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무사가 아카식레코드를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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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3.10.2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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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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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6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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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화 호법

DUMMY

12화 호법



“스승님.”


“기다리거라.”


“.....”


장의호가 쓰러지자마자 여 고수는 손을 분주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쓰러진 장의호를 들어 옮겨 눕히고는 진맥하기 시작했다.


‘.....기맥이 전부 미친 듯이 들끓고 ....있다?’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의 눈에 들어왔던 마지막 공방.


마치 시간이 응축된 것처럼 펼쳐졌던 한 번의 공격.


그것을 위해 모든 공력을 소진해서 단전이나 경맥이 텅 비어버린 기허 상태라면 차라리 이해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쓰러진 장의호의 기맥이 마치 타통된 것처럼 활짝 열려 실내천도 되지 못하는 기를 계속해서 운기하고 있다는 것은 그녀의 상식 하에서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인간의 몸과 기는 그렇게 편리한 것이 아니었다. 체내의 기는 무한하지 않기에, 무리하게 기를 꺼내 쓰면 죽어버리는 것이 흔하게 볼 수 있는 무림인들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상식은 보통의 무림인이라는 전제하에나 통용되는 것.


법계에 들어가 영체라는 상위의 경지를 보고 돌아온 이의 육체가 다른 이들과 똑같을 리가 없었다.


원신으로 한번 승화된 영육을 뒤따르듯 육체도 그에 이끌리고 있었다. 마치 의식이 없음에도 육체 스스로가 끊임없이 운기해 다시 한 번 초범입성하려는 것처럼.


“......”


장의호에 전신에 자신의 내기를 주입해 위험한 고비는 넘겨줄 요량이었던 여 고수는 진맥을 마치고는 손을 떼었다.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예감 상 여기에서 손을 대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다고 느껴졌다.


스스로 나아가고 있다면 그저 호법만 서주면 될 일이었다.


“스승님?”


물론 여 제자는 그런 것을 전혀 모르고 있기에 의아했다.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은 소년에게 진기를 나누어줄 것 같았는데, 스승이 손을 떼버리는 것이 아닌가.


“후.....이쪽에서 도와줄 것은 없는 것 같다.”


“그게 무슨...”


“그냥 그렇다고만 알고 있으면 된다. 이 사부도 뭐라 설명할 길이 없으니 말이다.”


“......”


여 제자는 스승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여러 가지 의문이 떠오르긴 했지만 그녀에게 있어 스승의 말은 그런 것보다 중요했다.


“그보다 마지막에 왜 그리 했더냐.”


“......죄송합니다.”


“저런 아이까지 견디지 못하고 죽일 셈이었더냐?”


“......”


“남자를 경계하는 것은 괜찮으니라. 허나 미혹에 빠져 남자라는 이유만으로 미워하고 끝내 해를 가하기까지 한다면 나로서는 너를 본문에 계속 둘 수는 없다.”


“죄송합니다.”


여 제자가 납작 엎드려 용서를 구했다.


“후우우......”


여 고수는 한 숨을 길게 내쉬며 잠시 말을 골랐다. 그녀의 잘못을 깨닫게 하기 위한 벌을 생각하고 있었다.


“일어나 거라. 다행히 이번에는 미수로 끝났으니, 저 아이가 깨어날 때가지 호법을 서는 것으로 끝내겠다.”


“넵.”


여 제자는 기세 좋게 대답했다. 이런 것으로 사부에게 용서를 받을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허나 여 제자의 그 마음은 며칠 되지 않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



“어허. 호법을 서고 있는 이가 어딜 움직이느냐.”


타악.

여 고수가 제자의 어깨를 검집으로 후려쳤다.


“큭.”


여 제자의 시간감각은 이미 헝클어질 대로 헝클어져 그저 이 시간이 빨리 끝나기를, 소년이 지금이라도 바로 일어나기만을 빌고 있었다.


‘몇 시진? 아니. 며칠이지? 도대체 언제까지...’


그녀의 스승은 이번 기회에 그녀의 마음의 병을 고치려는 듯 혹독하게 몰아붙였다.

내심 가벼운 벌이라고 생각했던 여 제자는 이틀도 되지 않아 처음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버렸다.


물과 벽곡단 마저 최소한으로 섭취하고, 호법을 하고 있는 상대에게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에 내기도 일으키지 못하게 지시받았다.


오로지 육체의 힘만으로 며칠 째 꼼짝도 않고 서있는 것이었다.


무공을 익히지 않은 이가 했다면 몇 시간도 되지 않아 까무러쳐 쓰러지고도 남았을 인고의 시간이 계속되고 또 계속되었다.


여 제자는 미칠 지경이었다. 허벅지마저 부들부들 떨려왔다.


찰싹.


“큽.”


이미 의지와는 상관없이 허벅지 근육이 떨리는 것을 여 고수가 겁짐으로 치며 지적했다.


“똑바로 서있지 못하겠느냐.”


조용한 어조. 하지만 그 속에 담긴 결연한 의지가 느껴졌다.


“더 할 수 있지 않느냐.”


“스...스승님.”


더 이상은 못하겠다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다. 호법이고 뭐고 바로 주저앉고 싶었다.


“주저앉는다면 그 순간부터 너는 본문의 제자가 아니다.”


“크.....으...”


스승의 말에 그녀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손으로 붙잡았다. 호법 자세고 뭐고 주저앉지 않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으으....”


꽉 다문 입에서 피가 배어나왔다. 그 순간이었다.


“이거야 원......일어나자마자 진귀한 것을 보는군요.”


장의호의 목소리였다.


철퍼덕.


장의호의 목소리에 긴장이 풀린 여 제자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몸은 괜찮은가?”


여 고수가 물었다.


“예 뭐...그런 대로.”


그런 대로가 아니었다. 지금 그는 몸이 가벼웠다. 마치 싸움 전과는 비교 할 수 없을 정도로 전신에는 기가 충만했다.


“그런가.....다행이군.”


“그나저나 제자 분은 왜 저런..”


의아했다.

일어나마자 울상을 짓다 못해 입에서 피까지 흘리고 있는 꼴이라니.


보아하니 자신이 누워있는 동안 제자에게 호법을 시킨 모양인데.....설마하니 제자를 잡을 생각이었나.


며칠이 지났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보아하니 상당한 시간이 흘렀다. 정석대로 호법을 섰다면 저런 젊은 여자가 버텨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장의호의 말에 여 고수의 시선이 제자에게 돌아갔다.


“주저앉았구나.”


“그....그..”


파문의 두려움에 여 제자가 말을 잇지 못했다.


“분명히 말했을 텐데. 주저앉는다면 본문의 제자가 아니라고.”


‘.....이야. 독하구만.’


장의호는 여 고수가 꽤나 물렁한 정파인이라고 여겼기에 놀라웠다. 검을 줄 때까지만 해도 그저 경우를 조금 안다고 생각했는데......독하기 짝이 없었다.


“제가 일어나고 주저앉았으니.....호법을 잘 끝마친 것이 아닙니까?”


“본문의 일일세.”


외인인 간섭하지 말라는 거부의 말.


‘히야.....’


장의호도 가능하면 모른 척 하고 싶었지만.....

여 제자의 눈망울에서 주르륵 흐르는 눈물을 보고 있자니 껄끄러웠다.


일단 목숨도 건졌고, 보검도 얻은 입장에서 이런 일을 바로 앞에서 지켜보는 것은 입맛이 쓰기에 입을 열었다.


“제가 그래도 당사자이지 않습니까.”


피해 당사자의 의사가 중요하다는 말을 넌지시 전했다.


“.....의외로군. 기절하기 전에 자네는 나와 제자를 설검으로 죽일 것 같았는데.”


“뭐.... 위험하긴 했지만 목도 이렇게 붙어있고, 잃었던 것도 그쪽에서 찾아주지 않았습니까.”


“....다시는 그러지 않겠느냐?”


여 고수가 제자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훌쩍. 네. 절대로.”


“여기 소협의 뜻도 있고 하니 이번만은 봐주겠다. 허나 이번뿐이다.”


그녀는 여전히 눈물을 흘렸지만 좀 전까지와는 그 의미가 전혀 달랐다. 절망이 아닌 기쁨의 눈물이었다.


그녀는 눈물을 끊임없이 흘리며 스승에게 절을 하더니 이어 장의호에게도 절했다.


“가....감사합니다.”



***



“그나저나 제가 누워있었던 시간은 어느 정도입니까.”


장의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풀며 물었다.


“일주일이 지났네만...”


여 고수의 대답에 장의호는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했다. 손으로 입가를 만지며 고심하는 그 모습에 여 고수가 물었다.


“왜 그러는가.”


“집에 기별도 없이 너무 오래 나와 있어서 말입니다.”


“그런가.”


장의호는 잠시 고민후 여 고수에게 말했다.


“부탁이 있는데 들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



부탁을 들은 여 고수는 흔쾌히 승낙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산에서 놀다가 산적에게 사로잡혀있던 것을 자신과 제자가 구해줬다는 식으로 말을 맞춰달라는 것 정도야 얼마든지 해 줄 수 있는 일이었다.


승낙한 여 고수는 장의호를 빤히 쳐다보았다.


“왜 그러십니까?”


의아함을 느낀 장의호가 물었다.


“아니. 이상해서 말일세. 자네가 하는 행동을 보면 속에 능구렁이가 몇 마리가 든 노회한 노 강호 같은데.....어린 아이처럼 가족들을 걱정시키지 않으려는 것을 보고 있자니.....어색하기도 하고....”


“하....”


장의호는 뭐라 해줄 말이 없었다. 자신도 그 스스로에게 일어난 일을 누구에 말할 수 있는 성질의 것도 아니고, 들은 이가 이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기에.


“그럼 제 본가까지 같이 가주시죠.”


“아아. 그러지.”


장의호는 그렇게 기이한 사제와 잠시 일행이 되었다. 그들은 산채에서 떠나 장의호의 집으로 향했다.


반나절도 되지 않아 도착한 장의호에 도착하자 그의 집은 한바탕 난리가 났다.


초상이라도 치른 것처럼 축 가라앉아있던 집이 기쁨으로 가득 차 들썩였다.


“다행이다. 다행이야....천지신명께서 돌봐주신 탓이야.”


장의호의 어머니 이해운은 장의호를 끌어안고 계속해서 울었다. 충분히 자식의 생환을 만끽한 그녀는 팔을 풀고 일어나 여고수와 제자에게 다가갔다.


덥썩.


이해운은 그들의 손을 하나씩 붙잡고 허리를 굽히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계속해서 하지도 않은 일에 감사하는 이해운을 보며 두 사제는 몸 둘 바를 몰랐다.


두 사제는 그렇게 장의호의 부모에게 한동안 붙잡혀 있다 떠나려고 했으나.


“잠시 머물다 가시지요.”


장의호의 부모들이 통사정을 하는 바람에 잠시 장의호의 집에 머물게 되었다.



***



검각의 두 사제 중 스승은 서문옥, 제자는 조옥란으로 제자의 수행을 위해 강호를 행도 중이었다.


급하게 갈 곳도 없고 제자도 나름대로 고생을 하고 깨달은 바가 있을 거라 생각했기에 잠시 머무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 서문옥이었다.


그 서문옥은 지금 장의호의 본가에서 나와 장의호와 함께 길을 걷고 있었다. 두 사제가 집에서만 있는 것도 답답할 거라 여긴 부모들이 장의호에게 도시를 안내하라고 시킨 탓이었다.


“활기찬 곳이군.”


그녀의 문파가 있는 곳처럼 항구에서만 느낄 수 있는 정취가 그대로 느껴졌다.


앞장서서 걷던 그녀가 뒤로 돌아 장의호에게 말했다.


“뭐하고 있는가. 안내를 마저 하지 않고.”


“.....알아서 가시고 있으셨지 않습니까.”


“어허. 부모님이 맡기셨지 않나.”


‘우라질.“


장의호의 얼굴이 우거지상이 되었다.


“하하하.”


그런 장의호의 얼굴이 뭐가 그리 웃긴지 그녀는 웃음을 터트렸다.


묘하기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오래가지 않았다. 불청객의 내방 때문이었다.


“아주 즐거운 모양이구나. 애송이.”


목소리가 들려오는 쪽으로 장의호는 고개를 돌렸다.


“하아.....또냐.”


강규였다.


“말했을 텐데 네놈을 죽이는 것은 분명히 나라고.”


강규는 장의호의 옆에 있던 서문옥을 힐끔 쳐다보고는 장의호에게 시선을 돌렸다.


“따라와라.”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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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이름 23.11.12 159 4 13쪽
15 15화 갈등 23.11.10 163 3 11쪽
14 14화 대성 23.11.09 171 2 12쪽
13 13화 흑령회의 경합 23.11.07 178 4 12쪽
» 12화 호법 +1 23.11.06 203 5 11쪽
11 11화 결투로 잃어버린 것과 얻은 것 +1 23.11.05 228 7 11쪽
10 10화 기이한 사제 +1 23.11.04 244 5 12쪽
9 9화 혈경 +1 23.11.03 263 4 11쪽
8 8화 허장성세 +1 23.11.01 280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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