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키 들고 무한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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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흔캐
작품등록일 :
2023.07.09 00:40
최근연재일 :
2024.03.05 19:00
연재수 :
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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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0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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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낯선 도시 천강

DUMMY

남자는 말을 타고 눈이 쌓인 산길을 내려오다 민가가 많아지는 곳으로 들어서자 속도를 천천히 줄였다.


해가 하늘 가장 높이 뜬 시간이었다. 도시는 축제 분위기로 떠들썩했다.

다들 지게에 물건을 싣거나 수레를 끌며 어디론가 가거나 누군가와 흥정을 하고 있었다.

도시 위로는 이능을 사용해 날아다니는 사람들도 있었고 음악을 연주하는 소리가 길거리 어디를 가나 들려왔다.


본인의 집 앞에 행상을 펴 놓고 안 쓰는 물건을 팔거나 교환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개중에는 이능을 활용해 세탁, 청소, 사람을 찾는 일까지 해준다는 팻말을 걸어놓고 장사하는 이들도 있었다.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남자는 말에서 내려 고삐를 잡고 걸었다.


누군가 남자의 팔을 이봐요, 하고 잡아끌었다.


남자의 팔을 잡아끈 사람은 앳된 소년으로 움직이기 편한 작업복을 입고 있었다.

차림새로 미루어 보면 목공이나 석공의 도제인 듯했다.


질경이풀 같은 무언가를 질겅질겅 씹으며 소년은 말했다.


"그 칼, 값이 많이 나가 뵈는군요. 오늘처럼 사람이 많은 날은 훔쳐가는 사람도 있을 법한데 어때요?

나는 물건을 몸에서 떨어지지 않게 해주는 이능자라, 절대 잃어버리지 않게 해줄 수 있는데."


남자는 소년의 손을 살짝 잡아서 몸에서 떨어뜨려 놓았다.


"잃어버릴 수 없는 물건이라, 되었다."


소년은 끈덕지게 붙잡고 늘어졌다.


"그러지 말고, 이렇게 사람 많은 곳에서 어깨 부딪히면서 걷다 보면 누가 가져갈지도 모르는 일 아니오. 예를 들어 이렇게···"


소년은 칼집을 슬쩍 들려고 했다. 남자가 그런 소년의 팔을 강하게 쳐냈다.


소년은 볼이 잔뜩 부어 손을 문지르며 볼멘소리로 말했다.


"누가 잡아먹나? 그렇게 소중한 물건이면 내 이능이 더 필요한 일 아니오."

"그런 것이 아니다. ···이 칼에 이능을 한번 써 보거라."


소년은 그럴 거면서, 라고 웃으며 잠시 몸에 힘을 주며 말했다.


"나는 이능을 쓰면 입에 참을 수 없이 쓴맛이 느껴져서 말이야. 달달한 음식을 계속 먹어줘야 한단 말이지.

주전부리 값이나 주고 가시오."


남자는 칼을 톡톡 건드렸다.


"그건 네 이능이 통했을 때 이야기 아니더냐?"

"그럴 리 없소, 실패한 적이 없는 이능인데."

"한번 확인해 보거라."


소년은 칼을 끌러 남자의 몸에서 떼어내려고 했다.

소년이 칼에 손대기 전, 남자가 짧게 말했다.


"절대 칼을 뽑지 말거라, 후회할 테니."

"그래서 그렇게 예민하게 구셨군. 말하지 않아도 남의 칼 소중한 건 알지."


소년은 칼을 남자의 몸에서 끌러 품에 안아들었다. 그리고는 두 발짝쯤 뒤로 걷더니 이내 어? 하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이능이 통하지 않는군. 이미 다른 이가 이능을 걸어 두었나?"

"청경에는 이능이 통하지 않는다. 이 칼이 이능보다 강하기 때문이지."


남자는 어안이 벙벙해진 소년에게 칼을 받아들어 몸에 찼다.

그리고 그는 문득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그러고 보니 이 나라에서 쓸 돈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휘에게 물어보는 것을 잊었군."


그는 그를 신기한 물건처럼 빤히 쳐다보고 있는 소년에게 물었다.


"이 근처에 돈을 교환해주는 기관이나 사람이 있느냐?"


소년은 어딘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쪽으로 가면 상전이 있으니 돈을 교환해 줄 거요."


남자는 고개를 끄덕이고 소매에서 예의 엽전을 꺼냈다.

원래 세 개가 있던 엽전은 이제 두 개가 남아 있었다.


"이 시대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돈인 듯한데, 한번 봐 주겠느냐?"


그는 소년에게 엽전을 건넸다. 소년은 엽전을 이리저리 보다 남자에게 돌려주었다.


"처음 보는 엽전이오. 푼돈이나 받으면 다행이겠군.

아니면 꽤 정성들여 만든 엽전 같으니 수집하는 사람이 있는지 상전에서 한번 물어보시오. 그런 사람들을 연결해 주는 일도 하는 걸로 알고 있으니."


남자는 소년이 알려준 상전을 향해 똑바로 걸었다. 거리가 번잡했기에 말은 가까운 곳에 있는 마굿간에 맡겨놓은 채 홀몸이었다.


맞춤으로 만든 옷을 판다거나 무기를 다듬어 준다는 등 상인들이 남자의 옷을 잡아끌면 남자는 텅 빈 주머니를 털어 보였다.

그러면 그런 치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또다른 행인들을 붙잡고 호객을 했다. 그야말로 왁자지껄한 장터의 모습이었다.


마차 몇 대라도 지나갈 법한 큰 길이 도시의 중앙을 기점으로 거미줄처럼 정교하게 뻗어 있었다.

도심에 가까워지니 길을 안내하는 평범한 팻말 대신 돌에 글자를 새겨 세워놓은 경우도 있었고, 심지어는 공중에 글자를 띄워 멀리서도 잘 보일 수 있게 해놓은 경우도 있었다.


남자는 그러한 방식으로 공중에 띄워놓은, 상전으로 향하는 방향을 나타내는 팻말을 마지막으로 상전이 보이는 거리에 도착했다.


상행과 유통을 담당하는 지구와 행정을 담당하는 지구가 따로 있는 모양이라 발 디딜 틈 없는 저잣거리에 비하면 사람이 적었다.


남자는 멀리서도 눈에 띄는, 돌을 깎아서 만든 거대한 신전 같은 건축물을 바라보며 걸어갔다.

상전은 벽면에 나라의 상징으로 보이는 무늬를 새겼고 지붕은 바닥보다 너비가 큰 은빛 돌로 덮은 모양이라, 그 남은 부분으로 처마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처럼 보였다.

지붕과 기둥이 맞닿는 네 곳의 귀퉁이에는 독수리로 보이는 새 조각을 단단하게 붙여 놓았는데 멀리서 보기에도 크기가 대단히 컸다.


건물 크기에 지지 않겠다는 듯 출입구 역시 넓었다.

출입구의 양쪽에는 각각 사람 한 명이 서서 들고 나는 사람들을 감시하고 있었다.

둘 다 벽면에 새겨진 것과 동일한, 나라의 상징이 수놓아진 흰색 제복을 입고 있었다.


그 중 한 명은 벽에 단단히 부착된 고리에 사슬로 두 손이 뒤로 묶여 있었다.

얼핏 보기에는 뒷짐을 지고 있는 것 같았지만 자세히 보면 그는 자세가 불편한 듯 어깨와 팔을 계속 꿈지럭대며, 그러면서도 지나가는 사람들을 계속 눈으로 훑고 있었다.


남자는 상전으로 들어섰다.


날붙이나 무기가 될 법한 예기를 가진 자들은 들어서자마자 그것들을 오른쪽에 있는 보관소에 맡기도록 되어 있었다.

보관소에서는 입구를 지키고 선 사람들처럼 흰색 제복을 입은 중년 여자가 앉아 무기를 받아 보관하고 있었다.

그녀는 명부 같은 것을 일절 쓰지 않고 있었다. 그저 얼굴을 보고 보관할 물건을 받거나 내주고 있을 뿐이었다.


남자도 칼을 끌러 여인에게 건네며 물었다.


"상당히 능숙하시군. 기억에 관한 이능자인가?"


여인은 귀찮다는 듯 대답하지 않았다.

남자의 뒤편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이 뭐 유별난 능력이라고, 하며 핀잔을 주었다.

남자는 보관소 한 켠에 잘 기대선 청경을 보고 발걸음을 옮겼다.


남자를 맞이한 접수원은 나이가 지긋한 남자였다.


남자는 단여에 들어올 때 요금소에서 건넸던 엽전을 꺼내어 내밀려고 하다가, 문득 손을 거두어들였다.


"내가 가진 엽전을 이 나라에서 통하는 화폐로 바꾸려고 하는데,

이 나라 사람들한테 그다지 반갑게 여겨지지 않는 것 같더군."

"안 받는 엽전은 없소만. 오해가 있었던 것 아니오?"

"당신은 오해하지 말아 주었으면 좋겠군."


남자는 엽전을 내밀었다.


동심원 모양으로 가운데 구멍이 작게 뚫려 있고, 안쪽 얇은 띠처럼 음각된 원을 따라 갖가지 부조가 세밀하게 새겨진 엽전이었다.


접수원은 엽전을 받아들고 이리저리 보더니, 놀란 표정이 되어 남자를 한번 훑어보고, 옆 자리에 앉은 다른 접수원에게 엽전을 보여주었다.

엽전을 건네받은 접수원도 엽전을 살펴보다 크게 놀라는 눈치가 되더니, 고개를 퍼뜩 들고 남자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그리고 둘은 약속이나 한 것처럼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나 양해도 구하지 않은 채 엽전을 들고 상전의 뒤편으로 사라졌다.


남자의 옆에 앉아 있던 손님은 졸지에 혼자 남겨진 꼴이 되어서, 남자를 돌아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 있소?"


남자는 고개를 저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긴 하군."


"훔친 돈이 걸리기라도 했소?" 옆자리의 남자는 실 웃으며 물었다.


"아니, 주인에게 직접 받은 돈이오. 그는 나중이 되면 나라 하나도 살 수 있을 거라고 하면서 주었는데."

"그런 돈이 어디 있소? 난설까지 들어가서 주워온 돈인가?"


옆자리 남자는 완전히 비웃는 어조가 되어서 그렇게 물었다.


"그 주인이 역귀의 왕이었다고 하면 어떻소?"


남자도 마주 웃으며 받았다.


"에이, 거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지."


옆자리 남자는 얼굴을 찡그렸다.


"왜 그 엽전을 그렇게 두려워하지?"


옆자리 남자는 남자를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이내 시선을 피했다.


"글쎄, 다들 알고 있는 거 아닌가. 난설이 그렇게 된 연유가 그 때문이잖소."

"연왕 때문이라고 알고들 있는 게 아니었나?"

"사람들은 몰라도 나는 한 사람이 그렇게까지 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거든.

부아거가 무슨 짓을 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소."

"그가 무얼 했기에?"


진절머리난다는 듯 옆자리 남자는 짜증을 냈다.


"산 속에 있다 오셨소? 다 아는 얘기를 이렇게 물어보는 이유가 뭐요, 좋은 얘기도 아닌데."

"그러지 말고 얘기해 주시오. 멀리에서 온 사람이니."


옆자리 남자는 머리를 답답하다는 듯 긁고는 입을 열었다.


"알잖소, 그게 칠백 년이 다 됐지 아마.

난설이 그렇게 되기 전에 부아거가 난설에 왔을 때···"


그 때 무언가 남자의 등에 닿았다. 뒤를 돌아보니 등을 뚫을 기세로 밀듯이 찌르고 있는 것은 긴 창이었다.


창을 쥔 자가 말했다.


"입을 열거나 허튼 짓을 하면 그대로 찌른다. 시선은 바닥으로 하고 천천히 일어나."


또 이렇게 되는군. 남자는 자신만 알아들을 수 있도록 작게 내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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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머리를 쓰다 24.02.04 12 0 16쪽
26 비명 24.02.03 12 0 12쪽
25 코끼리 24.02.02 16 0 13쪽
24 사투 24.02.01 15 0 12쪽
23 초대 24.01.31 15 0 10쪽
22 잊혀진 도시 24.01.30 14 0 12쪽
21 강한 충격 24.01.29 14 0 12쪽
20 비상 24.01.28 13 0 11쪽
19 무서운 여자 24.01.27 20 0 12쪽
18 무서운 남자 24.01.26 17 0 13쪽
17 송곳니 24.01.25 24 0 12쪽
16 실종, 그리고 폭발 24.01.24 19 0 13쪽
15 연화 24.01.23 23 0 13쪽
14 1,500킬로그램 24.01.22 26 0 13쪽
13 불신과 균열 24.01.21 25 0 14쪽
12 금지된 구역으로 24.01.20 32 0 11쪽
11 믿을 수 없는 제안 24.01.19 32 0 13쪽
10 500년 전 24.01.18 38 0 13쪽
9 학살 24.01.17 40 1 12쪽
8 천년여우 24.01.16 41 1 12쪽
7 의기투합 24.01.15 54 1 12쪽
6 오해와 해방 24.01.12 55 1 12쪽
5 치트 아이템을 빼앗기다 24.01.11 65 1 11쪽
» 낯선 도시 천강 24.01.10 74 1 11쪽
3 이름 없는 남자 24.01.09 87 1 11쪽
2 600살이 넘은 꼬마 23.07.09 146 1 11쪽
1 새로운 시대 23.07.09 254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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