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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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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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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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2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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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월급쟁이가 되어주세요.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미국 컬버 시티의 트라이-스텔라 픽처스 대표이사 집무실.

재무이사 래리 킴이 서류파일을 모리스 메타보이 CEO의 책상에 놓았다.

메타보이 CEO가 1월에 배급한 두 편의 영화에 대한 보고서를 읽기 시작했다.


“...음.”


메타보이 CEO의 입에서 옅은 신음이 새어나왔다.

캐롤코에서 제작한 <사랑과 야망의 나일>은 망했다.

완전히 망했다.

트라이-스텔라 픽처스가 투자한 영화는 아니지만, 비급비용 회수가 어려울 듯싶다.

또 한편의 영화 <표적 없는 총성>도 전망이 밝지 않았다.

트라이-스텔라 픽처스가 투자·제작·배급한 이 영화의 북미 박스오피스는 500만 달러.

제작비는 1,500만 달러였다.

메타보이 CEO가 래리 킴과 함께 동석한 스탠 크레이그에게 물었다.


“해외배급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유럽은 3월 개봉할 예정이고, 그 외 나라들도 5월에는 모두 개봉을 마칠 예정입니다.”

“배급은 콜롬비아스-트라이-스텔라 로고로 하는 건가?”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고, 콜롬비아스가 직배하는 국가 여섯을 빼고는 필름마켓에서 판권을 팔았습니다.”


스탠 크레이그의 대답에 메타보이 CEO의 미간이 슬쩍 찌푸려졌다.


“절반도 회수하지 못하겠군.”

“30% 정도 보고 있습니다.”

“미스터 류의 말대로야. 상반기는 라인업을 채우기에 급급한 모양새였군.”

“하반기는 좋아질 겁니다.”

“그건 기대이지 합리적인 예측이 아니지 않나.”


래리와 스탠 두 명의 이사는 대답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1990년 트라이-스텔라 픽처스의 시작은 썩 좋지 않았다.


❉ ❉ ❉


잉글랜드 양복점에서 맞춘 양복을 멋들어지게 차려입은 사인방이 신포고 졸업식에 참석했다.

류지호는 고등학교 졸업식 따위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미 한 번 경험해 봤으니까.

다만 부모님이 마음에 걸렸다.


“우리가 섭섭해 할까봐 그러냐?”

“아무렇지도 않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아빠엄마는 괜찮아.”


부모님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그럼에도 류지호는 불효를 저지른 것 같아 속이 그리 편하지 않았다.


“대신 아빠엄마 대학교 학사모는 꼭 씌워줘야 한다. 알겠지?”

“당연하죠!”


류지호는 죄송스러운 마음에 미국대학 입학 소식만 초조하게 기다렸다.

UC계열 지원서 접수는 11월1일부터 30일까지다.

가을학기 입학을 위한 미국 대학 입시는 대부분 8월~9월부터 시작되어 입학 지원서 마감 기한은 11월에 끝이 난다.

류지호는 10월에 미국으로 넘어가서 입학서류를 준비했다.

족집게 과외선생으로부터 SAT 수업을 듣고, 지원하려는 대학 입시요강도 현지에서 꼼꼼하게 따져서 준비했다.

이미 미국 유학으로 진로를 결정하고부터 에세이를 쓰고 고치고, 수십 번 반복했다.

하버드 유학파들이 즐비한 신효정의 법률사무실로 찾아가 그들에게 리뷰를 받았다.

눈 가리고 아웅 이지만, 양로원과 고아원에 기부도 했다.

미국의 대학은 자원봉사를 단순히 사회적 약자를 위한 구호활동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원봉사를 통해 다른 이의 삶을 이해하고 다른 환경을 접해 봄으로써, 자신을 돌아보고 인격을 쌓기 위한 활동이라 생각한다.

미국대학의 합격과 불합격 여부는 학교 성적, 시험 성적도 중요하지만, 봉사 활동 등 공부 외에 다양한 활동이 무척 중요하다.

류지호는 태권도를 수련하고 있고, 무료 영정사진 활동을 지원해 왔다.

시카고 영화제 단편영화 수상 이력도 있다.

SAT, 토플, 검정고시 점수도 대학들이 요구하는 수준에 맞출 수 있었다.

다만 UCLA 입학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호언장담한 모리스 메타보이 CEO의 말만 철썩 같이 믿고 있을 순 없었다.

UCLA, USC 등에서는 이번에 추천서를 요구하지 않았다.

게다가 UCLA의 유학생 입학률이 만만치 않았다.

따라서 류지호는 한두 군데 학교에 올인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영화과로 유명한 상위권 여섯 개 대학에 입학지원서를 접수했다.

동부의 두 개 대학과 서부의 네 개의 대학이다.


“너무 센 대학만 지원 했나....?”


합격 발표가 가까워지면서 은근히 초조해지는 류지호다.


❉ ❉ ❉


날씨가 무척 추웠다.

2월의 끝자락인데도 동장군은 물러가기 싫은 모양이다.

대단한 횡포를 부렸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이 꽃샘추위에 옷깃을 여몄다.

가온웨딩 신사동 스튜디오 앞에서 김재욱이 손을 호호 불며 담배를 피우고 있다.


“재욱아!”


고우찬이 부르는 소리에 김재욱이 얼른 담배를 바닥에 던져 신발로 비벼 껐다.


“지호가 올라오래.”


후우.


김재욱이 크게 숨을 몰아쉬고,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류지호의 집무실로 들어온 김재욱이 쭈뼛거렸다.


“거기 소파에 잠시 앉아 있어.”


김재욱이 이미 선객이 앉아있는 소파로 걸어가 엉덩이를 걸쳤다.

잠시 동안 영어로 전화 통화하는 류지호를 지켜봤다.

수화기를 내려놓은 류지호가 대뜸 물었다.


“운전면허는 땄어?”

“응? 옛!”


김재욱이 바짝 기합이 들어 대답했다.

류지호가 소파로 걸어와 김재욱의 옆자리에 앉았다.


“우찬이가 하던 일들이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꽤 힘들어.”

“들어서 알고 있슴다!”

“월급은 우찬이 만큼 못 주는 거 알지?”

“네!”


류지호가 맞은편에 앉아있는 남자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구 대리님, 여기 친구는 보시다시피 낙하산이에요.”

“일만 잘하면 낙하산이 뭔 대수겠습니까?”


구 대리라고 불린 직원이 대수롭지 않다는 태도를 보였다.

웨딩촬영기사 출신으로 최근 새롭게 만들어진 구매부를 책임질 직원이다.

업무를 보던 고우찬이 용인으로 내려가 대학을 다녀야 했다.

따라서 그의 업무를 수행할 직원이 필요했다.

고우찬이 하릴없이 빈둥거리는 김재욱을 추천했던 것.

류지호가 몇 가지 조건을 걸고 허락했고, 오늘 면접을 보기로 했던 것이다.


“검정고시 패스 못하면 바로 쫒아낼 거야.”

“올해 꼭 딸게....습니다!”

“너는 중졸이어도 사는데 지장 없어. 근데 나중에 네가 결혼해서 자식을 낳으면 그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할지를 생각해 봐.”

“넵.”

“구 대리님, 이 친구 잘 부탁드립니다.”


류지호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손을 내밀었다.

구 대리가 손을 맞잡으며 대답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류지호와 악수를 나누는 김재욱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열심히 하겠슴다!”

“이제 나가서 일보세요.”


김재욱과 구 대리가 물러가고, 잠시 시간이 흐른 후에 새로운 인물들이 들어왔다.

최근 새로 영입한 과장급 직원들이다.

심재우가 모두 네 명의 중간관리자급 직원들을 소개했다.


“금번 새로 영입한 총무과를 맡을 예정인 최윤수 과장, 고객관리과의 김미주 과장, 마지막으로 편집팀에 합류한 고기수 기사입니다. 그리고 기획실을 맡아줄 정윤규 실장입니다.”


류지호가 과장급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반갑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마지막으로 기획실장 정운규와 악수를 하는데, 심재우가 부연설명을 보탰다.


"비서실장은 아직 꼭 필요치는 않으나 기획실장은 필요한 자리지요. 앞으로 회사가 성장하려면 기획과 마케팅은 반드시 필요하니까요."

“자, 일단 자리에 앉아서 이야기 나누죠.”


류지호가 먼저 자리에 앉자, 모두 소파에 앉았다.


"보충 설명 드리자면 최 과장은 동국제철에서 근무하다가 금번 제가 삼고초려해서 모셨습니다. 참고로 제게는 고등학교 2년 선배가 되십니다.“


최 과장이 가볍게 목례를 한 후 입을 연다.


"최윤수입니다. 실망시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류지호가 최윤수의 두 눈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그 또한 지지 않겠다는 듯 류지호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40대 중반의 나이에 혈색도 좋고, 눈빛도 또렷했다.

초면이지만 왠지 신뢰가 갔다.


"열심히 해주십시오. 열심히 하면 충분히 그 대가는 지불할 것입니다. 또한 높은 성취감을 느끼도록 해드리겠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다음은 소망화장품 본사 판촉부에 근무했던 김미주씨입니다.“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산 때문에 퇴직하고 몇 년 쉬었어요. 빠른 시간 안에 업무에 적응하도록 할게요.


류지호가 고개를 숙여보이자, 김미주도 마주 고개를 숙였다.


“그 옆의 고기수 기사는 미디어 팜이란 편집실에서 근무했습니다.”

“편집실이 문을 닫아서 새로운 일을 알아보고 있던 차에 심 이사님이 불러주셨습니다. 앞으로 열심히 하겠습니다. 예쁘게 봐주십시오.”

“여자라면 예쁘게 봐드릴 의향도 있지만, 남자분은 좀 그러네요.”


하하하.

호호호.


일행이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잠시 후, 분위기가 진정되고, 심재우가 입을 열었다.


“여기 정운규 기획실장은 넘버원기획을 퇴사하고 독립하겠다는 걸 어렵게 모셔왔습니다.”

“아, 넘버원기획이요?”


넘버원기획은 오성그룹 계열의 광고기획사다.


“신효정 변호사와 동문입니다. 신변이 술을 먹이고, 꼬시는 것에 홀랑 넘어갔지 뭡니까?”


정윤규가 너스레를 떨었다.


“하하하. 멋진 기획과 마케팅으로 가람을 세계 최고의 웨딩업체로 만들어주세요.”

“연봉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줍니까?”


류지호가 힘주어 말했다.


"당연합니다! 가온웨딩이 최고가 되면, 최고의 연봉을 지급합니다!"

"세계 최고의 월급쟁이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하하하. 꼭 가온에서 세계 최고의 월급쟁이가 되어주세요."


류지호가 다시 정중하게 일일이 손을 잡아줬다.

네 사람 역시 눈을 맞춰오며 잡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럼 저희는 나가서 업무를 시작하겠습니다!”


류지호는 인사하고 사무실을 빠져나가는 새로 합류한 직원들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첫인상은 다들 좋네.’


사람의 성격을 인상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그럼에도 느낌이 나쁘지 않았다.

류지호는 기분이 무척 좋았다.

짧은 시간의 성장으로 한국 최고의 광고기획사 넘버원기획 출신까지 픽업할 수 있게 됐으니까.


❉ ❉ ❉


3월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결혼시즌이 시작되었다.


“대표님! 미국에서 전화요!”


류지호가 수화기를 귀에 가져가자, 제나 그레이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보스, 미국에는 언제 오세요?

“한국 사업이 바빠서 도저히 시간을 낼 수가 없네요.”

- 테럴씨와 함께 한국으로 갈게요.

“두 사람이 한국으로 온다구요?”

- 보고할 것도 많고. 보스가 바쁘면 비서가 움직여야죠.

“팩스로 보내줘도 되요.”

- 아녜요. 꼭 가보고 싶어요.

“그렇게 해요.”


보스가 움직이지 못하면 아랫사람이 움직이는 것이 맞다.

가온웨딩 스튜디오는 인력을 충원했음에도 손이 모자랐다.

류지호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제휴예식장을 돌며 가온웨딩 스튜디오 소속 촬영기사들을 점검하고, 편집실에 과부화가 걸릴 때마다 편집일을 도왔다.

이미 봄 시즌의 예약은 작년에 모두 찼다.

벌써부터 가을 예약이 쏟아졌다.

주안 스튜디오도 급하게 촬영기사와 편집기사를 충원해 줘야 했다.

뿐만 아니라, 돌잔치와 환갑잔치 촬영 의뢰도 늘었다.

작년의 매출기록을 또 다시 갱신할 것이 확실했다.

그렇게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을 때 제나 그레이스와 데본 테럴이 한국에 들어왔다.


“보스!”


김포공항으로 마중 나온 류지호에게 제나 그레이스가 덥석 안겨왔다.


“.......?”


류지호가 난감해하는데, 그녀는 한술 더 떴다.


춥. 춥.


아슬아슬하게 류지호의 입술을 비껴 양 볼에 자신의 볼을 대는 제나 그레이스다.

비쥬라고 하는 남부유럽 국가들의 볼키스 인사법이다.

직장 상사와 비서와의 인사치고는 좀 지나쳤다.


“제나가 이탈리아 출신이었어요?”

“아니요!”


단호하게 대답하는 제나를 보며 류지호는 자유분방한 뉴욕스타일이라고 편하게 생각했다.

류지호가 제나와 진한(?) 해후를 하는 동안, 데본 테럴은 한국의 경호를 책임지는 박상규와 인사를 나눴다.

박상규의 영어는 능숙하지 않았지만, 그런대로 의사소통은 가능했다.

신사동 가온웨딩 스튜디오가 난리가 났다.

류지호가 영화배우 뺨치는 외모의 제나 그레이스와 함께 나타났기 때문이다.


“무슨 영화에 나온 배우예요?”


WaW 픽처스 홍보팀 여직원들이 여배우인 줄 알고 호들갑을 떨었다.


“뉴욕에 설립한 투자회사 비서입니다.”

“......!”

“저 놈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김재욱이 부러워 한 마디 했다.

그의 말에 촬영기사들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했다.


"미스터 박, 이곳을 소개시켜 주겠습니까?"

"저를 따라오십시오."


데본 테럴은 박성규와 함께 가람 스튜디오의 이곳저곳을 돌아봤다.

그 후에 오동석의 통역 도움을 받아 인사서류를 검토했다.

사무실 책상에 앉은 류지호의 앞에 제나 그레이스가 보고서를 놓았다.

류지호가 손을 부비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부디 이 안에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서류철의 커버를 들췄다.

89년도 트라이-스텔라 픽처스 영화들의 성적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눈을 크게 뜨기도 했다가, 한숨을 쉬기도 했다가.

서류를 빠르게 훑어보며 류지호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이것 참... 버라이어티 하네.”

“투자금을 하나도 못 건진 영화도 두 편 있지만, 700% 이상의 수익을 낸 영화도 있어요.”


트라이-스텔라 픽처스가 직접 제작한 <야망의 노래>란 영화는 완전히 망했고, 공동제작한 <마이키 이야기>는 대박을 쳤다.


“참고로 <마이키 이야기>의 해외배급은 완료되지 않았어요.”

“....흠.”


류지호가 턱을 쓰다듬으며 서류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마이키 이야기>는 작년 10월 13일에 개봉했다.

북미에서 첫 주 1,200만 달러의 박스오피스를 기록한 이후 계속해서 흥행가도를 달린 끝에 북미에서만 1.4억 달러의 박스오피스를 기록했다.

제작비는 800만 달러 안팎.

세 개의 영화사가 공동제작했다.

트라이-스텔라 픽처스가 제작비의 59%를 부담했고, 배급까지 했다.

보통 영화가 시작되고 뜨는 ‘presents(제공)’ 타이틀은 영화투자에 지분이 제일 많은 영화사나 투자자에게 붙는데, <마이키 이야기>에 트라이-스텔라 픽처스가 제공 타이틀을 달았다.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한 영화에 60% 이상을 투자하지 않았다.

보통은 50% 정도를 유지한다.

흥행이 보증되었다고 판단되는 영화에서도 60% 정도만 투자한 후 나머지 제작비를 공동제작이나 금융권에서 조달을 한다.

일종에 리스크 관리 전략이다.


“박스오피스 이외에 부가시장도 훌륭하네요.”

“맞아요, 조셉 트라볼타의 이름값과 극장에서의 흥행으로 지상파는 ABC에 480만 달러에 방영권을 팔았고, 유나이트 컨티넨털 항공(UCA)과 그 외 호텔 체인 그리고 콜롬비아스 배급망으로 출시한 비디오테이프도 많이 팔려나가고 있다고 해요.”


미국의 영화 부가시장은 꽤나 무시무시했다.

극장 → 항공, 호텔 → 비디오 판매/대여점 → 유료 케이블 → 지상파 방송 → 기본 케이블 순으로 배급이 이루어진다.

거기에 해외사장이 따로 존재했다.

이 당시 할리우드 메이저의 수익은 거의 북미에서 다 나왔다.

참고로 트라이-스텔라 픽처스의 89년 최대 수익 영화 <마이키 이야기>는 전 세계 극장수익이 2.9억 달러다.

이 가운데 1.4억 달러 이상이 북미에서 얻은 수익이다.

북미 시장이 얼마나 거대한지 알게 해주는 대목이다.

재미있는 것은 항공사에 방영권을 판매하는 것이다.

항공편 기내 영화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도입한 항공사는 1961년 TWA였다.

이후로 미국의 모든 항공사가 이 서비스를 시작함으로써 또 하나의 영화 부가시장이 생겨났다.

당시 기내 영화서비스는 마치 영화관에서처럼, 정해진 시간에 관람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잠을 청하거나 책을 읽는 정도였다.

참고로 DVD가 보편화되고 나서야 전 세계 모든 항공사의 기내 영화서비스가 활발해지기 시작한다.


“쯧. 캐롤코는 암담하네.”


작년 트라이-스텔라 픽처스는 16편의 영화를 배급했다.

그 가운데 캐롤코 픽처스의 작품이 4편이나 된다.

4편 모두 극장 수익으로는 손익분기점도 맞추지 못했다.

그나마 실베스테르 스탈론의 <탈옥>이 해외에서 그럭저럭 수익을 맞춰 본전치기를 한 정도.

그 외 3편의 영화는 제작비조차 회수하지도 못했다.


“그래도 우리가 캐롤코에 투자한 영화가 한 편도 없었네요. 이걸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배급수수료는 챙기지 못했지만, 배급비용은 겨우 회수하긴 했어요.”

"<패밀리 비즈니스>는 그냥저냥 평타도 못 쳤네.“


두 배우의 이름값을 내세워 1,200개 스크린에서 개봉했다.

톰 코너리와 더스티 호프먼의 개런티만으로 1,500만 달러가 지불되었다.

크리스마스시즌에 개봉했지만, 첫 주 200만 달러를 버는데 그쳤다.

최종적으로 제작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200만 달러의 박스오피스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그마저도 극장과 수익을 배분하면 최대 600만 달러.


“보스, <패밀리 비즈니스>는 트라이-스텔라 투자금이 제일 적어요.”

“그러네요. 리젠시 쪽에서 제일 많은 돈을 투자 받아왔네요.”

“그래도 너무 실망하지 마세요.”


류지호가 고개를 들어 제나를 쳐다봤다.


“비디오테이프 판매는 잘되고 있대요. 현재의 판매율을 한 달만 유지할 수만 있다면 투자금 모두를 회수할 수 있을거라고 래리가 말해줬어요.”


류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패밀리 비즈니스>는 홈비디오에서 아주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박스오피스의 몇 배에 달하는 판매량을 기록해 결과적으로 돈을 벌게 된다.

할리우드가 왜 부가시장에 목을 매고 있는지 알게 해주는 일면이다.

뒤쪽 페이지에는 성공한 영화 세 편이 정리되어 있다.

류지호도 알지 못하는 영화 두 편.

첫 번째가 <뉴욕 살인 사건>.

흑인과 백인이 짝을 이룬 코미디 영화였는데, 쏠쏠한 수익을 얻었다.

1,800만 달러의 제작비로 5,000만 달러의 박스오피스 수익을 얻었다.

다른 한 편은 <영광의 깃발>.

남북전쟁을 다룬 영화다.

제작비 1,800만 달러로 북미 박스오피스 2,600만 달러의 수익을 거뒀다.

이 영화는 트라이-스텔라 픽처스가 투자와 배급만 했는데, 배급비용은 그럭저럭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철목련>는 정말 의외네.”

“피오나 로버츠가 골든글러브 여우조연상을 수상했잖아요. 보스 이름으로 그녀에게 축하 꽃다발과 샴페인을 보냈어요.”

“....예?”

“메타보이 CEO가 그러는 게 좋다고 제게 조언했어요.”

“그녀는 나를 모를 텐데....?”

“가람 인베스트먼트의 이름으로 보냈어요.”

“잘했어요. 고마워요 제나.”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철목련>는 1,500만 달러 제작비로 북미 박스오피스 8,300만 달러의 수익을 얻었다.


“해외 배급 결과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2,000만 달러 정도 수익은 거두겠네요.”

“아직 지상파 방송국과 케이블 채널 협상이 끝나지 않았대요. 트라이-스텔라에서는 최종적으로 3,000만 달러 정도의 수익을 예상하고 있는 것 같아요.”


극장과 배급사의 분배율은 보통 5:5였다.

평균적으로 5:5라는 것이지, 주마다 다르고, 메이저 극장체인인지 개별 극장인지에 따라 달랐다.

또한 슈퍼스타가 나오는 영화에 경우, 대도시가 아닌 지역에서는 배급사가 조금 더 분배율이 좋았다.

배급사는 배분 받은 수익에서 일단 배급비용을 뺀다.

거기에 배급비용을 빼기 전 총수익에서 배급수수료를 일단 계산한다.

배급수수료는 일반적으로 극장이 가져간 금액을 뺀 배급사가 분배 받은 총수익의 7~10% 사이에서 이루어졌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배급비용을 제하고 남은 수익을 투자자와 제작사가 나눠가진다.

제작사는 박스오피스 수익으로 제작비의 두 배를 벌어들였다고 해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다.

어중간한 박스오피스 수익으로는 이리저리 분배를 하고 나면 남는 것이 없게 된다.


후우.


류지호의 입에서 절로 한숨이 나왔다.

12편 이상의 라인업을 운영하는 트라이-스텔라 픽처스가 살아남는 것을 넘어 메이저 스튜디오가 되기 위해서는 한두 편의 대박만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래서 전임 경영진이 무리해서 부가시장에 온 역량을 집중하려고 했구나....”


류지호가 한국말로 중얼거렸다.


“보스, 뭐라고 했어요?”

“아네요. 수고했어요. 제나.”

“비서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에요.”


탁.


류지호는 서류철을 덮었다.

아직 작년도 하반기 영화들의 배급과 정산이 마무리 되지 않았지만, 89년 트라이-스텔라 픽처스의 수익은 마이너스다.

류지호가 보기에 올해 전망도 그리 밝지 않았다.

<나 홀로 집에>와 <늑대와 춤을>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류지호는 생각만으로 끔찍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올해만 버티면 내년부터는 좋아지겠지.’


91년부터 잡혀있는 트라이-스텔라 픽처스의 라인업은 꽤 훌륭했다.

감독과 캐스팅, 스크립트, 메인 스태프 등 중요한 것들이 본래 역사 그대로 진행된다면, 매년 다섯 편 정도의 흥행 대박 영화를 줄줄이 내놓을 수 있을 터.

그래서 류지호는 투자에만 관여 하고, 구체적으로 개입하지 않을 생각이다.

가능한 본래의 역사대로 흘러가게 내버려두려고.

콜롬비아스와 제휴가 끝나는 순간부터가 류지호가 전면에 나서는 순간이 될 것이다.

부디 그 시간 동안 트라이-스텔라 픽처스와 자신이 준비가 되어 있기를...

류지호는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졌다.


작가의말

평안하고 행복한 주말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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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Personacon 霧梟
    작성일
    22.03.26 10:15
    No. 1

    요즘은 돈 때문에 버클리 총장도 한국까지 와서 기부 종용하죠. 20년 전에는 홍콩과 일본만 들르다가 15년전부터는 한국 와서 한국에서 직접 버클리 입학하는 학생만 매해 400명이 넘는다고… 요즘은 또 어떨지 모르겠지만. 캘리포니아만 그러는게 아니라 미네소타는 아예 외국인 학생들도 주민들과 같은 등록금을 책정하기도 하고… 하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바람으로
    작성일
    22.03.26 10:29
    No. 2

    잘 보고 갑니다.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2.03.26 12:20
    No. 3

    잘 보고 있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무한땅꼬마
    작성일
    22.04.01 18:15
    No. 4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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