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키 들고 무한전생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흔캐
작품등록일 :
2023.07.09 00:40
최근연재일 :
2024.03.05 19:00
연재수 :
57 회
조회수 :
1,667
추천수 :
11
글자수 :
316,235

작성
24.01.28 18:00
조회
13
추천
0
글자
11쪽

비상

DUMMY

뜻밖에도 왕은 호탕하게 웃었다.


"그래, 역시 역귀로군. 궁금한 게 많지만 대답해 주지 않으실 테지?"


매구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왕이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


"호위는 없다 했지만, 왕궁에는 먼 거리에서 말하는 소리도 들을 수 있는 이능자가 있다네."


그 순간, 만찬장의 문을 박차고 금후와 상위사자 몇이 들어왔다.

그는 불그락푸르락한 얼굴로 매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가 칼을 뽑아 매구를 겨눴다.


"역귀 따위가 감히 왕궁에 발을 들였단 말인가?"


매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녀는 금후와 상위사자들을 빤히 바라보았다.

넘실거리는 살기가 피부로 느껴질 정도였다.

왕이 쩌렁쩌렁하게 외쳤다.


"금후! 칼을 내려라!"

"전하, 하지만 이 자들은···."

"그래도 그들이 언비를 구한 은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언비는 바닥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왕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결착은 지어야겠지. 이대로라면 왕국의 위신이 땅바닥에 떨어질 테니."


왕은 매구에게 말했다.


"따라오시오."


매구는 군말없이 일어나 왕의 뒤를 따랐다.

왕은 복잡한 얼굴로 그들을 쳐다보는 금후에게 말했다.


"일지무장에게 단기결전을 준비시켜라."


금후는 군말없이 고개를 숙여 보이고 사라졌다.

왕은 문 앞에 서서 그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당신들이 이대로 떠나도, 왕궁 안까지 역귀가 들어와 있었다는 소문은 빠르게 퍼질 거요.

그러니 우리 왕국에서 제일 무력이 강한 일지무장과 한번 겨루어 주셔야겠소.

우리가 이기면 좋겠지만, 지더라도 사람 모습을 한 역귀가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을 테니. 그걸 위해서였다고 하면 체면은 서겠지."


그리고 그는 밖으로 나갔다. 일행은 그들을 따라갔다.

왕궁의 한 켠에 있는 수련장에서 일지무장 양쇠가 거대한 도끼를 든 채 기다리고 있었다.

극비리에 불려온 왕국의 고위 대신들이 몇 명,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곳에는 본등도 있었다.

매구가 가까이 오자 양쇠가 도끼를 전투 태세로 들어올리며 말했다.


"나는 바라안의 일지무장 양쇠다. 이 도끼로 역귀 스물일곱을 거꾸러뜨렸지. 죽어도 나를 원망하지 마라."


매구는 양쇠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다가 뒤에서 지켜보고 있던 동극제에게 말했다.


"죽이지 말라 하시겠지요."


동극제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져 주시는 게 제일 좋겠지만, 그러지 않으시겠지."


매구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지켜보고 있던 양쇠가 피가 거꾸로 솟는 듯 도끼를 휘두르며 매구에게 달려들었다.


"오만방자하기가 짝이 없구나. 내 도끼를 막은 자는 이제껏 아무도 없었다!"


그는 매구에게 도끼를 크게 휘둘렀다.

그러나 매구는 손바닥을 들어 도끼를 막았다.

손바닥에 도끼가 조금 박혀들었으나 그게 끝이었다.

양쇠는 눈에 띄게 당황했다.


"네 이년, 기묘한 술수를 쓰는구나!"


그가 뒤로 물러나는 순간, 매구가 순식간에 다가가 손가락으로 그의 도끼를 강하게 튕겼다.

단 한 번 가해진 충격에 도끼는 쩌적, 하는 소리를 내며 산산이 쪼개졌다.

양쇠는 자루만 남은 도끼를 들고 황망하게 서 있었다.

넋을 잃은 듯 그의 입에서 자그마한 소리가 새어나왔다.


"어떻게···?"


매구는 멍하니 서 있는 그를 바라보다 몸을 돌렸다.

양쇠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고 자루를 내팽개친 채 맨손으로 달려들었다.

그가 매구의 어깨를 두 손으로 움켜쥐려는 순간, 매구가 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허공을 움켜쥔 그가 주위를 둘러보는데 차가운 손톱이 그의 목에 닿았다.

어느새 등 뒤로 돌아든 매구가 그의 목 뒤를 손톱으로 누르고 있었다.


"그만 하시지요."


그러나 양쇠는 고함을 지르며 몸을 돌려 주먹으로 그녀를 후려치려고 했다.

그의 주먹은 곧 빈 공간을 갈랐을 뿐이었다. 옆으로 돌아든 매구가 그런 그의 팔뚝을 손으로 내리쳤다.

그의 팔이 잘려 허공을 날았다.


양쇠는 비명을 지르며 팔이 없어진 자리를 부여잡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매구는 그를 내려다보며 차갑게 말했다.


"이제 만족하십니까?"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왕국 쪽의 높은 대신들이 누군가를 부르며 황급히 어디론가 뛰어갔다.

본등은 가만히 서서 지켜보고 있었다.

이윽고 왕국의 치료부대가 와서 잘린 팔과 양쇠를 들것에 싣고 떠나갔다.


매구가 왕과 동극제에게 말했다.


"이곳은 이능자가 많은 도시이니, 팔 하나쯤 붙일 수 있으시겠지요."


왕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다.


"말도 안 되게 강하군. 인간 모습인 역귀들은 난설에서 이만큼 멀어져도 힘이 유지되는 건가···?"


매구는 왕을 바라보며 짧게 말했다.


"그건 아닙니다."


"약해진 게 그 정도라는 건가···? 당신 같은 역귀가 난설에 몇이나 되지?"


매구는 대답하지 않았다.


"···이럴 수가. 왕국의 경계를 훨씬 강화해야겠군."


그리고 왕은 등을 돌려 걸어갔다.


*


왕궁의 객실에 머물던 그들에게 다음 날 밤이 되기 전 떠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왕은 그 날 이후로 보이지 않았고, 언비도 마찬가지였다.


로구쇠가 물었다.


"그래서 저 여자를 가볍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찾으셨소?"


두녹이 고개를 저었다.


"물건을 가볍게는 할 수 있어도, 사람은 힘든 것 같더군."


그 때 언비가 넷이 있는 객실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고 들어왔다.


"언비! 여긴 웬일로···."

"쉿!"


그녀는 손을 입에 가져다댔다.


"몰래 빠져나왔어. 아지랑이 공방에서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았다고 하던데."

"거기에는 두녹의 지팡이보다 좋은 물건이 없더군."


동극제가 말했다.


"그래, 너희들 난설의 최심부까지 들어갈 예정이라며? 그 안쪽까지 가는 방법을 찾고 있고···."

"무게를 줄이는 이능을 가진 자를 알고 있나?"

"아니, 그건 아니지만··· 따라와."


그리고 그들은 밤을 틈타 아지랑이 공방에 도착했다.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는 공간을 지나, 언비가 가게의 뒤에 있는 문을 열었다.

그 곳에는 커다란 무언가가 천으로 싸여 있었다.


"이건···?"


그녀는 말없이 천을 확 걷었다.

거기에 있는 것은 날개 달린, 커다란 비행선이었다.


"이게 뭐야?"

"하늘을 날 수 있는 비행선이다."

"뭐라고?"


일행은 깜짝 놀랐다.

언비는 난설에서 가지고 온, 책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내 첫째 언니는 희대의 천재였어. 언니는 항상 하늘 위에 있는 나라에 가보는 게 꿈이라면서, 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었지."

"하늘 위에 나라가 있다고?"


언비는 무언가를 떠올리는 듯, 생각에 잠겼다.


"언니는 까마득한 옛날, 대륙에서 분리되어 하늘로 떠오른 나라가 있다고 했어."

"그 나라로 가기 위해 비행선을 만든 건가?"

"그래. 언니는 비행선을 만들기 위해 세 명의 이능자가 필요하다고 했지.

각각 공기, 물, 불을 밀어내는 이능 말이야."


"거기에 그 사람들 각자가 물건에 이능을 담을 수 있어야 하겠지."


동극제의 말에 언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사람들을 한 곳에 모으는 게 쉽겠어? 다행히 본등이 물을 밀어내는 이능자였기 때문에

둘만 더 찾으면 됐어. 공기를 밀어내는 이능자인 금후를 찾은 것도 언니였는데···."

"그 전에 그러면 그녀가···."

"그래. 마지막 이능자를 찾기 전에 지병으로 죽었어."


그리고 그녀는 책을 펼쳐 보였다.


"여기에는 이 비행선의 설계도와 장치를 만드는 방법이 자세하게 실려 있어.

언니가 마무리하지 못한 세부 장치를 만드는 법은 내가 알아내서 적었고."


"과연. 그래서 난설까지 들어갔던 건가."


언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난설에는 이능자 없이도 비행선을 만드는 기술이 있었거든. 지금은 실전되어 구현할 수 없지만."


"그렇다면 이 비행선은 지금 작동하는 건가?"


"시운전은 몇 번 해봤는데 잘 안됐어. 그리고 얼마 전 난설의 도서관에서 이유를 찾아냈지.

내일이면 띄울 수 있어."


그리고 언비는 일행을 바라보았다.


"···너희가 이 비행선을 써 줬으면 해."

"우리가?"

"비행선을 완성한 걸로 내 역할은 끝이야. 난 높은 곳을 무서워해서 긴 시간 비행하지는 못해.

그러니 너희가 타고 가서, 부아거한테 한 방 먹여주고 오라고."


동극제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으나, 로구쇠가 끼어들었다.


"잠깐만. 네가 없으면 조종은 누가 하는데?"

"네가 해야지."


로구쇠는 손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내가? 어떻게?"

"조종하는 법은 쉬워. 내일 아침에 완성하고 오후에 조종하는 법을 알려줄 테니,

해 질 때쯤엔 너도 조종할 수 있게 될 거다."


"그런 거라면 두녹 영감이···."

"나는 늙어서 복잡한 건 못한다네."

"그럼 동극제 님께서···."

"내가 두녹보다 더 나이가 많다는 걸 잊은 건 아니겠지?"

"······."


다음 날 밤이 되었다. 오후 내내 로구쇠는 비행선을 다루는 혹독한 지도를 들은 듯, 얼굴이 해쓱해져 있었다.

일행을 마중나온 언비가 로구쇠에게 말했다.


"너 배우는 게 굉장히 빠르더라. 조금 감탄했어."


로구쇠는 그 말을 듣고 가슴을 쭉 폈다.


"난 원래 몸으로 하는 건 금방 배워."

"그래. 어쨌든 잘 다녀와라. 줄 거라곤 식량밖에 없지만."


왕국에 역귀가 들어와 있다는 소문은 빠르게 퍼져서, 그들은 어디를 가나 눈총과 질타를 받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왕국의 공주를 구한 사람들이었기에, 식량 정도는 받을 수 있었다.


바라안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까지 비행선을 끌고 온 다섯 사람은 작별인사를 나눴다.


"당신이 찬 뿔피리, 대단한 힘을 가진 물건이라며?"


언비가 동극제에게 물었다.


"시대를 뛰어넘을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지."

"그래. 역귀들이 바라안까지 오지 못하게, 다 날려버리고 오라고."


그리고 로구쇠와 일행은 비행선에 탔다. 로구쇠가 장치를 조작하자 비행선이 언덕길을 미끄러져 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속도가 충분히 붙었을 때, 로구쇠가 손잡이를 힘껏 잡아당기자 비행선의 앞쪽이 들리며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그들은 달을 등지고 바라안의 상공을 한 바퀴 날았다.


"저게 뭐야?"

"큰 새 아니야?"

"날으는 나룻배같이 생겼는데?"

"언비 공주님이 만드신다는 그거 아닌가?"

"와, 예쁘다···."


사람들이 멀리서 그들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렇게 동극제, 두녹, 로구쇠, 매구는 언비의 비행선을 타고 난설로 출발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치트키 들고 무한전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7 머리를 쓰다 24.02.04 12 0 16쪽
26 비명 24.02.03 12 0 12쪽
25 코끼리 24.02.02 16 0 13쪽
24 사투 24.02.01 15 0 12쪽
23 초대 24.01.31 15 0 10쪽
22 잊혀진 도시 24.01.30 14 0 12쪽
21 강한 충격 24.01.29 14 0 12쪽
» 비상 24.01.28 14 0 11쪽
19 무서운 여자 24.01.27 20 0 12쪽
18 무서운 남자 24.01.26 17 0 13쪽
17 송곳니 24.01.25 24 0 12쪽
16 실종, 그리고 폭발 24.01.24 19 0 13쪽
15 연화 24.01.23 23 0 13쪽
14 1,500킬로그램 24.01.22 26 0 13쪽
13 불신과 균열 24.01.21 25 0 14쪽
12 금지된 구역으로 24.01.20 32 0 11쪽
11 믿을 수 없는 제안 24.01.19 33 0 13쪽
10 500년 전 24.01.18 38 0 13쪽
9 학살 24.01.17 41 1 12쪽
8 천년여우 24.01.16 41 1 12쪽
7 의기투합 24.01.15 54 1 12쪽
6 오해와 해방 24.01.12 56 1 12쪽
5 치트 아이템을 빼앗기다 24.01.11 65 1 11쪽
4 낯선 도시 천강 24.01.10 74 1 11쪽
3 이름 없는 남자 24.01.09 87 1 11쪽
2 600살이 넘은 꼬마 23.07.09 147 1 11쪽
1 새로운 시대 23.07.09 254 3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