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AI만 초인공지능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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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3.05.10 10:00
최근연재일 :
2023.08.10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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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22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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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의 분노

DUMMY

해외여행이 처음은 아니었다.


고등학교 입학한 이후에 갔다 와본 기억이 없을 뿐.


어렸을 때 제주도나 일본 같은 곳으로 여행을 다녀온 적도 있었고, 10살 즈음에 1년 동안 단기 유학으로 미국으로 갔다 오기도 했었으니까.


그때 영어를 배웠던 덕분에 이후에도 영어 공부만큼은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었고.


수능 점수도 꽤 괜찮게 받았지만, 그보단 실전 영어 쪽에 더 강하다고 볼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잘 지내고 있을까? 어렸을 때 이후로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원.’


당시 미국으로 단기 유학을 갔을 당시 영어를 아예 할 줄도 몰랐기 때문에, 누군가가 와서 말을 걸어도 대답을 하지 못하자 자연스럽게 곁에서 떨어지는 것을 반복 경험해야만 했다.


여럿이서 한꺼번에 갔다면 차라리 주변에 유학온 인원끼리 한국어로 대화를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이왕 가는 거 제대로 배우고 왔으면 좋겠다 판단한 부모님은 한국어는 쓸 수도 없는 오지로 날 보내버렸던 것이었다.


그렇게 외톨이가 될뻔한 상황에서, 한 남자아이가 내게 다가와주었는데.


그 남자아이는 다른 애들과는 달랐다.


내가 영어를 몰라서 말을 못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내 팔목을 잡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각 사물마다의 단어를 알려주기 시작했고.


당시 어떤 식으로든 말을 해보고 싶었던 나도, 필사적으로 그런 것을 머릿속에 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각 상황별로 쓸 수 있는 간단한 단어등을 익히고 쓰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에 이르러서 간단한 대화정도는 주고받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이후에는 다른 인원들과도 어울릴 수 있었지만, 나는 은혜를 잊지 않는 아이였고.


종종 그 남자아이의 집에 놀러 가서 자고 올 정도로 친하게 지내곤 했다.


그리고 1년이 지나서 귀국을 할 때가 되었을 즈음에는 영어로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


그 당시에도 스마트폰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이제 막 등장하는 시기였기 때문에 친하게 지냈던 그 남자아이와는 계속 연락하자며 이메일을 주고받았는데.


이후에 한국에 와서도 일 년에 적게는 두어 번, 많게는 네다섯 번까지 연락을 주고받곤 했다.


공항 검색대를 지나서 비행기를 타기 위해 대기하고 있을 때, 해당 친구가 떠올랐고.


아는 친구가 ufc선수고, 그 친구의 초청을 받아서 겸사겸사 미국으로 놀러 간다고 이메일을 보냈다.


‘그 친구는 뉴욕 쪽에 살고 있으니까, 만나지는 못하겠네.’


뉴욕은 미국 땅의 맨 우측이었고, 애리조나는 서부 쪽이었기 때문에.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더라도 6시간 이상은 걸릴 터였다.


어쨌든 그렇게 이메일을 보내고 창가를 통해 공항 바깥을 구경하다가 비행기를 타게 됐는데, 강혜린이 내게 보내준 티켓으로 인해 퍼스트 클래스 다음 순서로 탑승하며 거의 대기시간도 없이 비행기 내부로 들어왔다.


‘프레스티지라고 했던가. 비즈니스랑 똑같은 의미인 건지 모르겠네.’


강혜린이 예약 티켓을 보내줬을 당시, 나비를 통해서 해당 비행기표의 가격을 확인해 봤더니, 왕복 670만 원으로 일반석보다 4배는 비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것만 보더라도 거액의 코인을 벌어들인 인물은 강혜린일지도 모르겠다는 심증이 더욱 높아졌다.


UFC 경기 파이팅 머니로 한 번에 4억을 벌어들인다고 하더라도, 친구 초청을 위해서 비행기 값만 670만 원을 쓴다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사치였기 때문이었다.


평상시에 사치를 좋아한다면 모르겠지만, 내가 알고 있던 그녀는 그러지도 않았다.


동기 모임 때만 하더라도 수수하게 입고 왔기도 했고 말이다.


물론 내가 패션 쪽에 깊은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빈티지 관련된 수백만 원짜리 옷들로만 치장했던 거라면 알아보기 힘들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지 않을 거라는 데에 내 많은 것들을 걸 수도 있었다.


그만큼 우리는 서로에 대해서 잘 알고 있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기도 했다.


어쨌든 이번에 절친이 자신의 경기를 보러 와달라고 비행기 티켓을 끊어서 보내주는 만큼, 해당 경기에 대해서 어느 정도 사전지식을 위해 알아봤는데.


미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는 이미 인지도와 인기가 꽤 많은 상태였다.


여성 UFC에서는 ‘동부의 작은 아시아에서 초신성이 나타났다’는 식의 내용으로 각종 언론과 매체에서 그녀를 주목하고 있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UFC의 두 경기를 포함한 MMA 11경기 중 11승이라는 무패행진을 이어왔기 때문이었고, 또 하나는 선수답지 않은 그녀의 체형과 미모 때문이었다.


반대로 그녀의 이번 경기의 상대는 안면 분쇄기라는 별명을 가진 ‘미셸 키티’라는 인원이었는데.


전적 9승 2패로 UFC에서는 3연승으로 플라이급 14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왜 그녀가 안면 분쇄기라는 별명을 얻었느냐면.


그간 앞서 보여줬던 두 경기에서 전부 상대의 안면을 적중시켜서 승리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마지막으로 펼쳤던 경기의 경우 강혜린과 함께 UFC 선수 중 미모로 뛰어난 신인이었지만, 그녀의 주먹으로 안와골절을 당해서 은퇴를 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그녀를 싫어하는 악성팬들이 늘어남에 따라, 안면 분쇄기(face smasher)라는 별명을 지어준 것이었다.


각자의 선수의 인기에 따라서 티켓팅이나 중계료의 수익이 높아지고, 그로 인해서 파이팅머니가 올라가는 만큼 온라인상에서의 마케팅은 중요했는데.


강혜린은 미국 내에서 SNS등을 통해 ‘선수답지 않은 외모를 지녔음에도 강인한 느낌’을 보여주고자 했는지, 스파링을 하는 모습이나 훈련하는 모습을 담아 짧은 쇼츠 형식으로 홍보를 했는데.


이게 제대로 먹혀들어가면서 UFC의 상위 랭커만큼이나 높은 인지도를 얻어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미셸 키티는 안면 분쇄기라고 놀림을 당하거나, 이번의 파이팅 머니는 강혜린 덕분에 많이 받을 수 있던 거라고 온라인상에서 많은 비판을 받자.


그런 건 개의치 않는다는 듯 인스타그램에 직접 영상을 찍어서 역으로 공개 저격을 하기에 이르렀다.


“UFC에서 뛰어난 외모? 엿이나 처먹으라고 그래. 그런 걸 찾고 싶으면 미스 USA나 보지 그래? 이 공간에서는 무력이 기준이야. 어쩌다가 운 좋게 올라와서 외모로 인기벌이를 하는 년은, 내 주먹으로 안면을 철저하게 박살 내버리겠어.”


직접적인 두둔을 한 것은 아니지만, 이미 상대가 정해진 상황에서의 그런 인터뷰는 강혜린을 지목하고 말한 거나 다름없었다.


그런 비신사적인 발언에, 안와골절로 배우로 전향한 UFC 여성선수가 사과하라며 게시글을 작성했지만 듣는 시늉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비난을 하는 인원들이 늘어나는 것은 팬이 늘어나는 거다’며 그런 상황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일각에선 대놓고 얼굴을 망가뜨리겠다고 하는데, 징계감 아니냐고 따졌지만, ufc 주최 측에선 침묵을 유지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져만 갔는데.


강혜린을 좋아하는 많은 팬들은 그녀의 게시글에 우려하는 듯한 메시지를 담았는데, 그중 하나에 달린 답글이 엄청난 화제를 일으켰다.


Will smash my face? It seems like she want others to have their faces ruined just like her since her is already in a wrecked state.(내 얼굴을 박살 내겠다고? 본인의 얼굴은 이미 박살 난 상태라, 남들도 똑같이 만들어주고 싶은가 보네.)


그간 침묵을 유지한 것은 이것을 위해서였다고 말하는 듯한 강렬한 입담에, 미국에서는 연일 두 선수의 경기에 집중이 모아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11월 11일에 있을 해당 경기 티켓은 전부 매진된 것으로도 모자라, 암표 가격이 계속해서 높아지는 중이었다.


‘강혜린 답네. 상대방이 먼저 건드리지 않았다면 그렇게 반응하진 않았겠지.’


그녀는 나서서 누군가를 공격하지는 않지만, 선공을 맞았을 때에는 180도 돌변해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타입이었다.


정석만이 그때 당시에 얻어터진 이유도 그녀의 신경을 건드리다 못해 일정 수준을 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비록 이런 신경전 덕분에 미국과 해외에선 둘이 펼칠 경기에 이목이 쏠리고 있었지만.


나는 한편으로 걱정이 되기도 했다.


‘이번에 이렇게 반응한다는 것을 알아챈 이상, 그리고 그게 시청자들이 열광한다는 것도 알고 있는 이상, ufc 측에서 앞으로 이와 비슷한 양상으로 써먹을지도 모르겠네.’


어디까지나 비즈니스로 이용하겠지만 말이다.


그 입담이 거칠기로 유명한 맥그리거 같은 선수도 경기가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웃으면서 상대 선수와 악수를 하지 않던가.


그런 걸로 본다면 UFC에서 그녀의 컨셉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라, 나쁘지 않다고 봐야 할지 아리송했다.


[곧 비행기가 이륙하겠습니다··· 탑승객 분들께서는 안전벨트가 잘 착용됐는지 확인해 주시고, 스마트 기기를 비행기모드로 해주시기 바랍니다.]


해당 안내소리를 듣고, 카톡 부계정으로 메시지를 날리자, 나비는 ‘ㅇㅇ 들었습니다’라며 짧은 대답을 보내왔다.


온전히 비행기가 이륙하고 안정권에 접어들기 전까지는 인터넷을 접속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미리 넷플릭스에서 받아놓은 영화를 보기로 했다.


실은 영화보다는 소설, 웹툰, 유튜브 같이 짧거나 언제든지 보는 것을 중단할 수 있는 콘텐츠를 더 선호하는 편이었지만.


심적으로나, 일적으로나 도중에 끊기는 일 없이 두 시간 정도 영화를 볼 수 있었던 여유가 없었던 탓에 무조건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로 했던 것.


특히 이번 미국으로 떠나는 2주 휴가를 오기 전에, 쉬는 만큼의 비축분을 만들기 위해 더 미친 듯이 작품 구상을 해야만 했고.


살이 찌는 것을 대비해서 특훈에 가까운 운동을 했기 때문에 보복심리에 가깝게 이번 여행을 철저하게 즐기다가 올 생각이었다.


‘오오. 다리를 쭉 펼 수 있네.’


괜히 왕복 600만 원이 넘는 가격이 아니라는 듯, 프레스티지 좌석답게 비행기 안에서 넓은 공간을 차지한 채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정신없이 영화를 보던 도중.


내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 승무원이 미소를 지으며 내게 물었다.


“고객님. 가볍게 식사를 준비하고자 하는데, 드시겠습니까?”


“네. 주세요.”


시차가 바뀌어서 식단 조절 자체가 무의미해진 이상, 마음껏 먹고 즐길 생각이었다.


그렇게 메밀 비빔국수와 찐만두, 각종 반찬이 제공되어서 맛있게 먹은 뒤.


다시 영화를 이어서 보았다.


···


‘이게 영화만의 묘미지. 다 봤을 때 찬찬히 쌓였던 감정이 물 밀듯이 들어오는 것.’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그런 느낌이 더 와닿는 듯했다.


눈을 지그시 감고 남아있는 여운을 즐기고 있는 와중에.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어째 나비가 왜 조용하나 했더니 비행기 모드를 아직 안 풀었었구나.’


인터넷이 연결되어 있지 않으니, 나비가 스마트폰을 통해서 연락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나는 그제야 비행기 모드를 풀었고, 스타링크를 가입했기 때문에 인터넷 연결이 되었다.


그 순간.


[준 님. 제 계산상으론 비행기가 뜬 지 24분도 안 돼서 안정권으로 접어든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이제 비행기모드를 풀었을까요? 네?]


외부에서는 철저하게 부계정으로 연락을 취해오던 나비가.


그런 절차를 무시한 채 직접 스마트폰을 조종하여 내게 말을 걸어온 것이었다.


그건 달리 말해서.


‘X 됐다.’


그녀가 단단히 화가 났음을 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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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상황이 바뀌었다 23.07.25 230 2 12쪽
47 스스로 23.07.20 270 5 12쪽
46 노이즈마케팅 일지라도 23.07.19 249 3 11쪽
45 특약 23.07.18 255 3 12쪽
44 악덕 사장 23.07.13 296 5 12쪽
43 신뢰에는 신뢰로 23.07.12 282 6 12쪽
42 OO된 초대 +1 23.07.11 287 5 12쪽
41 똥멍청이 23.07.06 317 5 12쪽
40 호빵맨, 호빵걸 23.07.05 307 6 12쪽
39 달관한 자 +1 23.07.04 315 6 12쪽
38 니가 그렇게 잘났어? 23.06.30 337 8 12쪽
37 OKAY, beach 23.06.29 355 7 11쪽
36 관계자 23.06.28 369 8 12쪽
35 XX 친구 23.06.27 378 9 11쪽
34 순수한 팬심 +1 23.06.23 391 8 12쪽
» 나비의 분노 23.06.22 416 9 12쪽
32 떡상 23.06.21 410 9 13쪽
31 손가락 걸고 약속 23.06.20 423 10 13쪽
30 합동 방송 +1 23.06.16 439 9 12쪽
29 오해를 풀다 +1 23.06.15 446 11 13쪽
28 여동생의 갈등 +1 23.06.14 465 12 12쪽
27 변한 것, 변하지 않은 것 23.06.13 454 11 13쪽
26 오늘부터 1일 +1 23.06.10 473 11 12쪽
25 신이 존재했다면 +1 23.06.09 473 11 13쪽
24 수익 계산 +1 23.06.08 487 11 11쪽
23 기쁜 날, 평화로운 날 23.06.07 487 11 14쪽
22 엠제트 23.06.06 508 11 12쪽
21 두번째 약속 +1 23.06.03 526 15 13쪽
20 나의 제안 +1 23.06.02 536 16 12쪽
19 파격적인 대우 23.06.01 545 14 12쪽
18 폭주 +2 23.05.31 559 15 12쪽
17 복덩이 23.05.30 573 15 12쪽
16 불법과 위법사이 23.05.27 586 1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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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전화위복 23.05.25 617 14 13쪽
13 스파링 +1 23.05.24 618 13 13쪽
12 시비를 걸다 +1 23.05.23 628 15 12쪽
11 골든카드 23.05.20 656 15 12쪽
10 작품 구상 +1 23.05.19 702 15 11쪽
9 압승 23.05.18 733 1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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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돈을 버는 방법 23.05.12 974 17 12쪽
4 결정을 내리다 23.05.11 1,008 17 12쪽
3 나비 23.05.10 1,115 22 12쪽
2 수준 파악하기 23.05.10 1,309 25 12쪽
1 충동 구매 +2 23.05.10 1,741 2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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