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키 들고 무한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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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흔캐
작품등록일 :
2023.07.09 00:40
최근연재일 :
2024.03.05 19:00
연재수 :
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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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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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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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잊혀진 도시

DUMMY

로구쇠가 부아거에게 몇 걸음 다가섰다.

아기는 옥좌에 앉아, 어리둥절한 눈으로 그들을 마주 바라보고 있었다.

아기는 흔한 아기들처럼, 배내옷을 입고 있을 뿐이었다.


"이건 말도 안 돼··· 어떻게 아기가··· 역귀가 맞긴 한 거야?"


그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이걸 죽이기 위해서 우리가···."


두녹 역시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말했다.


"200년 전, 난설에 찾아와 여왕에게 엽전을 건넸던 게, 이 조그마한 아이였다는 말인가?"


여자는 품 속에서 짤그랑거리는 엽전 몇 개를 꺼냈다.

전체적으로 동심원 모양에 안쪽에 온갖 부조가 양각된 엽전이었다.


"이거 말인가? 그건 내가 한 일이다."


"당신이?"


"그래, 그 때 여왕이 죽어도 팔지 않겠다고 했었지만 말이야."


여자는 눈을 감고 꿈꾸는 듯한 표정이 되었다.


"참 아름다운 여자였어···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표정이 얼마나 아름다울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그녀는 눈을 뜨고 세 남자를 바라보았다.

묘하게 섬뜩한 기운에 두녹은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동극제는 아랑곳하지 않고 물었다.


"역귀들이란 부아거로부터 비롯된 게 아니었나? 그 때 네가 어떻게 존재할 수 있었지?"


여자는 대답 대신 엉뚱한 말을 꺼냈다.


"부아거로부터 비롯되었다라··· 매구 녀석은 부아거를 죽이면 그로부터 비롯된 자신이 사라질 수 있다는 건 모르던가?"


"그 아기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된 게 아니었다면, 난설이 멸망하기 전 넌 어디에 있었지?"


여자는 피식 웃었다.


"너희들이 진짜 손님이라고 착각이라도 하는 건가? 언제까지 묻는 말에 하나하나 다 대답해 줘야 하지?

자, 어서 부아거를 죽여. 너희들은 그러기 위해 온 것이 아닌가?"


두녹이 정신을 차리려는 듯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


"저 여자의 말이 맞습니다. 정말 내키지 않지만, 저 아기인 모습조차 무언가 변신한 것이거나 저희에게 헛것을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난 좀 이상한데."


로구쇠가 입을 열었다.


"저 여자 말대로 부아거를 죽이면 저 여자도 죽을 수 있는 거잖아. 그런데 저렇게 태연자약하게 죽이라고 들이밀어 준다고?

저 아기를 죽이면 우리한테 좋을 게 없으니까 그런 거 아냐?"


여자는 답답하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왜 인간들은 부아거를 죽이기 위해서라면 어떤 희생이든 할 수 있을 것처럼 말해놓고, 고작 아기인 겉모습 따위에 그리도 약한 모습을 보이는 거지?

아기든 노인이든 죽이고 부수려고 온 게 아니었나?"

"그건 맞지만··· 네가 직접 죽이면 되잖아?"

"답답한 녀석들이군."


여자는 억누르고 있던 기를 조금 내뿜었다.

피부로 따갑게 느껴지는 살기에 아기는 금방 시끄럽게 울기 시작했고, 세 남자는 얼굴이 파리하게 질렸다.


"셋을 셀 때까지 가만히 있으면 너희들 전부 죽는다."


두녹이 허리춤에서 지팡이를 빼들었다.


"귀신 놀음에 홀린 기분이지만, 그래도 사람 아기가 역귀의 소굴 한복판에 있을 리는 없으니···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여자는 기다리기 지친다는 듯이 숫자를 셌다.


"하나."


두녹은 아기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그는 온 몸에서 땀이 비오듯이 흘렀고 손을 덜덜 떨고 있었다.


"둘."


아기의 이마에 지팡이를 겨누고 나서, 두녹은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말했다.


"이 지팡이는 번개를 담는 이능자가 만든 지팡이란다. 혹여 만에 하나 네가 사람이라면··· 나를 부디 용서해 다오."


그리고 두녹은 돌연 지팡이를 들어 여자를 겨누고 지팡이의 누름쇠를 눌렀다. 번개가 여자에게 쏘아져 나갔다.

하지만 여자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아기를 들어 번개를 막았다. 아기에게 맞았던 번개는 몸의 표면을 흐르다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어···어떻게···."

"비켜, 영감!"


로구쇠가 그의 창, 중홍을 들고 아기를 든 여자에게 덤벼들었다.


"네 뜻대로 움직여줄 것 같으냐!"


로구쇠가 있는 힘껏 여자에게 창을 찔러넣었다. 하지만 여자는 다시 아기를 들어 창을 막았다.

그의 창은 아기의 몸에 닿음과 동시에 바스라져 사라져 버렸다.


"겨우 그딴 것들을 가지고 여기까지 온 거냐? 어이가 없군."


여자가 그들을 비웃으며 말했다.


"로구쇠! 두녹을 데리고 이 방을 빠져나가라! 청경을 쓰겠다!"


동극제가 크게 외쳤다.

여자가 말했다.


"그렇게 쉽게 들어오고 나갈 수 있을 줄 알았더냐?"


그렇게 말한 그녀는 들고 있던 아기의 몸으로 황망하게 서 있는 두녹을 툭 쳤다.


두녹은 아기의 몸이 닿자마자 백골로 변해 하얗게 흩어지며 사라졌고,

이어 여자는 로구쇠 역시 손에 들고 있던 갓난아기로 후려쳤다.


"뭐, 뭐야!"


로구쇠는 황급하게 아이를 밀치며 물러났으나 그 역시 아기가 몸에 닿았던 짧은 순간에 몇십 년은 늙은 듯 얼굴과 피부가 노인의 그것이 되어 있었다.

로구쇠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고, 얼굴을 미친 듯이 쓸었다.

그가 믿기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목소리 역시 노인의 목소리였다.


"이게 뭐야···? 무슨 짓을 한 거냐!"


동극제 역시 감정의 동요를 숨기지 못했다.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는 그 앞에서 여자가 손에 아기를 아무렇게나 든 채 무언가 말하려 했다.


"명줄이 긴 놈이로군. 하지만···"


동극제는 여자의 말을 기다리지 않고 목에 걸린 푸른 뿔피리, 청경을 끌러 입에 대고 불었다.

큰 소리와 함께 온 궁전이 흔들리고 하늘이 번쩍이며 맥동하는 구가 여을 전체를 집어삼킬 듯 퍼져나갔다.


진동이 사그라들고 나자, 여자는 보이지 않았고 궁전 안에는 동극제와 훌쩍 늙어버린 로구쇠, 아기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로구쇠와 동극제는 서로를 멍하니 쳐다보았다.

로구쇠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몇십 년은 늙은 기분인데 보기에도 그렇습니까?"


동극제는 무겁게 끄덕였다.


"저 아기의 몸에 닿으면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 같습니다. 동극제 님도 조심하십시오."

"로구쇠···."

"저야 청경의 힘이 통하지 않으니 그렇다치고, 저 아이에게도 청경이 통하지 않는 모양이군요."


그리고 로구쇠는 남루해진 몸을 이끌고 밖으로 나가더니 어디선가 칼 한 자루를 들고 왔다.

그는 칼로 아기의 몸을 내리쳤으나, 처음과 마찬가지로 칼은 생채기 하나 입히지 못하고 부스러져 사라져 버렸다.


"이 아이가 진짜 부아거가 맞긴 한 모양입니다. 몸에 닿는 것들이 모조리 사라져 버리는군요."


동극제는 그러는 동안 생각에 잠겨 있었다.


"시간이 빠르게 흐른다라··· 어쩌면···."


동극제는 혼자 중얼거리며 아기에게 다가갔다.


"네가 나를 죽게 해 줄 수 있느냐?"


그가 아기의 몸에 손을 대는 순간, 그 역시 의식이 끊어졌다.


그리고 그는 몇만 년만에 꿈을 꾸었다.


그가 죽지 못하고 떠도는 긴 여행에서 만났던, 객기 혹은 우연으로 청경을 사용했던 자들이 눈 앞을 스쳐 지나갔다.


'만비, 강돌, 형요, 관천··· 오랜만이군.'


동극제는 과거, 청경을 사용해 그의 눈 앞에서 사라졌던 자들의 시점에서 청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들 자신이 된 동극제가 종의 모습, 책의 모습, 활의 모습인 청경을 사용했다.

그리고 그는 청경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어둠이었고, 주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소리도 나오지 않고, 눈을 깜박이는 감각조차 없었다.


'그들 모두 이렇게 사라져 갔던 건가.'


동극제는 그렇게 어둠 속에서 오랜 시간 갇혀 있었다.

그가 그동안 만났던 사람들이 하나 둘, 심연에서 떠올랐다가 가라앉았다.

여자도 있었고, 노인도 있었고, 아이도 있었다.

그리고 그가 죽인 사람들도 있었다.

그 사람들의 얼굴이 어둠 속에서 명멸하듯 밝게 떠올랐다가 스러져 갔다.


동극제는 소리내어 말해보려 했지만, 여전히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에 그는 꿈에서 깨어났다.


어두운 밤이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는 여전히 왕궁의 알현실에 있는 듯했으나, 방금 전이라고 생각되던 이전과 다르게 왕궁은 완전히 파괴되어 있었다.

주위에는 갖가지 무기가 널브러져 있었고 바닥엔 역귀의 시체가 산처럼 쌓여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었다. 무너진 천장을 통해 달빛이 날카롭게 비쳐들어왔다.


무너진 옥좌 주변에 있는 큰 돌에 무언가 새겨진 것이 보였다.

동극제는 그 쪽으로 다가갔다. 누군가 오랜 시간을 들여 칼 끝으로 새긴 글씨였다.


'동극제 님, 갑자기 사라지신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대체 언제 오시렵니까?

매구 그 여자는 초주검으로 피투성이가 돼서는 용케 여기까지 왔더군요.

그런데 그 여자가 갓난아이를 보더니 저한테 이건 부아거가 아니라고 하더군요. 대체 무슨 소리인지···.

그러더니 그 여자는 비틀거리면서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그대로 죽어버렸을지도 모르죠.

조금 돌아보니 뒤뜰에 꿈틀대는 역귀들을 품은 알이 있더군요. 과연 부아거로부터 역귀들이 나는 건 사실이었나 봅니다.

한 마리도 빠짐없이 싹 다 쳐죽이긴 했으나, 기다리는 것도 이젠 한계입니다. 역귀 놈들이 다 잡아먹었는지 이 주위엔 쥐새끼 한 마리도 없어서 말입니다.

어디로 사라지신 건지, 다음 시대로 가버리기라도 하신 겁니까? 굶어죽기 전에 저는 먼저 떠납니다.

아직 이 시대에 계시다면 처음 만났던, 혼조의 가장 높은 산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로구쇠.'


큰 돌을 붙잡고 있던 동극제의 손이 힘없이 풀렸다.

그런 그의 뒤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익숙한 기운이 느껴져서 왔더니, 역시 너였군."


돌아보니 그 여자는 아이와 함께 있던 여자였다.

아이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여자가 말했다.


"이상한 일이로군. 네 기운이 멀리서도 느껴져. 그게 너의 이능인가?"


동극제는 푸른 뿔피리, 청경을 꺼내 손에 올려놓았다. 하지만 피리는 아직 고요히 잠들어 있을 뿐이었다.

여자가 그것을 보자마자 바람처럼 날아와 그의 손에 올려진 청경을 낚아채 갔다.


"똑같은 수에 두 번이나 당할 성싶더냐?"


동극제는 별로 신경쓰지 않고 산처럼 쌓인 역귀들의 시체를 가리키며 물었다.


"이건 네가 한 건가?"

"그래. 돌아오자마자 성대하게들 맞아 주더군."


그리고 여자는 청경을 공중으로 던졌다 받았다 하며 말했다.


"그리고 너, 정말 놀랍군. 매구가 데리고 올 만해. 거의 죽을 뻔했어."

"거의 죽을 뻔했다고?"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 어둠밖에 없던 그곳에서 돌아왔을 때 몸이 굉장히 약해져 있었다. 그 순간에 네 동료가 한 명이라도 있었으면 손쉽게 나를 죽일 수 있었을 텐데.

그나저나 넌 어디에 있었던 거냐? 방금 전까지 네 기운을 느끼지 못했는데."


동극제가 물었다.


"매구가 그 아이는 부아거가 아니라고 했다던데. 그 아이와 넌 대체 무엇이냐?"

"매구가 왔다갔었나? 하긴 네놈은 어차피 죽을 목숨, 못 말해줄 것도 없지."


그리고 그녀는 동극제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아이는 2대째인 부아거다. 내가 초대의 부아거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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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혀진 도시 24.01.30 15 0 12쪽
21 강한 충격 24.01.29 14 0 12쪽
20 비상 24.01.28 14 0 11쪽
19 무서운 여자 24.01.27 20 0 12쪽
18 무서운 남자 24.01.26 17 0 13쪽
17 송곳니 24.01.25 24 0 12쪽
16 실종, 그리고 폭발 24.01.24 19 0 13쪽
15 연화 24.01.23 23 0 13쪽
14 1,500킬로그램 24.01.22 26 0 13쪽
13 불신과 균열 24.01.21 25 0 14쪽
12 금지된 구역으로 24.01.20 32 0 11쪽
11 믿을 수 없는 제안 24.01.19 33 0 13쪽
10 500년 전 24.01.18 39 0 13쪽
9 학살 24.01.17 41 1 12쪽
8 천년여우 24.01.16 41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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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600살이 넘은 꼬마 23.07.09 147 1 11쪽
1 새로운 시대 23.07.09 254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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