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키 들고 무한전생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흔캐
작품등록일 :
2023.07.09 00:40
최근연재일 :
2024.03.05 19: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664
추천수 :
11
글자수 :
316,235

작성
24.01.17 18:00
조회
40
추천
1
글자
12쪽

학살

DUMMY

검은 그런 매구의 눈빛을 부드럽게 맞받으며 말했다.


"부아거를 죽이면 그렇게 할 텐가?"

"그것이 저희들이 난 이유입니다."

"하긴 그는 세상을 지배할 생각은 없어 보이더군."


매구는 태연하게 말했다.


"그래서 더욱 저희가 죽이려 하는 것이지요."

"부아거는 자신이 죽으면 당신들도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소."

"어버이가 죽는다고 함께 죽는 생물이 있을까요.

그와 저희들의 생이 연결되어 이 세상에 났으나 죽음은 연결되지 않았다 생각합니다."


검은 미소를 지었다.


"그 죽음을 그에게 가장 안겨주고 싶어한 사람이 당신이었고."


매구도 마주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서 당신을 찾아왔더랬지요."

"하지만 그는 청경으로도 죽일 수 없었소."

"그 뒤로 500년 동안 저희는 많은 시도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반쯤 포기하고 있지요."

"내가 천신을 찾는 것처럼, 당신들도 태신이나 유신께 말씀을 들어봄이 어떻소."


매구는 소리내어 웃었다.


"그들은 사람의 신이 아니온지요. 저희는 그들에게 기도할 수조차 없습니다."

"그렇군. 굳이 따지자면 당신들의 신은 부아거겠지."


그리고 잠시 침묵이 계속되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밤이었다.


흔들리는 호롱불을 바라보다 검이 물었다.


"내가 이곳에 온다는 걸 어찌 알았소?"


"며칠 전, 당신이 이 시대에 나타났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이곳으로 오던 중 청경의 힘을 두 번이나 느꼈지요. 그래서 속히 수하들을 풀어 두 분을 찾았습니다."

"저번에도 그랬지만 어쩐지 당신은 유독 나를 찾아내는 데 능하군."


매구는 웃으며 자신의 코를 톡톡 두드렸다.


"제가 냄새를 잘 맡는 귀인 모양입니다."

"당신은 부아거를 죽이지 못한 나에게 더 이상 볼일이 없는 게 아니었소?"


매구는 고개를 저었다.


"이번에 찾아뵌 것은 경고를 하기 위함입니다."


남자는 경고?하고 되물었다.


"검 님이 500년 전 난설에서 벌이신 일 때문입니다.

역귀들 중에 힘이 센 자들이 검 님을 죽이려고 혈안이 되어 아직도 난설에서 멀리 있는 마을까지 수하를 풀어서 찾곤 합니다."

"그건 비단 나 때문이 아니라, 부아거를 죽이지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슬슬 밖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고 볼 수도 있겠군."

"그렇습니다."


매구는 잠시 틈을 두고 말했다.


"특히 묘일과 충화를 조심하십시오. 그 둘이 가장 열성적으로 검 님을 찾고 있으니까요."

"친절도 하시군. 당신도 나를 열 번은 넘도록 죽였을 텐데."

"죽이지 못한다는 걸 알았으니 의미가 없지요."


"다른 역귀들도 당신처럼 말이 통하면 좋으련만." 검은 한숨을 쉬었다.


매구는 돌연 귀를 쫑긋하더니 일어나 창호지문을 열었다.

차가운 바람이 열린 틈으로 스산하게 불어왔다.


"꼬리가 붙었군요."

"추적자인가?"

"잠시 기다리시길."


매구는 마당으로 사뿐 내려앉았다. 신도 신지 않은 맨발이었다.


*


사번을 비롯한 추적대는 검과 희가 머물렀던 동굴을 거쳐 산길을 오르고 있었다.

그의 옆에 부하 두 명이 사방을 경계하며 그를 따라오고 있었다.


그의 부하는 둘 다 남자로, 한 명은 민머리였고 한 명은 그보다 젊은 남자로 개를 한 마리 이끌고 있었다.


개는 가끔 냄새를 맡고 한 쪽을 바라보며 짧게 짖었고 세 사람은 방향과 길을 확인하고 그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민머리인 부하가 주변을 한참 둘러보고 나서 말했다.


"이 주변에는 보이지 않습니다."


추적대의 장, 사번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이쪽으로는 길이 하나이니, 얼마 가지 않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서두르자꾸나."


그리고 세 사람은 얼마 지나지 않아 검과 희가 경험했던 상황을 겪게 되었다.


개를 이끌던 남자가 멈추어 서더니, 잔뜩 겁에 질려 엉덩이를 뒤로 빼고 선 개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 녀석이 왜 이러지?"


그는 개의 몸에 달린 줄을 잡아채며 채근했다.


"무언가에 단단히 겁을 먹은 모양입니다."

"방금 전 확인했을 때 주위에 무언가 있었느냐?"


사번이 물었다. 민머리 남자가 고개를 저었다.


"이 주위엔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귀신이라도 본 모양이구나. 잘 달래어 따라오너라."


젊은 부하는 개를 밀고 이끌고, 어르고 달래가며 길을 재촉했다.


그러던 중 사번이 먼저 이변을 깨달았다.


"이상하구나. 주변이 지나치게 조용하고 같은 길을 맴도는 느낌이 든다."

"주위를 살펴보겠습니다."


그렇게 말한 민머리 남자는 눈에 신경을 집중하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럴 수가."

"왜 그러느냐?"

"주변에 살아 있는 것이 없습니다."

"살아 있는 게 없다니?"


민머리 남자는 추운 날씨에도 이마에 흐르는 한 줄기 땀을 닦았다.


"짐승도 새도 전부 땅에 떨어져 움직임이 없습니다."

"무어라?"

"예를 들면 여기에―"


민머리 부하는 옆길에 난 풀숲을 들추어 보았다.

다람쥐 한 마리가 미동도 없이 쓰러져 있었다.


사번은 다람쥐를 받아들고 살펴보았다.


"죽진 않았구나. 기절했을 뿐이야."


그 때 일행을 엉거주춤 따라오던 개가 날카로운 소리를 짧게 지르며 땅에 쓰러졌다.

개는 온 몸을 뒤틀며 괴로워하더니 이내 혀를 빼물고 거품을 문 채 기절했다.


사번은 상황을 냉철하게 파악하려 했다.


"독인가?"


사번은 품에서 작은 칼을 꺼내 개의 몸에 작은 상처를 내어 피의 색을 확인했다.


"독은 아니군. 누군가 수작질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사번은 허리에 찼던 칼을 빼들고 어두운 산을 향해 외쳤다.


"간악한 술수를 부리는 것이 어인 놈이더냐. 모습을 드러내라."


사번의 목소리가 산을 울리며 퍼져나갔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차가운 바람이 세 사람의 등골을 훑고 지나갔다. 사번을 제외한 두 사람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 때 일행의 후미에 서 있던 민머리 부하의 뒤로 무엇인가 빠르게 지나갔다.

하지만 세 사람은 보지 못했다.


이내 민머리 남자가 소리도 내지 못한 채 앞으로 무너지듯이 쓰러졌다.

남자가 쓰러지는 것을 뒤늦게 발견한 사번과 그의 부하는 무너지는 그를 온 몸으로 받았다.

그를 안아든 두 사람의 몸과 팔이 금방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그는 이미 목의 뒤쪽이 깊게 갈라져 절명한 뒤였다.

그런 두 사람의 뒤에서 여인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달이 빛나는 아래에 흰 옷을 입은 여자, 매구가 손에 묻은 피를 핥아먹으며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피 묻은 손을 들어 이미 죽은 민머리 남자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 놈은 투시하는 이능자이지? 둘 다 자신의 능력을 말해보거라. 쓸모가 있는 이능이면 살려줄 테니."


사번이 이를 갈며 매구에게 덤벼들었다.


여유만만하게 서 있던 매구의 두 팔이 돌연 사라지더니 그녀의 허리께에 팔이 나타났다.


매구는 허리에 자라난 자신의 팔을 움직여 보았다.


"재미있구나."


사번은 팔이 사라진 매구의 어깻죽지를 향해 그대로 칼을 휘둘렀다.

매구는 뒤로 물러나 칼을 피했다.

곧이어 매구의 다리도 사라지고 그녀의 등 뒤에서 다리가 돋아났다.


매구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싸움에 익숙한 꼬마로구나. 하지만 이 정도로는 안 돼."


그녀는 쇄도하는 사번을 피해 등과 허리에 돋아난 자신의 팔다리를 짚고 공중으로 도약했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 달린 자신의 수족을 마음대로 부리는 그녀는 도저히 사람의 형상으로 보이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몸이 공중에서 일순 정지했다.


사번의 젊은 부하가 두 손을 그녀 쪽으로 뻗고 힘을 가하고 있었다. 그의 코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매구는 공중에서 몸을 돌려 사번의 칼을 겨우 옆으로 쳐냈다.


사번의 젊은 부하가 계속 힘을 가해 그녀를 공중에 묶어놓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는 이제 코에서 검붉은 피를 흘리고 있었는데, 혼신의 힘을 쏟아붓고 있는 듯했다.


사번이 그녀의 목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방어할 수 있는 팔과 다리가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날아드는 칼을 막을 수 없었다.


칼이 그녀의 목에 박혔다. 하지만 단단한 거목을 후려치기라도 한 듯, 칼은 그녀의 목을 자르지 못했다.


사번이 이를 악물고 칼을 쥔 두 손에 힘을 주어 내리눌렀다.


매구가 태연하게 입을 열었다.


"가까이 와 주어 고맙다. 깨달음을 얻은 능력이었다면 위험했겠구나."


그리고 그녀는 공중에서 몸을 돌려 길고 흑단 같은 머리카락으로 사번을 강하게 후려쳤다.


단 한번의 충격에 사번은 무릎을 꿇고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졌다.

억세고 촘촘한 쇠 다발로 후려친 것처럼 그는 얼굴이 사선으로 깊게 패어 있었다.


그리고 그는 그대로 목숨을 잃었다.


매구는 원래대로 돌아온 몸을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몸은 아직도 공중에 떠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몸을 잡아두고 있던 젊은 부하의 힘이 다해가는지 서서히 몸이 공중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젊은 남자의 발 밑엔 그가 흘린 검붉은 피가 이미 웅덩이를 이루고 있었다.


이능에 대한 부작용이 몸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것이라는 사실이 그에게는 큰 불운이었다.


매구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너는 가만히 두어도 곧 죽겠구나."


젊은 부하가 입을 열었다. 온 몸에 힘을 강하게 주고 있던 탓에 목소리가 덜덜 떨려 나왔다.


"사람 스무 명도 한 번에 들 수 있는 이능인데··· 네 년은 대체···"


그것이 그의 생 마지막 말이었다. 그는 스스로가 흘린 피 위로 쓰러졌다.


매구는 사번이 칼로 내리쳤던 목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꽤 상처가 깊었다.


"겨우 스무 명을 가지고."


*


검은 안채에 눕혀놓은 희를 살피고 있었다.

구들장에 더운 기가 한참 돌아서 안채는 따뜻했다.

날붙이에 찔렸지만 열은 없는 듯 희는 곤히 자고 있었다.


사립문 밖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추적자가 세 명 따라붙었습니다."

"속히 떠나야겠군."

"그러실 필요는 없습니다."

"···죽였나?"

"······."


매구는 사립문 밖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쳤나?"

"그냥 조금···."

"일행과 함께 지금 떠나겠소."

"추적은 물리쳤습니다. 좀 더 머물다 가시지 않구요."

"우리가 떠나야 당신이 편하게 쉴 것 아니오."

"아닙니다. 저야말로 목적을 이루었으니 더 이상 여기에 머물 이유는 없지요.

제가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떠났다.


잠시 후 동심원이 퍼져나가듯이 고요했던 주변에서 차차 개구리 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들려왔다.

남자는 밤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보름달이 구름 사이로 빛나고 있었다.

그는 질리지도 않고 밤하늘을 오래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치트키 들고 무한전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7 머리를 쓰다 24.02.04 12 0 16쪽
26 비명 24.02.03 12 0 12쪽
25 코끼리 24.02.02 16 0 13쪽
24 사투 24.02.01 15 0 12쪽
23 초대 24.01.31 15 0 10쪽
22 잊혀진 도시 24.01.30 14 0 12쪽
21 강한 충격 24.01.29 14 0 12쪽
20 비상 24.01.28 13 0 11쪽
19 무서운 여자 24.01.27 20 0 12쪽
18 무서운 남자 24.01.26 17 0 13쪽
17 송곳니 24.01.25 24 0 12쪽
16 실종, 그리고 폭발 24.01.24 19 0 13쪽
15 연화 24.01.23 23 0 13쪽
14 1,500킬로그램 24.01.22 26 0 13쪽
13 불신과 균열 24.01.21 25 0 14쪽
12 금지된 구역으로 24.01.20 32 0 11쪽
11 믿을 수 없는 제안 24.01.19 32 0 13쪽
10 500년 전 24.01.18 38 0 13쪽
» 학살 24.01.17 41 1 12쪽
8 천년여우 24.01.16 41 1 12쪽
7 의기투합 24.01.15 54 1 12쪽
6 오해와 해방 24.01.12 55 1 12쪽
5 치트 아이템을 빼앗기다 24.01.11 65 1 11쪽
4 낯선 도시 천강 24.01.10 74 1 11쪽
3 이름 없는 남자 24.01.09 87 1 11쪽
2 600살이 넘은 꼬마 23.07.09 147 1 11쪽
1 새로운 시대 23.07.09 254 3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