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무사가 아카식레코드를 손에 넣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3.10.24 13:30
최근연재일 :
2023.12.11 19:52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7,455
추천수 :
129
글자수 :
180,249

작성
23.12.07 07:03
조회
100
추천
2
글자
13쪽

29화 가르침

DUMMY

29화 가르침




“들어오는 게 얕다!”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고색창연한 검이 날아올랐다.


“헉.....헉...”


검을 놓친 채 숨을 몰아쉬는 이는 장의호였다. 장의호의 본가였던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공터.


그곳에서 매일같이 벌어지는 일이었다.


“감...사합니다.”


정파의 수련이란 결국 예로 시작해 예로 끝나는 법. 장의호는 서문옥에게 배운대로 인사했다.


“그래. 호흡과 기맥을 안정시키거라.”


서문옥 또한 검을 검집에 거두며 내기를 가다듬었다.


“하아아암품”


눈이 번쩍 떠질 정도의 미녀의 입이 크게 벌어졌다 닫혔다. 하품을 흘러나오자 눈에서 살짝 물기가 보였다.


품위라곤 찾아볼수도 없는 동작이었지만 그림이 되는 것은 그녀의 생김새 때문이리라.


“재미없군. 재미없어.”


“......”


스승의 비아냥에 서문옥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저 앞으로 걸어가더니 바위에 걸터앉아 가부좌를 틀었다.


“후우......정말이지 제자를 잘못 들였어. 가르칠 때도 처음에만 재미있고 어느 순간부터는 지루함의 극치더니.....”


그녀의 혼잣말 같지 않은 혼잣말엔 어떠한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녀가 한탄을 멈추고 장의호에게 시선을 향했다.


“하실 말씀이라도...”


장의호가 묻자 손전옥이 말을 받았다.


“이 누님이 보건데,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구나. 너는 어찌 생각하느냐?”


“......”


난데없이 무슨 말인지 장의호는 이해할 수 없었다. 조금 전의 대련을 보고 말하는 것 같긴 한 대....시종일관 밀렸기 때문일까?


자신의 사조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정확히 알 길이 없었다.


“쯧. 멀뚱멀뚱 쳐다보기는. 하아아아”


그녀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렇게 좀스럽게 기를 다루는 거냐. 깨작깨작”


“......그야.....이미 경지에 달한 사조께서 보시면야 미약한 내기이니...”


“그런 얘기가 아니다.”


“...???”


더욱 이해하기 어려운 장의호였다. 그녀가 무슨 의도로 말하는지 알수가 없었다.


“네 사부의 가르침대로 정해진 대로만 기를 운용하는 게 답답하지도 않느냐?”


“.....스승님의 가르침의 잘못되었다는 말씀입니까?”


“그런 말이 아니다. 왜 그렇게 기를 좀스럽게 운용하느냔 말이다.”


“.......”


“마치 다치기를 겁먹은 아이처럼. 문옥 저 아이도 저 아이지만 너도 참 답답하구나. 자신이 무엇을 지녔는지도 모르고, 어째서 기어 다니려고만 하느냐.”


“기어....다닌다고요?”


“기는 좀 더 자유로운 것이다. 좀 더 깊게 내딛어도 좋다. 너에겐 그럴만한 충분한 역량이 있다. 그때처럼 자유롭게 날뛰어봐라.”


“.....?? 그게 도대체-”


그때라니....도대체 언제를 말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쯧.”


장의호의 답변이 너무나도 지루한 나머지 손전옥은 말이 이어지는 도중에 내공을 실어 혀를 찼다. 묘하게 귀를 파고드는 소리에 장의호가 말을 멈추고 움찔 몸을 떨었다.


“너를 잡고 있는 멍에를 벗어 던지거라. 다시 한 번 말하지 좀 더 자유롭게 기를 운용하고 자유롭게 싸우거라.”


“......허나 내공심법이란 오묘하면서도 위험한 것이지 않습니까. 양날의 검과도 같은 것을-”


“보아하니 꽤나 내공심법에 묘한 환상도 가지고 있구나.”


손전옥이 다시 말을 잘랐다.


“강호에서 일상적으로 고수라는 말을 사용하곤 한다. 하지만 기실 그 단어가 가리키는 절정 이상의 경지에 달한 이들뿐이지. 절정에 달한 이들이 전부 서책에서의 정공법만을 맹목적으로 따른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장의호의 머리를 번개가 치고 지나갔다. 무언가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를 듯한 말이었다. 어딘가 다 쥘 수 있을 것 같지만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명심해라. 고수란 이들은 결국 끊임없이 새로운 길을 찾고, 때로는 만들어서라도 무(武)라는 길을 걸어 나갔음을. 그들이 고수라는 경지에 도달한 것은 결코 정답이 정해진 길만을 찾아 걸었기에 도달한 것이 아님을. 그저 스스로 택한 길을 정답으로 만들었을 뿐이다. 자신의 의지만으로.”


“......!!”


장의호는 알 것 같으면서도 무언가 미진한 느낌에 미칠 것만 같았다. 단 한 번의 발걸음. 단 한 보만 내디디면 알 수 있음을 직감으로 이해하고 있건만.


자신은 틀린 길을 걸었던 것이 아니라. 그저 의지가 노력이 부족했던 것일까?


혼란스러웠다. 전생의 주화입마로 인한 멍에가 그를 꼭 붙잡고 있었다.


번쩍


부들부들 떨리는 장의호를 꿰뚫은 안광. 손전옥이 장의호를 주시하면서 말을 이었다.


“무(武)에 모든 것을 받치거라. 무란 놈은 거저 내려주지 않는다. 노력, 시간, 혼, 집념, 광기 모든 걸 바치고 나서야 길을 열어 주는 잔혹한 놈이지.”


“.....실..패...한다면. 실패한다면 어떻게 되는 겁니까?”


“뭐야. 네놈. 뒷방 늙은이처럼 그따위 걱정을 하고 있었던 거냐? 실패하면 그뿐인 것을.”


“실패한다면 무공을 잃을수도 있습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맑고 청아한 웃음 소리가 끝없이 이어지며 공간을 흔들었다.


“말했지 않느냐. 잔혹한 놈이라고. 최악의 경우 죽기밖에 더 하겠느냐. 고수란 것들은 모두 죽지 못한 귀신일 뿐이다. 수많은 죽음을 헤쳐 나왔기에 그 자리에 서 있는 것이지. 한 발자국 잘못 걸었으면 그들 또한 그저 불귀의 객이었을 터.”


“!!!”


“거저먹으려 들지 마라. 의심하지마라. 네가 흘린 땀을. 자신을 믿고 그저 앞으로 나아가라.”


“그만두십시오.”


운기조식을 끝낸 서문옥이 옆에서 끼어들었다.


“아앙?”


마치 시정잡배처럼 손전옥이 자신의 제자에게 대응했다.


“의호에게는 아직 이릅니다.”


“정말이지 어떻게 이렇게 재미없는 아이로 자랐을꼬. 쯧쯧”


“......그야 좋은 반면교사가 있으니 그렇겠지요. 제자라도 중심을 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설마하니 이 스승의 그 반면교사라는 것은 아니겠지? 제자야?”


서문옥은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돌렸다.


“괜찮더냐?”


“...아. 예.”


장의호가 황급히 대답했다.


“히야.....고생해서 제자란 것을 키워놨더니 아주 뒷방 늙은이 취급이구나.”


손전옥의 말은 누구의 대답도 없이 허공에서 울려 퍼질 뿐이었다.


“지금은 아직 사부가 말하는 것을 신경 쓸 필요가 없느니라. 차근차근 나아가면 언젠가는 도달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그래. 늙어 죽을 때에 말이지.”


“이제 혈경의 심법은 어느 정도 자리 잡았지 않느냐?”


서문옥은 옆에서의 추임새는 철저히 무시했다. 오히려가 장의호가 손전옥을 힐끔 보고는 대답했다.


“어느 정도는 자리 잡은 것 같습니다. 의식을 집중하면 저절로 운기되는 정도까지는 도달한 것 같습니다.”


“그래. 앞으로도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삼재심법같은 기본심법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다. 내 혈경은 살펴보았는데 상당한 상위의 심법이었다. 삼재심법 다음으로 익히기엔 마땅치 않을 것이나 너에겐 상황 상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삼재심법을 쉽게 대성까지 이르렀기에 더욱 심마가 쉽게 찾아 올수도 있음이니 끊임없이 노력하거라.”


“.....네.”


손전옥의 말이 신경 쓰여 장의호의 대답이 늦어졌다. 그것을 모를 리도 없는 서문옥이었건만 그녀는 딱히 거론하지는 않았다.


‘괜한 소리는 더욱 저 아이를 혼란스럽게 할 뿐이겠지.’


그런 사제간의 모습을 검후는 불만스러운 태도로 지켜보고 있었다. 고개는 삐뚤어져 있고 입술마저 앞으로 튀어나왔을 정도였다.


“오늘의 수련을 그만하자꾸나. 정리하도록 하거라.”


꾸벅.


장의호가 먼저 자리에서 벗어나 집으로 향했다.


“아주 못난 스승님이구나. 제자를 그리 키우다니.”


장의호를 지켜보고 있던 서문옥에게 손전옥이 말을 건넸다.


“......”


서문옥은 잠자코 듣기만 했다.


“아, 확실히 그렇구나. 스승이 아니라 새서방을 들였으니, 그래 이해할만하지. 사십년 가까이 독수공방한 석녀에게 찾아온 서방이니 귀하게 여길 수밖에.”


“......스승님.”


“어이쿠.”


서문옥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을 본 손전옥이 바로 자리에서 벗어났다.


“무섭구나. 새서방을 맞이한 늙은 신부는.”


한 장 떨어진 손전옥이 말을 이었다.


“.....제자는 아직 삼십하고도 다섯밖에 안 먹었습니다. 이미 불혹을 지난 스승님께 들을 말은 아니지요.”


서문옥이 간신히 입을 열었다.


“허어? 내심 탄력을 잃어가는 것이 내심 신경 쓰였나 보구나. 내 피부를 보거라. 누가 보더라도 방년의 꽃다운 소녀지.”


“.....”


으드득. 서문옥의 치아가 비명소리를 내었다.


“제자를 언제까지 치마폭에서 키울 수 있다고는 여기지 말거라. 제자란 강하게 키워야 하는 법이지.”


손전옥은 제자의 그런 반응을 신경 쓰지도 않고 제 할 말만 내뱉었다.


“.......그럼 옥란이라도 한번 봐주시지요.”


“싫다.”


즉시 튀어나오는 대답.


“.......사손이지 않습니까.”


“스승은 너지. 내가 아니니라.”


“하아......”


“말했지. 그 아이는 재미가 없어도 너무 없다고.”


“.......그 아이가 스승님을 존경하는 것을 아시지 않습니까.”


“말했을 텐데. 시간낭비일 뿐이다. 그 아이의 기질은 나완 맞지 않아. 그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은 눈앞에 보이는 길도 더듬으면서 찾아가는 것 뿐이다.”


“......”


“그 아이가 길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네가 손을 꼭 붙잡고 나아가는 것이 맞을 것이다.”


“......그러면 의호는 다르단 말씀입니까?”


“곧 알게 될 게다.”


“........”


서문옥으로선 스승의 그 말이 오히려 더욱 불안했다.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이 경지를 나아간다는 게 좋은 것인지 확신할 수 없었기에.


쫘악


“아 그래.”


손전옥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이건 어떠냐. 의호를 내 제자로 들이는 것은?”


“하아.......스승님.”


“내가 가르치는 재미도 있을 테고, 너는 옥란이에게 온전히 집중할 수 있고. 일석이조가 아니더냐. 아니지....일석삼조구나.”


“....뭡니까 그 마지막 하나는.”


“기명제자를 새서방으로 맞이하는 것보단, 사제와 눈이 맞았다는 게 강호에 퍼질 얘기론 낫지 않겠느냐. 너의 체면도 있고, 강호의 평판도 생각해야 하니.”


“스승님!!!!!!!!!!!!!!!!!!”


“어이쿠. 이 사부를 잡으려 드는구나.”


손전옥의 신형이 서문옥의 검을 피해 공간을 누볐다.



***



시간은 유수와도 같은 것이라 밤낮으로 수련으로 지내는 사이 두 달이 금세 지나갔다.

그리고 마침내 그 순간이 찾아왔다. 개방에서의 기별이 온 것이다.


흑령회의 나머지 두 조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는군.”


장의호에 옆에 있던 강규가 말했다.


“아아.”


장의호는 수련시간을 제외하곤 항상 붙어있는 강규를 반쯤 포기한 상태였다.


“심상치 않을 것이니 조심하시오 장 형.”


장의호는 대답을 하지 않고 그저 목을 벅벅 긁었다.


“그 소름끼치는 형소리는 집어치우라고.”


“......”


“나보다 나이도 많으면서 왜 형 타령이야?”


“유비가 관우보다 나이가 많아서 형이 된 것은 아니지 않소.”


“아오...”


징그러웠다. 하필이면 어디서 이런 혹이 붙어서.


“그나저나 혈방은 신경 안 써도 되나?”


“그렇소. 어차피 말이 산하지. 실제로는 공물을 바치는 주변국에 가깝소. 자칭에 가까운....그 정도의 관계이니까.”


“......완전히 엉망이군.”


“이런 한적한 시골구석의 방파니 말이오. 사패인 혈영방이 이런 곳까지 신경 쓸 필요가 없으니 사실 그저 유명무실한 관계에 가깝소. 그저 혈영방의 세력권 내에 있으니 잘 봐달라는 뇌물을 주는 정도의 관계.”


“.....그렇군.”


“단지...”


“단지?”


“악숭위가 이렇게 대놓고 움직이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소.”


“뭐 자기네들 체면 때문에 나설 수밖에 없지 않겠어?”


“......그는 절대 자신이 유리한 판에서밖에 나서지 않소. 그는 이 지역에 머무는 것을 선택한 공설을 끔찍이도 싫어했지만 실력이 뒤처지기에 결코 나서지 않고 힘만을 갈고 닦았소. 그게 걱정이오.”


“......믿는 게 있다는 거군. 뭐.....어떤 수를 들고 나올지 두고 보면 알겠지.”


장의호가 자신 있게 말했다. 그가 믿고 있는 것은 자신이 흘린 땀이었다. 누군가가 한 말처럼.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선작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삼류무사가 아카식레코드를 손에 넣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 공지 +2 23.12.13 25 0 -
공지 제목 변경 공지 [무림 속 아카식 레코드]-[삼류무사가 아카식레코드를 손에 넣었다] 23.12.04 57 0 -
35 35화 강자로서의 위치 23.12.11 68 1 11쪽
34 34화 검심태동 23.12.11 60 0 12쪽
33 33화 일 초식의 싸움 23.12.10 58 0 11쪽
32 32화 협박 23.12.09 69 0 11쪽
31 31화 비무의 끝 23.12.08 92 2 12쪽
30 30화 비무첩 23.12.08 92 1 11쪽
» 29화 가르침 23.12.07 101 2 13쪽
28 28화 광화는 광화일뿐이다 23.12.05 112 2 13쪽
27 27화 사손과 사조의 대련 23.12.04 114 2 12쪽
26 26화 광화 +2 23.12.03 118 2 11쪽
25 25화 비도탈명 23.11.28 125 2 11쪽
24 24화 질투 23.11.26 126 3 12쪽
23 23화 사패 23.11.24 129 3 12쪽
22 22화 거래 23.11.23 127 2 11쪽
21 21화 추궁 23.11.21 140 2 14쪽
20 20화 절정고수와의 싸움 23.11.18 145 2 12쪽
19 19화 수련 23.11.17 138 3 12쪽
18 18화 별격 23.11.15 145 3 12쪽
17 17화 문검 23.11.13 136 3 12쪽
16 16화 이름 23.11.12 158 4 13쪽
15 15화 갈등 23.11.10 162 3 11쪽
14 14화 대성 23.11.09 170 2 12쪽
13 13화 흑령회의 경합 23.11.07 178 4 12쪽
12 12화 호법 +1 23.11.06 202 5 11쪽
11 11화 결투로 잃어버린 것과 얻은 것 +1 23.11.05 227 7 11쪽
10 10화 기이한 사제 +1 23.11.04 243 5 12쪽
9 9화 혈경 +1 23.11.03 263 4 11쪽
8 8화 허장성세 +1 23.11.01 280 4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