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무사가 아카식레코드를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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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3.10.2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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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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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4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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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화 사패

DUMMY

23화 두들김



“......무슨 일로?”


이마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장의호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말할 여유도 없어 용건만 묻는 말이었지만 장의호의 내심은 달랐다.

찾아와준 것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악몽같은 수련을 끝내준 분타주의 얼굴에서 빛이 나는 것처럼 느낄 정도였다.


“음....방해한 겐가???”


분타주는 장의호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이어 서문옥의 눈치까지 살폈다. 마치 주인 잃은 강아지마냥 살피는 우스꽝스러운 분타주의 모습에 서문옥이 안으로 초대했다.


“....올라오시죠.”


서문옥의 말을 듣고 본채로 들어온 분타주가 장의호를 흘깃 쳐다보고는 말을 꺼냈다.


“그.....자네가 부탁한 것 말인데.”


“.......아까 말씀드렸던 것 말입니까?”


“그...그렇다네.”


굉장히 지친 모습인데다 장의호의 표정이 좋지 않아, 분타주가 마음을 졸이며 대답했다.


“말씀해 주시죠.”


물론 장의호는 지쳤을 뿐, 분타주에게 불만 따위는 가지고 있지 않았다.

분타주의 지레짐작이었다.


“어떤 내용입니까?”


서문옥이 둘 사이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개방과 거리를 두라고 말한 것이 바로 좀 전이거늘, 뜻밖의 방문에 서문옥은 내심 껄끄러웠다.


그녀에게 있어 개방은 능글맞다는 인상밖에 없었기에 더욱 그러했다.


분타주는 그녀의 물음에 답하기에 앞서 장의호의 얼굴을 살폈다. 어떻게든 장의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찾아오긴 했으나 서로 말을 맞춘 것이 없으니 뭐라 답해야 할지 고민이었기 때문이다. 지금 이 내용을 말해도 그의 스승에게 말해도 되는 것인지 아닌지.


“음...혹시 아까 부탁드린 놈들의 동향입니까?”


장의호는 피곤한 머리를 간신히 굴린 후 물었다. 장의호가 판을 깔아주자 분타주는 그것에 바로 맞춰주었다.


“그렇다네. 그게 말이지. 자네와 만나고 우연히 흑령회에 대한 소식이 몇 개 들어와서 말일세. 어디 보자.”


우연, 분타주의 그 말은 거짓말이었다. 아무리 개방이라고 해도 천리안처럼 모든 것을 언제나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이 정보는 장의호에게 선심을 사고 싶은 분타주의 필사적인 몸부림으로 인한 성과였다.


그는 장의호와 헤어지자마자 급하게 밑의 거지들을 닦달해 얻어낸 자료와 이곳저곳을 수소문해서 자료들을 얻어내었고, 급하게 정리해 이렇게 찾아온 것이다.


자신의 몸을 뒤지던 분타주가 한 장의 종이를 꺼내 읽기 시작했다.


“흑령회은 네 명의 우두머리 중 문검 공설이 자네가 바로 일주일 전에 쓰러트린 이 라는건 자네도 익히 알고 있을 걸세.”


“예.”


“강호인들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나 흑도는 체면에 민감하면서도 화급한 이들이 대부분인지라, 자신들과 같은 위치에 있는 이가 쓰러졌다면 다 같이 몰려와도 이상하지 않다네. 헌데 이상하게도 문검과 같이 흑령회를 다스리는 이는 딱히 아직까지도 움직임이 없었네. 이상하게도 말이지.”


“.....확실히 그건 그렇군요.”


서문옥이 그의 이야기에 동조했다. 지난 일주일동안 몸을 최고조로 끌어올려 상대의 공격을 기다리던 자신이 바보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평온한 일주일이었다.


뭣하면 제자를 데리고 보타암으로 피신할 생각까지 했는데 말이다.


“그래서 알아보니 아무래도 흑령회 세명의 우두머리는 소주에는 없다 는 결론에 이르렀다네. 그들 세 명은 지금 혈영방에 인사차 방문했다는 것 같네. 뭐 말이야 인사지만 결국 그들은 혈영방 산하의 조직 중 하나. 얼굴 도장을 찍으려고 열심인 거겠지. 무림 사패 중 하나인 혈영방으로서야 아무래도 좋은 산하 조직이지만 말일세.”


“사패....라고 하시면?”


장의호가 모르는 이야기가 흘러나오자 물었다.


“음. 사패는 무림의 가장 큰 세력을 가진 네 곳을 말하는 거라네.”


“......”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자신이 죽은 지 이십 년 사이에 꽤나 많은 것이 변해버렸다.


“저번에도 자네가 들은 북전성이 사패 중 하나라네. 장강 이북에서 자리 잡고 사패 중 가장 수수께끼가 많은 세력이지. 둘째로 구파일방의 주축이 되어 만든 무림맹. 자네 사부께서도 무림맹에 속해있다네. 정확히 말하자면 검각이 무림맹에 속해있으니까 말일세. 그리고 마교와 혈영방까지 해서 총 네 개의 세력을 일컬음이지.”


“......혈영방이라.”


장의호가 중얼거리며 고심했다.


“딱히 걱정할 것 없다네. 그들로서야 이런 절강의 작은 지역에 있는 하부조직 하나를 위해 검각을 적으로 돌릴 생각은 없을 테니.”


“그렇군요.”


“지금 자네가 상대해야 하는 것은 흑령회라네. 아무래도 자네가.....기명제자이다 보니 그들로서야 딱히 검각을 염두에 두진 않을 걸세. 물론 소검후께서 자네를 그렇게 취급할 리는 없겠지만 말일세.”


“음.”


분타주의 말에 서문옥이 수긍했다.


“소검후께서는 어떻게...하시려는지?”


분타주는 어떤 정보를 더 취합해서 모아다 주어야 할지를 알기 위해 물었다.


“무인이라면 스스로 길을 개척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분타주는 소검후의 뜻을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역시....광화(狂花)의 제자답군.’


분타주는 소검후의 스승인 검후를 떠올리자마자 소름이 끼치고 몸이 떨렸다.

검후와 소검후. 둘은 전혀 다른 기질의 사제지간이지만 역시 어딘가 비슷한 데가 있다고 느겼다.


물론 서문옥도 장의호가 누워있는 사이 불똥은 치워줄 생각이었지만 자리에서 일어났으니 자신이 나설 자리는 없다고 여겼다.


강호에서 기명제자가 갖는 위치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제자가 죽게 내버려둘 생각은 없었다. 그녀는 그저 제자를 자신의 뒤처리를 스스로 못하는 이로 키울 생각은 없었기에.


“해서 마저 이야기하겠네만.”


분타주가 장의호를 보며 말했다.


“아 예.”


“흑령회의 주축인 네 명은 모두 절정고수와 일류고수 사이의 문턱쯤이라는 게 무림의 평일세. 개중 가장 강했다고 알려진 이가 문검이라네. 문검은 이제 세상을 떠났고, 나머지 세 명을 어떻게 상대하느냐가 자네가 고민해야 할 일이지. 대충 알아보니 혈영방에 있는 나머지 세 명은 여기에서 벌어진 일을 모른다고 보고 있다네.”


“....아직도 모른다...는 말입니까?”


“이상하겠지. 나도 그들의 지금도 가만히 있다는 것이 정말 이상하게 여겼다네. 하지만 그것이 아니고서는 그들의 행동을 설명할 수가 없지.”


“......”


“전에도 말하지 않았나. 평생 조직을 모르고 살아온 네 명이 만든 조직이라고. 그들 조직은 네 명의 우두머리라는 특수한 상황인데다 그들은 조직 운영은커녕 방파로서는 빵점에 가깝다네. 그렇기에 소식 전달이라는 것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거지.”


“하.”


장의호가 감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세 명 중 한명이 지금 소주로 돌아오고 있다는 하더군. 꽤나 여유를 부리는지 한 달 정도면 돌아올 것 같다네. 계속해서 본 방의 일원들이 알아보고 있으니 가까이 오면 기별하겠네.”


말을 마친 분타주가 종이를 다시 품에 넣었다.


“감사합니다.”


“못난 제자 때문에 괜한 수고를 하시는군요.”


장의호와 서문옥이 차례로 인사했다.


“아니, 아니. 저런 인재를 한눈에 알아본 소검후의 안목에 감탄할 따름이라오. 그러니까 음....기명제자로 받은 것 아니겠소?”


“하하.”


묘하게 장의호를 띄워주는 분타주의 말을 서문옥이 가볍게 웃음으로 받아넘겼다.


“그럼.”


분타주가 인사를 마치고 발을 밖으로 향했다. 분타주가 나가고 대문이 닫히자 서문옥이 장의호를 불렀다.


“의호야.”


“예.”


“조심하거라. 개방과.....너무 엮인 건 어쩔 수 없지만 .....어느 정도 경각심을 지니고 대하거라.”


“알겠습니다.”


분타주와 장의호의 기묘한 관계를 모르는 서문옥은 그저 걱정만이 들 뿐이었다. 더 하고 싶은 말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둘 사이의 거래는 자신이 말을 하기도 전에 일어난 일이고, 지금 개방에서 전해오는 정보는 아주 유용했기에 무어라 할 말이 없었다.


어차피 흑령회와의 싸움은 기정사실, 정보는 많을수록 좋았기에. 그저 새로 생긴 자신의 제자가 앞으로 개방과의 관계를 어떻게 해나갈지가 걱정될 뿐이었다.



“오늘은 이만 쉬거라.”


지칠대로 지친 장의호를 배려한 서문옥이 말을 건넸다.


그리고 그 날 장의호는 자신이 언제 잤는지도 모른 채, 수마에 빠져들었다.



***



깊은 수면을 취하고 다음날 중천이 지나서야 장의호가 일어났다.


“늦었구나.”


“죄송합니다.”


“그럼 오늘도 바로 시작하자꾸나.”


‘......젠장.’


끼니도 거른 채 바로 수련이 시작되었다. 지난 수련을 겪으며 서문옥의 성정이 어떠한지 파악한 장의호는 식사 이야기는 꺼낼 수도 없었다.


분명 식사 이야기를 꺼냈다면 수련 중의 손속이 더욱 매서웠을 터. 장의호는 이 추측이 결코 혼자만의 착각이 아니라는데 돈도 걸 수 있었다.


‘오늘도 벽곡단인가.’


기의 회복에 도움이 되는 재료를 넣었다지만 벌써 두 달이 지난 후였다. 맛도 없는 환약을 씹어 삼키고 있자니 미칠 지경이었다.


장의호는 한입에 벽곡단을 털어넣었다. 그러자 서문옥의 말이 들려왔다.


“어제처럼 자세를 잡고 계속해서 운기하며 기를 전신에 두르거라.”

“......”


어저께처럼 반 시진이 되자 장의호의 전신에서 땀이 비 오듯 흘렀다.


“후우우우.”


숨을 내쉬는 장의호를 보며 서문옥이 물었다.


“문검은 상대할 때 어떠했느냐?”


“....강했습니다.”


“그래. 그는 강했지만 졌다. 하수인 너에게. 어째서일까?”


“.......”


장의호는 머리를 굴렸지만 제대로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온 몸에 기를 두른다 라는 그 행위에 온 정신과 몸이 집중한 탓이었다.


“그는 강했을지 몰라도 무인 아니 승부사로선 삼류였다.”


“.....그게 무슨...”


의아한 말이었다.


“그 정도의 연기경(練氣境)에 도달할 때까지 그도 그 나름대로 시련도 겪고 수련도 해왔겠지. 허나 그것만으로 승부에 이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압도적인 강자 , 그렇기에 나약했다. 자신의 우세한 경지에 있을 때만 이길 수 있는, 승부사로서는 삼류의 무인.”


“.....삼류라고요?”


“당연한 것이 아니냐. 그렇지 않았다면 네가 어떻게 이길 수 있었겠느냐.”


“.......”

“명백히 자신보다 아래에 있는 애송이. 기세도 기의 총량도 모두 별 볼일 없는 이를 상대로 진심도 발휘하지 않고 방심하다 목숨을 잃은 것이다. 바꿔 말하면 너에게 운이 따라준 것이지. 허나 다음에도 그런 운을 바랄 수 있겠느냐?”


좀처럼 인정하기 싫은 말이었다. 삼류였던 자신이 절정의 고수를 꺾은 일이지 않은가.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마음은 그렇지 않았다. 그리고 서문옥은 장의호의 그 마음을 훤히 꿰뚫어 보고 있었다.


적어도 자신의 제자가 된 이가 자만에 빠지는 꼴을 보고 싶지 않았기에 그녀는 더욱 엄하게 나섰다.


이런 승부 따위로 자만심을 얻기엔 그녀의 제자는 아직 약하고 미숙했다.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철은 뜨거울 때 쳐라.


그녀가 생각했을 때 장의호는 이제 막 달아오르는 시기로, 이럴 때 두드리고 또 두드려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모르겠느냐?”


“.....그러나 경지가 낮은 이가 고수를 상대로 이기는 것은 기적과도 같은 일이지 않습니까.”


납득한 기색이 보이지 않는 장의호였다.


“쯧.”


그녀가 혀를 찼다. 오늘 눈앞의 철을 강하게 두드려야겠다는 결심을 하며.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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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화 검심태동 23.12.11 60 0 12쪽
33 33화 일 초식의 싸움 23.12.10 59 0 11쪽
32 32화 협박 23.12.09 70 0 11쪽
31 31화 비무의 끝 23.12.08 93 2 12쪽
30 30화 비무첩 23.12.08 92 1 11쪽
29 29화 가르침 23.12.07 101 2 13쪽
28 28화 광화는 광화일뿐이다 23.12.05 113 2 13쪽
27 27화 사손과 사조의 대련 23.12.04 114 2 12쪽
26 26화 광화 +2 23.12.03 119 2 11쪽
25 25화 비도탈명 23.11.28 125 2 11쪽
24 24화 질투 23.11.26 127 3 12쪽
» 23화 사패 23.11.24 130 3 12쪽
22 22화 거래 23.11.23 128 2 11쪽
21 21화 추궁 23.11.21 141 2 14쪽
20 20화 절정고수와의 싸움 23.11.18 146 2 12쪽
19 19화 수련 23.11.17 139 3 12쪽
18 18화 별격 23.11.15 145 3 12쪽
17 17화 문검 23.11.13 137 3 12쪽
16 16화 이름 23.11.12 159 4 13쪽
15 15화 갈등 23.11.10 163 3 11쪽
14 14화 대성 23.11.09 170 2 12쪽
13 13화 흑령회의 경합 23.11.07 178 4 12쪽
12 12화 호법 +1 23.11.06 202 5 11쪽
11 11화 결투로 잃어버린 것과 얻은 것 +1 23.11.05 228 7 11쪽
10 10화 기이한 사제 +1 23.11.04 244 5 12쪽
9 9화 혈경 +1 23.11.03 263 4 11쪽
8 8화 허장성세 +1 23.11.01 280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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