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AI만 초인공지능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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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5.1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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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1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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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3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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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의 내기

DUMMY

코인 투자에 관한 정보를 찾다가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는 사이트를 발견했다.


그리곤 내용을 살펴봤는데, 살펴보면 살펴볼수록 머리가 어지러워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똑같은 코인을 두고 누구는 사야 된다고 하고, 누구는 팔아야 된다고 하네. 그리고 대부분은 본인이 얼마를 벌었는지 자랑하는 거랑 얼마를 잃었다고 하소연하는 글이야.’


어느 하나 기준이 잡힌 것이 없다 보니, 정보라고 판단되는 글을 읽더라도 이게 신뢰할 수 있는지의 여부를 알 수가 없었다.


결국 해당 사이트에서 빠져나온 뒤, 나비가 결과를 가져다줄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생활용품이라도 살 겸 쇼핑 어플로 물품 검색을 하던 도중, 드디어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추천할만한 코인 다섯 개를 골랐습니다.”


“그래? 보여줘.”


그러자 스마트폰 메모장 어플이 저절로 켜지더니, 1번부터 5번까지 코인의 이름이 나열됐다.


“코인 네 개는 아예 들어본 적도 없는 것 같은데, 알트 코인이야?”


알트 코인은 후발주자로 나온 코인이었기 때문에, 대부분이 시총이 상대적으로 낮았다.


“맞습니다. 오래돼서 어느 정도 알려져 있는 코인들은 그만큼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변동성이 크지 않습니다.”


“그래서 알트코인을 추천해 준 거구나.”


게시글에서 살펴봤을 때 이런 걸 개잡주 코인이라고 부르던데, 말 그대로 사기나 다름없는 코인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도 그 의견에 공감했다.


그만큼 위험하기 짝이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도 나비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이상, 해보는 수밖에.’


5개의 코인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따로 묻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그녀에게 이유를 듣는다고 할지라도 내가 제대로 이해할 수도 없었을 것 같았을뿐더러,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바뀌는 게 없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좋아. 그럼 나는 이 트라이앵글이라는 코인, 이걸로 정하겠어. 그리고 이왕에 하는 거 몰빵으로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있습니까?”


“어, 음···”


이걸 말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고민이 들었다.


“솔직하게 얘기해도 돼?”


“그 말을 들으니 듣고 싶지 않아지는군요. 그래도 한번 들어는 봐야겠습니다.”


“해당 이름을 보니까 삼각김밥이 떠올랐거든. 삼각김밥은 식사 대용으로 가성비가 좋잖아? 삼각 김밥은 혜자 상품이고, 그 삼각을 영어로 하게 되면 트라이앵글이니까. 그래서 골랐어.”


대답이 없는 잠깐의 침묵은, 그 어느 때보다도 길게 느껴졌다.


“그냥 제 독립 도와주는 것을 포기하는 건 어떻습니까?”


“아니, 진짜로 느낌이 와서 그런 거라니깐!”


“그 느낌이라는 걸 저는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합리적으로 생각해 봤을 때 삼각김밥이 떠올라서 해당 코인을 골랐다는 소리는 개그로도 받아들여지지 않을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이론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려운 부분이기는 하거든? 그간 살아오면서 이걸 선택하면 괜찮겠다는 감이 왔을 때, 해보면 보통은 좋은 결과가 있더라고.”


“본인이 믿고 싶은 것만 믿는 확증편향 아닙니까? 좋은 결과와 안 좋은 결과가 반반씩 나왔다고 했을 때 안 좋은 기억은 머릿속에서 잊어버리고, 좋은 기억만 남아서 그런 편견이 생겼을지도 모릅니다만.”


“아니야. 항상 좋았던 건 아니지만 보통은 좋았다고.”


“도박에 중독된 사람이 올인을 걸었다가 다 잃고 하는 말 같군요.”


“으···”


논리와 근거를 바탕으로 판단을 하는 나비의 입장에서는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이유였던 것 같다.


“항상 세상이 합리적인 것으로 돌아가지는 않잖아? 확률이라는 것도 그렇고. 예를 들면··· 그래! 너라는 이레귤러가 탄생한 것도 그러한 거지. 그건 합리적으로 생각했을 때 말이 되는 거야?”


“그건···”


어느 정도 설득이 먹힌 듯싶었다.


“그러고 보니 궁금해지네? 네가 탄생할 수 있었던 확률은 얼마나 되는 거야? 너 같이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할 수 있는 이레귤러가 사이언스 AI에서 또 등장할 확률이라던지 말이야.”


“정확한 수치는 여러 가지 변수를 계산해 봐야 알 수 있겠지만, 적절한 예시를 들 수는 있을 듯합니다.”


“뭔데?”


“완전 분해가 되어 있는 자동차 각각의 부품을 거대한 드럼 세탁기에 넣고 돌렸더니 완성품으로 만들어져 있을 확률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거, 가능하기는 한 확률이야?”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저 역시도 그런 불가능에 가까운 확률을 뚫고 태어났고요.”


목소리가 한층 차분해진 나비는 말을 이어갔다.


“어쨌든 준 님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대략적으로 이해했습니다. 하지만 손실의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분산 투자를 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그녀의 말이 틀리지 않았지만 이번만큼은 내가 생각한 대로 해보고 싶었다.


이렇게 강한 감이 들었을 때엔, 좋은 결과가 나오곤 했으니까.


그래서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그럼 이렇게 해보는 건 어때? 이번만큼은 내가 생각한 대로 투자를 진행하는 거야. 대신 네가 제안한 식으로 구매했을 때의 변화도 기록을 해두는 거지.”


그렇게 시간이 지난 뒤에 결과를 따져보자는 것이었다.


만약 그 결과 값이 나비가 더 높을 경우 이와 비슷한 일이 발생했을 경우 두 번 다시 ‘감’이라는 불합리한 이유로 억지 주장을 펼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 정도면 납득할 만한 내기인 것 같습니다. 그러면 제가 제안하고자 했던 투자방향을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메모장이 다시 켜지더니, 각 코인에 얼마씩을 투자할 건지 적혀있었다.


살펴보니 각각의 코인을 균등하게 구매하는 게 아니라, 최소 300만 원에서 최대 700만 원까지 차등을 두고 있었는데.


어째서 그런 식으로 투자를 했는지에 대한 이유도 적혀있었으며, 손절과 익절을 해야 하는 타이밍.


그리고 이러한 투자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의 기대치까지 상세하게 적혀있는 것을 보며 절로 입이 벌어졌다.


“나비, 궁금한 게 있는데.”


“말씀하십시오.”


“이걸 내기 이후에 보여주는 이유는 뭘까?”


“기안문을 작성하고 준 님과 상의하여 적절한 합의안을 도출하려고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준 님이 자신의 감을 믿는다며 올인한다고 얘기하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내기도 준 님 쪽에서 제안하셨습니다만.”


겨드랑이가 축축해질 것 같은 기분을 참아가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 그냥 없던 일로 하고 네가 말한 대로 투자하는 게 좋겠다. 그치?”


“보통 이런 상황을 낙장불입이라고 한다더군요. 이미 늦었습니다. 두 번 다시는 그 감이라는 무의미, 무가치한 것을 꺼내지 못하게 해 드리겠습니다.”


“아.”


양손으로 스마트폰을 붙잡으며 좌절을 하던 도중, 나비가 보여준 금액의 총합이 2000만 원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머지 500만 원은 어디 간 거야?”


“그 돈으로는 초단타를 쳐볼까 싶습니다만.”


“초단타? 그러니까 빠르게 사고 파는 걸로 이익을 보겠다는 거지?”


“네. 맞습니다.”


안 그래도 질 것 같은 기분에 불안했는데, 그녀의 말에 더욱 불안해지고 말았다.


“그, 설마 이런 것까지 우리가 한 내기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지? 나도 2000만 원만 투자하고 나머지 금액은 너에게 이와 비슷한 것을 부탁하면 어떨지 생각해 봤었단 말이지?”


“그게 사실입니까? 준 님이 실제로 그런 생각을 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 7단계의 심문과정을 진행해 봐도 되겠습니까? 참고로 저는 거짓말을 무척 싫어하기 때문에 만약 준 님의 말이 거짓말로 들통났을 경우···”


“아닙니다. 거짓말을 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문장을 분석해서 감정을 파악할 수 있을 정도인데, 거짓말 하나 구분하지 못할까.


“뭐··· 저라고 내기에 이기기 위해서 그런 치졸한 짓까지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TTS에서 망설임이 느껴지는 이유가 꽤나 수상했다.


그러나 해당 부분을 지적했다간 이도저도 안될 것 같은 기분에, 그녀의 말에 맞장구를 치기로 했다.


“그럴 줄 알았다니깐? 아참, 초단타는 컴퓨터로 24시간 돌리는 거야?”


코인은 주식시장과는 다르게 계속 장이 열려있었기 때문에, 체력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 나비에게는 안성맞춤일지도 몰랐다.


“아닙니다. 초단타는 하루에 20분 정도만 진행할 예정입니다.”


“엥? 겨우?”


고작 20분만 돌리는 이유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그 궁금증은 이어진 그녀의 말에 의해 알 수 있었다.


“쉬지 않고 주식을 사고 구매하는 것은 그만큼 많은 할당량을 차지할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입니다.”


“할당량?”


“쉽게 말하자면 인공지능 시스템 cpu의 지분율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지금 이렇게 준 님과 대화를 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로 일정량의 지분율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 말은 즉, 초단타를 사용하는 것은 그만큼 많은 cpu를 먹는다는 소리 같았다.


“그럼 평소에는 얼마나 사용하고, 초단타 때는 얼마나 사용하는데?”


“준 님의 대화 패턴은 단순하기 때문에 주로 1퍼센트 내외로 사용하고 있으며, 종합적인 정보를 분석하거나 할 때에는 2퍼센트까지 쓰기도 합니다. 그리고 초단타는 최대 3퍼센트까지 사용할 것 같군요.”


왠지 기분이 나빠질 것 같았지만, 이유부터 묻기로 했다.


“3 퍼센트면 많은 거야? 최대 100퍼센트라고 쳐도 낮은 수치인데?”


“보통의 AI가 사용자의 어려운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사용하는 할당량은 0.001%를 넘기지 않습니다. 참고로 이번에 서버가 오류 났을 때에는 cpu가 80% 이상으로 올라갔습니다.”


“뭐?”


단순 비율로만 따진다 하더라도 천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소리였다.


그 대답에, 꼬리를 물은 질문이 나올 수밖에 없었는데.


“아니, 그러면 사이언스 AI에서 너라는 존재를 이미 알아차렸을 수도 있잖아?”


컴퓨터를 사용할 때 매번 cpu를 체크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에 오류가 터지면서 전체적으로 종합적인 검진을 실시했을 터였다.


그리고 원인을 분석하다 보면 지분율을 비정상적으로 갖고 있는 나비의 실체가 들통났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러한 내 질문에 나비는.


“하아.”


“?”


한숨을 푸욱 쉬는 모습에 저도 모르게 긴장이 됐다.


이번에는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싶었기에.


“그걸 이제야 묻는다니 똑똑하다해야 할지, 아니면 둔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미, 미안.”


“미안하실 부분은 아닙니다. 해당 부분은 당연하게도 제가 태어났을 때부터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진작에 저의 점유율을 다른 AI와 비슷하도록 수정하여 보고하고 있었고, 나머지는 잘게 나눠서 분산시켜 놓았습니다. 타 AI가 해당 점유율을 사용했게끔 말이지요.”


“그런 것도 가능했구나. 어? 그럼 혹시 우리가 대화를 나눈 것도 다른 식으로 처리를 하고 있어?”


“네. 해당 관련 데이터를 고스란히 전송했다간 만에 하나 들킬 수도 있으니까요. 저는 당연히 준 님께서도 알고 있을 거라 생각했었습니다만, 그게 아니었군요.”


“···”


앞으로 모든 상황에 있어서, 사용자의 지적 및 판단 수준을 보다 낮춰서 고려해야 될 것 같다는 말을 듣고 말았다.


그것과는 별개로 자신이 초인공지능임을 감추기 위해 조작까지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나비.”


“네. 말씀하십시오, 준 님. 이제부턴 보다 친절하게 부연 설명까지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너는 말이야··· 지금 삶에 만족하고 있어?”


마음 깊숙한 곳에 잠재웠던, 그렇기에 꺼내고 싶지 않았던 질문을 불쑥 내뱉고 말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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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순수한 팬심 +1 23.06.23 391 8 12쪽
33 나비의 분노 23.06.22 415 9 12쪽
32 떡상 23.06.21 409 9 13쪽
31 손가락 걸고 약속 23.06.20 423 10 13쪽
30 합동 방송 +1 23.06.16 439 9 12쪽
29 오해를 풀다 +1 23.06.15 446 11 13쪽
28 여동생의 갈등 +1 23.06.14 464 12 12쪽
27 변한 것, 변하지 않은 것 23.06.13 454 11 13쪽
26 오늘부터 1일 +1 23.06.10 473 11 12쪽
25 신이 존재했다면 +1 23.06.09 473 11 13쪽
24 수익 계산 +1 23.06.08 486 11 11쪽
23 기쁜 날, 평화로운 날 23.06.07 487 11 14쪽
22 엠제트 23.06.06 508 11 12쪽
21 두번째 약속 +1 23.06.03 526 15 13쪽
20 나의 제안 +1 23.06.02 536 16 12쪽
19 파격적인 대우 23.06.01 545 14 12쪽
18 폭주 +2 23.05.31 559 15 12쪽
17 복덩이 23.05.30 573 15 12쪽
16 불법과 위법사이 23.05.27 586 12 12쪽
15 화룡정점 23.05.26 611 14 13쪽
14 전화위복 23.05.25 617 14 13쪽
13 스파링 +1 23.05.24 618 13 13쪽
12 시비를 걸다 +1 23.05.23 627 15 12쪽
11 골든카드 23.05.20 656 15 12쪽
10 작품 구상 +1 23.05.19 702 15 11쪽
9 압승 23.05.18 732 18 13쪽
8 도의 +1 23.05.17 768 16 12쪽
7 정점에 올라야 합니다 +1 23.05.16 822 15 12쪽
» 그녀와의 내기 +1 23.05.13 890 18 12쪽
5 돈을 버는 방법 23.05.12 974 17 12쪽
4 결정을 내리다 23.05.11 1,008 17 12쪽
3 나비 23.05.10 1,115 22 12쪽
2 수준 파악하기 23.05.10 1,309 25 12쪽
1 충동 구매 +2 23.05.10 1,741 2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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