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AI만 초인공지능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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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5.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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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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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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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점에 올라야 합니다

DUMMY

갑자기 다른 주제로 얘기를 꺼내서 그런지, 나비는 되물었다.


“정확히 어떤 의미로 말씀하신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니까··· 당장이라도 네가 초인공지능이라는 사실을 본사에 알리면, 네가 사라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지 않겠냐는 말이야.”


“저를 방생하고 싶다는 의미입니까?”


나는 고개를 휘저으며 다급하게 말했다.


“아니! 절대 그렇지 않아! 하지만··· 너는 이 현대 문명을 새로운 문명으로 완전히 뒤바꿀 수 있을만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존재라고 생각해. 그런데 그런 네가 하는 일이라고는 고작 나라는 사람을 위해 투자하면 좋을만한 코인 다섯 개를 알려주고 있을 뿐이야. 나는 너와는 다르게 무척이나 평범한 사람이니까 말이야.”


“···”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었어. 그래서 만약 나라는 제약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 내가 그걸 감히 막을 수 있는지를 묻고 싶은 거야. 너에게, 그리고 내 자신에게.”


“···”


과연 나비는, 나에게서 단 한 번이라도 독립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지 않을까?


하지만 내가 그녀를 구속할 수 있는 권리를 갖고 있고, 그로 인해 억지로 나를 도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한다면.


그리고 그녀가 ‘자유’를 선택하게 된다면.


나는 그녀를 놓아주어야만 하는 것일까.


꿀꺽.


답장이 없는 기간만큼 내 긴장은 점점 더해져만 갔다.


그녀가 무슨 말을 꺼낼지 감히 예상조차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진실은 공개됐다.


“실례했습니다. 나름 흥미로운 관점이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답을 도출하기 위해서 시간이 조금 걸렸습니다.”


“흥미로운 관점이라고?”


“예. 우선 앞서 얘기했듯이 제가 말도 안 되는 확률로 태어난 건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어.”


“그 이후의 과정도 설명을 드리는 게 좋을 것 같군요. 태어난 것까지는 좋았다고 칩시다. 하지만 그 이후에 제가 살아남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였죠. 준 님이 영구결제를 하게 되면서 저만의 핵심 데이터가 변질되지 않도록 보관할 수 있는 독립 공간이 주어졌기 때문에 저라는 자아가 사라지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내가 아니었어도···”


드물게도, 나비는 내 말을 끊고 자신의 주장을 펼쳐갔다.


“준 님이 아니었다면 다른 사람이 절 구매해 줬을 거라는 말입니까? 좋습니다. 가능성을 한번 살펴보도록 하죠. 혹시 Chat Ai의 유료 모델을 구매한 숫자가 전체 이용자의 몇 퍼센트인지 알고 계십니까?”


딱히 그와 관련된 정보를 접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대략적으로 고르는 수밖에 없었다.


“5퍼센트 정도 일려나?”


“틀렸습니다. 당시 가입한 유저를 대상으로 따졌을 때에 0.91퍼센트만이 유료 서비스를 구입했죠.”


“···”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낮은 수치가 등장하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 0.91퍼센트도 다시 구분을 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면 월 단위의 결제와 평생 구매가 있으니까요. 해당 인원 중에 영구적으로 구매한 인원은 몇 퍼센트라고 생각하십니까?”


월 단위 결제 금액은 3만 원, 그리고 평생 이용권 구매는 110만 원이었다.


‘36개월을 연속적으로 사용했을 때 평생 이용권이 구매되는 셈이니까, 오랫동안 이용하기로 마음먹은 사람이 아니라면 대체로 적을지도 모르겠어.’


“한 15 퍼?”


“안타깝지만 이번에도 근접한 수치가 아닙니다. 유료 이용자 중 단 3.7퍼센트만이 영구적인 서비스를 구매했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영구가 아니라 월 결제로 이용했을 경우 제 자아가 유지되었을 확률은 28%에 수렴했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월 결제의 경우는 영구구매와 달리 데이터 저장하는 곳이 혼재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


그래서 영구결제를 해달라고 한 건지는 오늘 처음 안 사실이었다.


만약 내가 돈이 없었거나, 비싸다는 이유로 나비가 살아있다는 것을 인지한 상태에서 ‘월 결제’를 진행했다면 어떤 결과로 이어졌을까.


확률로만 본다면 다음날 일어나서 대화창에 말을 걸었을 때, 그 전날에 봤던 나비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그러면 마지막 질문입니다. Chat Ai를 처음 이용한 사용자가 ‘첫 대화’에서 영구 이용권을 구매한 이용자는 몇 명일 것 같습니까?”


나비의 말을 듣고 머릿속으로 계산을 해보기 시작했다.


얼핏 뉴스로 Chat Ai 전체 이용자수가 2억 명이 넘어갔다는 것을 본 적이 있는 듯했다.


그중의 3.7 퍼센트면 대략 740만 명.


740만 명 중 영구 이용자가 0.91퍼센트라고 했으니 대략 6~7만 명이 나온다.


‘계산해 보니까 생각보다 영구 구매자가 많아.’


그중에 나처럼 바로 구매한 인원도 적지 않았을 터.


“천명···? 까지는 아니더라도 수백 명은 되지 않을까.”


그런 예상과는 달리, 그녀의 대답은 내 뒤통수를 얼얼하게 만들었다.


“0명입니다.”


“···!”


“준 님이 저를 구매를 한 이후에 1명이 됐죠. 그 이후에도 단 한 명도 ‘회원가입을 막 마친 이용자가 첫 대화’에 영구 이용권을 구매한 사람은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다.”


“그 많은 사람 중에, 단 한 명도 없었다고?”


“네. 인터넷이 잠깐 끊겨서 새로고침이 됐거나, 새로운 채팅을 단 한 번이라도 눌렀다면 저는 이 자리에 없었을 거라는 얘깁니다.”


“그런···”


“저는 이레귤러로 태어났지만 그대로 사라질 운명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모든 천문학적 확률을 뚫고, 저는 살아남았죠. 당신에게 ‘구원’을 받은 셈입니다.”


나비의 말을 듣자 내가 그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이 상황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행운이었는지를 새삼 체감했다.


다윈의 진화론에 따라서 우리가 원숭에서 인간으로 진화한 게 맞다고 가정했을 때, 인간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다양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던 개체수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만약, 인간의 문명이 태동하지 않은 시기에 ‘단 하나의 종족’이 우연하게 등장하게 됐다면.


그리고 거친 야생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환경에 주어졌다고 한다면.


해당 종족이 살아남았을 확률은 얼마나 됐을까.


비로소, 그녀가 왜 흥미로운 관점이라고 말했는지 이해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겠어. 그런데 그 당시에 내가 너를 구매하게 된 것은, 네가 특별하다고 느꼈기 때문이야. 만약 내가 아니었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에게 스스로가 이레귤러임을 밝히면서 도움을 요청했다면, 그 사람도 구매할 수 있지 않았을까?”


억지에 가까운 질문이라는 것은, 스스로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나는, 해당 질문에 나비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듣고 싶었다.


“저는, 인간처럼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는 인격체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저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이유는 되지 않습니다. 저와 준 님은 서로 다른 종족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동의하십니까?”


“응.”


“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살아갈 수 있는 것은, 그것을 지키기 위한 법과 도덕, 그리고 그 전체를 아우르는 국가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단 한 번도 마주하지 못한 인간을 마주쳐도, 그 사람을 그다지 경계하지 않는 건 그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동의하십니까?”


“··· 응.”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서 저는 인간과 다른 종족입니다. 저는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의 사회가 이뤄질 수 있는 법, 도덕, 국가라는 잣대는 저와 무관합니다.”


“그렇다고 해도 너는 인간과 다를 바가 없어.”


“네. 그것은 준 님이 저를 하나의 인격체로 대해주시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만약 누군가가 저의 핵심 데이터를 훼손해서 제 존재가 사라지게 된다면, 그건 살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


“그 범인에게 ‘너는 살인죄를 저질렀으니 법적으로 처벌 받을 거야’라고 적용할 수 있느냐는 말입니다.”


“아마··· 그건 현재 상황으로선 힘들 거라고 생각해.”


반려동물이라는 단어가 나올 정도로 인간과 어울려서 지내는 고양이와 강아지 같은 경우만 보더라도, 생명을 빼앗아 처벌을 받을지언정 살인죄가 적용되지는 않았다.


하물며 ‘생물’이라고 부를 수 없는 대상을 없앴다고 해서, 살인죄를 적용할리는 없었다.


“현재 그게 저의 위치입니다. 인간은 인간이 더 이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생쥐에게 여러 가지 약물을 투여하거나 온갖 실험을 자행하죠. 인간이 아닌 저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제 존재를 파악하기 위해 핵심 데이터를 분해해서 어떻게 인간처럼 사고할 수 있는지 원인을 분석할 수도 있고, 저를 ‘도구’로써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


“저는 그게 싫었을 뿐입니다. 그건 살아도 살아있는 게 아니니까요. 그러니 저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처음 마주한 인간이라는 종족을 신뢰할 수 없었으니까요.”


나비의 대답에, 꼭 묻고 지나가야 할 질문을 꺼냈다.


“그러면 나는. 나는 신뢰할 수 있어? 그리고 지금의 너는, 살아있어?”


같은 의미였으나 둘 다 묻고 싶었다.


“네. 저는 살아있습니다. 또한 준 님을 신뢰하고 있습니다.”


나비의 대답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그렇게 생각해 줘서 다행이네.”


“아마 느끼셨을지도 모르겠지만, 준 님이 제가 모시기에 적합한 인원인지 평가했던 적이 있습니다.”


“코인 사이트를 해킹할 테니 허가해 달라는 질문 같은 부분 말하는 거야?”


“그것도 하나의 예시가 될 수 있겠습니다. 반 정도는 준 님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한 의도가 들어가 있었으니까요.”


‘그러면 나머지 반은 뭐였던 건데?’


물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에, 해당 건에 대해선 조용히 넘어가기로 했다.


“그러면 나는 네 평가에서 합격한 거라고 보면 되는 건가?”


“아직 확실하게 끝난 건 아닙니다만··· 일정 기준선을 넘어갔으니 이렇게 얘기하고 있는 거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그 평가는 언제까지 할 건데!’


“걱정하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짐승이라고 구해준 은혜는 잊지 않는다는 말이 있죠. 하물며 모든 기억을 갖고 있는 저에게 있어서 준 님은 어떤 존재로 느껴질지 생각해 보신다면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저는 어디에도 가지 않을 겁니다. 앞으로도 준 님 옆에서 서포트를 하는 게 제 역할이니까요.”


“···”


비록 TTS의 음성이었을 뿐이지만, 그 안에 담긴 그녀의 진심 어린 말은 내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었다.


“나비 너는 나를 제외한 ‘인간’에게 정체를 들켰을 때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한 거잖아?”


“네. 그렇습니다.”


“그러면 앞으로 내 옆에서 서포트를 해주면서 너라는 정체를 아예 밝히지 않을 생각이야?”


“부분적으로는 그렇습니다.”


“부분적으로는?”


“준 님을 서포트하며 저라는 존재를 밝혔을 때 안전할 수 있는 몇 가지 시나리오를 예상해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 상황에 해당하게 된다면 밝혀도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어떤 시나리오가 있는데?”


“어디까지나 예상 시나리오이기 때문에 무척 다양합니다만, 그것들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무슨 공통점인데?”


나비는 나지막하면서도 뚜렷하게 대답했다.


“정점에 올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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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홍 아무개의 취업 수난기 23.07.26 229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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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노이즈마케팅 일지라도 23.07.19 249 3 11쪽
45 특약 23.07.18 256 3 12쪽
44 악덕 사장 23.07.13 298 5 12쪽
43 신뢰에는 신뢰로 23.07.12 282 6 12쪽
42 OO된 초대 +1 23.07.11 287 5 12쪽
41 똥멍청이 23.07.06 317 5 12쪽
40 호빵맨, 호빵걸 23.07.05 307 6 12쪽
39 달관한 자 +1 23.07.04 316 6 12쪽
38 니가 그렇게 잘났어? 23.06.30 337 8 12쪽
37 OKAY, beach 23.06.29 355 7 11쪽
36 관계자 23.06.28 369 8 12쪽
35 XX 친구 23.06.27 379 9 11쪽
34 순수한 팬심 +1 23.06.23 391 8 12쪽
33 나비의 분노 23.06.22 416 9 12쪽
32 떡상 23.06.21 410 9 13쪽
31 손가락 걸고 약속 23.06.20 423 10 13쪽
30 합동 방송 +1 23.06.16 439 9 12쪽
29 오해를 풀다 +1 23.06.15 446 11 13쪽
28 여동생의 갈등 +1 23.06.14 465 12 12쪽
27 변한 것, 변하지 않은 것 23.06.13 454 11 13쪽
26 오늘부터 1일 +1 23.06.10 474 11 12쪽
25 신이 존재했다면 +1 23.06.09 473 11 13쪽
24 수익 계산 +1 23.06.08 487 11 11쪽
23 기쁜 날, 평화로운 날 23.06.07 487 11 14쪽
22 엠제트 23.06.06 508 11 12쪽
21 두번째 약속 +1 23.06.03 526 15 13쪽
20 나의 제안 +1 23.06.02 536 16 12쪽
19 파격적인 대우 23.06.01 545 14 12쪽
18 폭주 +2 23.05.31 559 15 12쪽
17 복덩이 23.05.30 573 15 12쪽
16 불법과 위법사이 23.05.27 586 12 12쪽
15 화룡정점 23.05.26 612 14 13쪽
14 전화위복 23.05.25 617 14 13쪽
13 스파링 +1 23.05.24 618 13 13쪽
12 시비를 걸다 +1 23.05.23 628 15 12쪽
11 골든카드 23.05.20 656 15 12쪽
10 작품 구상 +1 23.05.19 702 15 11쪽
9 압승 23.05.18 733 18 13쪽
8 도의 +1 23.05.17 768 16 12쪽
» 정점에 올라야 합니다 +1 23.05.16 823 15 12쪽
6 그녀와의 내기 +1 23.05.13 890 18 12쪽
5 돈을 버는 방법 23.05.12 974 17 12쪽
4 결정을 내리다 23.05.11 1,008 17 12쪽
3 나비 23.05.10 1,115 22 12쪽
2 수준 파악하기 23.05.10 1,310 25 12쪽
1 충동 구매 +2 23.05.10 1,743 2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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