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무사가 아카식레코드를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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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3.10.2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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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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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5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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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별격

DUMMY

18화 별격



이 개월후의 비무.


그 조건 하나만으로 문검 공설은 생각보다 쉽게 물러났다.

소주에서 신처럼 군림했던 그에게 정체도 알 수 없는 정파의 고수에게 명확히 밀렸다는 것이 그에겐 큰 충격이기 때문이었을까?


‘빌어먹을. 저 따위 점잔 빼는 초식 따위로.’


공설은 흑령회로 돌아가며 그저 속으로 욕하며 분을 삭일 수밖에 없었다.


“생각보다 쉽게 물러나는군.”


“저렇게 밀렸다면 그럴 법도 하지 않겠습니까?”


“그럴 수도. 그보다 나에게 할 말이 있지 않나?”


“......잘 부탁드립니다. 스승님.”


장의호에 입에서 처음으로 나온 호칭에 서문옥이 시원한 이목구비에 어울리는 시원한 미소를 지었다.


“기명제자 한명 들이는 것도 어렵군 그래.”


그들 사이에 더 이상의 말은 필요 없었다.



***



서문옥은 말을 길게 늘어놓지도 않고 그저 곧바로 장의호에게 가르침을 주기 위해 움직였다. 고수가 흉심을 품고 다가온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점혈한 장의호의 부모를 먼저 깨우고 나서 장의호를 품에 안아 주변의 공터로 향했다.


“다리는 걸을 수 있나?”


장의호를 옆에 내려놓은 서문옥이 물었다.


서문옥에 물음에 장의호가 몇 번 가볍게 다리로 땅을 디디고는 말했다.


“어렵군요.”


“흠.....어떻게 보면 딱 좋은 시기 일지도 모르겠군.”


“무슨 말씀입니까?”


“저번에 겨뤄봤을 때 아직 삼재심법만 운행하는 것 같던데 맞나?”


“그렇습니다. 헌데 고수가 되면 그 정도는 가볍게 알아차리는 겁니까?


“.....이제야 네가 좀 사람같이 보이는군.”


“무슨...?”


“그 나이에 어울리는 애송이 같다는 말이다. 삼재심법은 가장 간단한 심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을 거다.”


“예.”


“삼재 심법의 운기 경로는 기의 운용도 기의흐름도 단순하기에 파악하기가 쉽지. 좀 더 상위의 심법에 입문한다면 자연스레 알고 이해하게 될 꺼다.”


“....상위 심법 말입니까?”


“그렇지.”


“......”


장의호 수중에 있는 상위심법이라곤 혈경 뿐. 장의호는 아직 혈경을 익혀야 할지 말지를 고민 중이었다.


“따로 익힐만한 게 없는가?”


장의호는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스승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기명제자란 결국 한줄기 인연을 통해 가르침을 내려주는 정도의 사이. 그가 얻은 무림공적의 비급을 말하는 것은 꺼려졌다.


“곤란하군. 심법은 심상을 구현하기 위한 도구에 가깝다. 허나 그 심법을 제대로 운용하려면 결국 몸에 운기경로라는 길을 새겨야만 하지. 삼재심법이라는 길을 몸에 새긴 이상, 그 단순한 경로로만 축기하면 그 진전은 아주 느리지. 어떻게 한다...”


서문옥 그녀는 진심으로 고민했다.


“마음 같아서는 사문의 심법이라도 하나 골라 입문케 하고 싶지만.....본문의 내공심법은 모두 음공(陰功)으로서 만들어진 것이라 남자인 너에겐 그림의 떡이군.”


“저희는 그저 단순한 기명제자와 스승 사이 아니었습니까?”


“.....무얼 생각하는지는 알겠는데 너무 그렇게 딱딱하게 생각할 것 없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적어도 나는 스승과 제자를 가볍게 여기진 않는다. 본문 또한 그러하고.”


장의호는 그녀의 말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녀가 진심으로 말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기에.


‘불문 쪽의 문파이기 때문일까?’


장의호는 그녀가 무림인답지 않게 인연에 집착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얘기를 꺼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은 잠시였다.


장의호는 그녀에게 혈경을 꺼내 보여주었다.


“이것은...?”


“읽어 봐주시겠습니까?”


“흠.....”


그녀는 장의호가 고민 끝에 내놨다는 점을 생각해 자세한 이야기는 묻지도 않고 혈경을 살폈다.


그녀는 저자의 이야기가 담긴 서두를 읽을 때는 인상을 찌푸렸으나 그 외엔 별다른 반응 없이 혈경을 끝까지 살폈다.


무공 부분에 이르러선 고심하는 표정으로 몇 번이나 되풀이하며 읽었다.


“나쁘지 않군. 아니, 이렇게 말하는 것도 실례겠지. 어떻게 보면 종사로 볼 수도 있는 이의 비급이니.”


“......공적의 비급이지 않습니까?”


“.....너무 그렇게 내 속을 떠보려 하지 말거라. 말했을 텐데. 기명제자라도 제자는 제자라고.”


“.....저를 꾸짖거나, 벌하거나 하진 않으시는 겁니까?”


그녀가 진심을 말한다곤 하지만 전생에서 몸에 붙어버린 조심성은 어딜 가지 않았다.


“뭐.....네가 속을 터놓고 이런 비밀을 말해 주었으니 스승으로서도 마땅히 그리 해야겠지? 혈경이 공적의 비급이든 아니든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어차피 공적이라고 해봐야 구파일방에서나 그리 취급하는 것이지. 보타문 소속의 나로선 굳이 그들의 구실잡이에 어울리고 싶은 생각은 없다.”


“.....”


“게다가 네가 이 책을 가진 자의 후손이거나 제자인 것 같지도 않고.”


“어떻게 단언하시는 겁니까?”


“자네가 지금껏 익힌 무공은 아류에 가까우니까. 혼자서 익힌 무공. 그러기에 형식에 치우치지도 않았고, 무공을 닦으면서 누군가의 명확한 가르침도 없었기에 이리저리 흔들리지. 틀린가?”


“......”


전생에서 많이 들었던 이야기였다.


“십중팔구 어디선가 우연히 얻은 것이겠지. 그도 아니면 자네를 사사했다는 기인이 맡긴 것이거나.”


“.....산채에서 우연히 얻었습니다.”


장의호는 훤히 꿰뚫고 있는 그녀에게 털어놓았다.


“기적이군. 이런 비급을 산적에게서 얻다니. 뭐 어쨌든 이 책을 그대로 익히면 되겠어.”


이 순간부터였다.


지옥이 열렸던 순간은.



***


바람은 선선하다 못해 차가웠다. 동장군이 점점 힘이 붙는 것이 느껴지는 계절.

아무리 무인이라 하더라도 한서불침의 고수가 아니라면 추위를 느낄 만한 날씨였지만 장의호는 추위를 느끼지 못했다.


아니, 느낄 수 없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바닥에 주저앉은 채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장의호로선 춥다느니, 덥다느니 따위는 신경 쓸 여유도 없었다.


“뭘 하고 있지.”


“커흑. 컥. 잠시.....후욱...후욱.”


“분명히 말했을 텐데. 잠잘 시간조차도 아깝다고.. 일어나거라.”


“크으....”


“이상하군. 분명이 반각 전에 기를 보충하는 환단을 먹였는데도 이렇게 한줄기의 기마저 짜내지 못하고 빌빌거리고 있다니.”


파각!! 화악!!


서문옥의 검이 바닥에 꽂혔다.


장의호가 순간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면 분명 목이 달아났을 터였다.


“헉....헉. 주....죽일 셈입니까.”


간신히 옆으로 피해낸 장의호가 손에 잡힌 나무에 기댄 채로 말을 힘들게 내뱉었다.


“이 정도도 지쳐 죽을 거라면 여기서 죽든, 문검이라는 자에게 죽든 별로 다를 것은 없지.”


‘젠장.’


밤낮을 가리지 않고 환단으로 기를 보충하며 혈경의 추의성혼의 심법에 입문하고 운기한 결과, 다리의 골절 따윈 애당초 다 나은 장의호였지만 꼼짝도 할 수 없었다.


심신 모두가 휴식을 요구하고 있었다. 아무리 호흡을 이어 기를 짜내려고 해도 이젠 한계였다.


장의호는 산채에서 서문옥은 그저 무르고 호구라고만 생각했다. 허나....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한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다. 아니. 그냥 자신은 머저리였다. 지금 그 앞에 있는 것은 사람 좋은 호구가 아니었다.


눈앞에 있는 이는 분명히 시원한 이목구비에 호감 가는 인상의 미인이지만, 그 속을 뒤집어 까보면 야차가 도사리고 있다 는 것에 장의호는 돈을 걸 수도 있었다.


그런 감상도 잠시, 그녀가 공격해 오는 것이 느껴졌다.


“집중을 끊지 마라. 그 실낱같은 기에 온 심력을 쏟아 부어. 그렇지 않으면.....죽을 테니 말이다.”


장의호는 좀전의 생각을 다시 고쳤다. 야차도 아니었다. 야차도 도망갈 인외의 무언가였다.


“으.......으아아아!!!!!!!!”


마지막 진원진기라도 짜내려는 듯이 장의호가 고함을 질렀다.




콰당!!!!


한계는 한계였던지 괴성을 지르고 얼마 되지 않아 장의호가 바닥에 드러누웠다.


혼절이었다. 심신의 한계까지 도달한 순간 마치 숨통이 끊긴 듯이 바닥에 쓰러진 것이다.


“흐음....”


서문옥은 그저 아무생각 없이 장의호를 한계까지 몰아붙인 것은 아니었다. 절정고수의 안목으로 정말로 죽기 직전까지 몰아붙인다. 그 작업을 담담히 진행했을 뿐이었다.


‘뭐. 사일 만에 이정도면 그럭저럭인가.’


서문옥은 담담히 수련의 진행 정도를 평가하며 장의호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장의호의 맥문을 잡고 기를 주입해 내부를 관조했다. 한 시진 정도가 지났을까. 그녀는 땀을 흘리며 일어났다.


“후우.....”


“스승님.”


약간 떨어진 곳에서 대련을 지켜보던 조옥란은 스승이 장의호의 맥문을 잡고 추궁과혈에 들어가자마자 다가와 호법을 서고 있던 상태였다. 그녀가 스승이 땀을 흘리고 비틀거리며 일어나자 걱정스런 기색을 보였다.


“.....괜찮다.”


“정말로 저 소협을 그 절정의 고수와 싸우게 하실 생각입니까?”


“그 눈으로 뭘 본 것이냐.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몰아붙일 필요가 있겠느냐?”


“......”


조옥란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녀는 난생처음 가슴을 옥죄는 느낌에 곤혹스러웠다.


“게다가 소협이라고 부르다니. 너의 사제지 않느냐.”


“......기명제자지 않습니까.”


“어허.”


그녀는 그저 못마땅했다. 저 아이가 사제가 된 것도, 경애하는 스승이 끼고 도는 것처럼 구는 것도.


“.......정말 저 사....제가 당해 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녀로선 납득할 수 없었다. 죽지나 않으면 다행인 일이 아닌가.


“글쎄다.”


지극히 담백한 답변.


“제자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스승님께서 괜....한 일을 만드신 것 같습니다. 차라리 스승님께서 그 자를 제압하면-”


“여기는 혈영방의 구역이니라. 내가 나서는 데에는 한계가 있지.”


“.....”


“게다가 꼭 진다고 볼 수만은 없지.”


“그게 무슨....저 아이는 저에게도 미치지 못합니다.”


조옥란은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의호, 이 아이가 사부를 상대로 이만큼이나 버티는 것을 보고도 그런 말을 하는 것이냐?”


“.....”


“아니 질문을 바꾸마. 너라면 얼마만큼 버틸 수 있을 것이라 보느냐?”


“...!!!”


조옥란은 그때가 되어서야 장의호의 지금 실력이 어디쯤에 와있는가, 그것에 생각이 미쳤다.


“모르겠느냐? 저 아이는 범부가 아니다. 강호의 흔하게 볼 수 있는 무인들과는 전혀 다르지. 보통 사람의 영역과는 전혀 다른 곳에 사는 자. 별격.....이라고 단어가 어울리겠지.


조옥란은 비로소 깨달았다. 스승은 저 아이가 이길 것이라는 것을 마음 한 구석에서 믿고 있는 것을.



***



장의호의 의식이 깊고 깊은 곳에 가라앉았다.


하지만 그의 육신과 내기는 쉬지 않았다. 바닥날 대로 바닥난 내기, 한계까지 혹사당한 육체를 회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였다.


이제껏 없었던 극한에 달하는 혹사를 견뎌내기 위해, 다음에 찾아올 혹독한 수련에 복수하기 위해서.


장의호의 귓가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나....일어-라고.”


‘누구지. 귀찮게.’


“아.....정말.”


목소리를 몇 번이나 반복했을까. 목소리에서 점차 짜증이 묻어나왔다.


“일어나라곳!!!!!”


콰직!


지독한 수마마저 저 멀리 도망갈 일격이 장의호의 머리에 꽂혔다.


작가의말

수정했습니다.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선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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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화 협박 23.12.09 69 0 11쪽
31 31화 비무의 끝 23.12.08 92 2 12쪽
30 30화 비무첩 23.12.08 92 1 11쪽
29 29화 가르침 23.12.07 100 2 13쪽
28 28화 광화는 광화일뿐이다 23.12.05 112 2 13쪽
27 27화 사손과 사조의 대련 23.12.04 113 2 12쪽
26 26화 광화 +2 23.12.03 118 2 11쪽
25 25화 비도탈명 23.11.28 125 2 11쪽
24 24화 질투 23.11.26 126 3 12쪽
23 23화 사패 23.11.24 129 3 12쪽
22 22화 거래 23.11.23 127 2 11쪽
21 21화 추궁 23.11.21 140 2 14쪽
20 20화 절정고수와의 싸움 23.11.18 145 2 12쪽
19 19화 수련 23.11.17 138 3 12쪽
» 18화 별격 23.11.15 145 3 12쪽
17 17화 문검 23.11.13 136 3 12쪽
16 16화 이름 23.11.12 158 4 13쪽
15 15화 갈등 23.11.10 162 3 11쪽
14 14화 대성 23.11.09 170 2 12쪽
13 13화 흑령회의 경합 23.11.07 177 4 12쪽
12 12화 호법 +1 23.11.06 202 5 11쪽
11 11화 결투로 잃어버린 것과 얻은 것 +1 23.11.05 227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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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혈경 +1 23.11.03 263 4 11쪽
8 8화 허장성세 +1 23.11.01 279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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