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중앙 도서관이 조선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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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젠장
작품등록일 :
2023.02.0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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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09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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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조기와 방적기, 농서의 보급

DUMMY

황보인을 필두로 한 이들이 농서를 편찬한 후, 세종은 이를 위한 인쇄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이천과 함께 금속활자를 제작하고 있던 장영실을 불러 이를 제작할 것을 명령했다.


“인쇄기? 그게 대체 무엇입니까?”

“이런, 자네가 집현전 관리가 아니라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군.”


세종은 집현전 관리들과 식사한 후, 금속활자를 이용한 인쇄기를 제작하면 지금보다 몇 배는 빠르게 책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장영실은 세종과는 달리 집현전 관리가 아니었기에 인쇄기에 대해 알지 못했으니, 이런 일이 생겨난 것이었다.


이에 세종은 자신이 집현전 관리들에게 들은 것을 바탕으로 인쇄기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내가 들은 바에 의하면 인쇄기는 도장을 찍는 우리의 손과 비슷한 것일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좀 더 설명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사람의 손이 가진 힘으로 도장을 종이에 찍듯, 금속활자들이 들어 있는 판을 이 인쇄기라는 장치를 이용해 종이에 찍는 것이라 하면 이해하겠나?”


구텐베르크가 제작한 인쇄기는 압착 방식을 사용한다.


이 방식은 사람이 힘으로 누르는 것이 아닌, 거대한 나사에 존재하는 홈을 통해 돌아가는 나무 막대가 가지게 된 압력을 이용해 금속활자가 들어있는 판을 누르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을 처음 접하고, 설명하기 어려웠던 집현전의 관리들이 이를 설명하는 것은 힘든 일이었기에, 그들은 도장을 예로 들며 자신들이 알게 된 지식을 설명했다.


문제는 그러한 설명이 너무나 축약된 설명이라는 것.

그렇기에 장영실은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는 이해했으나, 이를 어떻게 만들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전하께서 무엇을 설명하고자 하는 것인지 이해했으나,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는 모르겠나이다. 그러니 이천 영감이나 황보인 나리를 불러주십시오.”

“아, 이천을 부르면 되겠군. 그대가 그자를 불러오라.”


그렇게 불려온 이천은 구텐베르크 인쇄기를 서적을 통해 본 사람 중 하나였고, 그 덕분에 인쇄기는 순조롭게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음날, 인쇄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것이 그 인쇄기라는 것인가? 그대들이 말할 때 도장을 빗대어 설명했기에, 그런 것인 줄 알았는데 이런 모습일 줄은 몰랐군.”

“그러면 지금부터 인쇄를 시작하도록 하겠나이다. 그대들은 지금부터 저 나무 막대를 돌리게!”


이천의 지시에 그의 부름을 받은 장정들이 한 걸음에 달려들어 나무 막대의 손잡이를 잡고 이를 돌리기 시작하니,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장의 글이 인쇄되었다.


“오, 이런 모습으로 움직이는 것이었군.”

“지금 보이시는 인쇄기는 기름을 뽑을 때도 사용할 수 있나이다.”

“기름을 뽑을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니, 그게 사실이오?”

“그렇나이다.”


구텐베르크가 만든 인쇄기는 포도주를 만들 포도 압착기에서 시작된 것이기에, 참깨 같은 기름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식물에서 기름을 압착하는 것이 가능했다.


“참깨 같은 기름을 뽑아낼 수 있는 식물에만 가능하오나, 이를 짜내기가 고단한 것을 생각하면 농민들의 부담이 조금이나마 줄어들 것이옵나이다.”


이천의 말을 들은 세종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장영실을 바라봤다.


“그대는 이를 직접 만들었으니,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알 것이라. 그러니 이를 만드는 방법을 다른 이들에게 가르치라.”

“그리하겠나이다. 전하.”

“이천, 그대는 맹사성이 방적기와 직조기를 만드는 방법을 다시 금속활자를 만드는 곳으로 가서, 야장들을 진두지휘하라.”

“그리하겠사옵나이다. 전하.”


그렇게 그들이 세종의 명령을 받들고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려 할 때, 맹사성이 책을 들고 그들에게 다가왔다.


“전하, 방적기와 직조기를 만드는 방법을 찾지는 못하였으나, 그것의 형상이 담긴 서책을 찾아냈사옵나이다.”


세종은 국립중앙도서관의 거대한 크기를 봤기에, 그 안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는 것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맹사성에게 명령을 내릴 때, 이를 만드는 방법을 찾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면, 그 그림이 담긴 서책을 가져오라 지시했고, 이에 맹사성이 이를 가져온 것이었다.


“벌써 이를 찾아온 것인가? 그렇다면 이천, 장영실 그대들에게 내린 명은 잠시 뒤로 미루도록 하겠다. 그대들은 그림을 보고 방적기와 직조기를 만들 수 있겠는가.”

“전하께서 명하신다면 소신 이천, 전하의 명 받들겠나이다.”

“전하의 명을 받들겠사옵나이다.”


이천은 그리 말했음에도 만들 수 있을지 없을지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

이러한 생각을 하고 있음에도, 이천은 장영실이 자신의 말과 그린 것만을 보고 인쇄기를 만든 것을 보았기에, 그의 능력을 믿고 세종의 명령을 받들었다.


장영실의 경우, 그는 이천이 집현전의 관리이니, 자신은 모르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고, 이를 이번 인쇄기를 만들 때 봤기에 이천의 말을 들으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즉 이천과 장영실은 서로가 어떻게 해줄 것이라 생각하고 세종의 명을 받은 것이었으니, 잘못 삐끗하는 순간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컸다.


그러나 그들은 이런 것을 모르고 서로를 믿었으니, 그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세종은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그들을 바라봤다.


“그대들이 그리 생각하고 있으니 참으로 다행이로다. 그렇다면 내 이를 그대들에게 맡기겠노라.”


그렇게 방적기와 직조기의 개발이 시작되었다.


===


당연한 이야기지만, 방적기와 직조기를 만드는 것은 구텐베르크식 인쇄기를 만들기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구텐베르크식 인쇄기는 로마 시기에 만들어진 포도 압착기를 바탕으로 하니, 이를 만드는 것은 이 사진을 보고 만들기만 하면 되는 간단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직조기와 방적기는 산업혁명 시기에 만들어졌기에, 여러 변형이 생긴 물건들.


그렇기에 사진이나 그림만을 보고 이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를 확실하게 파악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조정에서 머리 쓰는 것이 차라리 나을 거 같군.”

“원리가 적혀 있기는 한데, 이거 시행착오를 해야 할 거 같습니다.”


장영실과 이천은 세종의 명령대로 이를 만들기 시작한 후, 그들이 서로를 의지하고 그런 말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에 그들은 속으로 실망했으나, 어차피 그들 외에는 이를 만들 사람은 존재하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머리를 감싸며 책을 읽어가며 원리를 이해하기 시작했고, 이를 바탕으로 모형들을 만들어보기 시작했다.


“...근데 이거 작동은 하는지 어떻게 압니까?”

“베를 짜는 궁녀 한 명 데려와야 알 것 아닌가. 마침 저기 지나가는 사람이 있는 것 같으니 자네가 데려오게.”

“제, 제가 말입니까?”

“그럼 자네가 가지, 내가 가라는 말인가?”


이천은 종 2품의 관직을 가졌지만, 장영실은 얼마 전 노비를 탈출한 인물.


나이로 따져도 장영실과 이천의 나이는 스무 살가량 차이가 나니, 장영실은 할 수 없이 터벅터벅 궁녀에게 걸어갔다.


“전하의 명을 받들어 베를 짜는 기구를 만들었는데, 나나 저기 있으신 영감님이나 베를 짜본 적이 없으니, 혹 그대가 이를 한 번 만져볼 수 있겠소?”

“베를 만드는 기구 말씀이십니까? 그런 것이라면···.”


다행히도 장영실이 만나러 간 궁녀는 장영실과 이천이 원하는 바대로 움직였고, 이에 장영실이 손으로 머리를 닦으며 그녀를 이천과 함께 제작 중인 방으로 불렀다.


그렇게 방 안으로 들어오자, 궁녀는 자신이 봐온 베틀과는 다른 기이한 모습을 이해할 수 없는 얼굴로 바라본 후 가만히 그녀를 지켜보고 있던 이천에게 물건의 용도를 물었다.


“이런 물건으로 베를 짠단 말이에요?”

“아직은 베를 짤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오. 그러니 그대를 부른 것이오.”

“그리 말씀하신다면, 한번 베를 짜보도록 할게요.”

“그 전에 이것 먼저 작동 가능한지 확인을 해주시오.”


이천은 그리 말하고는 그의 뒤에 있는 방적기를 가리켰고, 이를 본 궁녀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을 봤다는 듯 다시 한번 놀란 얼굴로 이를 바라봤다.


“저, 저런 걸로 실을 뽑는다고요?”

“우리도 저게 실을 뽑을 수 있을지 없을지 정확히는 모르오. 그러니 여기 조금 전에 받아온 누에고치를 줄 터이니, 그 손으로 뽑아보시오.”

“...그리 말씀하신다면 한번 해볼게요.”


그렇게 궁녀가 자세를 잡고 자리에 앉아 실을 뽑기 시작하니, 그녀가 놀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실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건 대체···.”

“성공적이군.”

“실을 뽑는 것은 성공적인 것 같으니, 다음으로···.”

“한 번 더! 한 번만 더 해볼게요!”


그녀는 자신이 만진 것이 꿈인지 생시인지 믿지 못하겠다는 듯 실을 뽑는 방적기를 다시 한번 돌리고 싶다고 간청했고, 이런 그녀의 눈빛을 본 이천은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장영실을 바라봤다.


“내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겠지? 누에고치 좀만 더 받아오게.”


그 말을 들은 장영실이 누에고치를 가져오자, 그녀는 다시 한번 실을 짜내기 시작했고, 그렇게 짜내진 실을 본 그녀는 눈물을 흘렸다.


“이, 이런게 조금만 더 일찍 나왔으면 좋았을 터인데···.”

“...대체 왜 우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되는군.”

“그렇습니다.”


이천과 장영실이 궁녀의 눈물을 이해하지 못할 때, 그녀는 흐르는 눈물을 닦고는 직조기로 걸어갔고, 그렇게 직조기를 통해 베를 짜기 시작했다.


“이런 물건이 세상에 나오다니! 이건 기적이에요!”

“그런 반응이 나온 것을 보면 제대로 나온 거 같군.”


궁녀의 말을 들은 이천과 장영실은 그들의 눈앞에 있는 직조기와 방적기가 제대로 작동된다는 것을 깨닫고는 환호성을 질렀다.


산업혁명의 기틀이 완성된 것이다.


===


인쇄기가 하나둘 만들어지고 3월이 되기 전, 조선 팔도로 농사를 위한 농서를 배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농서가 전국 각지의 수령들을 대상으로 전해지니, 각 고을을 다스리는 수령들이 농부들에게 이를 교육하기 시작했다.


“그러니 이런 방식으로 하면 되오. 무슨 말인지 알겠소?”

“이렇게 하면 더 많은 곡식을 수확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그렇소. 조정에서 만든 이 농서에는 그러한 내용이 들어 있으니, 그대들은 이에 따라 농사를 지으면 될 것이오. 조정이 좋은 농사법을 알려줬는데, 따르지 않는다면 이를 들은 그대들 손해라는 것 알 것이오.”


이러한 수령들의 답변에 이를 미심쩍게 여기던 농부들이 이를 믿고 따랐으니, 그렇게 수확 시기가 찾아왔을 때 농서의 내용을 믿은 농부들은 자신이 예상한 것보다 많은 수확을 했으나, 그렇지 않은 자들은 작년과 비슷한 양의 수확하는 것에 그쳤다.


“허, 그러니까 믿고 따르면 더 많은 수확을 얻을 수 있었는데, 안 믿은 당신 잘못 아니오.”

“이익!”


이를 뒤늦게 깨달은 농부들은 다시 한번 농서를 읽어달라 부탁했고, 그렇게 조선 팔도에 사는 사람들 모두가 농서를 바탕으로 농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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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소금부터 유리까지 +7 23.02.19 2,017 61 11쪽
23 굴포 운하와 소금 +7 23.02.18 2,042 65 11쪽
22 대나무 태엽 시계 +3 23.02.17 2,099 55 10쪽
21 굴포 운하 건설 논의 +3 23.02.16 2,217 60 11쪽
20 여진족들과의 전투가 끝난 후 +2 23.02.15 2,372 54 11쪽
19 여진족과의 전투(2) +2 23.02.14 2,259 60 11쪽
18 여진족의 추측 +3 23.02.13 2,338 62 12쪽
17 여진족과의 전투(1) +5 23.02.12 2,537 60 11쪽
16 화폐 유통 +5 23.02.11 2,628 68 11쪽
15 감자 보급 +8 23.02.10 2,649 74 10쪽
» 직조기와 방적기, 농서의 보급 +7 23.02.09 2,694 72 11쪽
13 변화의 시작 +3 23.02.08 2,766 72 11쪽
12 집현전 관료들의 제안 +3 23.02.07 2,985 77 12쪽
11 산업혁명의 시작점 +4 23.02.06 3,167 83 11쪽
10 대마도 원정 논의(2) +2 23.02.05 3,108 80 10쪽
9 대마도 원정 논의(1) +8 23.02.04 3,496 7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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