시에 개봉하는 것으로 맞춰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천도 대도시인데 빠지네요?”

“인천은 경기도에 포함됩니다. 프린트 13벌 중 11벌로 동시개봉을 하고, 2벌은 지방 배급업자에게 넘기면 됩니다.”


전국동시개봉 형태의 배급 방식을 처음으로 도입한 영화 배급사는 할리우드 직배사 UPI였다.

<위험한 정사>를 국내에 직접 배급할 때, 국내영화인들의 반발로 서울시내 중심가 극장에서는 개봉이 여의치 않았다.

흥행의 성패를 좌우하는 것이 서울 중심가의 메인 극장들이었지만, UPI는 하는 수 없이 미국식 배급방식을 한국에 적용시켰다.

서울 변두리 소극장 6개와 지방극장을 체인처럼 묶어서 전국동시개봉에 들어간 것이다.

UPI가 이런 방식의 전국동시 개봉을 하기 전까지 국내 극장들의 전국동시 상영은 소위 ‘라인’이라는 방식으로 개봉을 했다.

서울의 중심 개봉관 1개관과 그들 소유의 지방 극장이나, 제휴 극장 서너 곳 정도에서 같은 날 개봉을 하는 게 전국동시개봉이었다.

현재 대표적인 라인은 서울극장 라인, 피카디리 라인, 단성사 라인, 대한극장 라인 등이다.

특히 서울극장 라인과 피카디리 라인이 배급라인의 양대산맥이다.

하나의 라인을 선택하면 다른 라인의 극장에는 영화를 상영할 수 없었다.

물론 프린트 벌수 제한 때문에 광역 개봉 자체가 불가능했지만.


“저는 무조건 찬성입니다.”

“배급비용이 많이 듭니다.”

“그렇다고 해도 반드시 해야 합니다. 박 상무님 아예 우리가 가지고 있는 라인업을 다 까버리죠?”

“우리 라인업이요?”

“오 실장님, 미국에서 계약한 영화들 박 상무님께 알려드려요.”


죄인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던 오동석이 고개를 번쩍 쳐들었다.


“오 실장이 미국에서 계약한 영화들 알려드리라고요.”

“아!”

“대역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얼른 정신 차리고 영화들 읊어 봐요.”

“알겠습니다!”


류지호의 말에 힘을 얻은 오동석이 정신을 차렸다.


“일단 <토탈 리콜>, <나 홀로 집에>, <철목련>, <늑대와 춤을>...”

“잠깐!”


느닷없이 전하영이 손을 번쩍 들며 소리쳤다.

모두의 시선이 그녀에게 쏟아졌다.


“마빈 코트너가 감독하고 출연하는 그 <늑대와 춤을>이에요?”

“맞아요.”

“그거 미국에서 엄청 조롱 받지 않아요? 영화잡지 보면 순 욕밖에 없는 것 같던데?”


류지호는 전하영의 말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오동석을 재촉할 뿐.


“더 있잖아요.”

“아, 네! <야곱에 사다리>, <마이키 이야기2> 이렇게 6편을 확보했습니다.”

“우리 영화사에 돈이 그렇게 많았어요?”


전하영이 또 한 번 끼어들었다.

그러다가 손뼉을 짝 치고는 호들갑을 떨었다,


“미국의 스폰서 분이 돈을 대줬구나! 그러면 그렇지.”


오동석이 류지호를 힐끗거렸다.

류지호가 살짝 고개를 흔들었다.

오동석이 류지호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둘러댔다.


“하영씨, 일단 보증금만 걸어놨어. 우리가 일차 협상자라는 의미야.”


류지호가 박건호 상무에게 물었다.


“이제 자신감이 막 생기지 않으세요?”


허허.

박건호 상무는 그저 웃기만 했다.


“<시네마 천국>과 <인어공주>까지 포함하면 WaW가 올해와 내년에 8편의 영화를 배급할 수 있다는 겁니다. 거기에 오동석 실장이 열심히 필름마켓을 돌아다니며 영화 서너 편은 더 구매하겠지요. 비록 할리우드 직배사 만큼의 라인업 숫자는 아니지만, 충분히 경쟁력이 있지 않나요?”


허허.

박건호 상무는 다시 한 번 헛웃음을 흘렸다.

오동석은 그 모습을 보며 입이 근질거리는 걸 억지로 참아냈다.

트라이-스텔라와의 제휴계약을 알면 모두가 놀라자빠질 터.


‘사실 92년부터가 본게임이지...’


이 회의를 하기 전에는 확보하고 있는 트라이-스텔라 영화를 공개하지 않으려고 했다.

조금 어려움이 닥친다고 의존하다 보면, 온실 속의 화초가 되어 근성이 없어질까 해서다.

헌데 시작해보기도 전에 난관에 부딪치고 보니, 최소한의 근거는 마련해 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건호 상무가 기대감을 드러냈다.


“재미있겠군요.”


류지호와 오동석이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아무튼 우리가 할 일이 많아진다는 거네요?”


홍보팀 김주은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여전히 옷도 잘 입고, 섹시한 몸매의 여성이었다.

아담한 체구의 막내 심선미가 물었다.


“언니, 일 년 내내 노는 날은 없겠다. 그치?”


새침데기 큰언니 송미선이 동생들을 다독였다.


“작년에 너무 놀았어. 올해는 밥값 좀 해보자.”


홍보팀 세 여성이 신바람이 나서 오동석에게 몰려들었다.

류지호는 그녀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용히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터미네이터2>는 언급하지 않았다.

류지호에게나 흥행보증 영화들이 다수 포함된 것이지, 홍보팀에게는 기본 이상의 흥행을 기대해볼만한 할리우드 영화일 뿐이다.

한국의 영화수입배급업자가 일 년에 5편 이상의 라인업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 시절에 대단한 일이다.

오직 할리우드 직배사만 가능한 일이다.

할리우드 직배사들이 한국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10편 이상의 배급 라인업이다.

일 년에 한 두 편의 영화를 공급할 수 있는 토착업자들과 안정적으로 매년 10편 이상을 공급해줄 수 있는 직배사.

답은 뻔히 나와 있다.

일 년의 다섯 편을 배급하려면 그만큼 배급비용을 댈 수 있어야 한다.

구입비용, 수입 관세, 프린트 복제 비용, 광고홍보비, 약간의 뇌물 등.

그래서 영화사업을 하려면 실탄이 충분해야 되는 것이다.

영화수입업무는 오동석이 전문가다.

배급은 박건호 상무가 전문가다.

류지호는 그들이 원활하게 일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해주면 된다.


‘그나저나 유림이 태클을 걸었단 말이지? 그렇다면 박상무가 일했던 동우도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거잖아?’


류지호의 미간이 슬쩍 찌푸려졌다.


“대표님, 손님 오셨어요.”


양주연의 말에 류지호가 입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양복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박성규와 최영민이 각을 잡고 서 있다.

예전에 신효정이 류지호의 경호를 위해 붙여주었던 바로 그 사내들이다.


“오셨네요.”


류지호가 두 사람에게 다가가 반갑게 손을 내밀었다.

박성규가 손을 맞잡으며 입을 열었다.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최 대리도 오랜 만입니다.”


류지호가 최영민과도 악수를 나눴다.


“채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영민은 마치 군인처럼 각이 제대로 잡힌 모습을 보여주었다.


“구관이 명관이죠.”


류지호가 웃으며 말하고, 두 사람을 데리고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다.

심재우가 류지호를 불러 세웠다.


“누구야?”

“경호원들이요.”


심재우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너 누구한테 협박 당하냐?”

“그런 게 아니에요. 미국 쪽에서 경호원을 데리고 다니라고 하도 잔소리를 해서 고용하게 되었네요.”

“미국에 만들었다는 영화사 직원들이?”

“투자회사 보안팀장이요. 안 그러면 자신이 경호원을 붙이겠다고 해서요. 한국에서 생활하려면 서양인보다는 같은 한국인이 낫지 않겠어요?”

“유난떤다고 할까봐 그게 좀 걱정이다.”

“좋은 점도 있어요.”

“뭔데?”

“제 나이가 이제 스물이잖아요. 경호원과 함께 다니면 상대가 처음부터 만만하게 여기지 않겠죠.”

“일 리가 있긴 한데. 저 사람들도 월급 줘야 하잖아.”

“제가 미국출장 가 있는 동안에는 스튜디오 보안업무를 볼 거예요.”

“우리가 무슨 기업연구실도 아니고 보안씩이나....”

“잡상인 출입을 통제하거나 고객상담실에서 억지 부리며 행패 부리는 사람들로부터 우리 직원들 보호하고요.”

“그걸 생각 못했구나. 상담실은 여직원들뿐인데 말이다.”

“2층에 자리를 마련해 주세요.”

“오케이!”


가온웨딩 스튜디오와 계약을 체결한 박성규와 최영민이 즉시 업무를 보기 시작했다.


❉ ❉ ❉


신사동 가온웨딩 스튜디오와 WaW 픽처스 직원들 모두가 회식자리에 참석했다.

불과 일주일 전에 송년회를 했다.

마치 오랜만에 하는 회식인 것처럼 먹고 마시고 떠들고 왁자지껄했다.

류지호의 테이블에는 여직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일부 촬영기사들은 꽃밭(?)에 둘러싸여 있는 류지호를 향해 부러운 시선을 던졌다.

류지호는 눈치껏 임원들과 함께 식사만 마치고 빠졌다.


“상무님하고 팀장급 이상은 저랑 맥주 한 잔 해요.”


심재우가 물었다.


“다같이 2차 가는 게 아니고?”

“젊은 사람들끼리 어울리게 놔두죠.”

“너도 젊은 사람이야.”

“회사 대표잖아요. 얼마나 불편하겠어요?”

“얼마나 가족적인 분위기인데.”

“아무도 안 붙잡는데요?”


박건호 상무가 심재우의 등을 떠밀며 말했다.


“대표님 말대로 합시다. 같은 고충을 겪는 직원들끼리 이런 자리에서 상사들 흉도 보고 해야 스트레스가 풀리는 겁니다. 우리 같은 노땅들은 빠져주는 게 저들에게도 편할 겁니다.‘


그렇게 류지호는 노땅(?)들과 호프를 마셨다.

전하영이 류지호의 호프잔을 부딪치며 물었다.


“영화 안 찍어요?”

“찍고 싶은데 시간이 날지 모르겠어요.”

“대표님이 찍는 영화 말고. 한국영화는 안 찍냐구요.”

“투자할만한 영화가 있어요?”

“대표님에게 소개시켜주고 싶은 사람이 있어요.”

“누구요?”

“누보-씨네 신 피디라고. 영화를 기획해요.”

“전하영씨 남편분이요?”

“알아요?”

“저는 잘 알지만, 그 분은 저를 모르겠죠.”

“아이템을 하나 잡아서 기획중인데, 한 번 만나보실래요?”

“좋아요. 전하영씨가 자리 한 번 마련해 보세요. 이틀 동안 인천에 있을 예정이니까, 그 후에 보는 걸로 해요.”

“신 피디더러 사무실로 오라고 할게요.”


한 시대를 풍미했던 기획 피디와의 약속이 성사되었다.

그와의 만남으로 류지호는 할리우드에 이어 충무로에도 발을 들이게 되었다.


작가의말

행복한 하루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r. 할리우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5 Help Me, Please! (5) +6 22.04.02 6,965 165 23쪽
124 Help Me, Please! (4) +4 22.04.01 6,991 175 20쪽
123 Help Me, Please! (3) +4 22.03.31 7,023 169 23쪽
122 Help Me, Please! (2) +5 22.03.30 7,106 177 22쪽
121 Help Me, Please! (1) +6 22.03.29 7,411 174 24쪽
120 돈 벌어서 영화만 찍으려고? +6 22.03.28 7,282 191 24쪽
119 세계 최고의 월급쟁이가 되어주세요. +4 22.03.26 7,264 189 22쪽
118 정해진 길로만 가라는 법 있어! (3) +7 22.03.25 7,206 183 23쪽
117 정해진 길로만 가라는 법 있어! (2) +9 22.03.24 7,382 189 21쪽
» 정해진 길로만 가라는 법 있어! (1) +5 22.03.23 7,285 180 20쪽
115 초심을 잃은 것은 아닙니까? (2) +2 22.03.22 7,204 180 17쪽
114 초심을 잃은 것은 아닙니까? (1) +10 22.03.21 7,323 185 19쪽
113 야망이거나 사명감이거나. (2) +6 22.03.19 7,464 184 24쪽
112 야망이거나 사명감이거나. (1) +9 22.03.18 7,507 189 20쪽
111 페가수스의 등에 올라타다! (5) +9 22.03.17 7,596 197 24쪽
110 페가수스의 등에 올라타다! (4) +9 22.03.16 7,530 198 25쪽
109 페가수스의 등에 올라타다! (3) +6 22.03.15 7,541 186 21쪽
108 페가수스의 등에 올라타다! (2) +7 22.03.14 7,591 193 27쪽
107 페가수스의 등에 올라타다! (1) +6 22.03.12 7,890 183 26쪽
106 Tri-Stella Pictures. (5) +6 22.03.11 7,639 195 22쪽
105 Tri-Stella Pictures. (4) +4 22.03.10 7,841 191 28쪽
104 Tri-Stella Pictures. (3) +6 22.03.09 7,766 190 20쪽
103 Tri-Stella Pictures. (2) +5 22.03.08 7,830 185 22쪽
102 Tri-Stella Pictures. (1) +8 22.03.07 8,062 196 22쪽
101 흐르는 강물처럼. (2) +10 22.03.05 8,001 200 27쪽
100 흐르는 강물처럼. (1) +13 22.03.05 7,855 185 23쪽
99 시카고 국제영화제. (2) +23 22.03.04 8,090 212 26쪽
98 시카고 국제영화제. (1) +8 22.03.03 8,091 181 23쪽
97 WaW는 젊은 회사다. (2) +4 22.03.02 7,937 202 24쪽
96 WaW는 젊은 회사다. (1) +5 22.03.01 8,059 199 2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