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키 들고 무한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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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흔캐
작품등록일 :
2023.07.09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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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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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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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킬로그램

DUMMY

"육로는 안 된다 했지. 바닷길은 너무 멀고, 그럼 공중으로 가면 될 거 아냐?"

"날아서 말인가요···?"


매구는 뭉술하게 망했다.


로구쇠는 답답하다는 듯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그는 동극제에게 지도를 받아 펼쳐 보였다.

난설로 오던 도중에 어떤 마을에서 구한, 200년 전 난설의 지도였다.


지도는 낡아서 색이 바랬고 귀퉁이가 바스라지고 있었으나 알아보는 데는 별 문제가 없었다.


"잘 봐, 이게 우리가 있는 곳이잖아."


그는 지도의 위쪽을 손으로 짚으며 매구에게 말했다.


"이 길은 우리가 들어가려다 역귀들이 몰려와서 실패했고, 그 이유는 몰라. 어쨌든 처음 들었던 말과 달라진 길은 버리는 게 맞고."


그는 작은 붓을 꺼내 지도에서 그들이 있는 곳에 해당하는 지역을 여러 번 그었다.


"그리고 같은 이유로 동쪽이나 서쪽으로 돌아가는 건 의미가 없지."


그는 지도의 다른 길도 선을 여러 번 그었다.


"그럼 바다를 통해 가는 물길이랑 공중으로 가는 길이 남아.

그런데 우리가 배를 어떻게 구하나? 그러니까 공중으로 가는 수밖에 없지."

"하지만 공중으로 갈 수 있는 수단을 구할 수 없는 것도 마찬가지네."


두녹의 말에 로구쇠가 지도의 정중앙을 붓으로 찍으며 말했다.


"생각해 보면 역귀의 왕이라는 놈이 변두리 마을에 있진 않을 거 아냐, 난설의 수도에 있겠지.

그럼 그 수도가 공중에서 눈에 보이는 곳까지만 가면 내 이능으로 한번에 이동할 수 있을 거고."

"그러니까 그 방법이···"


로구쇠는 매구를 가리켰다.


"아까 그 놈들 중 하늘을 나는 역귀가 있던데, 네 수하들 중에도 하늘을 나는 역귀가 있을 거 아냐?"


매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 있기는 합니다만···"


로구쇠는 무릎을 쳤다.


"그놈들을 타고 날아가면 되잖아."

"······로구쇠 님의 이능은 눈에 보이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 아닙니까?"

"그렇지."

"저희는 로구쇠 님의 몸에 붙어 있어야 같이 이동하는 것이고요."

"다 아는 걸 왜 자꾸 물어?"

"그러면 제 수하인 역귀가 네 사람을 동시에 들고 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정도도 못 드나?"

"수하 중에 보통 사람이라면 대여섯 명도 들 수 있는 역귀가 있긴 하지만··· 저···"


세 남자는 매구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제 수하들 중에 저를 들 수 있는 자가 없습니다."

"왜?"


매구는 고개를 숙였다.


"제가 무게가 많이 나가는 터라······."

"뭐?"


쪼그려 앉아있던 로구쇠가 벌떡 일어났다.


"무거워봤자 얼마나 무겁다고 유난인 거야?"


그는 매구의 허리를 붙잡고 번쩍 안아들려고 했다.


그러나 그녀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상하다?"


로구쇠는 온갖 자세로 그녀를 밀어도 보고, 당겨도 보고, 씨름을 하듯이 잡아뽑기 위해 용을 썼다.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이윽고 땅에 주저앉았다.

땀이 뻘뻘 솟는 이마를 닦으며 로구쇠는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


"배가 고파서 그런가, 힘이 안 나네."

"자네가 앉기만 하면 의자가 무너지고 마차가 부서지는 이유가 있었구먼."


두녹이 말했다. 매구는 동극제의 눈치를 보며 더욱 깊이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 자네는 걸어서 가고 우리는 공중으로 가면 되지 않나?"

"난설은 큰 나라인지라, 사전에 만날 장소를 약속하고 가야 합니다. 여러분은 수도로 가신다 하였지요.

부아거와 저희가 200년 동안 싸우며 한 도시에만 있지는 않았기에, 현재 부아거가 있는 곳이 여러분이 말하는 수도가 맞는지는 모릅니다."

"그럼 네가 지도에 부아거가 있는 곳을 표시해 주면 되잖아?"

"지도에 표기할 만큼 길을 잘 알지는 못합니다. 게다가 저와 멀어지면 제 수하가 세 분을 잡아먹으려고 들 겁니다."


"어이쿠, 이거 장군이로군." 로구쇠가 말했다.


"그러면 같은 방법으로 물길로 가면 어떻소? 당신의 수하들 중에 헤엄칠 수 있는 역귀가 있다면······."

"헤엄칠 수 있는 역귀들은 전부 묘일이라는 역귀가 통솔합니다."

"어이쿠, 멍군이로군. 장기 한번 잘 두는 여자일세."


동극제가 대화를 정리했다.


"이 길로 갈 수 없는 이상, 난설의 코앞인 이곳에서 밤을 보내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우선 해가 질 때까지 최대한 이곳에서 멀어지는 것이 좋겠다."


해가 질 때까지 산을 넘은 일행은 매구에게 물어 주변에 역귀가 없는지 확인한 후 잠자리를 폈다.


난설에 가까운 위치였기 때문에 불은 피우지 않았다.

두녹은 무리를 해서인지 설기를 펴 놓고 그 위에 엎드려 끙끙대고 있었고, 동극제는 손과 팔꿈치로 그런 두녹의 허리를 적당히 풀어 주고 있었다.


매구는 늘 그렇듯 맨발로 몸이 들어갈 법한 얕은 구덩이를 간단하게 파서 풀잎을 깔고 누웠다.

그런 그녀에게 로구쇠가 찾아왔다.


밤은 조용했고, 다른 이들에게 들리지 않을 만큼 떨어진 자리가 아니었기 때문에 둘의 대화는 두녹과 동극제도 듣고 있었다.


"···그거 어떻게 끊었던 거냐?"

"금줄 말인가요?"

"그래, 젠장. 독으로 녹였든 손톱으로 끊었든, 방법을 알아야 더 튼튼하게 만들 거 아냐."

"힘으로 풀었습니다."


로구쇠는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얼굴이 되었다.


"그게 그렇게 쉽게 풀어지더냐?"

"다른 역귀들은 아마 쉽게 풀지 못할 겁니다."

"그래···."


그리고 로구쇠는 말을 꺼낼지 말지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


"기껏 금줄을 끊어놓고 왜 도망치지 않았냐?"

"힘을 써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라 양해를 구하지 않고 푼 것입니다.

그리고 동극제 님께 도움을 청하기 위해 찾아온 것은 저인데, 제가 왜 도망치나요?"

"그럼 네가 정말 역귀들한테 우리를 팔아넘긴 게 아니란 말이지?"

"그렇습니다."


잠에 들기 전이었기 때문에 로구쇠는 한 줄기로 땋았던 머리를 풀고 있었다. 색색의 실은 손목에 잘 묶어놓고 있었다.


"넌 왜 사람을 안 잡아먹지? 역귀들이란 사람만 먹고 사는 게 아니었나?"

"그건 본능만이 앞서는 잡귀들의 소행이라고, 여행의 처음에 말씀드렸던 걸로 기억합니다만."

"그럼 너는 한 번도 사람을 잡아먹은 적이 없나?"

"······."

"젠장, 그럼 그렇지."


로구쇠는 머리를 한참 긁고는 등 뒤에 매었던 두 개의 창을 끌렀다.

그리고 양 손에 하나씩 쥐고 매구에게 보여주었다.


"잘 봐. 왼손에 든 창이 자중, 오른손에 든 창이 중홍이야."

"······?"

"그가 좋아하는 두 술의 이름이라네. 합치면 자중홍(폭탄주)이 되지."


두녹이 지나가는 말처럼 두 사람 쪽을 쳐다보지 않은 채 말했다.


"그냥 그렇다고."


로구쇠는 창을 갈무리하고 일어났다.


*


날이 밝았다. 로구쇠는 길을 떠나기 전에 피와 땀, 오물로 젖은 옷들을 빨기 위해 강가에 있는 바위에 치대고 있었다.


고향의 가락을 흥얼대며 빨래하는 그에게 문득 상류에서 떠내려오는 신발이며 가재도구가 눈에 띄었다.

그는 강을 떠내려가는 잡동사니를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며 흐르는 물에 옷을 집어넣어 문지르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사람으로 보이는 물체가 물에 둥둥 떠내려왔다.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던 로구쇠는 그것이 사람임을 깨닫자마자 몸을 던졌다.


수영하는 법을 몰랐기에 로구쇠는 이능을 두 번 사용해 그를 건져냈다.

물에서 건져낸 것은 젊은 여자로 물을 많이 먹은 듯 숨을 쉬지 않고 있었다.


그녀의 옆구리에서는 피가 흥건하게 묻어 나왔다.


"죽었나?"


로구쇠는 손을 여자의 목줄기에 가져다대었다.

희미하지만 맥이 뛰고 있었다.


로구쇠는 그를 들쳐업고 두녹에게 달려갔다.


"두녹 영감, 이 여자 좀 치료해 주시오."


짐을 꾸리던 두녹은 어찌된 일인지 묻지 않았다.


그는 먼저 여자의 웃옷을 벗긴 후, 의료도구들이 들어찬 설기를 열어서 여자의 상처에 약을 바르고 바늘로 꿰맸다.


그리고 두녹이 옆구리에 난 상처를 힘껏 틀어막고 있는 동안 로구쇠는 여자의 배를 손으로 몇 번 강하게 눌렀다.

여자의 입에서 삼킨 물이 왈칵 흘러나왔으나 여자는 눈을 뜨지 않았다.


"죽었나?"


두녹이 로구쇠와 같은 말을 하며 손목에 손을 가져다댔다.


"···살려면 살겠군. 눈을 뜰 때까지 기다릴 시간은 없으니, 풀로 잘 덮어주고 가도록 하지."

"어째 두고 가긴 찝찝한데, 더구나 내 고향에서 온 사람 같거든."


물에 오래 있던 데다 피를 흘려 창백해지긴 했으나 햇빛에 드러난 그녀는 과연 로구쇠와 비슷하게 그을린 피부를 가지고 있었다.


"데리고 갈 텐가?"

"코앞에 역귀들이 득실대는데, 버리고 가면 꿈자리가 사나울 것 같아서."

"자네는 꿈을 꾸지 않는 이능자 아닌가."

"말이 그렇다는 거지, 일일이 트집은."


로구쇠는 여자를 들쳐업었다. 동극제는 사정을 듣고는 동행을 허락했다.

그리고 그들은 정신을 잃은 여자를 데리고 사흘을 걸어 한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을 향해 가다 말고 로구쇠가 말했다.


"여기도 그른 것 같구만."


초가집이 듬성듬성 서 있는 마을이었으나 밥을 짓는 연기도 보이지 않았고, 사람 사는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이미 역귀가 쑥대밭으로 만든 근처의 마을을 몇 개 지나친 뒤였다.


"역귀들이 들어차 있을 수도 있다. 긴장을 늦추지 마라."


"이 앞에 역귀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매구가 말했다.


"사흘을 업고 오는데도 깨지 않는군. 사람 사는 마을이라면 적절한 조치를 부탁할 수 있을 텐데. 고생이 많구나, 로구쇠."


동극제가 로구쇠를 바라보며 말했다.


로구쇠는 창을 앞으로 매고 여자를 등에 업고 있었다. 그런 그가 콧방귀를 뀌었다.


"하나도 안 무거워서 별 거 아니었습니다. 저 여자가 유달리 무거웠던 겁니다."


그리고 그들은 마을로 들어섰다.

멀쩡한 초가집은 몇 되지 않고 마을의 입구는 폐허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그러나 초가집 건너에서 사람이 숨어 그들을 살피고 있는 기척이 느껴졌다.


동극제는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한울의 대사자인 동극제다. 아무도 없느냐."


그러자 초가의 그림자에서 늙은이 몇 명이 비척대며 걸어왔다.


"나랏님이신지요···?"

"난설을 조사하러 지나가는 김에 정비를 위해 들렀다.

보아하니 주민들은 대부분 도망가고 없는 듯한데, 너희들은 왜 도망가지 않았느냐?"

"저희는 날 때부터 이 마을에 살아온 무지렁이들인지라, 죽어도 이 마을에서 죽으려는 자들입니다."

"역귀들이 이곳까지 들이닥친 건가?"


노인의 얼굴에 근심이 깊게 드리웠다.


"난설이 그렇게 되고 나서도 긴 세월 이 마을은 평화로웠는데, 얼마 전에 역귀들이 들이닥쳤습니다.

처음에 큰 피해를 입은 다음부터는 망꾼을 세우고 역귀가 오면 미리 파놓은 구덩이에 숨어 있었으나, 등쌀을 견디지 못하고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가면서 이렇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너희들은 필요한 물자를 어떻게 조달하느냐?"

"실은 저희 마을의 촌장이 날 수 있는 이능자라서, 그가 근처에 있는 큰 도시를 다녀오곤 합니다."


그렇게 말한 노인의 뒤에서 나이가 지긋한 노인이 자신을 촌장이라고 소개하며 모습을 드러냈다.


"한울의 대사자인 동극제다."

"촌장인 대보우라고 합니다. 나랏님이 오시는 것은 처음입니다."

"한 번도 상서를 올리지 않았는가?"

"처음엔 하루가 멀다하고 상서를 올렸으나, 아무 대답이 없으신지라······."

"그랬겠지."

"나랏님도 결국 역귀를 물리쳐 주실 수는 없으신 거겠지요. 편히 쉬다 가십시오."


동극제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말했다.


"자네는 날 수 있는 이능자라고 했지? 혹시 깨달음을 얻은 능력인가?"

"깨달음이오···? 어릴 때 얻은 능력이긴 한데, 깨달음이라니 어떤 말씀이신지···"

"아니, 되었다. 이 여자를 공중으로 들어올릴 수 있겠느냐?"

"저는 남을 들어올릴 순 없습니다."

"그런가. 그럼 되었다."


그들은 무너지지 않은 초가집 중 그나마 가장 멀쩡한 집으로 안내받아 들어갔다.


그리고 그날 밤, 로구쇠가 업고 왔던 여자가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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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연화 24.01.23 22 0 13쪽
» 1,500킬로그램 24.01.22 26 0 13쪽
13 불신과 균열 24.01.21 25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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