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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3.10.2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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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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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3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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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혈경

DUMMY

9화 혈경




“어이 이건 뭐야.”


서책을 들며 장의호가 물었다.


“.....? 글쎄요. 뭐였더라.”


‘쯧. 제목만 봐선 십중팔구 무공서인데.’


이상했다.

이런 서책이 있으면서도 내공도 없이 단순히 완력에만 의지해 산적 질을 한다고?


“어이,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는 거잖아.”


“그....그게 저 제가 까막눈이라.”


“......그런 주제에 서책은 왜 모아둔 거야?”


“하하....혹시나 한 몫 잡아 마을에 내려가면 팔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말이죠.”


“......”


장의호는 그때가 되어서야 의심을 거두었다.


“그래서? 이건 어떻게 얻은 건데?”


“......그게 아마.....아주 오래전의 일입니다만.... 으음”


산적이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 잠시 동안 고민했다.


“아마 아주 오래전의 일일 겁니다. 제가 어릴 적....으음 산채 근처에 절벽에 누군가가 떨어졌던가.... 마치 짐승의 울음소리에 아버지가 누군가를 데려왔던가....”


“그럼 그게 언제지?”


“......그게 아마도 오십 년 정도는...”


자신이 없는 탓에 말꼬리는 흐리는 산적이었다.


‘오십 년 전이라...’


“알았어.”


장의호는 서책을 품에 넣으며 말했다.


“앞으로는 사람을 봐가면서 털라고.”


“하하...예. 물론입니다.”


장의호는 나머지 잡서들과 약초와 은자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카악. 퉷.”


잠시 후 이제는 완전히 떠났다 여긴 산적은 감정을 섞어 배설하듯이 침을 뱉었다.


“빌어먹을, 완전히 똥 밟았군. 하필이면 무림인이라니. 저렇게 별거 없어보이는 어린 놈이....”


산적은 분이 풀리지 않는 듯 땅바닥에 떨어진 돌을 걷어찼다.


“젠장. 그나저나 딴 것은 내버려두고 저것만 가져가다니.....혹 비싸게 팔아먹을 수 있는 거였나. 우라질. 근처 산채들에 기별이라도 해줘야겠군. 빌어먹을 놈. 칼이나 쳐 먹어라. 퉤.”


자그마한 산채에서는 산적의 분통만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



장의호에게 궤를 털린 산채를 중심으로 주변의 산채들은 계속해서 장의호의 산채털이가 계속되었다.


얄궂게도 도적질을 생업으로 삼는 산적들이 역으로 도적질을 당하는 상황. 서로 간의 영역을 존중해 얼굴만 데면데면하게 아는 그들이 하나로 뭉치기 시작했다.


습격자가 무공을 익혔다는 이야기를 들은 산적들은 무공을 익힌 자들을 엄선해 하나로 뭉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것을 시작으로 후산(湖山)의 산행길은 급진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산적들이 모이면 모일수록 그들의 통행료는 비싸질 수밖에 없고, 더군다나 무공을 익힌 이들까지 모이기 시작하자 그 세가 점점 불어나기 시작했다.


그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장의호는 천연덕스레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로서는 한 달이 지나서 돌아온 집이었다.


“다녀왔습니다.”


“무사히 돌아왔구나.”


“예.”


장의호의 부모들은 장의호를 맞이하자마자 호들갑스레 장의호의 몸 이곳저곳을 살폈다.


“어디 다친 데는 없고?”


“예에. 큰 길만 통해서 다녀왔어요. 여기 거래 장부요.”


장의호는 품속에 장부를 내밀었다. 장승은 거래 장부를 받고는 보는 둥 마는 둥 하더니 바로 뒤로 내팽개쳤다.


“요새 이 근방이 뒤숭숭해서 이 사람도 그렇고, 걱정을 많이 했단다.”


“뒤숭숭이요?”


장승의 말에 장의호가 물었다.


“아암. 누군가 산적들을 건드렸는지 요새 산적들이 아주 독이 올랐다고 하더구나. 표국은 물론 행상인들에게까지 소문이 다 났단다. 앞으로는 계속 조심해야 할 것 같구나.”


“......”


‘그것 참.’


장의호는 일이 참 공교롭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아도 혈경이라는 무공서을 얻은 덕택에 산채를 몇 번 더 털어볼 생각이었는데 그로서는 바라마지 않던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설마하니 근방의 산적들이 서로 뭉칠 줄은 그도 예상하지 못했다.


“오랜만에 집에 왔으니 네 엄마가 솜씨를 부릴 생각인 모양이다. 얼른 씻고 오너라.”


장의호는 집에 돌아왔다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나 따스한 이 느낌이 퍽이나 좋았다.


***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은 장의호는 혈경을 꺼내 다시 살펴보기 시작했다.


‘제목만 보면 백도가 아닌 흑도, 그도 아니면 사파의 무공 같은데..’


허나 내용은 전혀 예상 밖의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서책의 저자는 정파의 인물로 서책의 초반부에는 저자 자신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저자의 이름은 무유강으로 자신이 속한 문파의 정치적 알력으로 어떻게 문파에서 축출되었나를 적고 있었다.


무유강 자신은 무공 기질이 문파의 다른 이들과 달리 강맹했다.

문파에서 중요시하는 기질을 하나도 가지지 못한 채 강맹함뿐인 무공으로 경원시 되었고, 끝내 문파에서 파문당하고 공적으로까지 몰린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하긴....유려함을 중시하는 화산파의 특색을 생각하면 그 같은 이가 거기에서 제자로서 살아남은 것도 용하군.’


정파 특유의 그 고리타분함을 전생에서 톡톡히 겪은 장의호는 저자에게 동정이 갈 정도였다.


장의호는 혹시나 마공인가 싶었는데 저자의 출신이 이렇다면 익혀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조금만 더 알아볼까.’


그는 저자가 어떤 이 인지, 글 내용에 신빙성이 있는지 궁금했다.

무공도 대충 살펴보니, 정파에서 쓰지 않은 살기 짙은 초식들이 대부분이긴 했지만, 딱히 마성이 있다거나 한 것처럼은 보이지 않았다. 이 정도면 오히려 흑도나 중도에서는 그다지 문제 삼지 않을 정도였다.


명색이 정파였던 이가 괜히 사이한 마공 같은 걸 만들어내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장의호는 상위 심법이 필요한 자신의 처지 때문인지 마음이 가는 걸 느꼈다.


‘이 근방에 개방이나 하오문이 어디 있는지 좀 알아봐야겠군.’


장의호는 돌아온 다음날부터 근처를 탐색했다.


잘 닦인 도시의 거리를 지나 길이 제대로 깔리지 않은 곳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길이 점점 좁아지고 허름한 폐건물들이 모습을 보였다.


‘이쯤에서 있을 듯 싶은데.’


멈춰 서서 귀를 기울이자 깡통소리가 자그마하게 들려왔다.


‘찾았군.’


깡통소리는 근처에 거지들이 있다는 증거였다. 그렇게 이리 저리 폐건물을 뒤지던 장의호는 봉두난발의 사내와 마주쳤다.


자다 일어났는지 게슴츠레한 눈빛의 사내가 졸린 음성으로 물었다.


“아직 어린놈이 올 곳이 아니다. 빌어먹을 생각 말고 돌아가서 일을 해라.”


“....거지가 되기 위해 온 것은 아닙니다.”


“그래? 흐음.....길을 잘못 들은 모양인데-”


“잘못 들은 것도 아닙니다.”


사내는 잠시 물끄러미 장의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흐음....모르겠군. 그럼 무엇 하러 왔나?”


“개를 사러왔소.”


장의호는 말을 하며 품속에서 보자기를 꺼내 던졌다. 이곳으로 향하기 전 좌판에서 사온 개고기였다.

개를 주면서 개를 사러왔다는 것은 개방의 은어였다. 거지들이 많이 모인다는 정보만으로 이곳까지 도달했지만 장의호는 확신하고 있었다.


이곳이 개방이라는 것을.


눈앞의 사내는 단순한 거지가 아니었다. 허리에 매여진 매듭으로 보아 개방의 거지가 틀림없었다.


“쩝... 아직 젊은 친구가 이런 것까지 알고 있다니.”


개방에게 있어 개를 그냥 준다는 것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거지들끼리 개를 나누어준다는 것은 그만큼 친분이 두텁다는 것이고, 그것은 개방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개방에 개를 들고 오는 자들과의 거래는 사양하는 법이 없는 것이 개방이었다.


“따라오게. 얘기는 안에서.”


사내는 말이 끝나자마자 개의 살점을 떼어먹으며 걸었다.


사내는 폐건물 중에서도 다소 모양이 멀쩡한 전각쪽으로 다가갔다. 뼈대는 물론 벽까지 어느 정도 남아있어 비바람을 막아줄 수 있을 정도로 온전한 건물이었다.


“영감. 손님 왔어.”


사내는 문을 열며 말했다.


“이놈아, 이런 낮에 손님은 무-”


초라한 몰골의 깡마른 늙은이가 말하다 멈추었다. 탄한 눈이 사내가 들고 있는 개에서 멈추었다.


“뭐냐. 그건.”


“보면 몰라?”


“누가 개인줄 몰라서 묻느냐? 그걸 왜 네놈 혼자서, 그것도 먼저 쳐 먹느냔 말이지.”


“.......거. 어차피 잠시 후에 다 입에 들어갈 것인데 잠깐 맛 좀 본거 가지고.”


늙은이가 손에 들고 있던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잠깐. 잠깐. 손님이 오셨는데 기다리게 할 수는 없잖아.”


사내의 말에 늙은이는 눈썹을 찌푸리다 장의호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쯧. 어서 오시구려.”


“처음 뵙겠습니다.”


“.......그래. 손님이 오셨지. 저렇게 귀한 걸 가져온 손님을 서서 맞이할 수는 없지. 이놈아. 무얼 해? 자리를 만들지 않구.”


늙은이가 지팡이로 사내의 머리를 두들기며 말했다.


잠시 후 전각 중안에는 몇겁의 누더기가 깔리며 자리가 만들어졌다.


“자자 앉아서 드시구려.”


늙은이는 때 묻은 손가락으로 개의 살점을 떼어내더니 장의호에게 내밀었다.


“그럼...”


장의호는 그것을 넙죽 받아먹었다. 마치 아무렇지 않다는 그 모습에 늙은이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아주 잘 먹는구려. 그래. 천천히 먹으면서 말해보시오. 알고 싶은 게 뭐요.”


“흑령회의 상세한 정보와 흑령회 강규의 근황. 그리고 또 무유강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흐음.......앞에 두 가지는 금방 알려줄 수 있는 것이고.....뒤에 것은 좀 더 알아봐야 하겠는데....괜찮겠소, 소형제?”


늙은이의 물음에 장의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그럼 값은 나중에 마저 청구해도 되겠소?”

“물론입니다.”


거래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늙은이와 사내는 퍽이나 만족스러웠는지 볼일을 보고 떠나는 장의호를 마중 나올 정도였다.


장의호가 떠나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한 사내가 입을 열었다.


“그래서 누구야. 저 놈은.”


“글쎄다...”


“아니 뭐야 그럼 누군지도 모르는 놈이랑 거래를 트겠다고?”


“흘흘 이놈아. 그러니까 말했잖느냐. 사람 보는 눈을 키워두라고.”


“사람 보는 눈은 무슨. 그 노안으로 뭘 본다고.”


“이 지루하던 소주에 바람이 좀 불겠어.”


“아니, 저놈이 뭔데 바람이 불어?”


“흘흘흘.”


“아오, 이 늙은이. 진짜.”


답답해하는 사내와 늙은이의 웃음소리가 폐허에서 울려 퍼졌다.



***


장의호는 폐허에서 벗어나 왔던 그대로 돌아가고 있었다. 가을바람이 시원하게 부는 가운데 고요한 침묵만이 드리웠다.

그도 그럴 것이 거지들이 사는 폐허 근처에 인기척이 없는 것은 당연했다.


허나 그렇게 조용한 침묵 속에 누군가의 발소리가 장의호의 귀에 들려왔다.


턱.


다가오던 발소리가 점차 가까워지고, 두 개의 발이 멈추며 마침내 부딪친 두 명이 서로를 응시했다.


“찾고 있었다. 이 빌어먹을 놈아.”


강규였다.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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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이름 23.11.12 159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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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대성 23.11.09 171 2 12쪽
13 13화 흑령회의 경합 23.11.07 178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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