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트키 들고 무한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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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흔캐
작품등록일 :
2023.07.09 00:40
최근연재일 :
2024.03.05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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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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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투

DUMMY

부아거는 한 손에 청경을, 한 손에 세검을 쥐고 휘둘렀다.

동극제는 그의 철검을 양손으로 쥐고 싸워야 했다. 한 손으로 휘두르는 그녀의 세검이 엄청난 무게로 부딪쳐 왔기 때문이었다.

삽시간에 두 사람의 검이 몇십 합을 주고받았다. 정교하게 검술을 연마한 듯한 동극제의 검에 비해 부아거는 세검을 마구잡이로 휘두르고 있었다.

그러나 단지 힘 하나만으로 그녀가 동극제를 약간 압도하고 있었다.


이윽고 강하게 내리친 그녀의 세검이 동극제의 철검에 부딪치며 깨지듯이 부러져 버렸다. 부아거는 즉시 칼을 내던지고 발에 채이는 아무 무기를 차 들었다.

그것은 마상 격투에 특화된 찌르기용 창이었다. 날이 없는 창을 몇 번 휘두르다 그녀는 창을 던져 버렸다. 그리고 빈 손을 그대로 들어 동극제의 눈을 찔렀다.

동극제는 간발의 차로 피했다. 그의 관자놀이 부근에서 피가 흘렀다. 동극제 역시 비어 있는 그녀의 품을 향해 칼을 휘둘렀으나 부아거가 너무 가까이 붙어 있어 거리가 나오지 않았다.

뒤로 물러나는 그에게 부아거가 틈을 주지 않고 가까이 붙으며 왼손에 든 청경을 휘둘렀다. 뿔피리 모양인 그것을 둔기처럼 쓰려는 모양이었다.

동극제는 뿔피리를 내리치는 그녀의 팔에 칼을 걸어 내린 다음 그대로 칼을 그녀의 가슴에 깊이 찔러넣었다.

그러나 칼은 앞부분만 조금 박히고 오히려 밀려났을 뿐이었다.


동극제는 칼을 내렸다. 그리고 방어자세를 유지한 채 그녀가 손을 뻗기에 적당한 거리로 다가갔다.

그러자 부아거가 번개같이 손을 뻗었고 그 손에 동극제의 머리가 그대로 터져 나갔다.

부아거의 뒤에서 다시 살아난 그가 돌아온 청경을 잡고 불려는 순간, 그녀가 달려들어 동극제의 왼팔을 손으로 잘라냈다.

청경은 멀리 날아가 버렸고, 오른팔만 남은 동극제는 피를 흘리며 뒤로 물러났다. 그는 칼을 한 손으로 쥐고 있다가 이내 구석으로 던지고 창을 집어들었다.

창을 든 그가 부아거를 찔러들어가자 부아거는 창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맞았다. 불안정한 균형 속에서 오랜 세월을 견뎠던 창이 부러져 버렸고 그녀는 발로 동극제의 다리를 걷어찼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며 그가 주저앉았다.

부아거는 동극제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말했다.


"네놈을 죽이면 그 뿔피리도 새로 생겨나니, 네놈은 죽이지 않는 게 낫군. 반병신으로 만들었으니 이제부터 팔다리를 하나씩 잘라 역귀들에게 먹이겠다."


동극제가 입을 열었다. 그의 손은 땅을 더듬고 있었다.


"과연, 너는 아무것도 모르는 모양이군."


그리고 땅을 더듬던 그의 손이 부러진 창의 끝을 찾아냈다.


"죽어도 죽지 않는 자와 싸운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말이야."


그리고 그는 창의 끝을 자신의 목에 찔러넣었다. 그리고 그는 멀쩡한 모습으로 다시 일어났다.


그 때부터는 사소한 실수 하나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사투였다. 동극제가 청경을 사용하면 본인이 죽는다는 것을 부아거는 알고 있었다.

때문에 부아거는 그가 되살아나자마자 위치를 파악하고 달려들어 청경을 빼앗거나 팔을 잘라냈다. 그럴 여력도 없을 때는 아예 머리 채로 날려버리기도 했다.

그들은 청경을 들어올리고 입에 가져다대는 그 짧은 시간이 서로에게 분수령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동극제 역시 바닥에 흩어져 있던 양손검과 한손검, 창과 봉, 철방망이와 도끼 등을 가리지 않고 써 대며 그녀에게 얕은 피해를 쌓아나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동극제는 줄곧 옥좌 쪽으로 그녀를 유인해 무너진 옥좌의 잔해에 충격을 주어 부수고 밀어내는 방식으로 싸우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가 힘과 속도 면에서 너무나도 우월했던 데다가, 동극제와 오래 싸우며 그녀 역시 동극제의 격투술에 눈이 익은 탓에 형세는 그에게 불리해지고 있었다.


벌써 몇 번째인지 셀 수도 없이 동극제의 청경을 빼앗아들고 나서, 부아거는 질린다는 듯 말했다.

그녀 역시 피를 많이 흘리고 옷이 거의 다 찢어져 너덜거리고 있었으나 큰 상처는 입지 않은 채였다.


"끝이 없겠군. 반만 죽여서 역귀들 먹이로 주는 건 포기해야겠다."


그리고 그녀는 구석으로 가서 일전에 던져놓았던, 사람의 아기를 들어올렸다.

물론 그녀가 그러지 못하도록 동극제는 스스로의 목숨을 끊어 청경을 가져오려 했으나, 목숨이란 것은 일순간에 쉽게 끊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별 수고를 들이지 않고 청경을 손에 뺏어든 채 2대째의 부아거인, 아기를 손에 쥘 수 있었다.


"네놈도 늙는 데에는 별 수 없겠지."


그리고 그녀는 동극제에게 달려들었다. 그녀가 동극제에게 거의 다가왔을 때, 그가 무너진 잔해 속에 넣고 있던 손을 빼들었다.

그곳에는 두녹의 지팡이가 들려 있었다. 동극제는 지팡이를 그녀에게 겨누고 쏘았다.

번개를 담는 이능자가 만든 지팡이에 남아 있던 모든 번개가 그녀에게 내쏘아졌다.

그녀 역시 전기가 통하지 않는 생물이 아니었으므로 그녀는 몸의 통제권을 잃은 채 꼿꼿하게 경직돼 버렸다.

동극제는 빠르게 목숨을 끊어 청경을 가져오고자, 칼을 자신의 목에 찔러넣었다.


부아거가 온 몸으로 강하게 고함을 내질렀다. 그것은 사자와도 같은 짐승의 포효였다.

난설의 수도, 여을에 그녀의 포효 소리가 쩌렁쩌렁하게 퍼져나가며 온 산이 흔들렸다.

다시 살아난 동극제는 귀에서 피가 흐르는 것도 인지하지 못한 채, 청경을 들어 입에 대고 불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가 조금 빨랐다. 그녀는 아기를 손에 들고 동극제의 머리를 있는 힘껏 후려쳤다.


그것이, 500년 전 그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




이야기를 다 들은 희가 반색하며 말했다.


"그럼 한번 더 부아거를 만나면 죽일 수 있겠네요?"


500년 전 동극제였던 검과 지금 시대에서 만난 여자인 희, 두 사람은 매영강으로 가는 산을 넘고 있었다.


"난설의 안쪽까지 들어갈 수 있다면, 그렇소."

"하긴 그게 문제네요. 역시 당신은 큰 일을 몰고 다니는 사람이었군요."


그리고 희는 잠시 뒤에 말을 꺼냈다.


"그 매구라는 여자처럼, 부아거도 저희를 찾아올 수 있는 거 아닌가요?"

"그녀는 그럴 수 없소. 2대째인 부아거로부터 멀어지면 그녀도 힘이 약해지기 때문이오."

"그럼 그 여자가 2대째인 그 아기를 손에 달랑달랑 들고 다니면서 세상을 멸망시키면 되는 거잖아요?"

"500년이 지났는데도 역귀들로부터 침공이 없었다면, 그녀와 2대째의 부아거는 아직 그럴 생각이 없는 것 같소."


희는 고개를 저었다.


"모르시는군요.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에 역귀들로부터 대규모 침공이 있었어요. 혼조는 물론이고 무할까지 큰 피해를 입었죠.

그대로 세상을 잿더미로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웬일인지 갑자기 역귀들이 난설로 돌아가 버렸죠."


희는 잠시 쉬었다가 이어 말했다.


"그런 일이 또 벌어지기 전에 난설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그 여자를 죽이는 게 우선 아니에요?"

"내 여행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천신을 찾는 거요."

"아직도 역귀들한테 피해를 입고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모른 척 하시겠다는 거예요?"

"······."


희는 볼을 한껏 부풀리고 검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그렇게 오래 살면서 여러 시대를 떠돌았는데도 못 찾은 거면 없다고 봐야 하는 거잖아요, 신 같은 건."

"아니, 나는 천신을 만난 적이 있소."

"뭐라구요?"

"내가 아직 평범한 인간일 때··· 그가 나에게 말했소. 꿈의 세계와 현실의 벽을 허문 대가를 치르게 될 거라고."


희는 입을 벌리고 그를 바라보았다.


"세상에나."

"하지만 그 이후에는 한번도 나타나 주지 않으시더군."

"처음에는 어떻게 만났었는데요?"

"그가 나를 찾아왔었소. 내가 의식하지 못한 채 큰 죄를 지었기 때문에···."


"자, 잠깐만요."


희가 검의 말을 가로막았다.


"부아거가 1대째니 2대째니, 몸에 닿으면 시간이 빨리가니 어쩌니, 신이 실존하는 거였니 어쩌니, 시대를 건너뛰니 어쩌니,

평범한 인간인 저는 지금 머리가 터질 것 같거든요. 조금 머리를 식힐 시간을 줘요."


검은 피식 웃었다.


"미안하오. 너무 짧은 시간에 복잡한 얘기를 많이 했군."

"현실로 좀 돌아오자구요. 지금 저희한테 필요한 건 첫 번째로 호패, 두 번째로 이 나라를 벗어나는 거예요."

"매영강에서 쓸 만한 정보를 얻으면 좋을 텐데."

"아마 매영강에서도 호패를 제일 먼저 확인할 걸요."

"호패가 그렇게 중요한 거요?"


희는 앞섶에 덧대인 호패를 뜯어 보여주었다. 스스로 연녹색 빛을 내는 호패였다.


"단여에서는 호패가 없는 사람이면 역귀라고 판단하고 죽여도 죄가 아니랍니다. 그래서 다들 이렇게 잃어버릴 일이 없도록 옷에 꿰매어 다니죠."

"과연···."


그리고 그녀는 뜯어낸 호패를 멀리 던져버렸다.


"쫓기는 처지가 됐으니, 이제 저도 호패를 구해서 신분을 숨겨야 하겠지만요."


그렇게 말하며 길을 걷는 두 사람 앞에서 풀숲을 헤치고 일단의 무리가 나타났다.

수염이 덥수룩한 사내를 필두로 남자가 예닐곱 명쯤 되었다. 그들 모두가 창과 칼, 괭이까지 들고 그들을 겨누었다.

어딘가에 숨어있었던 듯, 내리막길을 타고 뒤늦게 내려오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내리막길을 위태하게 내려오던 사내는 볼썽사납게 넘어져 버렸다.

먼저 풀숲을 헤치고 나타나 검과 희에게 창을 겨누고 있던 수염이 덥수룩한 사내가 말했다.


"천등! 뭐 하는 거냐! 빨리 일어나!"

"예, 예! 두목!"


천등이라 불린 사내는 황급히 옷을 툭툭 털며 일어났다.

그리고 품에서 단검을 꺼내 검과 희를 겨누었다.

희가 소리를 질렀다.


"꺄악! 호패다!"

"뭐라고?"

"아, 아니, 산적이다!"


그제야 수염이 덥수룩한 사내는 씩 웃으며 들고 있던 창을 가까이 들이댔다.


"돈 될 만한 것들을 내놓고 꺼져! 목숨은 살려주지!"


검은 그들을 신경쓰지 않고 희에게 물었다.


"이런 산중에도 산적이 다 있군."


희 역시 별 일 아니라는 듯, 머리 뒤에 손을 괸 채 말했다.


"역귀들이 들이닥쳐서 터전을 뺏긴 사람들이죠 뭐. 다른 마을로 이주해 가거나, 산으로 올라가 화전을 일구거나, 이렇게 산적질을 하거나."


사내들 중 괭이를 들고 있던 남자가 말했다.


"그, 그래! 이렇게 역귀들이 창궐하는데 나랏님이란 작자들은 관심도 없어! 그러니까 우린 잘못이 없다!"


희가 검에게 말했다.


"어쩌죠? 불쌍한 사람들인데 몇 푼 쥐어서 보내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나는 엽전 하나 말고는 가진 게 없소만."

"어, 저도 그런데."


수염 난 사내의 옆에 있던, 얼굴이 얄쌍한 남자가 말했다.


"두목, 저 여자라도 가져다 유곽에 파는 게 어떻습니까? 제법 예쁘장하게 생긴 게, 꽤 큰 돈이 될 것 같은데요."


두목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검에게 창 끝을 휙휙 휘두르며 말했다.


"남자 놈, 여자를 두고 꺼져라."

"이거 질이 나쁜 산적들이었군."


검이 조용히 말했고, 희도 거들었다.


"이건 칭찬인지 아닌지··· 기뻐해야 되는 걸까요?"

"기뻐하셔도 좋을 것 같소."


그들의 여유만만한 태도에 두목이 웃으며 말했다.


"이능자라도 되나 보지? 어디 몸에 구멍이 뚫려도 여유로울 수 있나 보자."


두목은 그에게 창을 내찔렀다. 검은 몸을 틀어 창을 피했다.

그리고 그가 청경을 뽑았다. 묵직하면서도 청명한 특유의 소리를 내며 청경이 뽑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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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비명 24.02.03 12 0 12쪽
25 코끼리 24.02.02 16 0 13쪽
» 사투 24.02.01 16 0 12쪽
23 초대 24.01.31 15 0 10쪽
22 잊혀진 도시 24.01.30 14 0 12쪽
21 강한 충격 24.01.29 14 0 12쪽
20 비상 24.01.28 14 0 11쪽
19 무서운 여자 24.01.27 20 0 12쪽
18 무서운 남자 24.01.26 17 0 13쪽
17 송곳니 24.01.25 24 0 12쪽
16 실종, 그리고 폭발 24.01.24 19 0 13쪽
15 연화 24.01.23 23 0 13쪽
14 1,500킬로그램 24.01.22 26 0 13쪽
13 불신과 균열 24.01.21 25 0 14쪽
12 금지된 구역으로 24.01.20 32 0 11쪽
11 믿을 수 없는 제안 24.01.19 33 0 13쪽
10 500년 전 24.01.18 39 0 13쪽
9 학살 24.01.17 41 1 12쪽
8 천년여우 24.01.16 41 1 12쪽
7 의기투합 24.01.15 54 1 12쪽
6 오해와 해방 24.01.12 56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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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낯선 도시 천강 24.01.10 74 1 11쪽
3 이름 없는 남자 24.01.09 88 1 11쪽
2 600살이 넘은 꼬마 23.07.09 147 1 11쪽
1 새로운 시대 23.07.09 254 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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