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AI만 초인공지능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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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5.10 10:00
최근연재일 :
2023.08.1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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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7.06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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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멍청이

DUMMY

강혜린의 구박을 피하기 위해, 나는 바비큐를 구워보겠다면서 자리를 피했다.


그러자 해당 자리에는 강혜린과 그레이만 남게 됐는데.


의외로 먼저 상대에게 말을 건 것은 강혜린이었다.


“주변에서 네가 양파 같다는 소리, 못 들어봤어?”


“양파요?”


“응.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 달리 까면 깔수록 새로운 것들이 보이니까.”


그러자 작게 박수를 치며 웃는 그레이.


“한국에서도 그걸 양파 같다고 표현하는군요.”


“응. 네가 우리에게 보여준 모습은 빙산의 일각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거든. 네 아버지가 갖고 있는 와인 진열대도 그렇고.”


강혜린은 이전에 안전요원으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을 떠올리고 있었다.


“‘우리’로군요. 세준이 무척 부럽네요. 저도 그 ‘우리’라는 무리에 들어갈 수 있으려나요?”


“불가능할 것도 없지. 단, 서로가 속이는 게 없이 신뢰를 천천히 쌓아간다면 말이야.”


그레이는 어깨까지 내려온 자신의 머리칼을 만지작거렸다.


“‘속이는 게 없이’라··· 저에게 무슨 꿍꿍이가 있다고 보시나요?”


“그렇지는 않아. 그저 남들에게 쉽게 공개하지 못하거나, 그러고 싶지 않은 것을 갖고 있다고 생각할 뿐이야.”


“누구나 그렇지 않나요? 남들에게 공개하고 싶지 않은 비밀 한두 개 정도는 다들 갖고 있다고요?”


강혜린은 와인이 조금 담긴 본인의 잔을 느긋하게 들어 올린 뒤.


남은 것을 한 번에 입에 털어 넣고선, 상대의 눈을 똑바로 마주하며 말했다.


“그 비밀이 생각보다 인생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거라면 상황이 다르지.”


“···”


그러자 이전까지 생글생글하던 그레이의 표정은 사라졌고.


무심한 듯, 혹은 도도한 듯한 모습의 표정으로 강혜린을 마주하는 것이 아닌가.


“언제부터 알게 된 거죠?”


“확신하게 된 건 오늘이고. 의심이 들었던 건 5일 전에 안전 요원으로부터 한 정보를 들으면서부터였어. 그 사람은 이 주변에 사는 덕분에, 동네 사람이 수상한 벤이 자꾸 돌아다닌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하더라.”


“···”


“그 이후에 예의주시 하면서 살펴봤더니, 우리 저택을 감시하고 있는 걸 알았어. 처음엔 경찰에 바로 신고할까 하다가, 무슨 목적인지를 알아보기 시작했어.”


러닝을 할 때에 정해진 루트를 벗어나 일부러 허점을 드러낸 것처럼 상황을 연출하기도 했는데, 확인 결과 여전히 그들이 감시하는 곳은 저택이었다고.


“그때 알았어. 목적이 우리가 아니라 어쩌면 ‘너’ 일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이야. 그래서 마을 사람한테 의뢰를 맡겼지. 그들이 무슨 목적을 갖고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했거든.”


그레이의 표정은 처음으로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그래서, 알아냈나요?”


“응. 그들이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고 있을 때 자연스럽게 접근했다고 해. 그리고 말을 건 사람이 마을 토박이라는 걸 알게 된 이후에, 경계를 낮췄다고 했어. 자연스럽게 무슨 일을 하냐고 물어봤는데, 자세한 건 말해주지 않았지만 경호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고 하더라. 더 파고들면 혹시나 위험해질지도 모르니까 거기까지만 하라고 했지.”


고생했다며 사례비를 두둑이 준 것도 잊지 않았다고 했다.


“거기까지만 안건가요?”


“아니, 전부 알게 됐어.” (No, I know everything now.)


전부(everything)라는 말을 곱씹어보던 그레이는, 그 의미를 파악하길 원하는 듯 조심스럽게 말했다.


“··· 당신은 미국에 연줄이 있던 것도 아닐 텐데요. 그들이 얘기한 게 확실한 정보였을지도 모를 테고요.”


“그렇지. 네가 ‘경호’ 받는 대상인지, 아니면 ‘감시’ 받는 대상인지는 실제로 확인하기 전까진 알 수 없는 법이니까.”


전자라면 차라리 나았지만, 후자일 경우 마치 폭탄을 끌어안고 있는 형국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어떻게 안 거죠?”


“탐정에게 의뢰를 맡겼어. 뉴욕에 사는 인원 중 누군가에게 ‘경호’ 혹은 ‘감시’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위치에 올라있으면서, 21살의 딸을 가진 집안이 있는지 조사해 달라고 말이야.”


“용케 거기까지 파고들 생각을 하셨네요?”


“그러게. 원래라면 그러려니 넘어갔을지도 몰랐을 텐데, 이전에 변태 같은 안전 요원한테 뒤통수 맞은 경험이 있어서 말이지.”


“돈이 만만치 않게 들어갔을 텐데, 선수 생활로 그 비용이 다 감당되나 보죠?”


그러자 강혜린은 고기를 열심히 굽고 있는 권세준을 슬쩍 바라보더니, 이내 시선을 다시 그레이에게 돌렸다.


“아니. 네가 말했지? 공개하고 싶은 비밀이 한두 개 정도는 다들 갖고 있는 것 아니냐고.”


“그럼, 서로 쌤쌤인가요?”


“그러기엔 그쪽 패가 너무 높아서 말이야.”


그 말에 그레이가 쓴웃음을 짓더니, 와인을 병에 따르지 않고 그대로 입으로 가져다 댔다.


“크으.”


“그렇게 마시면 나는 어떻게 먹으라고?”


“이렇게 하면 되죠.”


그레이는 자신이 선택해서 사놓은 새 와인을 가져온 뒤, 순식간에 코르크 마개를 따버렸다.


그리곤 잔에 따르지 않은 채, 병째로 건넸다.


“이대로 마시라고?”


“싫어요?”


“아니··· 오히려 한국 생각나고 좋네.”


그렇게 둘은 병을 잡은 채로 병의 끝을 살짝 부딪친 뒤, 서로 술을 마셨다.


그리고 먼저 입을 연 것은, 그레이였다.


“탐정 의뢰를 했더라도 찾기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알았어요?”


“맞아. 뉴욕에 살면서, 21살의 딸을 가진 명망 있는 가족이 그렇게 많은지는 처음 알았어. 게다가··· 네 이름인 그레이에 부합하는 인원이 없다는 사실도 알게 됐지.”


“그러면···”


“대충 훑어보면서 사실상 누군지는 찾기 글렀다 싶었거든. ‘확신하게 된 건 오늘’이라고 내가 말했었지? 그 순간은 네가 아버지 서재에 있다고 한 ‘와인 진열장’을 얘기해 준 때였어.”


“아.”


와인을 마시던 그레이는 자신의 말이 단서가 됐다는 것을 깨닫곤 무언의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리곤 입가를 따라 한 방울의 와인이 그녀의 목선을 따라 가슴골로 흘러내렸다.


“와인 진열장은 보통 책이 있는 공간에 같이 놔두지 않잖아? 아예 거실 쪽에 두거나 진열하는 방을 따로 만드는 식인데, 너는 정확히 ‘서재’라고 언급했지. 그리고 우연히도 내가 훑어봤던 리스트 중에서, 거기에 정확히 부합하는 가족이 단 하나 존재하더라고. 그리곤 확신하게 됐지.”


“제가 어리석었군요.”


“그렇지는 않아. 너는 꿍꿍이가 있어서 여기에 온 게 아니라, 순수하게 친구를 만나고 싶고, 겸사겸사 좋아하는 UFC 여성 선수를 보고 싶어서 온 거잖아. 그렇지, 그린?”


강혜린의 물음에, 그녀는 웃는 건지, 아니면 우는 건지 알 수 없는 애매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 네, 맞아요.”


그렇게 잠시 정적에 휩싸여있을 때, 접시에 고기를 잔뜩 담아왔던 권세준이 다가왔다.


“내가 맛있게 구워왔으니까 이거 먹으면서··· 뭐야, 왜 다들 병나발채로 불고 있어?”


강혜린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툭 내뱉었다.


“원래 걸즈 토크는 화끈하게 하는 법이야.”


“그래?”


그레이가 강혜린에게 이와 같이 물었다.


“세준은 알고 있나요?”


“아니. 눈치가 없어서 아마 말 안 해주면 평생 모를걸? 똥멍청이라서 말이야.”


본인이 언급되자, 권세준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뭐? 갑자기 뭐라는 거야?”


그리고 그레이는.


“똥멍청이(poop idiot)인가요...? 하하하, 그러네요. 어울리는 별명이에요.”


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아니, 내가 뭔 똥멍청이야. 게다가, 뭘 알고 뭘 모른다는 건데?”


라며 강혜린에게 물었으나.


“몰라도 돼. 그리고 가서 고기 좀 더 굽고 와. 우리 진지한 얘기 하고 있으니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설마 둘이 사귀기로 했다거나?”


“안 되겠다. 야, 일로와. 호빵맨 만들어 줄 테니까.”


손을 풀며 진지하게 때릴 것 같은 모습을 보여주자, 권세준은 고기를 더 굽고 온다며 해당 자리에서 빠르게 벗어났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혜린은 혀를 차며 한마디 했다.


“어휴, 쟤는 분명 나중에 저 주둥이 때문에 후회하는 날이 분명 있을 거야.”


그레이도 강혜린의 시선에 따라서 권세준을 얼마동안 쳐다보다가 다시 시선을 되돌리며 말했다.


“그래서, 언제 고백할 거예요?”


콜록


모락모락 김이 나는 고기를 한점 집어다가 입안으로 넣던 강혜린은, 상대의 갑작스러운 말에 사레가 들리고 말았다.


“뭐, 뭔 소리야? 고백이라니?”


“세준. 좋아하는 거 아니었어요?”


“아아니? 단순한 친구일 뿐인데?”


강혜린이 강하게 부정했음에도 오히려 그레이는 입꼬리가 더더욱 올라가는 것이 아닌가?


“뭔데. 그 웃음의 의미는.”


“아뇨, 그러기에는 상대를 애타게 찾는 것 같아서요.”


그러자 강혜린은 이해했다는 듯 애써 덤덤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아아. 그건 그냥 쟤랑 친한 것도 있고, 예전에 빚진 것도 있어서 겸사겸사 부른 거야. 남자 여자를 떠나서 소울 프렌드인 거라고.”


“음··· 그걸 말하는 게 아니었는데.”


그 말에 몸이 경직된 채 눈알만 움직이며 그레이를 정면으로 쳐다봤다.


“그, 러면?”


“아마 엊그제? 였던 것 같은데요. 밤에 누워있다가 소변이 마려워서 저택을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언니 방을 지나가는데, 그렇게나 애타게···”


“스톱!”


강혜린은 누가 듣지는 않았는지, 과할 정도로 주변을 경계하면서 물었다.


“아직 누구한테도, 말 안 했지?”


“그럼요. 언니랑 똑같이 말 안 했어요.”


“그거, 꼭 지키는 거야. 아니면 너 죽고, 나 도망치는 거야. 알았지?”


“같이 죽는 게 아니고요?”


강혜린은 어깨를 으쓱였다.


“일단 너네 경호원이 쫓아오기 전에 최대한 도망은 쳐봐야 하지 않겠어?”


그 말에 그레이는 어이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지만, 이내 되물었다.


“알았어요. 그럼 이제는 진짜 쌤쌤인가요?”


“서로 비밀이 쭉 지켜진다는 전제라면, 얼마든지 가능할지도?”


“흐흐, 알았어요. 언니. 앞으로 잘 부탁해요.”


“오히려 부탁은 이쪽에서 해야 될 것 같아. 여러 가지 면에서 말이지.”


그렇게 다시 병끼리 가볍게 부딪치고선 마치 복숭아나무 아래에서 도원결의를 한 의형제처럼, 동시에 술을 마셨다.


“그래서 언니, 이후 일정은 어떻게 돼요?”


술에 의해선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선지 얼굴이 살짝 붉어진 강혜린은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 일주일 동안 같이 여행하기로 했어.”


“둘이서요?”


“으, 응.”


“기회군요.”


“기, 기회지. 같이 여행을 다니면서 우정을 다질 수 있는 기회.”


그레이가 지긋이 바라보자, 그 눈빛을 참지 못한 강혜린은 결국 고개를 돌려버렸다.


“정말이지, 솔직하지 못한 언니네요. 그러다가 누가 먼저 체가면 어쩌려고 그래요?”


“흥. 저렇게 눈치 없는 애를 누가 데려간다고?”


“뭐··· 저는 어떨까요?”


그러자 ‘너 죽고, 나 도망친다?’라는 것을 말없이 몸으로 표현한 강혜린.


그레이는 진정하라는 듯 양 손바닥을 그녀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웁스, 장난이에요 언니. 그러면 이건 어떨까요? 저는 둘 다 괜찮으니까, 셋이 하나의 커플이 되는 거죠.”


“미쳤어?”


“세준이 그러던데요? 미국은 자유로운 나라라고요, 하하.”


“저 자식을 그냥···”


그렇게 괜히 불똥이 튄 권세준은, 그것도 모른 채 열심히 고기를 굽고 있었다.


다시 그녀들 앞에 그릇을 갖고 왔을 때, 그레이는 도발하듯 물었다.


“세준, 나는 언제 만나러 올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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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노이즈마케팅 일지라도 23.07.19 249 3 11쪽
45 특약 23.07.18 256 3 12쪽
44 악덕 사장 23.07.13 298 5 12쪽
43 신뢰에는 신뢰로 23.07.12 282 6 12쪽
42 OO된 초대 +1 23.07.11 287 5 12쪽
» 똥멍청이 23.07.06 318 5 12쪽
40 호빵맨, 호빵걸 23.07.05 307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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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니가 그렇게 잘났어? 23.06.30 337 8 12쪽
37 OKAY, beach 23.06.29 355 7 11쪽
36 관계자 23.06.28 369 8 12쪽
35 XX 친구 23.06.27 379 9 11쪽
34 순수한 팬심 +1 23.06.23 391 8 12쪽
33 나비의 분노 23.06.22 416 9 12쪽
32 떡상 23.06.21 410 9 13쪽
31 손가락 걸고 약속 23.06.20 423 10 13쪽
30 합동 방송 +1 23.06.16 439 9 12쪽
29 오해를 풀다 +1 23.06.15 446 11 13쪽
28 여동생의 갈등 +1 23.06.14 465 12 12쪽
27 변한 것, 변하지 않은 것 23.06.13 454 11 13쪽
26 오늘부터 1일 +1 23.06.10 474 11 12쪽
25 신이 존재했다면 +1 23.06.09 473 11 13쪽
24 수익 계산 +1 23.06.08 487 11 11쪽
23 기쁜 날, 평화로운 날 23.06.07 487 1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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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나의 제안 +1 23.06.02 536 16 12쪽
19 파격적인 대우 23.06.01 545 14 12쪽
18 폭주 +2 23.05.31 559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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