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무사가 아카식레코드를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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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3.10.2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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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8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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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화 절정고수와의 싸움

DUMMY

20화 절정고수와의 싸움




왜인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최고조였다. 불어오는 바람도 떨어지는 낙엽도 생생하게 느껴졌다.


바람을 거스르고 날아오는 검날의 흐름은 물론 변초까지도 왠지 모르게 알 수 있었다.


‘묘하게 닮아있는걸? 스승의 검과...’


생각은 잠시 뿐이었다.


계속해서 날아드는 검을 피하기 위해 다시 집중했다. 막고, 흘리고, 피해낸다. 장의호는 계속해서 이어지는 연환초식을 피하는 것에 점점 흥이 올라갔다.


마치 기분 좋은 놀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런 그의 심경은 자연스레 얼굴로 드러났다.


“감...히...”


“다 보여.”


“뭐??”


“너의 초식의 변화와 흐름이 모두 훤히 보인다고.”


“이 애송이 놈이이이이이이이이!!!!!!!!”


마치 공기가 들끓을 듯한 기세였다. 칼을 맞대는 것조차 수치스러웠던 상대에게 조롱당한다는 것.


공설에게 있어선 안 되는 일이었다. 이렇게 수치를 당한적은 이미 까마득한 옛날에나 있었던 일이었기에 더욱 내성이 적었다.


삼성의 내력이 점점 불어나 육성에까지 이르르자 공설의 검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확연히 달라졌다.


“핫. 헉.”


피하는데 진력을 다하는 장의호의 입에서 단내가 조금씩 흘러나왔다.


아무리 성장이 빨라도 지금 당장은 어찌 할 수 없는 내공량의 차이. 서문옥의 안배가 아니었다면 이미 갈가리 찢겨져 있을 상황이었다.


서문옥은 강규와의 가벼운 대련을 펼치며 삭풍검법의 중반부까지의 형과 흐름을 파악했다. 그 흐름을 자신의 검초에 넣어 장의호와 싸웠기에, 장의호가 공설의 삭풍검법에 대응 할 수 있었다.


허나 점차 공설의 기세가 강해지자 그 정도로는 무리였다.


절정 고수와 이제 막 일류에 도달한 이의 차이가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한 초식, 한 초식 막아낼 때마다 발이 바닥을 파고들었다.

상대의 검에 실린 경력이 장의호의 보검을 금방이라도 잘라낼 것처럼 으르렁 거렸다. 보검이기에 간신히 버텨내고 있었다.


서로간의 기세가 조금 전과는 정반대로 바뀌어 공방이 흘러갔다.


서문옥이 전할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삭풍검법의 초중반부.

서문옥이 연습시켜주지 못한 중후반부의 초식들이 모습을 조금씩 드러낼 때마다 장의호는 형편없이 밀렸다.


“어디 다시 한 번 지껄여봐라!!”


공설이 거세게 물어도 장의호의 입에선 말 한마디 나오지 않았다. 장의호에게는 그럴 여력 자체가 없었다.

정신을 한순간이라도 놓아버리면 분명 검하고혼이 될 터.


공설의 검 끝은 바람이 아니라 마치 독사처럼 끊임없이 장의호의 살을 탐했다. 몸에 생겨난 생채기는 이미 한둘이 아니었다.


뚜욱. 뚝.


각 상처에서 조금씩 흐른 피가 모여 작은 웅덩이를 만들 정도였다.


“자! 자!”


보란 듯이 예고하며 펼쳐지는 초식.

공설은 이미 칠성의 공력으로 후반부의 초식을 하나씩 펼치고 있었다.


풍마초언(風磨草偃), 풍검음로(風劍飮露), 풍류운산(風流雲散)에 이르기까지, 삭풍검법의 정화를.


하나하나가 절초로, 어지간한 고수라면 금세 목이 달아났을 터였다.

장의호가 지금도 살아있는 것은 단지 공설이 전력을 다하지도 않고, 초식을 죽이기 위해 펼치고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장의호를 자신의 제자나 부하 어느 쪽으로든 데려가려고 했던 초기의 목적과 자신의 분풀이, 이 두 가지 덕택에 장의호의 목이 붙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은 탓에 공설은 상대의 전의를 꺾고자 초식을 계속해서 펼쳤다. 풍마초언의 초식이 장의호의 어깨를 훑으며 지나갔다.


지금 그는 명백히 자신의 목적과 즐거움을 위해 똑같은 초식을 몇 번이나 펼치고 있었다.


단지 그는 예상하지 못하고 있었다. 초식을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초식이 간파되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절초란 어디까지나 그 모습을 보이지 않을 때나 절초인 것. 몇 번이나 보여선 안 될 일이었다. 계속해서 초식을 내보이지 않았다면 그대로 손쉽게 승리를 거머쥐었을 터.


그의 여유와 원한에서 나온 행동이 승부의 행방을 조금씩 바꾸고 있었다.


주르륵.


장의호의 집중도가 높아짐에 따라 그의 입가에서 침이 흘러내렸다. 본인이 의식하지도 못한 채. 자신조차도 잊어버린 채 그저 눈앞에 날아오는 참격에 집중했다.


장의호의 전신을 파고드는 풍마초언의 변초가 피부를 옅게 스치고 지나갔다. 이번에는 조금 깊게 들어간 탓인지 피부가 갈라지며 선혈이 흘러나왔다.


‘조금만 더. 더..’


장의호는 삭풍검법의 후반부 세 초식을 말 그대로 몸과 머릿속에 새기려 하고 있었다.


그저 평범하게 승부를 냈다면, 이렇게 길어질 일도 아니었건만.


공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분노를 품고 초식을 펼치기에 초식의 흐름이 단조로워졌고, 그것은 장의호에게 있어 천운이나 다름없었다.


공설의 검로가 잠시 멈추고, 풍류운산을 펼치기 위한 기운이 모이는 찰나의 순간,


장의호가 공설보다 한 발짝 먼저 움직였다.


감정에 젖어 느슨해진 공설의 검은 감정에 휘감은 채로 휘둘러졌고, 일체의 잡념이 들어가지 않은 장의호의 검이 마치 시간과 공간을 베듯이 매끄럽게 그어졌다.


촤악!


“크.....흑...”


비명이 공설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이....이런 말도 안....되는.”


장의호 같은 애송이에게 베여 자신이 피를 흘리고 있었다. 인정 할 수 없었다.


공설은 피를 토해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각혈.


“후우....”


순식간에 긴장이 풀린 장의호의 입에서 한숨이 흘러나왔다.



공설의 칼날은 장의호를 제대로 베어내지 못했다. 그저 어깨부터 팔에 상흔만을 남겼을 뿐.


오히려 이득을 본 것은 장의호였다. 한 발 먼저 움직인 탓에, 공설은 몸으로 모든 검초를 받아낼 수밖에 없었다.


“내....내가 졌....다고?”


“......”


“이렇게 새파란 애송이....에게?”


“늙은이.”


잠자코 듣고 있던 장의호가 입을 열었다.


“내가 이겼잖아. 애써 서서 버티지 말라고.”


“이...이..”


공설의 말은 제대로 이어지질 않았다.

절정고수의 내력으로 한사코 버티고 있지만 무리였다. 오장육부가 손상되고 잘려진 이가 어찌 오래 버티겠는가.


분노의 눈길로 장의호를 매섭게 노려보던 것도 잠시.


장의호가 한손을 내밀어 공설의 어깨를 밀었다. 그러자 마치 걸려있던 요술이 풀린 것처럼 공설의 뒤로 쓰러졌다.


“으....”


바닥을 짚으려던 손이 싸늘히 굳어지고 멈췄다. 강소성의 소주를 풍미했던 풍운아 공설의 최후였다.


그것을 본 장의호는 그때가 되어서야 자신의 생존했다는 사실을, 승리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다.


‘내가 이겼다....내가 살아남았다고!.‘’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자신의 승리를 만끽했다.


하지만 그런 장의호의 기쁨도 잠시, 온 내력을 탕진한 그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후우.....후우.”


호흡을 고르며 기를 가다듬는 그의 머릿속에는 승리도 곧 사라지고 수마가 찾아왔다.


‘아....흐...흑령회는.’


흑령회의 일을 떠올리던 장의호는 기절하듯이 잠이 들었다.


그런 그의 곁으로 서문옥과 강규 등이 모여들었다. 강규의 눈은 복잡한 심정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아무리 제자를 벌레처럼 여겼다고는 하지만 자신의 스승이 죽은 것이다. 그것도 얼마 전까지 자신보다도 약했던 애송이에게.


그의 안에서 온갖 감정이 소용돌이 칠 수밖에 없었다.


그와 반면 조옥란의 얼굴 속에는 두려움과 경악뿐이었다. 그 실력에 절정고수를 쓰러트린 장의호가 같은 인간인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온갖 감정이 소용돌이치는 가운데 서문옥만이 평상시의 모습 그대로였다.


“아무래도 이대로 그냥 끝날 것 같지는 않군.”


서문옥의 말이 끝나자마자 다수의 함성소리가 들려왔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보게 어떻게 된 거지? 흑령회의 인원들 같아 보이는데. 구경삼아 왔을 리도 없을 테고.”


서문옥이 강규에게 물었다.


“아마 공설의 부하와......그와 친했던 간부까지 온 것 같습니다.”


“쯧.”


서문옥이 혀를 찼다.


‘이래서 흑도인들이란.’


분명 일 대 일의 결투가 아니었던가. 여차하면 인원수로 밀어붙이려 했던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모두 조심하게.”


서문옥은 말한 직후 몰려오는 적들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녀의 칼의 한번 휘둘러질 때마다 피가 휘날렸다.


수십에 달하는 이가 순식간에 땅바닥을 뒹굴었다.


공포에 사로잡혀 서문옥 주변의 인파가 주춤하는 사이 그녀가 입을 열었다.


“말해두지만, 불문에 연이 있는 자로서 목숨까지 가져갈 생각은 없느니라.”


홱!!


말하는 것이 빈틈이라고 여긴 흑령회의 간부 한 명이 뒤에서 은밀히 비수를 날렸다.


비수가 날아오는 것과 동시에 그녀의 손이 뒤로 움직였다.


쭉 뻗은 손에 들린 검이 비수의 옆면과 접하는 것과 동시에 흡기를 운용해 비수를 붙잡고는 날아왔던 궤적의 반대로 다시 날렸다.


푸욱.


비수를 날렸던 이가 자신의 복부로 비수를 받아냈다.


“우웨엑.”


그는 단전의 바로 위 중요 경맥이 잘리고 바로 토혈했다.


“허나 아직 수행이 부족한 몸. 죽지는 않아도 죽고 싶어질 정도로 괴로울 것이다.”


그녀의 협박에 자리에 있는 흑령회의 모든 이들이 오싹함에 몸을 떨었다.


마치 양떼 속에서 사나운 늑대 한 마리가 뛰어든 모습이었다. 누구 제대로 나서지 못했다.


싸움은 그걸로 끝이었다. 강규가 나서서 흑령회의 인원들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거야 원....그렇게 기세등등하게 달려들더니.”


서문옥이 순한 양처럼 강규를 따르는 흑령회의 인원들을 보며 말했다.


“지휘하던 간부가 박살이 났는데 감히 반항할 수가 있겠습니까?”


“.....”


“누구보다도 힘을 쫓는 이들이 흑도인들입니다.”


“그래서 왜 자네의 말을 따르는 건가? 아무리 그래도 우두머리의 원수와....그와 함께 있는 우두머리의 제자 아닌가.”


“......제대로 된 방파였다면, 제대로 된 수장이었다면 이렇게 쉽게 되지는 않겠죠.”


“흐음....꽤나 심했나 보군.”


“폭군은 누구도 따르지 않기에 폭군입니다.”


“....무섭군. 사람의 독심이란. 다 끝나서 하는 말이네만 자네가 무공을 알려준 것은 고맙게 생각하네.”


“딱히 고마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저도 제 필요에 따라 한 일이니. 오히려 덕분에 살아남은 제가 감사를 해야 할 입장입니다.”


“....”


미묘한 입장의 서문옥은 딱히 할 말이 없었다. 강호의 무인들에게 있어 때때로 목숨보다 더 중한 것이 무공이 아니던가.


그런 무공을 받은 입장에서 무어라 할 말이 있겠는가. 왠지 모를 찝찝함에 입을 다물 수밖에.


그런 서문옥의 마음과는 달리 강규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가 선택한 일이었다. 한번 선택한 것으로 끝난 일이고 그것에 연연하는 것은 쓸데없는 일이라 생각하는 강규였기에 살아남은 것으로 충분히 족했다.


이것은 흑도와 정파의 가치관에서 오는 차이였다.


비록 구파일방 같은 주류는 아니지만 정파 중에서 상당한 위치를 가진 검각에서 자란 이와 흑도에서 생존 하나만을 위해 살아온 이. 비록 둘은 같은 공간에서 숨 쉬고 있지만 같은 세상에서 살고 있지는 않았다.


“빚진 것으로 해두지.”


그 말을 끝으로 일행은 그 자리를 정리하고 각자가 머무는 곳으로 발을 옮겼다.


‘빚이라고?...’



***



장의호가 깨어난 것은 싸움이 끝나고 일주일 후였다. 막 자리에서 일어난 그에게 영문도 알 수 없는 이야기가 들려왔다.


“네가 흑령회를 맡아라.”


‘......뭔 헛소리야?’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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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화 검심태동 23.12.11 60 0 12쪽
33 33화 일 초식의 싸움 23.12.10 59 0 11쪽
32 32화 협박 23.12.09 69 0 11쪽
31 31화 비무의 끝 23.12.08 93 2 12쪽
30 30화 비무첩 23.12.08 92 1 11쪽
29 29화 가르침 23.12.07 101 2 13쪽
28 28화 광화는 광화일뿐이다 23.12.05 112 2 13쪽
27 27화 사손과 사조의 대련 23.12.04 114 2 12쪽
26 26화 광화 +2 23.12.03 118 2 11쪽
25 25화 비도탈명 23.11.28 125 2 11쪽
24 24화 질투 23.11.26 127 3 12쪽
23 23화 사패 23.11.24 129 3 12쪽
22 22화 거래 23.11.23 128 2 11쪽
21 21화 추궁 23.11.21 141 2 14쪽
» 20화 절정고수와의 싸움 23.11.18 146 2 12쪽
19 19화 수련 23.11.17 138 3 12쪽
18 18화 별격 23.11.15 145 3 12쪽
17 17화 문검 23.11.13 136 3 12쪽
16 16화 이름 23.11.12 159 4 13쪽
15 15화 갈등 23.11.10 163 3 11쪽
14 14화 대성 23.11.09 170 2 12쪽
13 13화 흑령회의 경합 23.11.07 178 4 12쪽
12 12화 호법 +1 23.11.06 202 5 11쪽
11 11화 결투로 잃어버린 것과 얻은 것 +1 23.11.05 227 7 11쪽
10 10화 기이한 사제 +1 23.11.04 244 5 12쪽
9 9화 혈경 +1 23.11.03 263 4 11쪽
8 8화 허장성세 +1 23.11.01 280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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