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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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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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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6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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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화 질투

DUMMY

24화 질투



승리를 조금쯤은 칭찬해줘도 좋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승리에 취해 있었기에 자신도 모르게 흘러나온 말.


적어도 지금 이 순간 기적을 이루어낸 자신에게 조금은 너그러워지고 싶은 장의호였다.


‘쯧.’


서문옥이 속으로 혀를 찼다.


좋지 않았다. 승리한 것이 오히려 독이었다.


“그래서 기적으로 승리한 것으로 만족하려느냐?”


“....!!”


장의호가 몸을 흠칫 떨었다.


“저런 어중이떠중이 라면 강호에 별 구름처럼 많다. 아무리 절정 고수가 많지 않다고 해도,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무인에 비해서일 뿐이지. 강호에서 행도하다 보면 발에 치일 정도로 많은 것도 사실.”


“.....”


장의호는 반박할 말이 없었다. 그도 알고 있었기에. 너무 달콤함에 취했던 걸까? 달콤함이 사라졌기에 스승의 일침이 더욱 썼다.


“처음 검을 잡았을 때 나름대로 목표가 있었을 터. 그게 여기였더냐? 꽤나 이른 종착점이구나.”


“.....아닙니다.”


“뭐가?”


“적어도 여기서 멈출 생각은 없습니다.”


그 스스로도 알고 있었다. 스승의 문검을 흉내 내어 이끈 지도, 상대의 방심. 행운의 연속이 아니었다면 승리는 어려웠다는 것을.


“그럼 따라오너라. 내가 이끌어줄 수 있는 곳까지 이끌어줄 테니.”


서문옥이 시원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



“승부란 찰나에 결정된다.”


본채에서 서문옥의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펴졌다.


장의호와 조옥란은 나란히 정좌한 채로 서문옥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승부에서 이기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이더냐?”


“역량입니다.”

“높은 무공입니다.”


조옥란이 먼저 말하고 뒤이어 장의호의 답이 뒤따랐다.


말은 달랐지만 둘은 결국 똑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틀렸다.”


“..??”


두 사형제는 똑같이 의문의 표정으로 스승의 입을 주시했다.


“무인에게 있어 무공이랑 언제나 갈고 닦아야 하는 것. 그런 기본적인 것을 듣고자 물은 것이 아니니라.”


그럼 도대체 무엇 때문에 수련으로 불렀단 말인가?


두 사형제는 똑같은 의문을 품었다. 언제나 갈고 닦아야 하는 것을 수련하고자 지금 모인 것이 아닌가.


“요컨대, 상대와의 싸움에서 이기고자 할 때 필요한 것을 말하고자 함이다. 이것은 의호 너가 싸웠던 문검과도 관련이 있는 얘기다.”


“......”

“요컨대 싸움에서 필요한 것은 안정감이다.”


“안정감....은 어떤...”


의아함에 조옥란이 물었다.


“그자에게는 잔심(殘心)이 부족했다. 부족함이 넘쳐날 정도였지.”


“방심은 금물이다 라는... 말씀입니까?”


조옥란은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물었다.


“그랬다면 방심만을 거론했을 테지. 안정감이라는 말은 그것 또한 내포하는 것이다.”


“......”


처음 듣는 이야기에 두 사형제가 잠자코 귀를 기울였다.


“사람은 분노, 증오, 경애, 충성, 친애, 경멸 등 온갖 감정을 지니고 있지. 그것은 무인이라 해도 사람인 이상 어쩔 수 없다. 그것은 때로는 실력 이상의 힘을 발휘하게도 해주지만 문검처럼 실력 이하의 힘만을 발휘하게 할 수도 있다.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


서문옥이 뒷짐을 진채로 걸음을 걸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내공에도 똑같이 영향을 미치지. 분노가 때로는 내공의 운용에 도움을 줄 수도 있지만 반대로 늦출 수도 있지. 똑같은 감정이라 해도 음, 양 어느 쪽으로든 개입할 수 있는 것이지. 그것을 막기 위해 내공심법이 있는 것이다.

마음을 다스리는 법. 그렇기에 심법인 것이다. 심결 심법 요결 부르는 이름은 여러 가지지만 결국 역할은 같다.”


“그럼 언제나 똑같은 마음으로 싸우라는 뜻입니까?”


갑작스레 생겨난 의문에 장의호가 물었다.


“그렇다고 말하고 싶지만.....그것도 아니다.”


“....?”


어느새 몸을 틀어 장의호를 지켜보던 서문옥이 말을 이었다.


“마음을 다스리는 법이라 하지 않았느냐. 평정심만으로 이길 수 있다면 이상적인 일이겠지. 허나 강호는 피의 강호라고도 불리거늘, 증오나 그 외의 감정을 그리 쉽게 버릴 수 있겠느냐? 심법 중에는 증오를 양식으로 삼아 수련하는 것도 있지. 뭐 대개 그런 류는 마공이라고 불리는 것이 많 말이다.

게다가 심법이라고 해도 모든 감정을 완벽하게 다스릴 수는 없지. 그러니 필요한 거다. 평소 어떠한 마음, 어떤 식으로 무공을 펼쳤을 때 가장 효율적인가 말이다.”


어려운 이야기였다. 마음을 다스린다니. 둘의 마음을 헤아린 것처럼 서문옥의 말이 이어졌다.


“물론 당연히 지극히 어려운 것이다. 평생에 걸쳐 추구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고. 그렇기에 기본은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을 기본 골자로 새긴 후 수련해 나가고, 그 외의 감정이 일어났을 경우에는 스스로의 마음을 관조하고 다스리는 식으로 한다. 일단은 평소처럼 대련을 해보도록.”


서문옥의 지시에 따라 둘은 일어나 목검을 쥐었다.



***



장의호와 조옥란은 대련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조옥란은 대련 속에서 몇 번이나 서문옥에게 충고들 들었다.


“평소보다 검이 느리구나.”


“월락무가 그렇게 펼치는 것이더냐?”


서문옥이 말했던 것을 조옥란 본인이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장의호를 볼 때마다 샘솟는 시기와 질투로 검 놀림이 평소와는 달랐고, 서문옥은 그걸 놓지지 않았다.


“후우.....의호는 잠시 나가 있겠느냐?”


“예.”


장의호가 본채를 나와 작은 별채로 향했다. 장의호의 기척이 저 멀어지자 서문옥이 말을 꺼냈다.

“무슨 생각이더냐.”


“......”


“나는 분명히 평소처럼 대련을 하라고 말했거늘. 내기의 운용은 전혀 평소같지 않더구나. 더군다나 가끔씩 초식의 흐름이 명백히 상대를 해하고자 함이 몇 번이나 보이던데.”

“......제자는....이해 할 수 없습니다.”


“.....무엇이 말이더냐.”


“저 녀석이 스승님의 제자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


“더군다나 대대로 전해지는 검각의 무월까지 가지고 가다니.”


“잘못된 말이구나. 그 아이가 검을 가지고 갔더냐? 너와 나의 실수 탓이 아니더냐.”


“......”


조옥란에게선 납득하는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상징하는 물건은 그저 물건일 뿐이다. 그 검이 없다고 해서 너가 나의 제자가 아니게 되는 것이냐?”


“......아닙니다.”


“네가 남자를 증오하는 것은 잘 알고 있다. 허나 언제까지 그럴 셈이더냐.”


“.....”


조옥란은 조개처럼 입을 다물었다.


“후우......가능하면 다시는 이런 일을 겪고 싶지 않구나. 나가 보거라.”


‘제자를 키우는 것은 정말 어렵구나. 어려워.’


서문옥의 탄식만이 본채를 가득 채웠다.



***



대련이 있고 일주일이 흘러 분타주에게서 기별이 왔다.


거지가 전해준 종이를 손에 쥔 장의호가 내용을 살폈다.


“무슨 내용이더냐?”


서문옥이 물음에 장의호가 대답햇다.


“흑령회의 우두머리 중 한명인 비도탈명 마원이 돌아와 문검 일파를 정리하려 있다는군요.”


“.....강규 그 아이가 위험하겠구나.”


“.....”


“가지 않을 것이냐?”


“.....생각 중입니다.”


“결정은 네 몫이겠지. 허나 잊지 말거라. 그가 어찌 되었든 너를 도왔다는 것을 말이다.”


그 말이 결정타였다. 무언가 남아있던 찝찝함을 덜기 위해 장의호가 발을 움직였다.


장의호가 한참을 걸려 도달한 흑령회의 근거지는 가관이었다.


‘일방적이군.’


그도 그럴 것이 절정고수가 이끄는 이들과 절정고수의 제자였던 이가 이끄는 집단. 어느 쪽이 유리한가는 삼척동자도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장의호는 기척을 숨기고 싸움의 행방을 지켜보며 강규를 찾았다. 얼마 되지 않아 바로 눈에 들어왔다.


‘저기인가.’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는 남자 한명이 장의호의 눈에 들어왔다.


“하아. 하아.”


강규의 주위에는 온통 피와 시체 뿐이었다.


“쯧. 꽤나 필사적으로 발버둥 치는구나.”


마원이 잠시 히죽 웃고는 말을 이었다.


“어차피 공설 그 녀석이 죽은 이상, 공설에 속한 이들은 모두 끝난 것이 다름없거늘, 이해를 못하겠구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그럴 생각 없다고 말했습니다만.”


“이런, 이런. 내 나름대로 돌봐주지 않았더냐. 공설 그놈보단 내가 더 낫지 않느냐?”


“.......당신의 제자이자 자식. 그 놈의 분풀이 상대로 삼았던 것이?”


“그 덕분에 공설의 눈에 들었지 않느냐.”


마원이 웃음 지으며 말했다.


‘변한 게 없군. 음흉하기 짝이 없는 놈.’


강규가 마음 속으로 욕했다.


“아비를 닮아 음흉하기만 하지, 아무런 재주도 없는 무능한 놈을 섬길 바에는 차라리 제자를 죽이는 미치광이가 낫지 않겠소?”


“뭐라??”


“귀가 멀었소?”


강규는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평소 하고 싶었던 말을 속 시원히 내뱉었다.


“네놈이 감히!!”


금쪽같이 여기던 아들이 모욕당하자 마원은 분노를 참지 못했다. 그의 손에 들려있던 비도가 하늘에서 춤추었다.


파파팟.


강규는 첫 비도만을 쳐내었을 뿐, 연이어 날아드는 비도를 다 막아내지 못해 몸으로 받아내었다.


“크읏.”


강규의 입에서 비명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죽고 싶다면야... 죽여주마.”


“거기까지다.”


마원의 비도가 불을 뿜기 전 장의호가 숨어있던 지붕에서 내려와 그를 멈춰 세웠다.


움찔!!


마원의 몸이 순식간에 멈췄다.


“......누구냐.”


“장의호.”


“하! 공설 머저리 같은 놈이. 강하다고 제멋대로 패악질만 일삼더니, 이런 솜털이 보송보송한 놈한테 죽어?”


“......그 머저리보다도 나약한 놈이 할 말은 아니로군.”


“뭐...?”


“아니 뭘 못 들은 척을 하고 있어? 공설이 흑령회 중 최강자라는 건 이 근방에 사는 이들이라면 다 아는 사실인데.”


부들부들.


마원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두 놈 다 입심이 아주 세구나. 어디 죽기 직전까지 몰려도 그렇게 내뱉을 수 있는지 지켜봐주마.


“할 수 있다면?”


장의호가 손가락을 까닥이며 상대를 도발했다.




장의호가 기세 좋게 나선 것을 한 쌍의 눈동자가 쫓고 있었다.


“후우....”


굴곡 있는 몸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시원한 이목구비를 가진 미녀, 서문옥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새로 생긴 제자의 밖에 나갈 때부터 뒤를 쫓아 계속 그를 지켜보고 있었다.


‘심장에 좋지 않군.’


스스로도 너무 애지중지 하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그런 것보다는 오히려.....제자의 성장을 보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제자가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무인이라면 그것도 어쩔 수 없다는 마음도, 제자라면 혹시나 무언가 해낼지도 모른다는 마음도 여러 가지가 마음속에서 막 교차했다.


그렇게 장의호를 바라보는 그녀의 옆에 하나의 인영이 다가왔다.


“이런 밤놀이까지 하고. 아주 새서방에 빠져버린 모양이구나?”


“....!!”


“누-!”


터억!


“쉬잇! 그렇게 기척을 드러내면서 소리를 크게 내려고 하면 안 되지.”


그 말에 서문옥이 마음을 진정시켰다.


“좋아. 손을 뗄 테니 조용히 있는거다?”


끄덕끄덕.


고개가 끄덕여진 후 인영의 손이 서문옥의 입가에서 떨어졌다.


“후우.....”


“뭐야 놀랐어?”


“놀라지 않겠습니까?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그야 우리 누님께서 새 남자를 들였다는 이야기가 들려서 말이지.”


“하아.....스승님.”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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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화 강자로서의 위치 23.12.11 68 1 11쪽
34 34화 검심태동 23.12.11 60 0 12쪽
33 33화 일 초식의 싸움 23.12.10 59 0 11쪽
32 32화 협박 23.12.09 69 0 11쪽
31 31화 비무의 끝 23.12.08 93 2 12쪽
30 30화 비무첩 23.12.08 92 1 11쪽
29 29화 가르침 23.12.07 101 2 13쪽
28 28화 광화는 광화일뿐이다 23.12.05 112 2 13쪽
27 27화 사손과 사조의 대련 23.12.04 114 2 12쪽
26 26화 광화 +2 23.12.03 118 2 11쪽
25 25화 비도탈명 23.11.28 125 2 11쪽
» 24화 질투 23.11.26 127 3 12쪽
23 23화 사패 23.11.24 129 3 12쪽
22 22화 거래 23.11.23 128 2 11쪽
21 21화 추궁 23.11.21 141 2 14쪽
20 20화 절정고수와의 싸움 23.11.18 145 2 12쪽
19 19화 수련 23.11.17 138 3 12쪽
18 18화 별격 23.11.15 145 3 12쪽
17 17화 문검 23.11.13 136 3 12쪽
16 16화 이름 23.11.12 159 4 13쪽
15 15화 갈등 23.11.10 163 3 11쪽
14 14화 대성 23.11.09 170 2 12쪽
13 13화 흑령회의 경합 23.11.07 178 4 12쪽
12 12화 호법 +1 23.11.06 202 5 11쪽
11 11화 결투로 잃어버린 것과 얻은 것 +1 23.11.05 227 7 11쪽
10 10화 기이한 사제 +1 23.11.04 244 5 12쪽
9 9화 혈경 +1 23.11.03 263 4 11쪽
8 8화 허장성세 +1 23.11.01 280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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