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키 들고 무한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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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흔캐
작품등록일 :
2023.07.09 00:40
최근연재일 :
2024.03.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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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2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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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그리고 폭발

DUMMY

동극제와 매구, 두녹은 며칠을 걸었다.

콜록거리며 기침을 하는 매구에게 동극제가 말했다.


"요즘 기침이 잦으시군. 역귀들도 감기에 걸리는 건가?"

"그게 아니라···공기가 너무 탁합니다."

"그녀는 후각이 예민하니 바라안이 가까워질수록 더해질 겁니다."


두녹이 말했다. 과연 산을 돌아들자 멀리 큰 도시가 보였다.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는 주황색의 뾰족한 지붕을 얹은 건물이 많았다.

멀리서도 연기를 뿜는 큰 굴뚝들이 보였다.


다시 기침을 하는 매구를 두녹이 걱정스럽게 돌아보며 말했다.


"도시 안에 들어가면 더 심해지는 것이 아닌가?

여태까지 그랬던 것처럼 도시의 밖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것이 어떠신가?"


동극제가 고개를 저었다.


"그 때는 난설에 오기 전이었소.

그러나 지금은 매구의 무게를 줄일 방법을 찾으러 온 것이니, 그녀가 있어야 하오."

"그녀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또 쓰러질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어쩔 수 없소. 이능을 통제하지 못하는 것처럼 연기를 할 수밖에."


매구가 입을 열었다.


"그런 연기는 얼마든지 할 수 있지만··· 이 여행을 시작할 때 처음 들렀던 마을에서처럼 범죄자 취급을 하진 않으시겠지요."

"그건··· 우리도 어쩔 수 없었소."

"아직 마음에 담아두고 계셨구려."

"······."


그녀는 몇 달 전의 일을 떠올렸다.


난설로 출발한 그들이 한 마을에 들렀을 때 방문자들을 구경하기 위해 구경 나온 아이들이 있었는데,

그 중 몇 아이가 그녀가 가까워지자 기절한 일이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당황했고, 일행 역시 적지 않게 당황했다.


그 때 로구쇠가 침묵을 깨고 크게 외쳤다.

'네 이년! 당장 이능을 거두지 못할까!'


어리둥절한 마을 사람들에게 로구쇠가 말했다.

'이 자는 어, 희대의 범죄자인데, 사람을 기절시키는 이능을 가지고 있어서 음, 뭐라고 할까. 우리가 잡아서 호송하는 중이오.'


마을 사람들은 이해했다.


'뭐야, 그런 거였군.'

'그래도 범죄자를 마을까지 데려오면 어떡하우?'

'그래, 더구나 손도 안 묶여있지 않소.'

'어라? 이게 언제 풀렸지? 네 이년! 언제 풀었느냐!'


그는 품에서 금줄을 꺼내 매구의 손을 빠르게 묶었다.


'크흠, 나랏일이니 이해 바라오.'


로구쇠는 자못 엄숙하게 말하고 매구를 이끈 채 주막으로 들어갔다.

그러는 사이에 몰려든 사람들 중 몇이 더 쓰러졌고, 그녀는 마을을 떠날 때까지 범죄자 취급을 받아야 했다.

마을 사람들이 그녀에게 돌팔매질을 하려는 것을 동극제가 겨우 말렸을 뿐이었다.


과거를 떠올리던 매구가 말했다.


"저한테 몇 걸음까지 다가와야 기절하는지 시험하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때 일은 미안하게 되었소."


그리고 그들은 바라안으로 들어섰다.

바라안은 얼마 전까지 축제가 있었던 듯 곳곳에 색종이와 폭죽의 찌꺼기가 뿌려져 있었다.

도시의 정문을 지키고 있던 병사가 그들에게 통행료를 걷으며 말했다.


"조금 일찍 오셨으면 축제를 즐기실 수 있었을 텐데. 아쉽게 됐군."


동극제가 그에게 말했다.


"얼마 되지 않는 거리에 역귀들이 있는데 축제가 열리나?"

"여기까진 멀어서 오지 못한다. 역귀들은 난설에서 멀어질수록 힘이 약해지거든."

"그걸 어떻게 알지?"

"왕국의 학자들이 역귀를 연구하고 있으니까."


두녹이 놀라며 물었다.


"왕국이라니, 이곳은 왕이 존재하지 않는 자치도시가 아니었던가?"

"그건 옛날 얘기요. 역귀들이 창궐하니 사람이 뭉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지.

듣자하니 남쪽의 혼조에서도 금무나찰이라는 집단이 전쟁을 일으키고 있다던데?

그것도 다 세를 규합해서 역귀에 대비하려는 것이지."


병사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과연, 그래서 이곳도 왕의 이름 아래 국민들을 하나로 모으는 거로군."

"그렇지. 마침 난설 근처의 여러 마을에서 도망쳐온 사람들을 받으면서

몸집도 엄청 커졌고 하니."


동극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도시를 조금 둘러봐야겠군. 아지랑이 공방은 어디에 있지?"

"저쪽 공방들이 모여 있는 거리가 보이지? 거기 있는 제일 큰 공방이다."


그는 도시의 한 장소를 가리켰다.

멀리서도 쇠를 달구는 냄새와 무언가 타는 듯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불어왔는데, 그 진원지가 그곳인 듯했다.


동극제는 매구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이미 소매로 코를 가리고 있었다.


"참지 못하겠으면 말씀하시오."

"견딜 만합니다."


그들은 이윽고 새카만 지붕을 덮은 아지랑이 공방에 도착했다.

바다 사람들의 강한 기질 때문인지, 탁한 공기 때문에 매구의 기가 흐트러져서인지 그녀가 지나가도 기절하는 사람은 없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매캐한 냄새와 연기가 눈을 찔렀다.

약속이나 한 것처럼 세 사람은 모두 소매로 코와 입을 막았다.

쇠를 두드리고 있던, 웃통을 벗은 남자가 그들을 보며 말했다.


"무슨 일이시오?"

"언비라는 여자가 이곳으로 가라고 하였는데."

"아, 공주님 말이신가? 지금은 안 계신데."

"공주···? 그녀는 이곳에서 자신의 이름으로 된 물건을 가져가라 했소."

"그러셨소? 이곳은 물건을 만드는 곳이니 앞에 있는 가게로 가 보시오."


그들은 아지랑이 공방 맞은편에 있는 가게로 들어갔다.

키가 훤칠하고 발목까지 내려오는 초록색 옷을 입은 남자가 그들을 보며 인사했다.


"오, 어서 오시오. 찾는 물건이 있으신가?"

"여기가 아지랑이 공방에서 만든 물건을 파는 가게가 맞나?"

"그렇소. 주문제작 위주긴 하지만 안 파는 물건이 없지.

그러고 보니 그쪽 영감이 찬 지팡이는 바라안에서 만든 지팡이 같은데. 한번 줘 보시겠소?"


그렇게 말하는 남자는 시종 웃고 있었다.

동작이 크고 서글서글한 얼굴에 말투가 시원시원한 남자였다.


"아니, 우리는 물건을 사러 온 게 아니오."

"그러시면?"

"언비라는 여자가 이곳에서 자신이 만든 물건을 가져가도 된다고 하더군."

"언비가? 왜 당신들에게?"

"물에 빠진 것을 구해주었는데, 우리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며 사례를 하겠다더군."


초록색 옷을 입은 남자는 씩 웃었다.


"그랬단 말이지?"


그리고 그는 가게에 진열되어 있던 지팡이 하나를 빼어들어 그들을 향해 겨누더니, 망설임도 없이 지팡이에 달린 누름쇠를 눌렀다.

그러자 지팡이 끝에서 그물이 튀어나와 세 사람을 덮쳤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으나 매구는 바람처럼 잽싸게 몸을 피했고 두 남자는 꼼짝없이 그물에 얽혀들었다.


당황한 두녹이 물었다.


"왜 이러는가?"

"왜 이러냐니, 사기꾼들 잡는 데 이만한 게 없거든. 그쪽 아가씨는 어떻게 피한 거지?"


그리고 그는 다른 지팡이를 꺼내서 매구를 겨누려고 했다.

하지만 매구가 다가서서 한 손으로 지팡이를 부러뜨렸다.

철로 만든 지팡이가 엿가락처럼 휘어지다 부러지는 걸 보고 남자가 말했다.


"아하, 이능자로군. 이럴 거면 사기를 치지 말고 처음부터 힘으로 하시지."


매구는 감정의 동요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해가 있는 것 같아 풀릴 때까지 기다리는 것입니다.

먼저 말씀 나누시지요."


그는 웃으며 말했다.


"오해? 바닷마을에서 자란 사람이 물에 빠졌다는 사람들한테 오해할 게 있나?

그럼 나도 애완동물로 역귀를 하나 키우고 있는데, 보여줄까?

밥으로 사람밖에 먹지 않아서 고민인데 말이야."


두녹이 매구의 도움을 받아 그물에서 벗어나며 말했다.


"자네는 그 애와 잘 아는 사이지?

그 애는 오른쪽 빗장뼈와 등의 날갯죽지 쪽에 흉터가 있던데. 이래도 못 믿으시겠는가?"


남자는 그제서야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이런, 젠장. 진짜로군. 의심해서 미안하오. 그런데 그렇게 수영을 잘 하는 애가 어쩌다 물에 빠진 거지?"

"난설의 안쪽까지 들어갔다가 역귀의 습격을 받았던 모양이더군."


남자는 웃음기 가득했던 얼굴이 점점 굳고 있었다.


"공주가 난설에 왜···?"

"그건 우리도 모른다. 함께 오려고 했으나 그곳에 귀중한 책을 놓고 왔다며 다시 돌아갔다."

"책이라고···? 설마!"


비명처럼 외친 남자가 가게의 뒤편으로 달려가 덮개로 가려져 있던 손잡이를 내리자, 가게 밖에서 무언가 하늘로 솟더니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더니 남자는 가게 안을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며 손톱을 자근자근 씹었다.


혼잣말로 '젠장' 이라는 말을 남자가 서른 번쯤 뱉었을 때 동극제가 남자에게 말했다.


"듣자하니 공주라는 게 비유적으로 하는 말이 아닌 것 같군."

"뭐라고? 아, 그래. 바라안의 셋째 공주시지. 젠장, 이럴 시간이 없는데. 상위사자들은 왜 안 오는 거야."


그 때 밖에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마차 몇 대가 도착했다.

곧 마차에서 붉은 휘장을 어깨에 얹은 병사들이 우르르 내렸다.


남자는 더 이상 기다리지 못하겠다는 듯, 가게 밖으로 뛰쳐나가 그 중 가장 큰 마차의 문을 벌컥 열었다.


"금후 님! 큰일났습니다! 언비 공주가 난설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뭐라고!"


마차 안에서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들려왔고 동시에 마차가 폭발하듯이 터졌다.

마차가 폭발하며 떠밀려나온 남자를 동극제가 받았다.

밀려난 남자에게는 상처 하나 없었다.

잔해밖에 남지 않은 마차에서 뚱뚱한 사내 한 명이 걸어나왔다.


"똑바로 설명해라, 본등!"


*


그 무렵, 바라안의 셋째 공주는 동물의 분변을 그러모으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물을 섞어 분변을 치대어 곱게 개더니 온 몸에 발랐다.


"뭐 해, 너도 얼른 바르지 않고."


그녀가 손에 들고 있던 그릇을 내밀었다.

로구쇠는 그녀가 내민 그릇을 한참 바라보고 있었다.

언비가 얼굴을 약간 찌푸리며 말했다.


"왜 바를 때마다 유난이지?"

"아니, 그게 아니라, 그냥 똥을 들어서 바르면 되잖아?

뭐하러 아까운 그릇에 담아서 물로 개고··· 그런 번거로운 짓을 왜 매번 해?"

"똥을 집어서 그냥 몸에 치대라니, 그런 짓을 어떻게 하나? 나는 짐승이 아니다."


그들은 언비가 떠내려왔던 강의 하류까지 갔다가 다시 올라오고 있었다.

강의 하류에 그녀가 몸에 지니고 있던 잡동사니들이 대부분 떠내려와 있었으나 거기에 책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언비가 떠내려오기 전에 있었던 난설 안쪽의 마을로 출발하려는 참이었다.


로구쇠가 의문을 표했다.


"똥을 바르는 것부터가 짐승이 하는 일은 아니지 않아?"

"···어쨌든 난 그런 야만스러운 짓은 하지 않는다."

"역시 여자애라는 건가? 우아하기도 하시군."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그런 건 없다. 살아남는 게 제일 중요하지.

역귀들을 상대로 숨을 때는 냄새를 없애는 게 최우선이다."


로구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평범한 여자애가 혼자 어떻게 난설까지 들어갔나 싶더니, 역귀에 대해서 아는 게 많긴 하구만."


로구쇠도 언비가 건넨 분변을 몸에 발랐다. 그는 곧 얼굴을 한껏 구겼다.


"며칠을 해도 익숙해지질 않네 정말. 그 여자랑 난설에 올 때가 황제 행차였구만."

"그러면 지금이라도 돌아가라. 잡지 않는다."


언비의 냉랭한 말에 로구쇠가 투덜댔다.


"어차피 여긴 역귀들이 지나다니는 길이 아니라며?"

"그래. 이 쪽은 역귀들의 발자국이 없어."


그리고 그녀는 손으로 멀리를 가리켰다.


"저쪽에 역귀가 다니는 길이 있다. 발자국으로 보아 짐승 형태의 역귀지. 보통 짐승 형태의 역귀는 다른 형태의 그것에 비해 후각이 뛰어나다.

이 쯤에서 체취를 완전히 감추는 게 좋아."

"어떻게 그런 걸 다 아냐? 역귀를 사냥이라도 하는 사람의 딸인가?"


바라안의 셋째 공주는 드물게 씩 웃었다. 그녀가 로구쇠에게 말했다.


"내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 알면 아마 놀라 자빠질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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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무서운 남자 24.01.26 18 0 13쪽
17 송곳니 24.01.25 24 0 12쪽
» 실종, 그리고 폭발 24.01.24 20 0 13쪽
15 연화 24.01.23 23 0 13쪽
14 1,500킬로그램 24.01.22 26 0 13쪽
13 불신과 균열 24.01.21 25 0 14쪽
12 금지된 구역으로 24.01.20 32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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