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무사가 아카식레코드를 손에 넣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3.10.24 13:30
최근연재일 :
2023.12.11 19:52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7,470
추천수 :
129
글자수 :
180,249

작성
23.12.09 22:38
조회
69
추천
0
글자
11쪽

32화 협박

DUMMY

32화 협박




“말도 안 되는...”


스승과 함께 대결을 지켜보던 서문옥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딱히 장의호가 승리하리라곤 생각지 못했다. 고작해야 무승부가 나지 않을까 여겼거늘.


그래서 목숨이나마 건질 수 있도록 스승과 함께 지켜보던 그녀에게 있어 놀라운 결과였다. 그녀는 공설은 최선을 다하지 아니했기에 죽었고, 마원 때는 장의호의 임기응변이 무섭게 잘 들어맞은 결과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세 번의 행운은 없을 거라 생각했거늘.


“말했지 않느냐. 그저 스스로 택한 길을 정답으로 만들면 그 뿐이라고.”


“.....”


서문옥은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방금 전의 대결을 머리 속에서 곱씹을 뿐.


“그년 참. 새 서방이 이겼는데 어지간히 심각한 얼굴이구나.”


스승의 깐죽거림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게.....가능한 일인가?’


짜악!


서문옥의 엉덩이에 따귀가 작렬했다.


“정신 챙기거라.”


“.....따갑습니다.”


“그럼 따갑지 않으라고 때렸을까?”


“......”


“성장이란 언제나 완만한 것은 아니다. 작고 사소한 계기로도 변할 수 있지.”


“....저게 변했다고 말할 수준입니까.”


서문옥은 외치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누른 채 담담히 물었다.


“말했잖느냐. 저 아이는 자신을 믿고 그저 앞으로 나아가면 된다고. 저 아이에게는 날개가 있어. 아주 커다란 날개가. 땅에서 기어 다니는 평범한 이들과는 다르다면 그에 걸맞은 결과가 나오는 것도 당연하지.”


그렇게 말하는 손전옥의 얼굴은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




“와아아아아!”


군중들의 반응이 더없이 뜨거웠다.


설마하니 약관도 되지 않은 젊은이가 흑령회의 네 축 중 셋이나 제거하다니. 말 그대로 호가사들의 입에서나 나올법한 일이 실제로 눈앞에서 일어나지 않았는가.


여기 모인 이들은 대부분이 강호에 적을 두고 있는 자들. 그렇기에 그들의 열광은 당연했다.


강해지고자 하는 이들, 즉 무인이기에 더욱 장의호를 경외하며 열광할 수 있었다.


단지.....그 환호성의 주인공이 제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랄까.


‘.....멈추질 않는군.’


코피가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허공법계에 들어간 탓일까. 의식의 끈을 간신히 붙잡고 있는 정도였다.


장의호는 귓가에 무언가가 들려오기는 해도 그것에 신경 쓸 여력은 전혀 없었다.


“보자, 그러면 이제 흑령회는 해산인가?”


“그야 그렇지. 교룡이야 그냥 교룡일 뿐이잖아. 항상 땅에 엎드려 있는.”


묘한 압력이 악숭위에게 집중되었다.


흑령회의 우두머리 중 유일하게 남은 자. 허나 그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복지교룡.


연못에 엎드린 이무기라는 별호는 결코 그의 재능이 용과 같다고 여겨져 붙여진 것이 아니었다.

연못 속에 숨어 있는 교활한 뱀이라는 뜻에 붙여진 별호였다.


그는 그만큼 항상 자신을 드러내지도, 위험 속에 뛰어들지도 않고 상황을 움직이고 주도하면서 빠져나온 이였다.


돌다리를 두드리는 것조차 남을 시키며 살아온 자라는 것이 그에 대한 강호 무림의 평이었다.


꾸우욱.


악숭위라고 귀가 없겠는가? 더군다나 지금 이 상황에서 들려오는 것들은 평상시 아무렇지 않았던 이야기들마저 귀를 따갑게 했다.


그만큼 무림인으로서의 생명이 위태로웠다.


무림인이 무엇으로 사는가. 그 물음에 대한 답은 제각각 다르겠지만 악숭위에게 있어선 다름 아닌 명성이었다.


지금 그 수십 년간 쌓아온 것들이 사라지려 하고 있기에 그의 머리가 뜨겁다 못해 쑤셔왔다.


‘후우........빌어먹을.’


하다못해 양패구상이라도, 아니 심각한 내상이라도 입혔다면 어떻게든 비벼보겠는데. 그럴 엄두가 나지 않았다.


혈영방에게서 얻은 호신공을 죽어라 익힌 이정지가 저렇게 토막이 난 채 죽어갔는데 이렇다 할 패도 없이 어떻게 도전 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밉건 곱건 수십 년간 동고동락한 이들이 죽었는데도 저러고 있는 걸 보니 대단하긴 하군. 그냥 연못에서 엎드려 자는 돼지가 아닌가.”


우득.


악숭위가 손이 저절로 움직였다.


‘멍청한 놈들. 시세를 아는 자가 준걸이거늘.’


철저히 생존이라는 명제를 좇아온 그 다운 생각이었다.

무인으로서의 의기 따위는 전혀 찾을 수 없고, 오히려 주변의 무인들을 욕하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그렇기에 지금까지 살아왔을 수 있었다.


단지 인생에 있어 회피할 수 없는 일은 분명 존재하고, 그것이 오늘이라는 것이 악숭위의 불운이었다.


[뭐하는 거냐]


악숭위의 귓가에 전음이 들려왔다.


‘어기전성(御氣傳聲)!!!’


악숭위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기전성이란 전음보다도 상승(上乘)의 수법으로 절정에 든 이들 중에서도 초입을 지나 외기의 사용에 능숙해진 자들이나 구사하는 수법.


그가 급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네놈이 볼 수 없는 먼 곳에서 말을 전하고 있음이니, 그렇게 둘러보아도 소용없다.]


악숭위는 문자 그대로 귀를 찌르는 듯한 느낌에 인상을 찡그렸다.


어기전성을 사용한 이음상인(以音傷人)이었다. 도대체 얼마나 윗줄의 고수이길래 이런 짓이 가능한 건인지 악숭위는 의아해하면서도 온몸을 떨었다.


마음만 먹으면 자신 따위는 어기전성으로 자신을 죽일 수도 있는 이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무엇인지는 몰라도 자신의 행사에 불만을 가지고 있고. 그저 두려웠다.


[......네놈이 그러고도 무인이더냐?]


“읔.”


악숭위가 귀를 움켜잡았다. 경고의 의미가 물씬 담긴 어기전성이었다.


[네놈같은 버러지가 어디서 죽은들 내 알바는 아니지만, 대 혈영방의 이름 내걸고선 설마 이대로 물러날 셈이냐.]


‘....젠장.’


온갖 상황이 그에게 행동을 강요하고 있었다. 악숭위의 고민은 잠시였다. 그는 어디까지나 조심성이 많고 남을 이용할 뿐이지, 결단이 느린 것은 아니었기에.


“흑령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악숭위가 내공을 담아 사방에 외쳤다. 그러자 중인들의 시선이 바로 한데로 꽂혔다.

충분히 시선을 끌어 모았다고 악숭위가 말을 이었다.


“이번엔 내가 도전한다! 장의호!!!”


“오!!!”


중인들이 갑작스런 상황 변화에 함성을 토해냈다.


“교룡이 드디어..?”


“에이, 실력이 있으면 여태껏 가만히 웅크리고 있었겠어?”


“그래도 기본이 있지. 흑령회의 우두머리였는데.”


“그 우두머리 중 네 명중 세 명이 기본이 없어 목이 달아났나?”


“.....”


중인들의 여러 말소리가 바람을 타고 악숭위의 귀에 들려왔지만 그에게 중요한 것은 따로 있었다.


“방홍 장로님.”


악숭위가 다시금 기를 실어 혈영방의 방 장로를 불렀다.


“왜 그러는가.”


“공증인이 되어주시겠습니까?”


“이를 말인가. 안 그래도 오랜 친구를 잃은 자네가 그런 의분을 보이는데, 여기까지 관여한 내가 설마 마지막까지 지켜보지 않고 떠날 거라고 생각했나?”


“감사합니다.”


악숭위가 방홍에게 다가가 포권을 했다. 그것을 본 방홍이 악숭위에게 다가가 어깨를 두들기려는 순간, 악숭위가 움직였다.


“컥! 어엌.”


순식간에 방홍의 몸에 점혈들이 찍혔다. 방홍은 마혈(痲穴)에 이어 노궁혈(勞宮穴) 곡지혈(曲池穴) 견정혈(肩井穴) 아문혈(啞門穴) 총 다섯 군대가 점혈되자 꼼짝도 하지 못하고 말 한마디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이것은 악숭위의 독문수법(獨門手法)으로 한 번 점혈된 순간 외부의 도움으로도 풀기 힘든 점혈법이었다.

점혈을 찍은 악숭위는 바로 방홍의 뒤로 돌아가 팔로 그의 목을 끌어안고 수하들의 사이로 들어가며 외쳤다.


“나오시오!!!”


“????!!!”


지켜보던 중인들은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인식이 따라가지 못했다. 그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느낄 뿐.


“나오라니....”


“미친 거 아냐? 혈영방을 건드리다니...”


사방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악숭위의 불안을 부채질했다.


“나오라니까!!!”


악숭위는 수하들 사이의 중앙 속으로 완전히 들어가면서 방홍의 목을 팔로 졸랐다.


“.......그 아이가 죽는다면 네놈도 죽는다.”


목소리가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하!!”


공터에서 멀리 떨어져 있던 나무에서 하나의 인영이 내려와 천천히 악숭위 쪽으로 걸어갔다.


느릿한 발걸음이었으나 한 발자국 걸을 때마다 반 장씩 나아가더니 금세 공터까지 당도했다.

그는 걷는 도중 손전옥과 시선이 마주치자 목례를 하고는 지나쳤다.


그는 공터에 도착하자마자 입을 열었다.


“네놈이 감히 죽고 싶어 미친 게 아니고서야-”


꾸우욱.


상대의 말을 듣지 않겠다는 듯이 악숭위가 바로 행동으로 나섰다.


“컥어어억.”


목이 졸린 방홍의 입에서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이어 악숭위가 품속에서 단검을 꺼내 방홍의 목에 가져다 댔다.


“.....”


명백한 협박에 혈영방 소속의 괴인은 말을 멈추었다.


“원하는 게 뭐냐.”


“일단 정체를 밝혀주시겠소? 귀하의 신분을 알아야 이쪽도 그에 걸맞게 대응해야 하지 않겠소.”


괴인의 얼굴에 노기가 떠올랐다. 하지만 방도가 없었다. 이렇게 가까이서도 이음상인을 쓴다고 해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는 상대의 기를 뚫고 고통을 주기 전에 방홍의 목이 떨어질 판이었다.


괴인의 입이 열렸다.


“혈영방의 대장로 막불의(莫不意)다.”


“과연. 대장로 쯤 되시는 분이니 그정도의 이음상인이 가능하시구려.”


히죽 웃는 악숭위의 얼굴을 보고 있는 막불의는 화가 치밀었다.

막내 장로인 방홍이 아니었다면 순식간에 포를 떠버렸을 것을.


“아아. 그 무서운 기세는 좀 멈춰주시지 않겠소?”


“.....”


막불의는 감정에 호응에 자연스레 일어나던 기를 억눌렀다. 심생종기(心生從氣), 마음이 일면 자연스레 기도 따른다는 고절한 경지를 체득하고 있는 자였다.


“후우...좋다...지금 당장 방 장로를 풀어주고 꺼져라. 그러면 살려주마.”


“하하하.....살려 준다라.....선심을 좀 더 쓰시지요.”


“네놈이 지금 대 혈영방에 칼을 들이대고 있다는 것은 알면서 그렇게 웃으면서 지껄이고 있는 것이냐.”


“잘 알고 있소. 허나 사람도 짐승처럼 궁지에 몰리면 누군가를 물 수밖에 없지 않겠소?”


“.......”


“나로선 혈영방의 이름을 걸고 안전을 보장받고 싶단 말이오.”


“......좋다. 혈영방의 이름으로 약조하지. 방홍을 순순히 풀어준다면 혈영방은 너에게 어떠한 위해도 가하지 않을 것이다.”


“시원시원해서 좋군. 받으시오.”


악숭위가 바로 풀어주었다. 그는 혈영방에 드나들면서 이미 막불의의 성격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거기다 혈영방의 기조와 막불의의 성격을 생각하면 약조는 분명히 지켜질 것이라 여겼다.


“내가 여기서 널 놓아준다고 네놈이 살 수 있다고 생각하나?”


“......설마하니 한 입으로 두말을 하겠다는 것이오? 혈영방의 대장로란 분이.”


“멍청한 놈.”


더 이상의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그 말을 끝으로 막불의가 천천히 물러났다.


악숭위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빌어먹을 늙은이 겁주기는.’


“정말이지 멍청한 놈이군.”


그런 악숭위의 귓가에 묘하게 장난기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선작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삼류무사가 아카식레코드를 손에 넣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 공지 +2 23.12.13 26 0 -
공지 제목 변경 공지 [무림 속 아카식 레코드]-[삼류무사가 아카식레코드를 손에 넣었다] 23.12.04 58 0 -
35 35화 강자로서의 위치 23.12.11 68 1 11쪽
34 34화 검심태동 23.12.11 60 0 12쪽
33 33화 일 초식의 싸움 23.12.10 59 0 11쪽
» 32화 협박 23.12.09 70 0 11쪽
31 31화 비무의 끝 23.12.08 93 2 12쪽
30 30화 비무첩 23.12.08 92 1 11쪽
29 29화 가르침 23.12.07 101 2 13쪽
28 28화 광화는 광화일뿐이다 23.12.05 113 2 13쪽
27 27화 사손과 사조의 대련 23.12.04 114 2 12쪽
26 26화 광화 +2 23.12.03 119 2 11쪽
25 25화 비도탈명 23.11.28 125 2 11쪽
24 24화 질투 23.11.26 127 3 12쪽
23 23화 사패 23.11.24 129 3 12쪽
22 22화 거래 23.11.23 128 2 11쪽
21 21화 추궁 23.11.21 141 2 14쪽
20 20화 절정고수와의 싸움 23.11.18 146 2 12쪽
19 19화 수련 23.11.17 139 3 12쪽
18 18화 별격 23.11.15 145 3 12쪽
17 17화 문검 23.11.13 137 3 12쪽
16 16화 이름 23.11.12 159 4 13쪽
15 15화 갈등 23.11.10 163 3 11쪽
14 14화 대성 23.11.09 170 2 12쪽
13 13화 흑령회의 경합 23.11.07 178 4 12쪽
12 12화 호법 +1 23.11.06 202 5 11쪽
11 11화 결투로 잃어버린 것과 얻은 것 +1 23.11.05 228 7 11쪽
10 10화 기이한 사제 +1 23.11.04 244 5 12쪽
9 9화 혈경 +1 23.11.03 263 4 11쪽
8 8화 허장성세 +1 23.11.01 280 4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