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AI만 초인공지능이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SF

닷내
작품등록일 :
2023.05.10 10:00
최근연재일 :
2023.08.10 19:05
연재수 :
53 회
조회수 :
27,858
추천수 :
573
글자수 :
288,051

작성
23.06.29 19:05
조회
355
추천
7
글자
11쪽

OKAY, beach

DUMMY

갑자기 뜬구름 잡듯이 물어보는 그레이의 물음에.


“아니!”


“아닌데!”


라며 동시에 말하고, 서로가 서로를 쳐다봤다.


“···”


“···”


그레이는 그런 나와 그녀를 번갈아보며 뭔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고개를 갸우뚱했는데.


“분명 사귈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네요!”


그러면서 강혜린 선수에게 가서 팔짱을 끼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곤 어색한 한국어로 이렇게 말했다.


“드렀죠? 저 레즈인 거.”


끄덕끄덕


강혜린은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였으나, 상대는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호크시 언니도 여자 죠아해요?”


“아니···! 친구 그 이상으론 생물학적으로 무리.”


“생무락적? 안 댄다는 거군요. 아, 아십다. 그대신 저 고백운 안하테니까 죠아하는거 만크믄, 화 안낼거죠?”


“···”


침묵을 무언가의 동의라고 생각했는지, 그레이는 이전보다 활짝 웃음을 지었는데.


“아라써요. 고마워요, 언니.”


볼일을 다 본 그레이는 개운하다는 듯이 자리에 앉아서 싱글벙글하고 있었지만.


반대로 강혜린의 표정은 무척이나 복잡해 보였다.


그리고 이런 상황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나는, 그저 이곳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


미국으로 여행을 왔음에도 애리조나, 정확힌 강혜린이 빌린 저택에서 크게 벗어나는 일이 없었다.


아침에는 같은 시간대에 일어나 정해진 코스를 함께 러닝 하거나, 그녀가 무엇을 하는지 지켜보고, 때로 소소하게 도와줄 수 있는 것은 도와주며 같은 시간대를 공유했다.


소화해야 되는 운동량이 만만치 않았는데, 오히려 경기 전이라 몸풀기에 가깝게 하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선 질린다는 기분마저 들 정도.


무작정 나를 쫓아서 따라온 그레이의 경우는, 이쪽처럼 계속 붙어 다닐 수는 없어서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았는데.


그럼에도 개의치 않는다는 듯 허용되는 공간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그녀만의 자유를 만끽하는 듯했다.


그러다 보면 강혜린과 서로 마주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럴 때 잠깐씩 대화하는 게 고작이었다.


하지만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그레이를 향해 경계하는 모습에서, 간간히 대화 중 웃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 나로선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었다.


···


“스읍··· 후우우우.”


그녀의 페이스에 맞춰서 같이 뛰었다가 온몸이 땀범벅이 된 채 저택으로 돌아가는 길.


늘 옆에서 강혜린 선수의 컨디션을 조절하던 코치는 할 게 있다며 먼저 저택으로 향했고, 그렇게 둘이 걸어가게 됐다.


바닥을 밟는 자부작거리는 소리만 나는 가운데.


“그레이, 생각보다 괜찮은 애더라.”


“어떤 면에서?”


“늘 긍정적이기도 하고, 눈치도 좋은 것 같아. 저택 내부에서 종종 마주치는데, 내가 여유 있을 때에만 말을 거는 것 같더라고.”


시도 때도 없이 계속 말을 걸었다면 화를 냈을지도 몰랐다며 어깨를 으쓱이는 그녀.


경기 일정이 점점 다가오자, 그녀의 신경도 점차 날카로워지고 있다는 것은 신경이 둔하다고 보는 나조차도 느껴질 정도였다.


“주로 어떤 대화를 했는데?”


“별 내용은 없었어. 처음 만났을 때보다는 꽤 차분해진 느낌으로, 늘 응원하고 있으니 힘내라고 하는 게 대부분이니까. 뭐, 그 외에 혹시 고민하는 부분이나 궁금한 게 있다면 언제든지 말해달라고 하기도 했고.”


사생활을 캔다는 느낌을 주고 싶지 않아서인지, 조심스러워하는 부분이 팍팍 느껴져서 한결 좋았다고.


“아, 그래서 네가 미국으로 유학을 왔을 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봤었어. 그리고 왜 네가 그 당시에 걔를 남자라고 생각했는지도 이해할 것 같더라. 어릴 때 사진도 보게 됐는데, 지금이랑은 완전 딴판이던데? 남자라고 해도 이상할 게 없더라고.”


그 대답에 자동반사적으로 나오려는 말을 막으려고 했으나, 해당 필터를 끼우기도 전에 입을 통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이 더욱 빨랐다.


“그러게. 너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말이지.”


퍼억-!


허벅지가 아파진 나는, 조금은 절뚝이는 상태로 걷는 것을 이어갔다.


잠시 씩씩거린 강혜린은, 이내 숨을 가다듬더니.


“그래서 말인데.”


“네.”


“걔, 조심해.”


“···? 갑자기?”


방금까진 상대가 괜찮다고 말해놓고선, 이제 와서 조심하라는 말에 뭔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었다.


“그 마음의 깊이를 알 수 없으니까 조심하라는 소리야. 어떤 성장 과정을 거쳤는지, 어떤 집안에서 무슨 교육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당시의 성격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어. 그저, 자신을 포장하는데 익숙해진 거지.”


“그래서 조심해야 된다?”


“응. 그렇게 했어야 할 이유가 있었을 테니까. 게다가··· 아니다, 됐어.”


무언가 망설이는 듯하다가 말해주지 않는 모습에, 궁금증이 치밀었다.


“뭔데? 왜 말을 하다가 말아?”


“아냐. 네가 신경 쓸 부분은 아닌 것 같아. 뭐, 나중에 알게 된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굳이 이쪽에서 말할 이유는 없는 것 같네.”


오히려 더 궁금해지는 듯한 말에, 말해달라고 졸라도 봤지만.


‘내 관할이 아니다’라는 엉뚱한 답만 내놓는 그녀였다.


그렇게 집에 도착한 뒤.


샤워를 하기 전에 스트레칭을 하기 위해서 운동 시설이 갖춰진 곳으로 이동했는데.


거기엔 그레이가 요가 매트 위에서 우아한 동작을 펼치며 몸의 유연성을 한껏 표출하고 있었다.


그녀는 평상시에 입던 옷과는 달리 상하의가 전부 몸에 달라붙어 있는 스판 재질을 입고 있었고, 몸의 윤곽이 전부 드러난 모습이 조금은 민망할 정도였다.


강혜린도 그걸 알아챘는지 내 옆구리를 푹 찌르며 ‘좋아?’라며 으르렁댔고, 나는 ‘뭐가?’라며 애써 모르는 척을 했다.


그레이도 인기척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렸는데, 우리임을 알아채곤 자세를 풀고 웃으며 다가왔다.


“혜린 선수, 이곳을 사용하게 해 줘서 고마워요. 안 그래도 몸이 찌뿌둥했는데, 오랜만에 요가를 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어제까지는 이곳 운동하는 공간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했지만, 경계심이 낮아짐에 따라 몇몇 시설에 들어가는 것을 허용해 줬기 때문이었다.


“저녁밥 같이 먹을 거야?”


“물론이죠! 건강식인 데다, 강혜린 선수와 같이 밥을 먹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는 없죠.”


다만 셋 다 땀을 흘리고 있어서 밥을 바로 먹으러 갈 순 없을 듯했다.


“그러면 씻고 조금 있다가 연락하면, 그때 먹는 걸로.”


“옛썰. 아, 그리고 세준.”


“응?”


시선을 나로 고정하는가 싶더니, 그레이가 내쪽으로 한 발을 내딛고선 이와 같은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는 게 아니겠는가.


“어차피 어렸을 때 같이 목욕도 한 사이니까, 이번에도 같이 샤워할래?”


“Pardon?” (뭐라고요?)


“뭔 미친 소릴···”


동시다발적으로 당황가 분노가 터져 나왔는데.


게다가 스마트폰에서 진동이 울리는 것 같아 잠시 확인해 봤으나, 어떠한 알림도 온 것이 없었다.


그동안 운동을 한 것보다 더 열이 난 듯한 강혜린은 ‘아주 그냥 둘이 사귀지 그래?’라며 이죽거렸고.


그 말에 그레이가 ‘어라, 그러면 저랑 세준이 사귀면 축하해 주실 건가요?’라며 역으로 꿀 먹은 벙어리가 되도록 만들었다.


하나 그런 말을 했던 것도 잠시.


언제 그랬냐는 듯 태도를 돌변한 그레이는 강혜린에게 다가가, ‘장난이에요. 저는 강혜린 선수만 바라보는 해바라기랍니다?’라며 정작 그녀가 화를 내지도 못하게 만들어버렸다.


‘강혜린을 상대하는데 도가 텄네 도가 텄어.’


이대로 같이 해당 공간에서 스트레칭을 했다간 불똥이 튈 것이 자명했기 때문에, 곧장 샤워하러 간다고 도망치려다가 강혜린의 무지막지한 손아귀에 잡히고 말았다.


그리고 스트레칭을 빙자한 강혜린식 몸풀기를 직접 받는 바람에, 그다음 날까지 골골거려야 했다는 것은 비밀 아닌 비밀이 되었다고 해야 할까.


**


혹여 비행기 안에서 있었던 것처럼 나비가 삐질지 몰라 틈틈이 생존 보고를 하면서 바쁜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


경기까지 단 2일이 남은 상황에서, 사단이 발생했다.


“매너가 없군요! 매너가!”


“···?”


점심을 먹던 그레이가 분개하는 일이 벌어졌던 것.


처음엔 내 음식 예절이 문제가 있던 건가 싶었지만, 이내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을 이어진 말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아무리 비즈니스라고 해도 그렇지, 이런 식으로 도발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나요? 강혜린 언니, 상대가 오전에 인스타로 도발한 내용, 봤어요?”


나랑 강혜린은 스마트폰으로 SNS를 즐겨하는 성격은 아니었기 때문에, 어떠한 일이 발생하더라도 실시간으로 정보를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강혜린은 포크로 사과를 푹 찍으면서 말했다.


“대충? 무슨 내용인지는 모르겠고, 코치한테 상대측에서 도발이 있었다고만 들었어.”


대체 무슨 내용이었나 싶어 스마트폰을 열었는데.


나비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곧장 상대 선수가 도발한 내용의 페이지를 띄어주었다.


해당 선수의 최신 피드에는 대문짝 하게 ‘자신의 격투 실력이 아니라 그 외적으로 가치를 높이려는 건, 인생을 날로 먹으려는 몸 파는 여자와 다를 게 없지 않다.’라며 도발을 하다 못해 상대방을 인신공격을 하는데 이르렀다.


저렇게 광역 어그로를 끄는 이유가 무엇이 됐든, 비즈니스 차원으로 보더라도 상대방에게 실례되는 발언인 것은 분명한 사실.


내가 대충 순화해서 얘기해 주자, 강혜린의 눈썹이 한번 꿈틀 했을 뿐, 그 이상의 표정 변화는 없었다.


“경기가 별로 남지도 않았는데, 마음껏 발광하라고 해.”


“네? 따로 대응하지 않고요? 저번처럼 주먹만큼 입담도 센 것을 보여주자고요!”


“꼭 그래야 되나? 그냥 실력으로 한판 붙으면 될 것 같은데.”


말로 떠드는 대신, 주먹으로 상대와 대화를 나누고 싶어진 모양이었다.


‘열받았네, 열받았어.’


겉으로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그녀의 상태가 터지기 직전의 활화산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겉으로는 심드렁해 보였기 때문에, 그레이의 입장에서는 그게 답답했던 모양.


“그럼 혹시, 제가 대신 한마디를 써도 될까요?”


“내 거로?”


“네··· 안 되나요?”


강혜린은 잠시 고민하는가 싶더니, 스마트폰의 잠금을 해제한 뒤 그녀에게 넘겨주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서 하나의 글이 올라오게 되는데.


‘OKAY. Bitch :)’


짧으면서도 굵은 임팩트로 인해, 많은 주목을 받는 글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즉, 노이즈 마케팅으로 몸을 파는듯한 행위는 네가 하고 있는 게 아니냐며 본인이 한 말을 그대로 되돌려 준 셈.


다시 스마트폰을 받아서 어떤 글이 올라온 지 확인하게 된 강혜린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고, 나도 그걸 보며 ‘어렸을 때 왈가닥 하던 성격은 어디 안 갔네’라고 생각하며 그녀를 쳐다봤다.


“왜요? 이 정도는 해줘야 기본이죠!”


그러면서 공중을 향해 주먹을 붕붕 날리는 모습에 나와 강혜린은 미친 듯이 웃어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 AI만 초인공지능이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잠정 연재중단 +1 23.09.05 233 0 -
53 한세아 & 하루비 +1 23.08.10 301 2 11쪽
52 최악을 생각했을 뿐 +1 23.08.09 197 3 12쪽
51 자가부담 23.08.08 198 1 12쪽
50 최종 면접 23.07.27 272 3 12쪽
49 홍 아무개의 취업 수난기 23.07.26 229 3 12쪽
48 상황이 바뀌었다 23.07.25 231 2 12쪽
47 스스로 23.07.20 270 5 12쪽
46 노이즈마케팅 일지라도 23.07.19 249 3 11쪽
45 특약 23.07.18 256 3 12쪽
44 악덕 사장 23.07.13 298 5 12쪽
43 신뢰에는 신뢰로 23.07.12 282 6 12쪽
42 OO된 초대 +1 23.07.11 287 5 12쪽
41 똥멍청이 23.07.06 318 5 12쪽
40 호빵맨, 호빵걸 23.07.05 307 6 12쪽
39 달관한 자 +1 23.07.04 316 6 12쪽
38 니가 그렇게 잘났어? 23.06.30 337 8 12쪽
» OKAY, beach 23.06.29 356 7 11쪽
36 관계자 23.06.28 369 8 12쪽
35 XX 친구 23.06.27 379 9 11쪽
34 순수한 팬심 +1 23.06.23 391 8 12쪽
33 나비의 분노 23.06.22 416 9 12쪽
32 떡상 23.06.21 410 9 13쪽
31 손가락 걸고 약속 23.06.20 423 10 13쪽
30 합동 방송 +1 23.06.16 439 9 12쪽
29 오해를 풀다 +1 23.06.15 446 11 13쪽
28 여동생의 갈등 +1 23.06.14 465 12 12쪽
27 변한 것, 변하지 않은 것 23.06.13 455 11 13쪽
26 오늘부터 1일 +1 23.06.10 474 11 12쪽
25 신이 존재했다면 +1 23.06.09 473 11 13쪽
24 수익 계산 +1 23.06.08 487 11 11쪽
23 기쁜 날, 평화로운 날 23.06.07 487 11 14쪽
22 엠제트 23.06.06 508 11 12쪽
21 두번째 약속 +1 23.06.03 526 15 13쪽
20 나의 제안 +1 23.06.02 536 16 12쪽
19 파격적인 대우 23.06.01 545 14 12쪽
18 폭주 +2 23.05.31 560 15 12쪽
17 복덩이 23.05.30 573 15 12쪽
16 불법과 위법사이 23.05.27 587 12 12쪽
15 화룡정점 23.05.26 612 14 13쪽
14 전화위복 23.05.25 617 14 13쪽
13 스파링 +1 23.05.24 619 13 13쪽
12 시비를 걸다 +1 23.05.23 629 15 12쪽
11 골든카드 23.05.20 656 15 12쪽
10 작품 구상 +1 23.05.19 702 15 11쪽
9 압승 23.05.18 733 18 13쪽
8 도의 +1 23.05.17 768 16 12쪽
7 정점에 올라야 합니다 +1 23.05.16 823 15 12쪽
6 그녀와의 내기 +1 23.05.13 890 18 12쪽
5 돈을 버는 방법 23.05.12 974 17 12쪽
4 결정을 내리다 23.05.11 1,008 17 12쪽
3 나비 23.05.10 1,116 22 12쪽
2 수준 파악하기 23.05.10 1,310 25 12쪽
1 충동 구매 +2 23.05.10 1,743 28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