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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3.10.2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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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0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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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화 일 초식의 싸움

DUMMY

33화 일 초식의 싸움



목소리의 주인공은 손전옥이었다.


“네놈이 설마 무사히 이 자리를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느냐.?”


“......설마 고명하신 검각의 고수들께서 살기 위해 발버둥치는 이를 어떻게 하기라도 하겠다는 말씀이시오?”


악숭위가 입술을 바짝 마르는지 침을 바르며 말했다.


‘호랑이를 피했더니 뒤에는 늑대인가.....빌어먹을.’


갑자기 왜 이러는지 알 수가 없었다. 광화라는 별호 그대로 미친 년이라 그런 것인지. 속으로만 욕할 뿐이었다.


“이런 얼치기 같은 놈.”


“하실 말씀이 있다면 세이공청(洗耳恭聽) 하겠습니다.”


악숭위는 철저히 자세를 낮추어 이 상황을 모면하고자 했다.


“.....하. 네놈 공증인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있구나. 흑도 따라지라서 그런가.”


손전옥은 정말로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녀의 말을 듣자마자 악숭위는 그때가 되어서야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이 퍼뜩 들었다.


“뭐 네놈 같은 놈이 제대로 된 비무를 해봤을 리가 없으니 그따위 짓을 벌이고 태연히 있었던 거겠지. 공증인에게 시비를 걸었다는 것은 벌어진 승부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즉 네놈은 혈영방 뿐만 아니라 우리 검각까지 아주 개 무시한 셈이지.”


손전옥의 말이 잠시 끊어지자 악숭위는 몸을 움찔 떨었다.


‘.......젠....장.’


흑도인인 악숭위가 비무의 공증인에 대해 손을 댄다는 그 의미를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은 당연했다.


그나마 나름대로 명망과 위신을 쌓은 혈영방 정도나 어느 정도 체면을 위해 이런 격식을 따르고 있을 뿐이었다. 변방의 무림, 그것도 좁은 여울에서나 활동한 악숭위가 비무와 공증이라는 것이 어떠한 위치와 책임을 지니고 있는지 거대문파의 명예라는 것이 어떠한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기에 벌어진 실수였다.


“즉....네 놈은 지금 내 손에 목이 달아나도 누구 하나 욕할 일이 없다는 것이다. 버러지.”


“.......”

‘이 빌어먹을 년을 빠져나갈 방법이...’


악숭위는 계속해서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그는 곧 무언가를 떠올리고는 암흑 속에서 한 줄기 광명을 찾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설마하니 검각의 기명제자에게 도전했다고 못 이길 것 같아 살인멸구라도 하실 생각이시오?”


악숭위는 큰 음성으로 소리를 질렀다.


“하?”


손전옥이 실소를 머금었다.


‘이 버러지가 끝까지 난장판을 만들려고 들어?’


손전옥의 손이 허리춤의 검병으로 향했다. 그것을 보자마자 번개처럼 입을 열었다.


“그렇지 않소이까!! 아무리 그래도 흑도의 소규모 방파가 도전을 했다고는 하나 이런 무도한 짓을 할 줄이야.”


“그래. 그렇게 지껄이다가 목이 달아나면 덜 아플게다.”


스르릉.


손전옥의 허리춤에서 차가운 검날이 뽑혀져 나왔다.


“괜찮겠소?”


급하게 악숭위가 속삭이듯 말했다.


“.....”


손전옥의 손이 잠시 멈추자 기회라는 듯이 악숭위가 계속해서 속삭였다.


“아무리 모인 이들이 강호에 적을 두고 있는 이들이라고는 하나 전부 다 고수인 것은 아니오. 뒤에 있던 이들이 조금 전 내 외침을 듣고 퍼트리기라도 한다면...”


정파가 체면을 깎이는 걸 싫어한다는 것을 염두에 둔 협박이었다.


그 말을 듣자마자 손전옥이 활짝 웃었다. 광기어린 눈과 함께 하얀 이빨이 내비쳐졌다.


“네놈이 지금까지 광화라는 단어를 어떻게 생각해왔는지는 모르겠다만......그 별호가 붙은 이유를 마지막에라도 알고 가겠구나. 저승에 가서 재주껏 알려보도록 하거라.”


스르릉. 남은 검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젠......장’


악숭위의 동공이 흔들리고 시선 또한 이리저리 튀었다. 죽음 직전임을 절감한 생물의 발버둥.


터억.


느린 발걸음으로 조금씩 다가오던 장의호가 둘의 사이에 끼어들었다.


“.....뭐하는 게냐. 비키거라.”


“의호야.”


손전옥의 앞을 막은 장의호를 바라보고 있던 서문옥이 그를 불렀다. 흔들거리는 머리와 휘청거리는 걸음으로 어딘가 걸어갔기에 굳이 막지 않았더니 하필이면 스승 앞에 서는 것이 아닌가.


‘설마 하니 정신이 혼미한 건가...’


서문옥이 다가서려는 사이 장의호의 입이 열렸다.


“제가 하겠습니다.”


“뭐?!”

“뭐?!”


사제가 사이좋게 말했다.


“하.하....하하... 어떻소이까. 검후의 사손이 저리 말하는데.”


악숭위는 동앗줄을 잡았다는 듯이 물고 늘어졌다.


“무슨 소리냐 의호야!!!”


급하게 말리려는 서문옥과 달리 손전옥은 눈을 살짝 크게 뜬 채 장의호를 응시했다.


“진심으로 하는 소리더냐?”


장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내뱉은 말은-


“물릴 수 없습니다.”

“물릴 수 없습니다.”


장의호는 손전옥의 뒷말과 똑같은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래.”


손전옥의 검이 다시 검집으로 들어갔다.


“명색의 검각의 제자가 뒤처리를 깔끔히 못하는 것도 말이 안되는 일이지.”


“스승-”


“네가 알아서 하거라. 우리는 더 이상 나서지 않을 테니”


서문옥이 만류하기 위해 말을 하고 있음에도 손전옥은 전혀 돌아보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시는-”


서문옥이 말을 하는 도중에 몸이 굳어짐을 느꼈다.


‘스승님!!’


손전옥은 서문옥이 나설 것을 예상해 탄지공을 미리 날려둔 상태였고, 서문옥은 암경으로 펼쳐진 탄지공을 맞아 점혈이 되어버렸다.


말을 하고 싶어도 입이 열리지 않기에 그저 속으로만 외칠 뿐이었다.


장의호가 악숭위 앞에 서서 자세를 쥐려고 하자 중인들의 시선이 절로 모였다.

막불의마저 한쪽 눈을 게슴츠레 뜬 채 장의호를 지켜볼 정도였다.


도대체 저 애송이가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기에, 그 행동에 대한 결말이 어찌될지 눈에 담기 위해서였다.


“무기.... 들어라.”


장의호가 후들거리는 손으로 검을 들어 악숭위를 가리켰다.


“하....하하. 하하하.”


악숭위는 살았다는 생각에 웃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긴장이 풀리며 입가의 근육마저 풀려버린 것처럼.


‘하늘이 돕는구나. 지나치게 힘을 써서 코피를 흘리는데다 휘청이는 놈이....크하하하하하.’


악숭위는 이 자리에서 살아남아 어찌할지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눈앞의 장의호를 죽이는 것보단 살리는 것이 벗어나기 쉬울 터.


‘그래도 혹시 모를 반항을 할지도 모르니, 팔 한 정도는 자르거나.....사지근맥을 잘라야겠군.’


허리의 요대에서 연검을 빼어들며 떠오른 생각이었다. 연건을 다 빼든 악숭위는 들뜬 얼굴로 장의호를 바라보았다.


악숭위의 눈에 여전히 장의호의 몸은 흔들리고 있었다. 악숭위가 장위호를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장의호 또한 악숭위를 응시하고 있었다.


단지.....눈에 비치는 것이 악숭위만은 아니었지만. 그의 눈에서는 과거의 환상이 악숭위와 겹쳐진 채였다.


-나름대로 함께 한 정이 있어서 이렇게 손을 쓰고 싶진 않았네만. 쯧.-


-......후....후후. 뭐 좋도록 생각하게나. 무치(武痴). 자네는 퍽 도움이 되었다네.-


과거에 누군가에게 들었던 말이 들려오자, 연검을 든 악숭위의 모습은 이낭위가 창을 든 모습으로 보였다.


비슷한 이름 탓인지, 상단전을 너무 쓴 탓인지 스스로도 잘 모르겠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낭위처럼 속에 검은 악숭위를 보고 있자니 속이 뒤틀렸다. 지금 이 순간 그에게 중요한 것은 삶이 아니었다.


완전히 머리가 미칠 정도로 끓어오른 이상, 이 열기를 밖으로 토해내 가로막는 모든 것을 짓이기던가. 그도 아니면 이 열기에 취해 눈앞의 것을 난도질 하던가 뿐이다.


삶과 죽음은 그 다음의 문제였다.


머리가 뜨겁도록 달궈진다면 어디서든 싸울 수 있다. 설령 그것이 지옥으로 가는 길일지라도.


“후우우우우우우우욱.”


장의호가 호흡을 들이마시고 진탕된 속을 다스리기 시작했다.


‘한번만 더. 한번만 더. 가능하지?’


그는 들려 올 리도 없는 대답을 기대했던 것도 아니면서 스스로의 육체에 자문하고 있었다. 회복을 위해 호흡을 기다리던 육체가 가득히 들어온 들숨에 화답했다.


전신의 경맥과 근육이 기를 가득 품고 나르기 시작했다. 단지 그것을 휴식을 위한 본능일뿐. 단지 불타고 있는 이성이 그 본능을 넘어서서 육체를 움직였다.


꾸우우우우욱.


다시 한 번 전신에 내기가 내달리고 근육에 힘이 실리자 전신에서 비명이라도 지르는 것처럼 통증을 전해왔다.


흐느적.


마치 시간이 느려진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느린 속도로 장의호가 자세를 취했다.


‘미치겠군. 이런 다 죽어가는 애송이만....’


악숭위의 입을 악물었다. 웃음을 참기 위해.


‘이 놈만 처리하면 저 미친 검후조차도 내말을 듣지 않을 수 없음이라.’


진짜 죽음의 위기를 하루에 몇 번이나 겪은 탓에, 그것을 회피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이자 악숭위의 마음도 평상심을 벗어나 내달리고 있었다. 이제는 살 수 있다는 희망이 너무나도 달콤해 미칠 지경이었다.


악숭위가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장의호가 앞으로 내밀었던 검을 뒤로 물렸다.


‘아주 용을 쓰는구나.’


악숭위가 가볍게 제압하기 위해 연검을 꾹 쥐었다.


‘목표는 어깨 죽지.’


악숭위가 검을 들고자 마음을 먹은 순간이었다. 장의호가 움직였다.


꿈틀.


‘후후. 애송이가 마지막 몸부림을-’


악숭위의 희망어린 생각은 거기까지였다. 그의 귓가에 무언가가 베이는 소리만이 들려왔다.


서걱!!


‘어.....?’


악숭위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바닥이었다.


‘내가 ....왜 바닥에. 분명히 손에 힘을...’


‘저건.....내 몸?..’


악숭위의 목이 공중을 날고 있었다. 제대로 된 저항 없이 목이 달아난 것이다.


주변에서 지켜보던 이들의 눈에는 악숭위가 움직이기도 전 장의호의 몸이 한순간 덜컥 하더니 악숭위의 목이 달아난 것처럼 보였다.


그 많은 중인들 중에 제대로 본 이는 딱 두 명뿐. 아니 보였다기 보다는 느꼈다는 말이 가까울 것이다.


[......늙은이 봤어?]


손전옥이 막불의에게 전음으로 물었다.


[봤다기 보다는.....느꼈다고 해야겠지]


[그거나 그거나]


기대 이상이었다. 얼마만큼 재미있는 것을 보여줄까 싶어 양보한 자리였건만 그녀의 사손은 그녀의 예상을 뒤엎을 만큼의 신기를 보여주었다.


상대의 기를 읽었다기 보다는 마치 상대의 의(意)를 읽은 듯한. 아니 그것까지는 어찌저찌 이해할 수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것은 마치 시간을 응축시킨 듯한 일격. 나름대로 절정고수라고 칭할 수 있는 이가 반응도 하지 못한 채 죽어간 그 일격.


오싹했다. 그녀 자신이 그 자리에 있었다고 한다면 제대로 막아낼 수 있었을까?


그녀의 입가에 웃음이 번져갔다.




콰직!!




즐겁게 지켜보던 그녀의 눈에 그녀의 사손이 검을 바닥에 꽂는 것이 들어왔다.


“하악. 하악.”


전신이 격통으로 비명을 질렀지만 그것은 장의호에게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보고 있느냐. 이낭위!’


“기다리고 있어라!!! .....낭.....위....”


콰당.


장의호가 쌓아둔 감정을 말로 꺼내다 말고 뒤로 쓰러졌다. 한계였다.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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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화 강자로서의 위치 23.12.11 68 1 11쪽
34 34화 검심태동 23.12.11 60 0 12쪽
» 33화 일 초식의 싸움 23.12.10 59 0 11쪽
32 32화 협박 23.12.09 69 0 11쪽
31 31화 비무의 끝 23.12.08 93 2 12쪽
30 30화 비무첩 23.12.08 92 1 11쪽
29 29화 가르침 23.12.07 101 2 13쪽
28 28화 광화는 광화일뿐이다 23.12.05 112 2 13쪽
27 27화 사손과 사조의 대련 23.12.04 114 2 12쪽
26 26화 광화 +2 23.12.03 118 2 11쪽
25 25화 비도탈명 23.11.28 125 2 11쪽
24 24화 질투 23.11.26 126 3 12쪽
23 23화 사패 23.11.24 129 3 12쪽
22 22화 거래 23.11.23 128 2 11쪽
21 21화 추궁 23.11.21 141 2 14쪽
20 20화 절정고수와의 싸움 23.11.18 145 2 12쪽
19 19화 수련 23.11.17 138 3 12쪽
18 18화 별격 23.11.15 145 3 12쪽
17 17화 문검 23.11.13 136 3 12쪽
16 16화 이름 23.11.12 159 4 13쪽
15 15화 갈등 23.11.10 163 3 11쪽
14 14화 대성 23.11.09 170 2 12쪽
13 13화 흑령회의 경합 23.11.07 178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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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1화 결투로 잃어버린 것과 얻은 것 +1 23.11.05 227 7 11쪽
10 10화 기이한 사제 +1 23.11.04 244 5 12쪽
9 9화 혈경 +1 23.11.03 263 4 11쪽
8 8화 허장성세 +1 23.11.01 280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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