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키 들고 무한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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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흔캐
작품등록일 :
2023.07.09 00:40
최근연재일 :
2024.03.05 19: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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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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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송곳니

DUMMY

언비와 로구쇠는 기어가다시피 몸을 낮추고 걸음을 옮겼다.

로구쇠는 몸에서 올라오는 냄새에 얼굴을 찌푸리고 있었다.


"정 위급상황이면 내 능력을 사용하면 된다니까."

"안 돼. 너의 능력은 눈에 보인 장소로의 초고속 이동이지?"


로구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네가 눈으로 본 장소로 가던 중간에 다른 물체가 끼어들면 어떻게 되지?"

"그럴 일이 어딨냐? 눈 깜빡하면 이동하는 속도인데."

"예를 들어서 말한 거다. 네가 이동하는 중에 새라도 한 마리 끼어든다면? 그럼 네 몸에 커다란 구멍이 뚫릴 거다."


로구쇠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능을 쓰고 나면 날벌레들이 몸에 좀 묻긴 해. 새도 그런 식으로 죽지 않을까?"

"···너는 바보인가? 티끌만한 날벌레가 초고속으로 부딪히는 것과 새가 부딪히는 것이 같다고 생각하나?"

"내 몸이 더 단단하잖아."

"···너 정말 그 이능을 가지고 아직까지 용케도 살아 있구나. 부작용이 지능이 낮아지는 건가?"

"넌 가끔 날 너무 무시하더라. 똑똑한 것 같긴 한데, 우리 둘밖에 없다고 아무 말이나 하는 건 아니지?"


언비는 한숨을 쉬었다.


"아니, 됐다. 나까지 머리가 이상해지겠군."

"이래 봬도 나도 혼조에선 알아주는···"

"쉿, 조용히."


언비가 몸을 더욱 낮추며 앞을 가리켰다.

몸에 가시가 돋은, 커다란 도마뱀 형상을 한 역귀가 기어가는 것이 보였다.

언비는 손가락 하나를 들어 입에 가져다댄 채, 역귀가 완전히 지나갈 때까지 기다렸다.


"됐다. 언제나 말소리를 낮춰서 말하도록 해."


그리고 그녀는 투덜거렸다.


"혼자 있을 때는 이런 것까지 걱정할 필요가 없었는데."

"거 미안하게 됐네. 그래도 내 지도가 없었으면 어떻게 하려고 했냐?"


언비가 가지고 있던 지도는 물에 젖어서 쓸모가 없어졌기 때문에, 그들은 로구쇠가 가지고 있던 지도를 이용해 길을 확인하며 전진하고 있었다.


"그건 고맙게 생각한다. 일반인에 불과한 너희가 200년 전 난설의 지도를 어떻게 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디를 가든 고서 수집가는 있는 거 아니겠어?"

"하긴 그랬겠군."


그리고 그들은 난설의 영역에 들어섰다.

자라난 나무와 풀이 매우 뜨거운 열로 지지는 것처럼 천천히 타들어가고 있었기 때문에 영역을 구분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로구쇠가 검게 타들어가는 나무를 바라보며 말했다.


"연왕 사후 200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이능의 잔해가 남아있다는 게 말이 돼? 죽고 나면 사라지는 게 이능이잖아."

"워낙 큰 능력이었으니 그럴 만도 하지. 어쨌든 중요한 건 난설이 갈수록 넓어진다는 거다."

"200년 동안 몇백 걸음밖에 넓어지지 않았던데?"

"난설 전체의 영토에서 몇백 걸음씩이지. 그게 얼마나 큰 영역이 넓어졌다는 의미인지 아느냐?"

"어···알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너하고 무슨 얘기를 하겠냐."


그리고 그들은 며칠을 걸었다.

중간에 한 마리나 서너마리씩 무리지은 역귀들을 발견할 때가 있었다.

언비는 역귀의 흔적을 잘 살펴 항상 먼저 그들을 발견했으므로 그들은 별일 없이 언비가 있던 마을의 근처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그들이 언비가 있던 마을에 하루 정도 남은 거리까지 왔을 때 하늘에서는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다.

언비가 비 내리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마을에 들어갈 때까지는 그쳐야 할 텐데."

"지금까지도 비는 몇 번 왔었잖아?"

"난설의 영역에서는 이능을 사용하면 안 되는 것은 알고 있겠지?"

"그야 당연히 알고 있지. 역귀들이 눈치챈다고 하던데."

"이능이 담긴 도구도 마찬가지다. 그 책엔 말했다시피 물을 밀어내는 이능이 걸려 있어.

비가 오면 들킬 거다."


그러나 장마철이 가까워져서인지 비는 멈추지 않고 내렸다.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서, 언비와 로구쇠는 멈춰섰다.

도시라고 하기에는 작은 마을의 중앙에는 커다란 탑이 솟아 있었다.

책을 보관하는 도서관으로 보였으나 한 쪽이 크게 무너져 있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있었던 곳이 저 도서관이다."


언비가 그 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걸 어떻게 뚫고 지나갔던 거야?"


로구쇠가 멍하니 마을의 중앙에 또아리를 틀고 앉은 거대한 뱀 형태의 역귀를 바라보며 말했다.

역귀의 머리에는 뿔이 있었고 몸 옆으로 다리가 몇 개 돋아나 있었다.

역귀는 도서관에 몸을 칭칭 감은 채 가끔 혀를 날름거리며 빗물을 마시고 있었다.


언비는 얼굴을 찌푸렸다.


"원래 저기 있던 놈은 아니야. 이미 책이 물을 맞아서 이능이 발동된 건가?"

"저기에 책이 있는 게 확실해?"

"모른다. 알면 하류까지 내려갔겠느냐?"

"그러면 비가 그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겠군."


로구쇠는 소리가 나지 않도록 주의하며 풀숲에 주저앉았다.

그러나 언비가 단호하게 말했다.


"안 돼."


그리고 그녀는 마을의 바깥쪽을 가리켰다.

그 곳에는 넓은 강이 있었다.

마을이 멀쩡했을 때에 쌓았던 것 같은 둑이 있었으나 오랜 세월이 흘러 이미 무너진 뒤였다.

그간 내린 비로 인해 강물이 상당히 불어나 있었다.


"며칠 비가 와서 강이 넘치려고 한다. 난 역귀들이 들이닥쳐서 저 강으로 몸을 던졌어.

그러니까 아마 책은 도서관에 있을 거다."

"아마도, 말이지?"

"······."


둘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로구쇠는 혼잣말로 하나, 둘, 셋 하며 손을 꼽아보다가 고개를 젓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언비가 생각에 방해된다는 듯 짜증을 냈다.


"뭘 자꾸 중얼거리는 거지?"

"능력으로 책을 꺼내올 수 있는 경우를 계산하는 중인데."


언비는 고개를 저었다.


"여러 변수를 고려하면 네 능력은 책을 손에 넣고 탈출할 때에 한해 쓰는 게 맞다."

"그럼 너는 다른 방법이 있어?"

"······아니."

"그럼 나만 믿어. 다 방법이 있으니까."


그리고 그는 등 뒤로 걸머진 쌍창을 뽑아들며 말했다.


"내 고향에는 이런 말이 있지. 생각은 짧게, 행동은 신속히."

"···생각이 짧으면 안 되지 않나?"

"어? 아닌데. 분명 더 멋있는 말이었는데. 고민은 짧게··· 였나?"


로구쇠는 어쨌든, 하며 몸을 일으켰다.

내리는 비를 맞으며 그는 언비에게 말했다.


"내가 저놈을 유인할 테니, 너는 도서관에 들어가서 책을 찾아.

아마도 이능을 쓰게 될 텐데, 상황이 안 좋아지면 너 먼저 빠져나가도록 하고."


언비는 할 말이 있는 듯 입을 우물거리다가 말기를 몇 번 반복했다.

잠시 후 그녀는 겨우 입을 열었다.


"···물 속으로는 들어가지 마라. 뱀 형태의 역귀들은 헤엄도 잘 치니까."


로구쇠는 씩 웃고 비탈진 언덕길을 달려내려갔다.

그가 마을의 입구를 지났을 때 진동을 감지한 역귀가 고개를 홱 돌렸다.

역귀는 또아리를 풀고 그를 향해 날카로운 소리를 내질렀다.

로구쇠는 역귀가 그를 확인하자마자 방향을 돌려 달아났다.


역귀는 즉시 그를 추격했다. 땅을 기는 몸에 달린 다리가 박차를 가하고 있었기 때문에 속도가 굉장히 빨랐다.


"젠장, 넓은 길로 가면 순식간에 따라잡히겠군."


로구쇠는 2,3층으로 된 건물들이 모인 시가지로 방향을 틀었다.

그가 건물 사이를 이리저리 헤집으며 도망치자 역귀는 온 몸으로 건물들을 부수며 돌진해왔다.

비가 내려 시야가 좁았고 달리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로구쇠는 금세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시간을 많이 못 벌어줄 수도 있겠는데."


이윽고 로구쇠는 막다른 길에 도착했다.

세월을 이기지 못해 무너진 집의 잔해가 길을 막고 있었다.

로구쇠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뒤를 돌아보았다. 역귀는 그가 있는 곳을 향해 일직선으로 오고 있었다.

그는 이능을 쓸 만한 곳이 있는지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높은 건물들이 모인 시가지라 시선은 멀리까지 닿지 못했다.


"제기랄, 난설 사람들은 왜 이렇게 건물을 높게 지은 거야?"


그리고 그는 역귀가 건물을 부수며 달려오고 있는 방향에 있는 3층 집의 지붕으로 이능을 사용해 올라갔다.

그가 지붕에 올라서서 균형을 잡자마자 그가 있는 건물을 역귀가 들이받았다.

로구쇠는 공중에서 뒤로 한 바퀴 돌아 돌진하던 역귀의 등에 쌍창을 꽂아넣었다.


쌍창은 마치 송곳니처럼 역귀의 등에 깊게 꽂혔으나 역귀를 죽이기엔 역부족이었다.

역귀는 그를 잡기 위해 몸을 이리저리 뒤틀며 미쳐 날뛰기 시작했다.

비까지 와서 역귀의 등은 매우 미끄러웠다.


로구쇠는 역귀가 몸을 높이 솟구칠 때를 이용해 도서관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나 도서관 쪽에서는 아무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젠장! 어쩔 수 없지."


로구쇠는 역귀의 몸에 박아넣었던 창 하나를 뽑아 더 앞쪽에 찔러넣었다.

그리고 다른 손에 든 창을 그 앞쪽에 찔러넣었다. 그런 식으로 그는 역귀의 머리 쪽으로 기어올라가기 시작했다.

역귀는 몸에 올라탄 그를 다리로 잡으려고 버둥거렸다.

그러나 그를 잡기에는 다리가 짧았기 때문에, 역귀는 그를 땅에 짓눌러 죽이기 위해 몸을 비틀며 땅에 몸을 부딪쳤다.


손에 쥔 두 개의 창 중 하나를 놓칠 때도 있었고, 땅에 깔릴 뻔한 위기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로구쇠는 전에 창을 찔러넣었던 자리에 손을 박아넣거나 이빨까지 사용해 역귀를 물어뜯으며 매달렸다.

그야말로 사투였다.


역귀가 몸을 뒤틀더니 가시 박힌 꼬리로 그를 강하게 후려쳤다.

로구쇠는 역귀의 몸에 꽂힌 창 하나를 놓치고 다른 창 한 자루만을 든 채 바닥에 떨어졌다.


그가 몸에서 떨어지자 역귀가 커다란 입을 벌리고 그에게 돌진했다.

피할 수 있는 거리가 아니었으므로 그는 되는 대로 눈에 보이는 곳으로 이능을 사용해 이동했다.

역귀의 뒤쪽에서 바라보자 역귀의 목 쪽에 꽂힌 그의 창, 중홍이 보였다.

로구쇠는 마지막 이능을 사용해 그 쪽으로 도약했다.

마침내 중홍을 두 발로 밟고 선 로구쇠는 그의 남은 창, 자중을 두 손으로 높게 들고 외쳤다.


"내가 이겼다, 뱀 대가리!"


로구쇠는 양손으로 치켜든 창으로 역귀의 뒤통수에 해당하는 곳에 창을 깊게 찔러넣었다.

역귀는 온 몸을 비틀며 괴로워하다가 이내 천천히 움직임이 느려지며 바닥에 쓰러졌다.


역귀가 땅에 쓰러지는 순간에 맞춰 몸을 던진 로구쇠는 몇 번 몸을 굴려 일어났다.

팔과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고, 온 몸은 피범벅이었다.

로구쇠는 팔을 들어올리려 했으나 모든 기력을 사용한 듯 몸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뼈가 몇 대 나갔구만, 젠장. 그래도··· 마무리는 해야겠지."


그는 비틀거리며 쓰러진 역귀를 향해 걸어갔다.

역귀는 아직 숨이 붙어 있는 듯 약하게 경련하고 있었다.

로구쇠는 쌍창을 뽑아서 역귀의 머리와 눈에 몇 번 더 찔러넣었다.

역귀는 몸을 비틀며 크게 울부짖더니 이윽고 완전히 숨이 멎었다.


아직 적진 한복판이었던 데다 이능을 세 번이나 쓴 다음이었으므로 로구쇠는 황급히 도서관으로 뛰어갔다.

어디선가 역귀들이 떼거지로 몰려오는 듯 괴성이 빗소리를 뚫고 들려왔다.

몇 번 넘어지기를 반복하며 달려가는 로구쇠에게 멀리 손을 흔드는 언비가 보였다.

그 손에 보자기로 싼 책이 들려 있었다.


둘은 손을 맞잡고 빗속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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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비명 24.02.03 12 0 12쪽
25 코끼리 24.02.02 16 0 13쪽
24 사투 24.02.01 15 0 12쪽
23 초대 24.01.31 14 0 10쪽
22 잊혀진 도시 24.01.30 14 0 12쪽
21 강한 충격 24.01.29 14 0 12쪽
20 비상 24.01.28 13 0 11쪽
19 무서운 여자 24.01.27 20 0 12쪽
18 무서운 남자 24.01.26 17 0 13쪽
» 송곳니 24.01.25 23 0 12쪽
16 실종, 그리고 폭발 24.01.24 19 0 13쪽
15 연화 24.01.23 22 0 13쪽
14 1,500킬로그램 24.01.22 25 0 13쪽
13 불신과 균열 24.01.21 24 0 14쪽
12 금지된 구역으로 24.01.20 31 0 11쪽
11 믿을 수 없는 제안 24.01.19 32 0 13쪽
10 500년 전 24.01.18 38 0 13쪽
9 학살 24.01.17 40 1 12쪽
8 천년여우 24.01.16 41 1 12쪽
7 의기투합 24.01.15 53 1 12쪽
6 오해와 해방 24.01.12 5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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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낯선 도시 천강 24.01.10 73 1 11쪽
3 이름 없는 남자 24.01.09 87 1 11쪽
2 600살이 넘은 꼬마 23.07.09 146 1 11쪽
1 새로운 시대 23.07.09 254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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