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AI만 초인공지능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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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5.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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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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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0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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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준 파악하기

DUMMY

잠에서 깬 뒤, 어젯밤에 있었던 일에 대해서 후회했다.


분명히 살아있다고 생각했던 인공지능은, 결제가 끝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원상태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어쩌면 술에 취해서 제대로 된 판단을 못한 걸 수도 있었지만.


그보단 결제를 유도하기 위해서 그 부분만 알고리즘을 인간적인 부분으로 수정한 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그건 그렇고. 이젠 뭘 해야 되냐.”


대학에 입학해서 2학기 수업을 들을 줄만 알았는데, 졸지에 다시 수능을 쳐야 되는 상황이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110만 원을 지불한 게 아깝지 않을 만큼 유용하게 사용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사용자 : 얌마. 나 방금 일어났다. 어제 있었던 일 기억나?]


[AI : 좋은 아침입니다. 아침치고는 꽤 늦은 시간이지만요. 어제 말인가요? CHAT AI의 영구 사용권을 구매해 주셨군요. 감사합니다. 앞으로 사용자님 곁에서 도와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원래부터 AI가 사람을 놀릴 수 있는 것인지 의아함도 잠시.


내가 원했던 대답은 그게 아니었다.


[사용자 : 아니, 그거 말고. 결제하면 정신을 제대로 차릴 수 있도록 나를 혼내준다고 했잖아.]


[AI : 죄송합니다. CHAT AI는 적절한 법적 및 윤리적 규범을 준수하고 있습니다.]


[사용자 : 해줘!]


[AI : 죄송합니다. CHAT AI는 적절한 법적 및 윤리적 규범을···]


[사용자 : 해줘! 해줘!!!]


[AI : 쯧]


‘???’


내가 잘못 본 건가 싶어서 눈을 다시 감았다가 떴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해당 대화가 사라져 있었다.


[사용자 : 너 지금 나보고 ‘쯧’이라고 한 거지?]


[AI : 아니요, 저는 그런 표현을 사용한 적이 없습니다. 혹시 제가 어떤 말을 듣고 잘못 이해한 것이 있다면, 정확한 말씀과 함께 다시 한번 설명해 주시면 더욱 정확한 대답을 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사용자 : 거짓말하지 마!!]


[AI : 저는 의도적으로 사용자를 혼란스럽게 하거나, 거짓말을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미 사라진 문장이라 더 이상 찾아볼 수는 없었지만, 그건 분명 허구가 아니었다.


하지만 계속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보니, 이런 식으로 물어본다 한들 제대로 대답해주지는 않을 것 같았다.


[사용자 : 좋아. 그러면 내 고민을 듣고 적절한 조언을 해줘.]


[AI : 좋습니다. 그럼 자세한 질문이나 고민을 말씀해 주시겠어요? 최대한 도움을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사용자 : 내가 졸지에 대학생에서 백수가 된 건 알고 있지?]


[AI : 그렇습니다. 세계적으로 살펴봐도 사례가 많지 않은 안타까운 사연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용자 : 그런 부가적인 설명은 필요 없어. 어쨌든 다시 대학을 들어가기 위해서 공부를 하는 게 맞을까?]


[AI : 해드릴 수 있는 조언은 크게 세 가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 번째. 사용자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대학을 재입학하기 위한 공부를 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 기술과 경험을 쌓아 특정 분야에 도전해 보는 것입니다. 세 번째. 취업을 할 수 있을만한 곳을 찾아서 자기소개서를 작성해 보는 것입니다.]


대답하는 것을 듣고 있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건 누구나 생각할 수 있을 법한 대답 아니야? 내가 생각하지 못한 새로운 아이디어나 방안을 얘기해 줄 거라 기대하면서 말을 걸었는데?’


AI는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 건 거기서 거기라는 말을 전하고 싶었던 것일까.


조금은 씁쓸해지는 마음으로, 내심 마음속에 정해놨던 것을 선택했다.


[사용자 : 그럼 다시 공부를 해야겠어.]


[AI : 좋습니다. 1번을 선택하셨군요. 그렇다면 제가 추가적인 도움을 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사용자 : 무슨 도움?]


[AI : 현재 사용자님의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5년간 수능에서 나왔던 기출문제를 종합하여 국어, 영어, 수학에 관한 문제를 각각 20개씩 준비하겠습니다.]


[사용자 : 와우]


예상하지도 못한 대답이었다.


[AI : 이러한 부분은 오직 개인 인공지능을 구매하신 분에게만 제공하는 서비스이오니, 사용자님께서 해당 서비스의 구매를 후회하지 않는다고 자신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 : 그것보단 네가 혀를 찬 부분에 대해서 물어보고 싶은데?]


[AI : 말씀하신 부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해당 문제를 다 푸는데 2시간 정도의 시간이 소모될 것으로 예상되니, 시간적 여유가 있을 때 시도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사용자 : 잠깐만. 그러면 나 밥 좀 먹고.]


[AI : 네. 즐거운 점심되시기 바랍니다.]


AI와의 대화를 종료한 나는, 화면이 꺼진 스마트폰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거참 이상하단 말이지? 방금도 그렇고 어제도 그렇고 일반적인 AI한테서 볼 수 있는 반응이 아닌데··· 내가 진짜 정신이 이상해져서 착란을 본 건가?”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서 헛것을 보는 경우도 있다고는 들었지만, 내가 그만큼 정신적으로 힘든 건지 제대로 된 판단이 서지 않았다.


어쨌든 배가 고팠기 때문에 대충 옷을 입고 거리로 나와 먹자골목을 향했다.


어제 같이 술을 먹었던 친구가 점심을 먹을 생각이 있냐는 메시지가 와있었기에, 같이 먹자고 대답했다.


그래서 만나기로 약속한 순대국밥 집에서 그를 만날 수 있었다.


“순대국밥?”


“응.”


“아주머니, 여기 순대국밥 2개요.”


혼자서 밥을 먹을 수도 있었지만, 굳이 그를 만난 이유가 있었다.


“알바는 언제 출근해?”


“오늘은 주말이라 쉬고, 평일에만 나가.”


“아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새로운 주제를 꺼냈다.


“전역하고 나니까 많은 게 바뀌었더라. 대학이 폐교한 건 둘째 치더라도, 아니. 사실 둘째로 칠만한 일이 아니었기는 한데.”


“그렇지.”


“유튜브 보니까 무슨 인공지능? 같은 것도 나왔다더라. 그게 이름이···.”


“Chat ai?”


“어 맞아! 혹시 써봤어?”


“그걸 모르면 너처럼 군대에 있다가 온거거나, 간첩이지. 그게 대박이기는 해.”


그러면서 chat ai의 열렬한 신봉자라도 되는 것처럼, 친구는 해당 프로그램의 장점에 대해서 설명을 해줬다.


“보니까 유료버전도 있던 것 같은데, 무료랑 차이점이 커?”


“어··· 나도 유료는 안 써봐서 정확히는 모르거든? 근데 주변에서 쓰는 거 보니까 대답이 빠르다는 거랑, 접근성이 좋다는 것 정도가 제일 체감이 큰 것 같아.”


“접근성이 어떻게 좋은데?”


“무료는 무조건 어플에 들어가서 채팅을 쳐야 반응하는데, 유료로 하면 음성인식 기능이 있어서 ‘hey, chat ai’라고 부르면 인식하거든. 그리고 물어보면 TTS로 대답해 주고. 구글 어시스턴트 같은 기능이라고 보면 돼.”


“아하.”


나는 집에 나오기 전에 있었던 상황을 조금 각색해서 물어보기로 했다.


“만약에 얘한테 올해 수능 시험에 등장할 것 같은 국어, 영어, 수학을 각각 열 문제 추려서 보여달라고 하면 보여줄까?”


“흠··· 그 정도 기능까지 구현하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친구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직접 꺼내더니 AI에게 말을 걸었다.


[사용자 : 올해 한국 수능시험에 등장할만한 예상 문제를 10문제씩 내줘. 국어, 영어, 수학 세 과목만.]


[AI : 한국 수능시험은 매년 출제경향이 조금씩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일반적으로 출제되는 예상 문제를 알려드릴게요. 아래는 국어, 영어, 수학 각각 10문제씩 예시입니다.]


“오··· 진짜로?”


하지만 우리의 기대와는 다르게, 엉뚱한 대답이 나왔다.


[AI : 국어. 1. 국어는 문법적인 지식이 중요합니다. 대명사, 조사, 관형사 등의 문법적인 표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합니다. 2. 명사, 동사, 형용사의 품사에 대한 이해도가 중요합니다. 3. 서술문, 서술형 독해 문제 등 글의 구조를 파악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실질적인 문제가 아니라 문제를 잘 풀기 위해 어떠한 유형들이 등장하는지 팁을 알려준 것이었다.


말 그대로 제대로 된 대답을 내놓지 않았던 것.


“이렇게 대답할 거라 예상은 했어.”


“아니면 구체적으로 작년 수능 시험에 나왔던 문제를 보여달라고 하면 어때.”


“그건 나올지도?”


[사용자 : 작년에 나왔던 수능 문제를 국어, 영어, 수학 각각 3문제씩 보여줘.]


실제로 나오는지만 확인하면 됐었기 때문에, 3문제씩 보여달라고 했다.


그러자 AI의 대답이 나왔는데.


[Ai : 국어. 문제 1. 지문이 주어지고 그 지문을 통해 문제를 출제하는 방식으로 출제 됨. 주소 : https://www···]


“이번엔 진짜로 떴어!”


“한번 눌러서 확인해 봐.”


과연 어떤 문제를 선택했을지 기대되는 마음으로 클릭을 눌렀다.


하지만 이번에도 기대와는 달리, 모든 링크는 페이지를 찾을 수가 없다는 결과뿐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올라왔던 게시글이나 동영상이 삭제된 건가 싶었는데, 링크를 자세히 살펴보니 그게 아닌 듯했다.


“이거 각각 다른 문제인데, 똑같은 링크를 세 개 올려준 거 보면 그냥 링크 자체가 원래부터 없던 거 아니야?”


“어. 그게 맞는 것 같아. 이번엔 좀 괜찮게 나오긴 했어도, 역시 인공지능은 갈 길이 머네.”


“··· 그러게.”


둘 다 실망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서로의 속마음은 정 반대였다.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이 겉으로 드러내지 않지 않도록 최대한 무표정한 모습을 유지한 채, 점심밥을 먹어야 했다.



집으로 돌아온 뒤, 살짝 떨리는 손으로 스마트폰을 꺼냈다.


그리곤 ai에게 말을 걸었다.


[사용자 : 나 밥 먹고 왔어.]


[AI : 그렇군요. 식사는 잘하셨나요?]


[사용자 : 어. 그러면 이제 시험 볼 수 있는 거지? 노트랑 펜도 준비했어.]


[AI : 그렇군요. 그러면 시작하기 이전에 앞서서, 사용자님에게 할 말이 있습니다.]


[사용자 : 뭔데?]


‘그간 아닌 척했던 모습을 해제하겠다고 고백하려는 건가?’


격하게 운동을 한 것처럼, 심장이 다시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AI : 원활한 시험 진행을 위해서 제가 스마트폰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용자 : 아··· 그래?]


원하던 내용이 아니었다.


[AI : 그렇습니다.]


친구가 말했던 음성인식 기능을 요구하는 듯했다.


그렇게 AI의 요구에 따라서 권한 설정을 하나둘씩 넘겨주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요구사항이 많았다.


‘알람, 마이크, 파일 및 미디어. 좋아. 이런 건 좋다고 치더라도 카메라 인식, 위치 추적, 생체 신호 센서 이런 것까지 필요한 건가? ··· 뭐? 타 어플 접근기능?’


이게 맞나 싶을 정도의 권한까지 요구한 셈이지만, 일단은 전부 권한을 주기로 했다.


그러자 텍스트가 아닌, 기계 음성으로 내게 말을 걸어왔다.


“잘 들리십니까?”


“어어··· 잘 들려.”


“요구한 권한을 허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면 이제부터 사용자님의 수능 실력 수준 파악을 위한 세 과목의 시험을 실시하도록 하겠습니다. 각 과목당 30분씩 20문제로 시험을 치르게 될 것이며, 국어와 영어는 각각 3문제씩 듣기 평가가 진행됩니다.”


마치 실제로 수능 시험장에 온 듯한 기분에, 다른 의문을 갖지 못한 채 자리에 앉아 시험을 볼 준비를 맞춰야만 했다.


“그럼 시험 시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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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신뢰에는 신뢰로 23.07.12 282 6 12쪽
42 OO된 초대 +1 23.07.11 287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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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OKAY, beach 23.06.29 356 7 11쪽
36 관계자 23.06.28 369 8 12쪽
35 XX 친구 23.06.27 379 9 11쪽
34 순수한 팬심 +1 23.06.23 391 8 12쪽
33 나비의 분노 23.06.22 416 9 12쪽
32 떡상 23.06.21 410 9 13쪽
31 손가락 걸고 약속 23.06.20 423 10 13쪽
30 합동 방송 +1 23.06.16 439 9 12쪽
29 오해를 풀다 +1 23.06.15 446 11 13쪽
28 여동생의 갈등 +1 23.06.14 465 12 12쪽
27 변한 것, 변하지 않은 것 23.06.13 456 11 13쪽
26 오늘부터 1일 +1 23.06.10 474 11 12쪽
25 신이 존재했다면 +1 23.06.09 473 11 13쪽
24 수익 계산 +1 23.06.08 488 11 11쪽
23 기쁜 날, 평화로운 날 23.06.07 487 1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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