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키 들고 무한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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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흔캐
작품등록일 :
2023.07.09 00:40
최근연재일 :
2024.03.05 19:00
연재수 :
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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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11
글자수 :
316,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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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12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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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오해와 해방

DUMMY

마차는 이제 도심지에서 완전히 벗어나 산길을 달리고 있었다.


멀리 큰 공터가 보였지만 눈에 띌 만한 건물은 보이지 않았다.

인적은 완전히 끊겼고 산길을 달리는 마차는 몹시 덜컹거렸다.


멀리에 폭포가 있는 듯 희미하게 땅이 울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차가 미끄러지듯 정지한 곳은 넓은 공터였다. 그곳에 어떤 표식인 듯 버드나무 두 그루가 나란히 서 있었다.


시지교는 마차에서 내려 공터 쪽으로 걸어가더니, 마차 안에 있는 두 사람에게 들리지 않게 무어라 말했다.

그러자 큰 소리와 함께 땅이 울리더니 입구가 열려 모습을 드러냈다.

지하로 통하는 비스듬한 내리막길이었다.


입구에는 두 명의 남자가 기다리고 있었다.

한 명은 젊었고, 한 명은 그보다는 나이가 있어 보였다.


그 중 나이 많은 쪽의 남자가 다가와 시지교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오는 동안 별 일 없으셨습니까?"

"아가씨가 좀 괄괄하군. 거칠게 다루지는 말게."


남자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는 마차 쪽으로 다가와 문을 열었다.


마차를 운전한 여자와 시지교는 지하로 사라졌고 남자들 중 젊은 쪽이 희를, 나이 많은 쪽이 남자를 각자 끌고 지하로 들어섰다.


금랑전은 길이 입구에서 내리막으로 길게 이어지다가 세 개로 나뉘는 구조였다.


내려온 길을 따라 나선 모양으로 이어지는 내리막길이 있었고, 크게 구멍이 뚫려 아래로 곧장 이어지는 길과 계단이 있었다.


네 사람은 계단으로 내려갔다. 지하인데도 어디선가 바람이 불어왔다.


금랑전은 나무를 이용해 벽과 바닥을 짜 놓았는데, 나무를 거의 자르지 않고 나무가 가진 결과 아퀴를 꼭 맞는 다른 나무에 끼워넣어 짜맞춘 모습이었다.


어떤 방법을 쓴 건지 지하인데도 여기저기서 햇빛이 밝게 비쳐들어와 내부는 바깥처럼 밝았다.


희가 주위를 둘러보다 감탄하며 말했다.


"와, 이 나무들 전부 다듬는 데 톱밥 한 되도 안 나왔겠는데."


희를 이끌던 젊은 남자가 밧줄을 거칠게 잡아당겼다.


"조용히 해라, 금랑전 안이다."

"어차피 몇 분 뒤면 눈알이고 혓바닥이고 다 뽑힐 텐데 마지막으로 좀 쓰고 있는 거잖아요."


희는 지지 않고 그에게 대들었다.


남자를 이끌고 있던 나이 많은 쪽의 남자가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대체 어떤 소문을 들은 거지? 과연 겁이 많은 아가씨로군."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하실 수 있나요?"

"글쎄, 옛날 이야기 아닌가.

금랑전은 외부에 공개된 기관이 아니니, 소문이 부풀려진 모양이군. 너무 겁먹지는 마시게."


분위기가 조금 풀린 틈을 타서 희가 함께 끌려가던 남자에게 자연스럽게 물었다.


"그러고 보니 당신 그 칼을 가지고 있지 않네요?"

"이 사람들에게 빼앗겼소."

"그 칼 다른 사람이 막 만져도 되나요?"

"뽑지만 않으면."

"어떻게 되죠? 다른 사람이 뽑으면."

"뽑은 사람은 사라지고,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정신을 잃게 되지."

"당신과 저도요?"

"당신과 나는 괜찮소."

"사라진다는 게 무슨 말이죠?"


남자가 대답하려는데, 젊은 남자가 다시 희의 밧줄을 잡아당겼다.


"말이 많군. 한 번 더 입을 열면 재갈을 물리겠다."


희는 무어라 혼잣말로 투덜댔으나 이내 조용해졌다.


그리고 계단을 내려온 네 사람은 지하의 최심부, 금랑전 내부에 들어섰다.


곳곳에 사람의 모습을 본뜬 석상이 있었다.



입구에서 크게 뚫려 있던 구멍이 아래의 천장으로 이어져 있었고, 눈이 닿는 곳에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희와 남자를 끌고 온 두 사내는 문이 없는 여러 방을 지나쳐 둘을 금랑전 깊숙한 곳으로 인도했다.

안쪽에는 널찍한 공간이 있었고 세 사람이 의자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백발의 여인 시지교와 금색 제복을 입은 남자, 그리고 어린 소녀였다.


두 사내가 금색 제복을 입은 남자에게 고개를 숙여 예를 표했다.


"평봉, 기에. 수고했다, 자리로 돌아가라."


기에라 불린 젊은 남자는 어린 소녀의 옆으로 가서 섰고 평봉이라 불린 나이 든 남자는 고개를 숙이고 들어온 길로 사라졌다.


포승줄에 묶인 두 사람은 의자에 앉은 세 사람과 옆에 선 기에 앞에 남겨졌다.


금색 제복을 입은 남자가 입을 열었다.


"거칠게 대하는 걸 용서하시오. 금랑의 태수 추실이라 하오.

당신들은 어젯밤 출입국 관리직원들을 해친 혐의로 이 자리에 있소."


그는 여자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쪽은 이름이 희라고 한다지, 새를 다루는 이능자고."


그리고 금색 제복을 입은 태수, 추실이 남자에게 물었다.


"호패를 가지고 있소?"


남자는 대답했다. "그런 건 가지고 있지 않소."


"역시 그렇군. 이름을 밝히시오."

"그 전에 한 가지 물어보겠소. 상전에서 가져온 푸른 칼을 어찌 하였소?"


옆에 서 있던 기에가 남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으르렁댔다.


"건방지기가 이를 데 없구나. 질문은 허락하지 않는다.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해라."


추실은 손을 들어 기에를 제지하고 말했다. 시종 여유가 넘치는 표정이었다.


"방금 너희를 데려온 평봉이 조사하러 갔다만."

"그 칼을 뽑지 마시오."

"이유는?"

"말할 수 없소."

"이름도 말할 수 없는가?"

"이름은 검이라 하오."

"칼잡이처럼 보이진 않는데, 그 칼이 무척이나 중한가 보군."


그리고 추실은 재차 물었다.


"어젯밤 출입국에서 일어난 일이 그 칼을 이용해서 한 일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검이라고 본인을 소개한 남자는 시치미를 뗐다.


"마흔이 넘는 사람이 하룻밤 사이에 아무 별고도 없이 사라졌다.

끓여놓은 물도, 사람이 들고 나온 잠자리도 아직 따뜻한데 싸운 흔적도, 어딘가로 떠난 흔적도 없어."


그리고 추실은 자신의 옆에 앉은 여자 아이를 가리켜 보였다.


"이 아이는 쌍둥이로, 언니는 어떤 장소에서 일어난 일을 알 수 있는 이능을 가지고 있지.

당신에게는 불행이라 해야 할까."

"그 아이의 언니가 이능으로 출입국에서 내 모습을 본 건가?"

"아직 어려서 그런지 이능이 좀 불안정해.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못 본 것 같더군.

다만 그 많은 인원이 감쪽같이 사라진 자리에 당신과 저 여자가 있던 것은 확실하게 보았소."


그 때 가만히 있던 희가 입을 열었다.


"그 대목에서 저는 억울하거든요? 이 사람이 무슨 짓을 했고 저는 우연히 거기에 휘말리지 않은 것뿐이에요.

상황 설명이 필요하시면 그 자리에 있었던 제가 누구보다 잘 설명해 드릴 수 있을걸요."


금랑태수 추실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 말해 보거라. 대체 이능자도 아닌 사내가 그 많은 사람을 하늘로 솟게 했는지, 땅으로 꺼지게 했는지."


희는 기다렸다는 듯 본인이 본 것을 거짓 하나 없이, 상세하게 말했다.


그러나 희 역시 그 자리에 있었으되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이능자가 아니었던 까닭에, 희가 한 말이란


"당신들의 의기를 어쩌구··· 그러고 나서 제 앞에서 이 남자가 칼을 휘두르니까 땅이 와르르··· 하늘이 우르릉··· 저는 우당탕···" 정도의 허사였다.


세 명의 옆에 서 있던 기에가 못 참겠다는 듯 칼을 뽑으며 화를 버럭 냈다.


"태수님, 이 계집은 금랑을 우롱하고 있습니다!"


추실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하는 걸 들어보면 어쨌든 당신은 결백하다는 것 같군.

그보다 문제는 검이라고 이름을 밝힌 당신이오."


좌중의 시선은 본인을 검이라 말한 남자에게 집중되었다.


남자는 고개를 들어 추실을 바라보았다.


"이 여자가 말하는 것처럼 당신은 그 칼을 이용해 출입국원들에게 어떤 짓을 했소. 그건 이 소녀가 기억을 읽으면 명백해지겠지.

게다가 지금 그렇게 혐의를 부인하는 당신은 오늘 상전에서 역귀의 엽전을 사용하려 했소."


그 말에 기에는 물론이고 희까지 놀라서 남자를 돌아보았다.


"거기에 더해서 당신은 신분을 증명할 호패도 가지고 있지 않아."


그리고 추실은 일어나서 칼을 뽑아 남자에게 다가갔다.


"우연이 세 번 겹칠 수는 없는 법이지. 그래서 내가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네놈이 역귀의 사주를 받고 행동하는 하수인이거나···"


추실은 팔이 뒤로 묶인 검의 목에 칼을 갖다댔다.


"네놈이 역귀의 왕, 부아거이거나."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저 소녀에게 내 기억을 읽으라고 지시하시오.

역귀의 엽전인지 무엇인지는 도박에서 딴 거고, 난 그저 그 자리를 지나가고 있었을 뿐."


"계속 시치미를 뗄 테냐?"

"더 이상 할 말은 없소."


추실은 칼을 거뒀다.


"좋아. 매령, 이리로 오거라."


매령이라 불린 소녀가 가까이 다가왔다.


"이 사내의 기억을 읽어 보거라."


매령은 검의 머리에 손을 얹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리고 잠시 후, 매령은 손을 떼고 뒤로 물러났다.


"안 돼, 읽을 수 없어."

"그게 무슨 말이지?

"안 느껴져, 아무 것도. 실이 보여야 잡을 수 있는데 이 사람은 아무 것도 안 보여."


매령이라 불린 소녀는 본인의 이능을 그런 식으로 이해하는 모양이었다.


"옆에 있는 여자는?"


매령은 희에게 다가와 머리에 손을 얹으려고 했다.

희는 머리를 옆으로 빼며 몸을 피했다.


"저, 꼬마야. 그 능력이란 거, 어제 출입국에서 있었던 일만 정확히 골라서 읽을 수 있는 게 아니지?"


매령은 응,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기에가 달려나와 뒤에서 희의 오금을 발로 차 무릎꿇게 만들고, 머리를 잡아눌렀다.


"봐 주는 것도 끝이다. 역시 무언가 켕기는 게 있나 보군. 기억을 읽어라."


매령은 기에의 기세에 눌려서 뒤로 물러나 있다가 다가와 희의 머리에 손을 얹으려 했다.


별안간 희가 벼락같이 외쳤다.


"지금이다, 뽑아!"


희의 목소리가 금랑전 안을 쩌렁쩌렁 울리며 퍼져나갔다.

동시에 밑에서 퍼져 나오는 진동에 금랑전이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중심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고, 진동은 더욱 거세어졌다.

바닥이 진동하고 공기가 떨려 옆에 있는 사람과 대화도 되지 않을 지경이었다.


그리고 검과 희의 앞에 있던 사람들은 전부 정신을 잃고 눈을 뒤집은 채 쓰러졌다.


사람들이 쓰러진 후에도 진동은 더 거세어질 뿐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검은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우고 옆에 있던 희에게 소리쳤다.


"청경을 찾아야 하오."


희는 어떤 수를 썼는지 이미 밧줄을 풀고 손이 자유로워진 상태였다.


그녀는 기에의 칼을 뽑아서 검을 묶은 밧줄의 매듭을 잘라주었다.


두 사람은 금랑전 안을 뛰며 청경을 찾았다.

몸 깊숙한 곳까지 떨리는 진동에 희는 뛰다 말고 자리에 주저앉았다.


"진짜 토할 것 같네."


검은 그런 희를 뒤로하고 울림의 진원지를 찾았다.

안쪽 방 한 켠에서 뽑혀나온 청경이 스스로 칼집으로 천천히 밀려들어가고 있었다.


검은 그런 청경을 잡아 힘으로 내리눌러 칼집에 꽂았다.

진동은 즉시 사그라들었다.


검은 청경을 들고 밖으로 나와서 주저앉아 있는 희에게 말했다.


"곤경에서 구해주어 고맙소."


희는 주저앉은 채 손을 내저었다.


"당신의 곤경이 아니라 내 곤경이었거든요. 손 좀 잡아줘요, 힘이 풀려서."


검은 희의 손을 잡아 일으켜 주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함께 계단을 올라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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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연화 24.01.23 23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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