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편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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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라프
작품등록일 :
2023.05.12 23:43
최근연재일 :
2024.09.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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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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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전투의 양상은 치열했다. 이찬이 걱정했던 소드 엑스퍼트는 조금 전 몇 합을 겨뤄본 이후 다시 싸우려 하지 않았다. 문제는 계속해서 몰려오는 병사들.

이들은 어째서인지 죽을 각오로 이찬을 향해 검을 휘둘렀고 그때마다 이찬은 폭풍을 발현해 요리조리 피해 다녔다.

각각의 병력은 그리 강하지 않았으나 그 합이 예사롭지 않았다.


챙 채쟁

크아아악!


무구들이 맞부딪히는 소리와 비명소리가 이찬의 귀에 내리 꽂혔다.

전투 중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본 이찬의 눈에는 피가 난자하는 가스페르의 모습이 보였다. 우사는 아이를 지키며 싸우느라 행동에 제약이 많았다.

이찬은 가스페르를 보고는 그의 곁으로 가 속삭였다.


“하나 둘 셋 하면 엎드려요.”

“예?”

“하나, 둘, 셋!”


이찬은 ‘유척당지지’와 ‘정벌’을 발현하여 검을 원형으로 휘둘러 적을 섬멸하였다. 다행히 가스페르는 이찬의 카운트다운에 맞춰 엎드려 있었다.

적 병사의 대부분은 섬멸되었으나 단 한사람. 상급 소드 엑스퍼트 헤수르가 자리에서 미동도 없이 버티고 서 있었다.


“별로 강하진 않군.”


상당한 양의 마나가 깃들어있는 목소리. 이에 이찬은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소드 엑스퍼트는 검의 경지에 올라서야 얻을 수 있는 칭호. 아직 그로써는 헤수르와의 싸움이 성립조차 되지 않았다.


아직 때가 아니다.

눈도 감겨 있었기에 다른 곳으로 도망칠 수도 없다.

그러나 헤수르는 이찬에게 달려 들지도, 그렇다고 무시하지도 않았다. 어느 정도의 긴장감과 전투 태세를 갖추고 있을 뿐.

그 틈에 이찬은 잽싸게 가스페르와 눈을 맞추며 그의 격을 복사하려 했다. 그러나 뜻 밖의 메시지가 이찬의 눈 앞에서 경고했다.


[경고! 가스페르 반 아이데의 격을 복사할 수 없습니다.]

[현재 그의 격을 복사할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이찬’과 ‘가스페르’가 처음으로 조우했습니다.]


이에 이찬은 다른 격을 발현했다.


[공통스킬, ‘상태창 분석’을 발현합니다.]


<상태창 정보>


이름: 가스페르 반 아이데

나이: 26세

성주(星主): 없음(한 명의 성주가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존재격: 없음

고유격(고유 스킬): [플래시 애로우]. [총격포화]. [광휘의 발걸음]. [???(숙련도 부족)]

공통격(일반 스킬): [궁술]. [숏보우]. [롱보우]. [컴포짓보우]. [검술].

상상력(마나): ???(숙련도 부족)


활에 치우쳐져 있는 격.

개중에는 허완의 고유격이었던 ‘총격포화’도 있었다.

이찬은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때는 이찬이 사이버 행성으로 가기 직전 태극본성에서 있던 일.


***


누군가 이찬을 붙잡으며 말을 건넸다.


“이찬님?”

“예, 그렇습니다만.”

“투쟁 대회 준우승자 보상입니다. 20000 상상력과 인시터애로우의 레플리카입니다.”


[오 인시터애로우.]


***


이찬은 ‘인벤토리’에서 인시터애로우의 레플리카를 꺼내 가스페르에게 던졌다. 가스페르는 반사적으로 날아드는 활을 잡고는 거리를 벌려 활시위를 당기기 시작했다. 활시위에는 수많은 화살들이 생성되며 금방이라도 날아갈 듯 진동했다.

이에 헤수르가 순식간에 이찬의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가 향한 곳은 가스페르가 활시위를 당기고 있는 곳이었다. 희미하지만 “안 돼”라는 외침도 들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가스페르는 헤수르가 달려오는 것을 보고는 「광휘의 발걸음」을 발현해 헤수르가 휘두르는 검을 빠른 속도로 피해냈다.

물론 헤수르는 상급 소드엑스퍼트였기에 가스페르 또한 공격을 전부피해내지는 못했다.


푸슉


빈틈을 놓치지 않은 헤수르가 가스페르의 옆구리를 베었다.

그가 검을 절도있게 휘두르는 와중에도 가스페르는 공격의 낌새조차 보이지 않았다. 날아드는 검격을 묵묵히 피해낼 뿐. 이것은 마치 피식자가 지치기를 기다리는 포식자 같았다. 그러나 피식자는 자신이 피식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포식자에게 덤비고 있었다. 마침내 피식자가 지쳐 몸을 움직이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포식자의 활시위가 당겨지고 놓인 것은 순식간이었다.


피유우웅


족히 스무 개는 되어 보이는 화살이 헤수르를 덮쳤다. 헤수르도 간신히 화살에게서 몸을 피했으나, 절망적이게도 가스페르의 무구는 인시터애로우였다. 화살들이 헤수르가 피한 방향 그대로 춤을 추듯 쫓아갔다. 헤수르는 가스페르를 공격하기는커녕 그에게 다가가지도 못했다.

화살의 속력을 따라가지 못한 헤수르가 ‘총격포화’를 정통으로 맞았다. 단 한 방에 헤수르는 온몸에 피가 낭자하며 쓰러졌다.

상급 소드 엑스퍼트를 압도하는 격.


“오랜만에 활을 잡으니 마음이 편해지는 군요.”


헤수르를 압도한 가스페르는 이찬의 옆으로 다가와 말했다.


“저 사람은 안 구해도 됩니까?”


가스페르가 가리킨 손가락의 끝에는 병사들에게 둘러싸여 집단 린치를 당하고 있는 우사가 있었다.

이찬은 폭풍으로 병사들을 날려버린 뒤 우사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아니 우사 님 신 맞아요? 계속 맞고 다니시는데.”


[여기는 내 행성이랑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래. 그리고 얘 지키라며!]


우사의 품에는 아이가 여전히 잠들어 있었다.


“아 오케이. 이해 완료.”

“날 빼고 뭘 그렇게 수군대십니까?”


꽤나 지친 모습의 가스페르가 이찬의 곁에 도착했다.


“내가 활 쓰는 건 어떻게 알았고, 이 활은 어디서 났습니까?”


훅 들어온 질문에 이찬은 얼버무렸다.


“아니 원래 활 잘 쓰시는 분인 건 알고 있었습니다. 저건 아는 사람한테 받았고요.”


이찬의 말엔 토씨 하나 틀린 것이 없었다.

활을 잘 쓰는 것은 상태창을 보고, 인시터애로우의 레플리카 또한 한때 인간이었던 존재에게서 받은 것이니.

이찬은 매우 합리적인 변명이었다고 생각했으나 가스페르는 다르게 생각했다.


“난 이곳 사람이 아닙니다. 당신이 나를 알고 있다면 나와 같은 행성 출신일터. 내가 모를 리 없습니다. 게다가 이 활은 우리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가보입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실제로 본 적 없는 활이죠. 전해지는 건 몇 점의 그림뿐입니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정식으로 인사드리죠. 활의 행성 헤랴의 4왕자. 가스페르 반 아이데입니다.”


‘상상도 못했다.’


언행을 보곤 귀족 정도의 신분을 예상했던 이찬은 큰 충격에 빠졌다. 게다가 헤랴라니. 헤랴는 얼마전 투쟁 대회에서 홍길동과 싸웠던 허완의 출생지 아닌가.


“이곳은 우리 행성의 옆 행성 페케니아입니다. 전쟁 도중 인질로 끌려왔죠. 국왕은 4왕자인 나를 이곳으로 보내며 휴전을 청하셨고, 페케니아는 나를 죄수 취급하고 감옥에 처박아 놓은 겁니다.”

[뭔가 들으면 안 되는 과거사를 들은 기분인데?]


한창 대화를 나누던 도중 이찬은 섬뜩한 기분이 들었다. 그 기분은 이내 현실로써 닥쳐왔다.


“왜 이렇게 난장판인 것이냐.”


단 한마디에 일대가 미세하게 진동했다. 붉은 장발과 붉은 눈을 가진. 아까 보았던 웅장한 격의 여성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프로네르 데 가세르. 이 행성의 유일한 여성 소드마스터이자, 그랜드 소드마스터의 경지에 오르기 직전인 여인.


“프로네르······!!”


가스페르는 프로네르를 보자마자 활시위를 당겨 난사했다.


피유우우웅

퍼벙


수십 개의 폭탄 화살이 프로네르를 포격했으나, 그녀는 미동도 않고 그 자리에서 가스페르와 이찬을 노려봤다. 꽤나 거리가 있었음에도 이찬은 그녀의 눈빛에 소름이 돋고 말았다.

그때, 프로네르가 발걸음을 움직였다. 느린 걸음으로 천천히 그들의 앞에 서 말했다.


“간만이군. 가스페르.”

“그래 3년만인가? 아주 반갑다. 빌어 처먹을 새끼야.”


개인적인 앙갚음이 있는 것인지 가스페르는 프로네르에게 적의를 드러냈다.


“난 소드마스터가 되었는데, 너는 3년전과 똑같구나.”

“뻔뻔한 새끼.”


가스페르와 이야기를 나누던 프로네르는 갑자기 이찬에게 말을 걸었다.


“방금 보니 검을 꽤나 잘 쓰더군. 이곳의 소드마스터라면 내가 모를 리 없다. 너는 누구냐.”


프로네르의 말대로 충분히 오해의 여지가 있었다.

광개토대왕의 ‘유척당지지’는 검에 기를 부여하는 격이고 ‘정벌’은 검의 기를 발하는 격이기에 이를 오러라 착각해 이찬을 소드마스터라고 오해했던 것이다.


“제가 소드마스터로 보이신다면 당신은 아직 수련이 부족한 겁니다.”


이찬은 비웃듯 프로네르의 말에 반박했고, 옆에 있던 가스페르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푸핫.”


심기가 불편해진 프로네르가 말했다.


“나의 임무는 가스페르의 처형을 지켜볼 것과 만약 처형당하지 않고 저항한다면.”


프로네르가 검을 뽑아 가스페르에게 겨눴다.


“직접 죽여라.”


순식간에 프로네르의 신형이 사라졌다.

그에 맞춰 이찬과 우사, 가스페르도 각자 스킬을 사용해 운신했으나 소드마스터의 움직임을 피해갈 순 없었다.


촤악

챙 푸슉


베이고 찔리고 검과 검이 맞닿고, 화살이 튕겨져 나가는 소리가 불과 2미터쯤 되는 가까운 곳에서 들렸다.

이찬과 가스페르는 보이지도 않는 검에 의해 베어졌다. 온몸에 피가 낭자하고 상처는 점점 벌어졌다.

그럼에도 그들이 버틸 수 있는 이유는 우사 덕분이었다.

우사는 이곳에 비를 내려 자신의 격을 더 강화시켰다. 우사만이 희미하게나마 그녀의 형체을 볼 수 있었고, 물의 폭발을 일으켜 시간을 끈 뒤, 그들은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했다.

모든 폭탄을 가볍게 피했으나 이찬 일행은 이미 도망치고 없었다. 프로네르는 분한 듯 검을 바닥에 꽂았다.


허억허억.


힘들게 왕국의 외곽으로 도망쳐온 이찬 일행은 한 폐가에 들어가 숨을 골랐다. 왕국이 어지간히 넓은 것이 아니었기에 걸어온다면 몇 날 며칠을 걸어야 할 거리였으나 비교적 상처가 덜했던 이찬이 둘을 겨드랑이춤에 끼고 빠른 속도로 날아올랐기에 20분가량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진짜 지옥이 따로 없네요.”


[살았다······.]


“············.”


가스페르는 입술을 꽉 깨물곤 말했다.


“다음에 저 녀석을 만날 때는, 내가 상대하게 해주십시오.”


우사는 ‘상점’에서 회복약과 죄수복을 대신해 입을 중세풍에 걸맞는 멋진 옷을 이찬과 가스페르에게 건넸다.


[아무래도 죄수복은 부정 타니까.]


몇 시간 후, 어둑어둑 해가 저물어가는 하늘. 이찬과 우사는 빠르게 회복했으나 부상의 정도가 심한 가스페르는 회복약을 마시고도 좀처럼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이찬이 당황한 목소리로 우사에게 물었다.


“근데 우사, 아이는 어떻게 됐어요?”


[어?]


그러자 우사도 당황하며 얼버무렸다.


[그 아까 저기 있····나?]


그때!


쿵쿵쿵쿵쿵


어디선가 거대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낯설지 않은 발소리.

그런 발소리가 하나가 아닌 여럿, 어쩌면 수백.

그 발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궁금함에 이찬은 밖으로 나가려 했으나, 이를 우사가 막았다.


[지금 나가면 안 돼.]


모든 발소리가 멀어지고 옅어져 갈 때 즈음 이찬은 밖으로 나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곳에는 궁궐 쪽으로 향하는 괴수들의 무리가 보였다. 이찬은 그것을 보자마자 작게 속삭였다.


“공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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