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 중앙 도서관이 조선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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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라젠장
작품등록일 :
2023.02.01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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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4.04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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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2.20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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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누 만들기

DUMMY

이천이 이런 생각을 까맣게 잊고 있었던 이유가 있었다.


“목화씨에는 독성이 존재하지,”


목화는 고시폴이라는 독성 물질을 가진다.


고시폴은 두 가지 형태를 가진다.


다른 물질과 결합하지 않은 고시폴과 아미노산, 단백질과 결합한 고시폴이 그것이다.


단백질, 아미노산과 결합한 고시폴은 인간이 소화할 수 없는 물질이니.


이천이 제거할 고시폴은 다른 물질과 결합하지 않은 유리 고시폴이었다.


“독성이 있다고 까맣게 잊고 있었으니···.”


이천은 독성이 있으니 목화씨 기름을 뽑을 이유가 적다고 판단했고.


목화씨 기름의 필요성을 못 느끼니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 것이었다.


“독성을 제거하는 물질이 분명···.”


고시폴의 독성을 제거하기 위한 여러 방법이 존재하지만.


조선에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4가지로 요약할 수 있었다.


분쇄한 목화씨에 매우 적은 양의 황산아연을 섞어 끓이는 것.


황산아철액에 분쇄한 목화씨를 넣어 고시폴을 제거하는 법.


소석회수 용액에 분쇄한 목화씨를 하루 동안 담근 다음 물로 여러 차례 헹구는 방법.


분쇄한 목화씨와 보리, 밀을 분쇄하고 남은 찌꺼기와 물을 항아리에 넣은 후 7~10일간 기다리기.


가장 빠르게 독성 제거를 하는 방법은 황산아연을 사용하는 방법이니.


이천은 조금 전 자신이 있던 정인지의 연구 공간으로 향했다.


“무슨 일로 다시 방문하셨습니까?”

“자네가 황산을 만드는 공간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아니 말하는 것이네.

황산아연을 줄 수 있겠는가?”

“황산아연을 만들기 위해선 산화아연이 필요한데, 산화아연은 가져오셨습니까?”

“사, 산화아연? 그건 또 뭔가?”


정인지는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이천의 반응을 통해 자신이 모든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를 느낀 정인지는 이천에게 아연을 가져오라고 말했다.


“...그냥 제가 만들겠습니다. 아연을 가져와 주십시오.”

“...그러고 보니 자네, 아연이 어떻게 생긴 물건인지 아는가?”


이천의 말에 정인지는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설명했다.


“노감석(爐甘石)이 아연입니다.”

“아, 노감석이 아연인가? 그러면 다녀오겠네.”


그렇게 이천이 떠나자 정인지는 한숨을 내쉬었다.


“용어 정립을 해야 이런 일을 막을 터인데, 왜 다른 이들은 안 하는 것인지.”


물론 정인지는 그런 귀찮은 것에 신경을 쓸 시간이 없었다.



그는 그런 것에 신경 쓸 시간이 없을 정도로 바쁜 천재니까.


그러니 세종도 이런 그를 알아보고 새로이 집현전의 관리로 임명한 것 아니겠는가.


이런 허황한 생각을 정인지가 하고 있을 때였다.


이천이 아연을 가지고 돌아왔다.


“여기 아연 가지고 왔네.”

“그러면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아연은 여러 아연광석이 존재하는데.


아연 생산에 사용되는 광석 대부분은 섬아연석이라 불리는 광석이다.


이 섬아연석은 보통 황화아연의 상태로 존재하니.


그렇기에 다른 것과 반응하기 위해서는 이를 산화아연으로 바꿔야 하는데.


이 산화아연으로 바꾸는 방법은 매우 단순한 방법이었다.


“가열하기만 하면 되지.”


아연은 420°C에 녹으며, 907°C 이상의 온도에 끓는다.


황화아연은 보통 1,000°C 정도에 끓으니.


이를 이용해 아연 증기를 모은다면 이것이 산화아연이 된다.


“이 산화아연을 만들면서 분리된 황은 이산화황이 되지,”


이 이산화황은 황산을 만드는 중요한 재료니.


아연을 녹이는 것으로 다시 한번 르블랑 공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도 있었기에 이천에게 아연광석을 달라고 한 것이었다.


“완성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산화아연을 황산과 반응시키는 것으로 황산아연이 만들어지니.


정인지는 그의 눈앞에 보이는 황산아연을 만든 후 이천에게 이를 가져다줬다.


“고맙네!”


이천은 황산아연을 받아들고는 곧바로 이를 분쇄한 후 그동안 분쇄한 목화씨와 함께 끓이기 시작했다.


“5시간에서 8시간은 끓여야 한다고 하니, 8시간을 끓이게.”

“8시간이라니 그게 무슨 말입니까?”

“아, 내가 잘못 말했네. 4시진을 말한 것이었네.”


그렇게 이천이 다른 공노비들에게 이를 맡기고 8시간 후, 이천은 독성이 제거된 목화씨를 받았다.


“이제 여기서 기름을 추출하면 되겠군.”


그렇게 이천이 기름을 추출하기 위해 나설 때였다.


이천의 등 뒤에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저, 전하?”

“무슨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말하나.”


이천이 공노비를 동원해 목화씨를 끓이자, 세종은 그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렇기에 이천이 돌아오자, 그에게 이를 묻기 위해 온 것이다.


“대체 무슨 이유로 공노비를 빌려간 것인가?”

“기, 기름을 만들고자 하였나이다.”

“기름을 만든다? 내 듣기론 목화씨를 끓였다 들었는데, 목화씨로 기름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단 말인가?”

“가능하옵나이다. 전하.”


세종은 호기심을 가졌다.


그동안 쓸모없던 목화씨를 어떻게 기름으로 만든단 말인가.


그리 생각하고 있을 때, 이천은 자신이 알아낸 바를 설명했다.


“...이렇게 독성을 제거하면 기름을 뽑아낼 수 있사옵나이다.”

“지금 이를 볼 수 있겠는가?”

“금세 보여드리겠사옵나이다.”


그리 말한 이천은 인쇄기를 개조해 만들어진 기름 압착기를 가져오라 지시했다.


그렇게 기름 압착기에 분쇄된 목화씨를 넣고, 압착을 시작하니 기름이 나오기 시작했다.


“오, 확실히 많은 양의 기름이 나오는군.”

“이렇게 기름이 빠진 목화씨는 가축의 사료로 쓸 수 있다고 하니. 그들에게 먹이면 될 것이옵나이다.”

“가축의 먹이로 쓸 수 있다니. 목화는 정말 많은 것을 주고 가는군,”


이렇게 기름 추출이 끝나고 세종은 기름의 냄새를 맡았다.


“윽, 이거 왜 이리 고약한 것인가?”

“정제되지 않은 면실유는 고약하다고 하옵나이다.”


정제하지 않은 면실유는 갈색에 냄새까지 고약했다.


그렇기에 이를 정제하지 않는다면 식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힘들었다.


당연하지만 비누로 사용하는 것도 껄끄러워지니.


이천은 다른 과정을 사용해 이 기름을 정제하고자 했다.


“기름을 정제하기 위해선 4가지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하옵나이다.”

“4가지의 과정?”

“탈검, 탈산, 탈색, 탈취이옵나이다.”


갓 나온 기름은 많은 불순물을 포함하고 있다.


이 기름이 가진 불순물들을 제거하고, 더 좋은 색과 냄새를 만드는 과정.


이것이 이천이 말한 4가지 공정이었다.


“그러나 지금 기름을 탈검하거나, 탈산을 할 필요는 없으니 탈취만을 하고자 하옵니다.”

탈검을 하기 위해선 질산, 구연산, 인산, 초산과 같은 물질이 필요하다.


이중 조선에서 만들 수 있는 물질은 오직 질산 말고 존재하지 않으니 이를 배제했다.


탈산 과정은 탈검 과정을 거쳐 산성이 된 기름에 알칼리를 넣어 유리 지방산과 산도를 낮추는 과정이다.


유리 지방산은 탈취 과정에서 없앨 수 있고.


탈검 과정으로 생긴 산도를 낮출 필요가 없으니 이를 할 필요는 존재하지 않는다.


탈색은 비누를 만드는데 필요한 과정도 아니니.


이천은 탈취만을 할 생각이었다.


“지금 나온 성분은 대부분 열을 가하면 없어지는 물질이옵나이다.”


그렇기에 기름을 탈취하는 공정은 간단한 편에 속한다.


120°C에서 250°C 사이의 수증기를 진공 상태의 기름에 짧은 기간 통과시키기만 하면 되는 일이니까.


“아, 전하와의 문답을 들으니 지금 탈취가 불가능하다는 것이 떠올랐사옵나이다.”

“불가능하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기름을 탈취하기 위해선 저 기름을 진공 상태에 둬야 하옵나이다.”


기름을 가열해도 냄새는 빠진다.


그러나 그 경우 냄새가 빠진 기름은 산화하고, 그 양이 줄어드니 오랜 기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그렇기에 기름을 탈취하기 위해선 기름을 진공 상태로 둬야 한다.

문제는 지금 조선에 무언가를 진공 상태로 만들 수 있는 물건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즉 진공 상태로 만들 물건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면실유의 고약한 냄새를 고칠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진공 상태로 만들 물건을 반드시 만들어오겠나이다.”

“...그래, 알겠네.”


그렇게 말한 이천은 공노비들에게 기름을 보관할 것을 부탁했다.


그 후 이천은 진공 상태를 만들 기구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7일가량이 걸린 결과 이천은 진공 상태를 만들어낼 진공 펌프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제 이 안에 목화씨를 거른 기름과 물을 넣겠습니다.”


그렇게 기름과 물을 둘이 들어갈 공간에 넣은 후, 이천은 이를 위해 일할 장정 한 명을 불렀다.


“너는 지금부터 반 시진가량 저기에 보이는 물건을 내리고, 올리는 것을 반복해라.”

“반 시진 동안 말씀이십니까?”

“만약 너무 힘이 든다면 다른 이를 불러서 교대해라.”


이천이 이를 지시하고 떠나고 1시간가량이 흐른 후.


이천은 그들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진공이 된 물건에 가열하기 시작했다.


“물이 들어간 공간에 가열하는 것 맞겠지?”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좋다. 이렇게 이 각(30분)만 기다리자.”


그렇게 30분이 흐르고 이천은 진공 상태의 공간을 열어 기름의 냄새를 확인했다.


“으음, 성공적이다!”


이천이 이리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 필요한 것이 진공 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필요한 기압의 최소 조건은 50mmhg 정도.


기압으로 따지면 2/3 기압 정도 되는 양이니.


어느 정도 기압을 빼고 작업하기만 해도 충분한 양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되었다. 드디어 제대로 된 기름이 만들어졌군.”


물론 아직 갈색이고, 불순물도 어느 정도 있겠지만 그래도 충분했다.


이를 알기에 이천은 기름을 모아 정인지에게 받아온 탄산나트륨과 석회를 섞어 만든 가성소다를 섞었다.


“드디어 완성이다.”


드디어 그가 그토록 고대하던 비누를 만드는데 성공한 것이다.


“기름의 색을 닮아 갈색인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어떤가.”


어찌 되었건 고약한 냄새는 안 났다.


그것만으로 만족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어디...”


그렇게 이천은 자신이 만들어낸 비누를 자신의 머리에 사용했다.

그 결과 오랜 기간 제대로 씻지 않은 머리에서 검은 물이 나오니.


이천은 자신이 만든 것이 제대로 된 비누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하, 제대로 된 비누로구나!”


비누를 만드는 데 성공한 이천은 세종을 찾아갔다.


“전하, 이것은 비누라는 것이옵나이다.”

“비누? 그게 뭔가?”

“물에 손과 함께 사용해보신다면 이놈의 효용을 알게 될 것이옵나이다.”


이에 반신반의한 얼굴의 세종은 비누를 사용했다.


그 결과 손에서 떼구정물이 나왔으니.


세종은 놀란 얼굴로 비누를 바라봤다.


“허,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이오?”

“이 비누라는 놈이 뗏구정물을 씻긴 것이옵나이다. 전하.”


이에 놀란 세종이 당황하고 있을 때, 이천은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추가로 말하였다.


“이 비누를 사용한다면 질병에 걸릴 확률이 줄어든다고 하옵나이다.”

“질병에 걸릴 확률이 줄어든다면, 마마(천연두)에 걸릴 확률도 줄어든단 것인가?”

“그렇사옵나이다. 전하.”


물론 확률이 줄어들 뿐 걸릴 사람은 걸리지만 말이다.


"어쨌건 대단한 물건을 만들었소!"

"과찬이시옵나이다. 전하."


이렇게 조선의 첫 비누가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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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정화와의 만남 +5 23.03.06 1,603 50 11쪽
37 조선의 밖에서 일어나는 일 +5 23.03.05 1,741 52 16쪽
36 증기기관 +7 23.03.04 1,696 54 10쪽
35 산업의 쌀, 강철 +4 23.03.03 1,694 56 11쪽
34 바다를 정복하기 위한 도전 +5 23.03.02 1,706 53 11쪽
33 조선소 건설 +8 23.02.28 1,802 52 11쪽
32 양반들의 식사 +7 23.02.27 1,879 55 11쪽
31 오늘도 조선은 발전한다 +4 23.02.26 1,864 60 10쪽
30 미래의 지식을 가르치는 것. +3 23.02.25 1,909 48 10쪽
29 금은조공의 대체 +5 23.02.25 1,784 54 11쪽
28 연필의 가치는 얼마? +5 23.02.24 1,804 47 12쪽
27 더 나아진 식량 사정 +7 23.02.22 1,975 56 11쪽
26 압력솥으로 할 수 있는 일 +3 23.02.21 1,932 61 11쪽
» 비누 만들기 +5 23.02.20 1,953 62 11쪽
24 소금부터 유리까지 +7 23.02.19 2,017 61 11쪽
23 굴포 운하와 소금 +7 23.02.18 2,042 65 11쪽
22 대나무 태엽 시계 +3 23.02.17 2,099 55 10쪽
21 굴포 운하 건설 논의 +3 23.02.16 2,217 60 11쪽
20 여진족들과의 전투가 끝난 후 +2 23.02.15 2,372 54 11쪽
19 여진족과의 전투(2) +2 23.02.14 2,259 60 11쪽
18 여진족의 추측 +3 23.02.13 2,338 62 12쪽
17 여진족과의 전투(1) +5 23.02.12 2,537 60 11쪽
16 화폐 유통 +5 23.02.11 2,627 68 11쪽
15 감자 보급 +8 23.02.10 2,649 74 10쪽
14 직조기와 방적기, 농서의 보급 +7 23.02.09 2,693 72 11쪽
13 변화의 시작 +3 23.02.08 2,765 72 11쪽
12 집현전 관료들의 제안 +3 23.02.07 2,985 77 12쪽
11 산업혁명의 시작점 +4 23.02.06 3,167 83 11쪽
10 대마도 원정 논의(2) +2 23.02.05 3,108 80 10쪽
9 대마도 원정 논의(1) +8 23.02.04 3,496 7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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