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키 들고 무한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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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흔캐
작품등록일 :
2023.07.09 00:40
최근연재일 :
2024.03.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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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3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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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DUMMY

동극제는 본인이 초대 부아거라고 밝힌 여자에게 말했다.


"네가 초대, 그 아기가 2대라고? 매구는 그런 말은 하지 않았는데."

"다른 역귀들은 내가 부아거인 줄 알고 있다. 그 아이는 잡아먹을 수도 없는, 역귀가 되지 못한 찌꺼기 정도로 생각하는 모양이더군.

매구가 죽이려고 하는 부아거는 나지만, 나를 포함한 역귀들을 난설에 붙잡아두고 있는 것은 2대째인 그 아이다."

"그럼 역귀들이 죽여야 하는 것은 그 아이가 아닌가? 너는 왜 그를 대신해 역귀들과 200년 동안이나 싸우고 있었지?"


여자는 활짝 웃었다. 달빛을 받는 그녀의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대신해서 싸워? 내가 왜? 그 아이를 방패로 삼고 칼로 삼아서 덤벼드는 역귀들과 싸운 것뿐이다. 그러다 죽어주면 고마웠겠지만, 질리도록 튼튼한 놈이더군."


동극제는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도대체 그 아이가 무엇이기에···?"


여자 역시 말을 고르다 입을 열었다.


"그 아기는 뭐랄까··· 그림자가 있기에 생겨난 빛인 건지, 거대한 힘 때문에 탄생한 속박인 건지. 왕위 계승은 내가 원한 게 아니었다."

"그게 무슨 말이지?"

"말하자면 긴 얘기다. 어느 순간부터 역귀들이 내 지시를 더 이상 듣지 않게 되었다. 나는 단번에 알았지. 그 아이가 내 왕위를 뺏어간 거다. 자신과 멀어질수록 약해진다는 속박까지 포함해서 말이야. 그래서 나는 내 자리를 되찾기 위해 그 아이를 죽이려 한 거다."

"하지만 역귀들이 노리는 것은 너인데, 그러다 네가 먼저 죽을 수도 있지 않겠나?"


동극제의 말에 여자, 초대 부아거는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인간들의 사고방식은 이해하기 힘들군. 내 지시를 따르지 않는 수하 따위는 필요가 없다.

그리고 왕위를 빼앗긴 왕이 새로운 왕을 죽여달라고 간청하는 것이 말이 된다고 생각하나?"


동극제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는 부아거에게 물었다.


"그 아기, 아니면 너는 혹시 천신이 내려보낸 자들인가?"


그녀는 손을 들어 무너진 궁전 멀리에 보이는, 금으로 만든 석상을 가리켰다.


"너희들이 천신이라고 부르는 저거 말이냐?"

"그래. 천신이 너희들을 내려보낸 것이 아니냐?"

"그 아이는 나도 모른다. 그리고 천신이 나를 만들지도 않았을 거고."

"천신을 본 적도,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다는 의미겠지?"


여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동극제가 문득 물었다.


"친절도 하시군. 이렇게 자세한 얘기를 갑자기 해 주는 이유가 뭐지?"


여자는 기다렸다는 듯 손에 쥔 청경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난 지금 기분이 매우 좋다. 마침내 저 꼴보기 싫은 아이를 죽일 수 있게 되었으니.

이 뿔피리, 너의 이능이 담긴 물건이지? 이걸 그 아이에게 사용하면 죽일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야. 이능자가 죽으면 물건에 담긴 이능도 사라지는 걸로 알거든."


동극제는 뜻밖으로 씩 웃었다.


"이능에 대해서 잘 아시는군."


"매구가 데려온 놈들 중에 쓸 만한 놈들이 있었거든. 결국 그 아이를 죽이지는 못했지만 말이야."


그리고 여자는 청경을 가지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 틈을 타 동극제는 비행선이 있던 탑 쪽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역귀들의 습격 때문에 탑 역시 무너졌는지 탑이 있던 자리에는 무너진 잔해만이 있을 뿐이었다.

비행선은 잔해에 묻혔는지 보이지 않았다.


곧 그녀는 2대째의 부아거를 품에 안고 나타났다. 초대와 2대 모두, 왕궁이 아닌 수도 여을의 어딘가에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녀는 아기의 몸에 닿아 있어도 별 영향이 없는 듯했다.


"자, 대충 이러면 되겠지?"


여자는 아기의 귀에 대고 뿔피리를 불었다.

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여자가 피리에서 입을 떼고 말했다.


"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


동극제는 태연하게 말했다.


"그 정도 되는 물건을 아무 때나 쓸 수 있을 것 같나? 한번 쓰고 나면 청경은 잠에 든다."

"잠을 깨우는 방법은?"

"시간이지."

"정확한 시간을 물어보는 거다."

"그건 때마다 조금씩 다르다."

"기다리는 것밖에 방법이 없다는 말이지?"


여자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아기를 아무렇게나 내던졌다.


동극제는 그런 그녀에게 무덤덤하게 물었다.


"로구쇠는 나가지 못하고 죽은 건가?"


여자는 깔깔대며 웃었다.


"그러면, 설마 늙은이가 돼버린 그놈이 난설을 걸어서 빠져나갈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하는 거냐?"

"그래···. 달라진 몸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었겠지."

"너야말로, 꽤 쓸만한 이능이긴 하다만 이 뿔피리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하는 거냐? 인간들이란 한심하기 그지없군.

기다리는 동안 여흥이나 하게, 좀 덤벼 보거라. 손가락 하나로 상대해 주지."


동극제는 조용히 말했다.


"나와 싸우면 너는 반드시 죽는다."


여자는 다시 크게 웃었다.


"그래, 내가 지금 너를 죽이지 못한다는 걸 알고 아주 오만방자하구나. 얼마 남지 않은 목숨이니 봐 주도록 하지."

"······."


생각에 잠겨있던 동극제가 물었다.


"그 아기는 역귀인가?"


여자는 고개를 저었다.


"언뜻 보기에도 이능을 가진 사람의 아이가 아니더냐?"

"역귀도 아니고, 천신이 보낸 것도 아니라면 그 아이는 어디서 온 거지?"

"나도 모른다. 난설이 멸망하고 나서 이곳에 와 보니 혼자 덩그러니 있더군."

"그럼 그 아이가 연왕인가?"

"연왕? 그게 무엇이냐?"

"질문을 바꾸지. 난설을 멸망시킨 것은 너냐? 그 아이냐?"


여자는 만면에 미소를 띠었다. 세로로 찢어진 동공을 담은, 여자의 눈이 달빛을 받아 파랗게 빛났다.


"글쎄? 어떨까?"


그 때 청경이 홀로 울었다. 물 속에서 몇천 개의 철이 부딪치는 것 같은, 낮게 가라앉은 소리였다.


"된 건가?"


동극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부아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드디어 이 질긴 녀석을 죽일 수 있겠군."


그리고 부아거는 품에서 엽전 세 개를 꺼내 동극제에게 던졌다.


"이건 무엇이지?"

"그건 답례다. 인간들은 그렇게 답례를 한다고 하던데? 나는 그 엽전 하나로 난설을 사려 했으니 너도 나라 하나는 살 수 있을 게다."

"난설을 사려 했다고?"

"에잇, 시끄럽다."


여자는 잔뜩 흥분하여 동극제의 말을 들은체만체하며 청경을 입에 가져다댔다.

그리고 그녀가 청경을 길게 불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부아거와 동극제 둘 다, 의아한 눈으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아직 시간이 안 된 건가?"

"왜··· 청경 속으로 빨려들어가지 않지?"


두 사람은 곧 서로의 말에 대답했다.


"···시간은 되었다. 청경은 사용할 수 있을 텐데."

"···청경 속으로 빨려들어간다고? 그게 무슨 말이냐?"


여자는 다시 한번 청경을 강하게 불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여자는 청경을 집어던졌다.

청경은 흠집 하나 나지 않은 채 무너진 건물의 잔해 속으로 굴러들어갔다.


여자는 날카롭게 빛나는 손톱을 들어 동극제의 목에 가져다댔다.


"네가 지금 나를 놀리는 것이냐? 이능이 발동하지 않도록 어떤 수를 쓴 것이지? 당장 풀지 못해!"

"그건 이능 따위가 담긴 물건이 아니다."

"이능이 담긴 물건이 아니라고? 피리는 매개체일 뿐이고, 네가 이능을 썼던 것이냐?"


여자는 동극제의 목에 손톱을 더욱 바짝 가져다댔다. 그의 목에서 피가 주륵 흘렀다.

동극제는 아랑곳하지 않고 멀리 굴러간 청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청경은 꿈의 세계에서 가져온, 현실에 속하지 않는 신물이다. 이능 따위와는 근본적으로 다르지."


부아거는 여유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신이 어쩌고 신물이 어쩌고, 웃기는 놈이군. 그 얼마 되지 않는 수명을 늘리려고 발악을 한 건가? 어쨌든 이능이 아니었다면 넌 쓸모가 없다."


그리고 그녀는 맨손으로 동극제의 목을 깊게 베었다.

그러나 그는 부아거의 앞에서 금방 다시 살아났다. 멀리 굴러갔던 청경도 어느새 동극제의 목에 걸려 있었다.


"···너, 어떻게 살아난 거지?"


부아거가 물었으나 동극제는 대답하지 않고 청경을 들어 불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가 더 빨랐다. 순식간에 다가온 그녀가 청경을 빼앗아 다시 불었으나 이번에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부아거는 청경을 든 손에 힘을 주다가 뜻대로 되지 않자 바닥에 던져 밟아 부수려고 했으나, 청경은 부서지지 않았다.

그녀는 청경을 멀리 차서 날려버렸다.


"다시 살아나는 이능 따위도 있나? 잔재주가 많은 놈이군."


말을 마치자마자 여자는 달려들어 동극제를 갈가리 찢어 놓았다.

하지만 그는 멀쩡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났다.

그가 손을 대기도 전에 목에 걸린 청경을 빼앗아들고 부아거가 믿기지 않는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 피리처럼, 너 역시 꿈에서 건너온 자인가?"

"아니, 나는 그저 인간이다."

"그럼 왜 죽지 않는 거지? 환각인가?"

"나는 역귀의 손에는 죽지 않는다."

"그래? 그럼···."


그녀는 청경을 한 손에 쥔 채, 바닥에 널브러진 온갖 종류의 무기들 중 세검을 발로 차 집어들었다.

무기를 들고 쳐들어왔던 역귀들이 쥐고 있었을 무기였다.


"살아날 때마다 팔다리 하나씩 떼서 역귀들에게 먹이고 죽이는 걸 반복하면 되겠구나."


동극제 역시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들며 말했다.


"역귀들에게 청경의 힘을 쓰면 긴 시간 동안 어둠 속에 갇힌다는 걸 알았으니, 몇 달이고 기다려주겠다.

다음에 내 얼굴을 보는 순간이, 네가 죽는 순간이다."


그리고 두 사람은 서로에게 쇄도해 칼을 휘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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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머리를 쓰다 24.02.04 12 0 16쪽
26 비명 24.02.03 12 0 12쪽
25 코끼리 24.02.02 16 0 13쪽
24 사투 24.02.01 15 0 12쪽
» 초대 24.01.31 15 0 10쪽
22 잊혀진 도시 24.01.30 14 0 12쪽
21 강한 충격 24.01.29 14 0 12쪽
20 비상 24.01.28 13 0 11쪽
19 무서운 여자 24.01.27 20 0 12쪽
18 무서운 남자 24.01.26 17 0 13쪽
17 송곳니 24.01.25 24 0 12쪽
16 실종, 그리고 폭발 24.01.24 19 0 13쪽
15 연화 24.01.23 22 0 13쪽
14 1,500킬로그램 24.01.22 26 0 13쪽
13 불신과 균열 24.01.21 25 0 14쪽
12 금지된 구역으로 24.01.20 32 0 11쪽
11 믿을 수 없는 제안 24.01.19 32 0 13쪽
10 500년 전 24.01.18 38 0 13쪽
9 학살 24.01.17 40 1 12쪽
8 천년여우 24.01.16 41 1 12쪽
7 의기투합 24.01.15 54 1 12쪽
6 오해와 해방 24.01.12 55 1 12쪽
5 치트 아이템을 빼앗기다 24.01.11 65 1 11쪽
4 낯선 도시 천강 24.01.10 73 1 11쪽
3 이름 없는 남자 24.01.09 87 1 11쪽
2 600살이 넘은 꼬마 23.07.09 146 1 11쪽
1 새로운 시대 23.07.09 254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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