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키 들고 무한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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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흔캐
작품등록일 :
2023.07.09 00:40
최근연재일 :
2024.03.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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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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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된 구역으로

DUMMY

"내 여동생은 역귀에게 살해당했다."


그는 매구를 바라보며 다소 생뚱맞은 말을 꺼냈다.


"아까 내 고향 혼조에서 치기 어린 자들이 담력을 시험한답시고 난설로 갔다가 돌아오지 못했다 했지.

그 중엔 내 여동생도 있었어."


그는 끓어오르는 감정을 애써 참는 것처럼 몸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리고 그 애를 말리지도 않고 따라갔던, 오빠랍시고 태어나 피붙이 하나도 지켜주지 못했던 병신 같은 놈이 있었다! 그 애는 내가 보는 앞에서 온갖 역귀들한테 뜯어먹혀 살해당했어!"


그는 피를 토하는 것과 같은 기세로 소리쳤다.

두녹과 동극제는 이미 아는 이야기인 듯, 다른 곳을 쳐다보고 있었다.


로구쇠는 감정이 격해져 입가에서 거품이 흘러나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붉게 타는 눈으로 말했다.


"내 모든 것과 바꿔서라도 역귀를 전부 죽일 수 있다면 그렇게 한다.

내가 이 남자를 따라다니는 이유도 이 남자라면 역귀들 전부를 다른 시대로든 어디든 날려버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야."


그리고 그는 이내 감정을 다스리는 듯 크게 호흡했다.

무예를 오래 수련한 사람이라 스스로를 잃지 않는 훈련이 된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는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 말했다.


"만약에 거짓말이라면, 네가 지금 역귀들의 아가리에 우리를 바치기 위해서 수작을 부리는 거라면,

내 금무나찰에게 영혼을 바쳐서라도 네 년의 목을 반드시 비틀 것이다."


"금무나찰?" 매구가 되물었다.


"난설이 그렇게 되고 나서 혼조에서 세를 떨치고 일어난 집단이 하나 있네.

그들은 역귀에 맞서 세상을 통일시키려 이곳저곳에서 전쟁을 일으키고 있지."


두녹이 매구에게 말해주었다.


"금무나찰은 그 집단의 이름인데, 기묘한 술수를 부려서 역귀들과 싸워도 지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소."


고개를 끄덕이는 매구에게 두녹이 덧붙였다.


"전쟁에서 이기면 진 쪽의 우두머리들을 남김없이 산 제물로 바친다는 무서운 소문이 들려오긴 하지만 말일세."


사람의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매구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군요. 저를 따라 난설로 들어가는 것은 여러분이 처음이 아닙니다."


"뭐라고?" 로구쇠가 눈을 치켜떴다.


"싸움이 이백 년 동안이나 지속되다 보니 제 힘으로는 죽이기 힘들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지요.

그래서 저는 쓸만한 이능자를 찾아서 부아거에게 데려간 적이 몇 번 있습니다."


세 남자는 놀라서 매구를 바라보았다.


"난설로 들어가는 데 문제가 없었소?" 두녹이 물었고,


"네 말을 덜컥 믿고 난설로 들어가는 멍청이들이 몇 번이나 있었다고?" 로구쇠가 따지고 들었다.


매구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그래서 가능하다고 말씀드렸던 것입니다."

"너 아까 '어느 정도는' 가능하다고 했었잖아? 숨기고 있는 무언가가 있는 게 아니냐?"


로구쇠가 묻자, 그녀는 로구쇠를 바라보며 말했다.


"부아거에게 가기 전에 어떤 식으로든 이능을 사용하면 다른 역귀들이 눈치챕니다.

그래서 실패한 적이 두 번 있었습니다."


"부아거가 여태 살아있으니 그 앞에 도착한 이들도 실패한 것 아니오. 실패한 자들은 어찌 되었소?"


동극제가 물었다.


"······살아 나오진 못했습니다."

"그렇군······."


동극제는 두녹을 돌아보았다.


"두녹, 당신은 어쩌시겠소?"


두녹이라 불린 노인은 빙그레 미소지었다.


"살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늙은이가 무슨 미련이 있겠습니까?

선대가 동극제 님께 받은 은혜를 제가 조금이나마 갚고 있다고 생각하면 아직도 기쁘기 한량없습니다."


"그러면 더 이야기해 봤자겠군."


동극제는 절반 정도 새긴 비석을 돌아보았다.


"두녹, 이 석비를 잘 보관하라 전하시오. 날이 밝는 대로 출발하겠소."


두녹이 고개를 숙이고 어디론가 떠나갔고, 나머지 세 사람도 각자 뿔뿔이 흩어졌다.

정확히 말하자면 두 사람과 한 사람이었다. 매구가 동극제의 뒤를 졸졸 따라왔기 때문이었다.


"지금 날 따라오는 거요?"


"날 밝을 때까지 있을 곳이 없는지라······." 매구는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


높은 산에 위치한 마을에 숙박 시설이 있을 리 없었으므로 두 사람은 동극제가 묵고 있던, 통나무를 깎아 만든 집으로 들어섰다.


집을 덥히기 위한 장작이 집 안에 준비되어 있었으나, 동극제가 평소 불을 때지 않아서 집 안은 밖과 다름없이 몹시 추웠다.


"시장하지 않으시오?" 동극제가 물었다.


"조금, 그렇습니다."

"역귀들은 사람만을 먹고 산다던데, 그것이 사실인가?"

"사람들은 매일 세 끼를 먹는다지요.

저희는 배가 고프면 먹고, 배가 부르면 먹지 않습니다."

"배가 고프면 사람을 잡아먹고?"

"사람은 배가 고플 때마다 돼지를 잡아먹는지요?"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군."


동극제가 쌓인 장작을 집어들며 말했다.


"불을 때는 게 편하시겠소?"


매구는 자신의 맨발을 가리키며 말했다.


"잘 때는 추울 듯도 합니다."


동극제는 통나무로 지은 집의 한가운데 불을 지폈다.

연기가 굴뚝을 통해서 빠져나갔고, 통나무집 안은 금세 따뜻해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문을 똑똑 두드리더니, 커다란 나무로 만든 통을 들고서 사내 두 명이 들어왔다.

둘은 타고 있는 모닥불 위의 틀에 맞춰 물이 가득 찬 통을 쿵 하고 내려놓았다.


"목욕하시려고 불을 때신 거죠? 깨끗한 물을 담아 왔으니, 데워 쓰시면 됩니다."


그 중 한 사내가 허리춤에 달고 온, 무언가 가득 담긴 바구니를 내려놓고 들어온 문으로 나갔다.

동극제가 보니 그것은 뜨거운 물에 삶은 달걀이었다.

동극제는 마침 잘 됐군, 하며 달걀을 매구에게 건넸다.

매구는 달걀을 몇 개 먹었다.


"동극제 님도 드시지요."

"나는 괜찮소. 거의 먹지 않아도 배고프지 않아서."

"사실 여쭙고 싶었던 것이 있습니다."


매구는 남자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말을 꺼냈다.


"당신은 혹시 사람들이 신이라고 부르는 사람인지요?"

"아니, 나는 한낱 사람이오."

"한낱 사람이 어떻게 죽여도 죽지 않고, 요상한 힘이 담긴 뿔피리를 쓰고, 추위도 배고픔도 느끼지 않을 수 있는지요?"

"그건 내가 시대를 건너뛰며 매우 오랜 시간을 살아와서 그렇소."


동극제는 담담하게 말했다.


"너무 오래 살다 보니 먼저 감정에 둔해지고, 그 다음으로 감각이 둔해지더군.

게다가 나는 여네들처럼 한 방향으로 생을 살아가는 사람이 아니오."

"그러시면?"

"자세한 이야기는 해줄 수 없으나 나는 죽지 않소. 죽으면 다른 시대로 날려가지.

그 시대는 과거일 수도, 미래일 수도 있소."


매구는 의문을 표했다.


"하지만 제가 동극제 님을 죽였을 때 금방 주위에서 살아나시지 않았나요?"

"그건 당신이 역귀이기 때문이오."

"제가 역귀이기 때문에···?"

"사람에게 죽으면 다른 시대로 날려가지만, 사람이 아닌 것의 손에 죽으면 다른 시대로 날려가지 않소."

"그럼 동극제 님은 저를 만나기 전에도 사람이 아닌 것의 손에 죽으신 적이 있으신가요?"

"그렇소."


매구는 허를 찔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과거나 혹은 미래에···?"


동극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닥불 위에 올려놓은, 큰 통에 담긴 물이 데워지는지 연기가 조금씩 올라오고 있었다.


매구는 자세를 고쳐 동극제에게 바싹 다가앉았다.


"저, 그러면 묻고 싶은 것이···"


"하지 마시오." 동극제가 매구의 말을 잘랐다.


"제가 물어보려는 것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우리가 지금, 아니면 먼 미래에라도 결국 부아거를 죽이는지 묻고 싶은 것이 아니오?"


매구는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가렸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궁금해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오. 그러나 미래의 일을 궁금해하지 마시오.

나는 몇십 년, 몇백 년 뒤에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족집게처럼 말해줄 수는 없으니."


그리고 그는 풀이 죽은 매구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이것도 당신을 믿기에 알려준 것이니, 너무 상심하지 마시오."

"당신을 여러 번 죽이려 한 저를 믿으십니까?"

"믿지 못할 것도 없지.

사실 죽지 않는 사람에게는 하지 못할 것도, 못할 말도 없소."


동극제는 아리송한 말을 하더니 옷을 벗었다. 잘 단련된 몸이 불빛을 받아 빛났다.

그리고 그는 데워진 물에 몸을 담갔다.


"이야기를 나눠 보니 역귀나 나나 다를 것도 없군, 더구나 시대에 발 붙이고 살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그렇지 않소?"

"무슨 말씀이신지···?"

"당신을 보고 있자니 문득 여러 시대의 사람들에게 귀신 취급받던 내 모습이 떠올라서 말이오.

사람들이 나에게 묻던 말을 내가 당신에게 그대로 하고 있더군."

"사실 저도 아직 사람들을 잘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산제물이 무섭다는 것도, 그 로구쇠라는 자가 여동생의 복수를 위해서 역귀를 없애고 싶어하는 것도, 저로선 이해할 수 없는 감정입니다."


그리고 매구 역시 흰 저고리와 치마를 입은 채 동극제가 몸을 담그고 있던 통으로 걸어들어왔다.


매구가 따뜻한 물에 멱을 감는 모습을 보고 동극제가 말했다.


"그 머리카락, 철로 만들어진 게 아니었군."


웃는 매구에게 동극제는 그의 편에 있던 창포를 건넸다.


그 때 로구쇠가 문을 박차다시피 하고 들어왔다.

한 손에는 술병이 들려 있었고, 한 손에는 말린 고기가 들려 있었다.


"동극제 님!"


그러다 그는 집의 한복판에 있는 멱통에 남녀 두 명이 들어가 있는 모습을 보고 그대로 굳어 버렸다.


"······."


동극제는 로구쇠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냐, 로구쇠."


"······?"


동극제는 한숨을 쉬고 일어나 탕 밖으로 나갔다.


몸을 닦고 옷을 걸쳐입은 그가 로구쇠를 데리고 나가며 매구에게 말했다.


"배가 충분히 부른 듯하니, 사람을 잡아먹진 않으시겠지."


매구는 여전히 몸에 물을 끼얹으며 멱을 감고 있었다.


"그러진 않습니다."


"내 동료들 역시 건드리지 말란 말을, 굳이 해야 하는 건 아니겠지?"


매구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동극제는 얼어붙은 로구쇠를 데리고 집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는 술이나 한 잔 하며 향후 대책을 논하러 왔다가 상상도 못한 광경을 목격한 로구쇠에게 밤이 새도록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윽고 날이 밝았고, 세 사람과 한 여자는 난설을 향해 출발했다.


그리고 그들은 네 달 만에 난설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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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강한 충격 24.01.29 14 0 12쪽
20 비상 24.01.28 1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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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무서운 남자 24.01.26 17 0 13쪽
17 송곳니 24.01.25 24 0 12쪽
16 실종, 그리고 폭발 24.01.24 19 0 13쪽
15 연화 24.01.23 22 0 13쪽
14 1,500킬로그램 24.01.22 26 0 13쪽
13 불신과 균열 24.01.21 25 0 14쪽
» 금지된 구역으로 24.01.20 32 0 11쪽
11 믿을 수 없는 제안 24.01.19 32 0 13쪽
10 500년 전 24.01.18 38 0 13쪽
9 학살 24.01.17 40 1 12쪽
8 천년여우 24.01.16 41 1 12쪽
7 의기투합 24.01.15 54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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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치트 아이템을 빼앗기다 24.01.11 65 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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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600살이 넘은 꼬마 23.07.09 146 1 11쪽
1 새로운 시대 23.07.09 254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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