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무사가 아카식레코드를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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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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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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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3 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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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화 거래

DUMMY

22화 거래



적어도 다른 때의, 다른 이의 기명 제자였다면 분타주가 이렇게 저자세로 나왔을 리는 없었다.


하필이면 강호의 낌새가 심상치 않은 지금 이때에 개방이 소검후와 척을 지는 것은 분타주 자신의 자리는 물론 개방에게도 큰 손해가 미칠 터.


특히나 눈앞의 애송이에게 있는 검의 문양은 틀림없이 대대로 소검후에게 내려오던 검이 아닌가.


그런 검이 기명제자에게 전해졌다는 것은 상당한 인연이 있기에 가능한 일일 터. 허투루 넘길 만한 일이 아니었다.


좋지 않았다. 정말로 좋지 않았다.


“흐음....”


장의호는 대답을 고르기만 할 뿐 속 시원히 대답하지 않았다.


기다리는 시간만큼 분타주의 속은 바짝 타들어갔다.


“입장을 바꿔 다시 묻죠. 스승과 자신이 모욕당했는데 그걸 단순히 말로 용서하라고?”


“아....아니 그게. 정말로 내가 잠시 미쳤었나 보네.”


“이것이 개방의 뜻입니까? 그도 아니면 분타주의 독단인 겁니까? 그 어느 쪽이든 꽤나 스승님이 얕보이고 있는 건 알겠군요.”


‘빌어먹을....이게 무슨.’


솔직히 대답을 들으려고 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좀 흔들어보면 재밌지 않을까 하는 마음과 어느 정도 의심스러운 마음 사이 속에서 가볍게 내뱉은 말이었다.


그저 후지기수가 너무 세상에 익숙한 듯이 약은 수를 사용하길래 선배로서 잠시 놀려주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었다.


혹시나 무림공적과의 관계가 있다고 자백한다면 그것은 그거대로 좋지만, 딱히 물증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 가벼운 흔들기가 이런 결과로 돌아올 줄 그가 어찌 알았겠는가.


몇 번을 사정했을까.


장의호는 어느 사이에 거만하게 끼고 있던 팔짱을 끼며 듣고 있었는데 이제는 한쪽 손을 올리며 턱을 받치면서까지 상대의 이야기를 한 귀로 흘리고 있었다.


옆에서 본다면 누가 강호의 선배인지 착각할 정도로 둘 사이에는 입장의 상하 차이가 명백했다.


“이쪽은 개방과의 원만한 관계를 위해 술과 개까지 대접한 결과가 스승님과 저에 대한 모독으로 돌아왔는데도 용서를 바란다라...”


탁탁탁.


장의호의 발이 바닥을 두드렸다. 마치 대답을 채근하듯이.


“내 정말 미안하네. 어떻게 하면 되겠나?”


당황하지 않은 평소의 그였다면 장의호의 뜻이 무엇인지 바로 알아차렸을 것이다. 그것마저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당황한 상태였다.


“단순히 말로 용서한다는 것은 강호에선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설마하니 누군가 개방의 일원으로서 견딜 수 없는 모욕을 가했을 때 분타주는 상대의 말만으로 용서를 받을 생각입니까?”


“......”


“무리인 이야기죠. 그렇지 않습니까? 이쪽의 성의를 무시하고 그냥 말만으로 넘어간다니. 그것을 염치를 아는 정파의 협객으로서 있을 수가 없는 일이죠.”


“그....그게.”


아직도 변명을 늘어놓으려고 하는 분타주의 말을 미리 읽은 것처럼 장의호가 강하게 쏘아보았다.


“읏.”


살짝 내기까지 동원한 기세에 분타주가 움찔했다.


‘쯧. 이 정도까지 눈치를 줬는데도 얼빵하게 굴기는.’


장의호는 이런 속 보이는 작업을 걸었는데도 전혀 호응해 오지 않는 분타주가 답답했다.


‘할 수 없지. 조금 더 노골적으로 나가야 되나.’


“스승님께서도 요 며칠 사이 이 못난 제자의 싸움 덕에 골치를 썩이시는데.....아무래도 흑령회에 대한 정보가...”


“내가....내가 알아봐주겠네. 그들의 주머니 속 은전 개수까지 알아봐다 주겠네.”


“흐음......”


한번 뜸을 들였다.


“곤란하군요.”


“무...무엇이 말인가.”


“술과 개고기로도 만족하시지 못한 분께서 과연...”


“아....닐세. 나는 이미 충분히 대접받지 않았나. 더 이상의 후의는 필요가 없다네.”


“그리 해주시겠습니까? 가능하면 동향에 대한 것은 바로 바로 알려주셨으면 합니다만.”


장의호가 만면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물론이네. 조금만 기다리고 있으면 바로 자네에게 와서 알려주겠네.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이 번 에 는 좋은 관계를 쌓아갔으면 좋겠군요.”


장의호는 이번에는 이라는 말에 강약을 주었다. 가벼운 경고를 담아.


“그.....그야 이를 말이겠나. 그....그 그러니 소검후에게는....말을...”


“말이라뇨? 하하. 설마 제가 가볍게 스승님께 말을 올리겠습니까. 저희는 그저 가볍게 말을 나누다 헤어지는 것이지 않습니까.”


“고...고맙네.”


분타주가 주름진 얼굴을 간신히 피며 말했다.


“그럼 이만.”


장의호가 선선히 떠나가는 것과 달리 분타주는 그 자리에서 한동안 벗어나지 못한 채 서있었다.


“하....하하.”


‘보기 좋게 당했군.’


마음을 진정시키자 방금 전의 상황을 간신히 이해할 수 있었다.


“후우......나도 늙은 겐가.....”


탄식하던 분타주는 간신히 마음을 정리해 자리를 떠날 수 있었다.



***



장의호가 본가로 돌아오자 서문옥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늦었구나.”


“아 예. 좀 걷다 보니 여러 일이 있어서.”


“그래.”


장의호는 부모님이 아닌 다른 이가 집에서 맞이해준다는 것에 위화감을 느꼈다. 부모님이 생각난 김에 말을 꺼냈다.


“제 부모님들은 언제쯤 돌아오십니까?”


“돌아온다니?”


“어....그러니까 얼굴도 뵙고 저도 인사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불문에 공양과 마음을 수련을 시키자고 해두었다고 말하지 않았느냐.”


“아니 그래도....이 집을 버리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다시는 오려고 하시지 않을 것이다.”


“네? 그게...무슨.”


“이 집의 터에 악기가 많아, 너의 몸에 해를 끼친다고 말을 해놓았다. 내가 여기 당분간 머물면서 부처님께 고해 정화한다고 하니 순순히 납득하시더구나.”


“......”


“그....그.”


너무 신속하고도 깔끔한 일처리에 방금 전까지 말과 머리회전만으로 분타주를 농락하던 장의호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고장난 것처럼 그러지 말고 다음의 일을 생각이나 해놓거라.”


“다음이라 하시면...”


“허. 흑령회의 우두머리 네 명중 한명과 싸움을 벌이고 죽였는데 후환이 두렵지도 않느냐.”


“아......그 일이라면 개방 분타주께 말씀을 드렸더니 흔쾌히 놈들의 동향(動向)을 알려주겠다고 하시더군요.”


“.....분타주가?”


“예”


“......”


서문옥이 갑자기 입을 다물자 장의호가 의아한 듯이 쳐다보았다.


“그..... 개방과는 너무 어울리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분타주가 혈경 건으로 너를 그다지 탐탁지 않게 생각하니 말이다.”


“아.....헌데 저번에 보내드린 술도 그렇고, 만나서 이야기 해보니 꽤나 말이 통하는 부분이 있어선지 딱히 그런 내색은 없으시더군요.”


딱히 스승에게는 분타주와의 일을 말할 생각이 없는 장의호였다. 혹시나 스승이 들은 기색이라도 보이면 판이 깨지지 않겠는가.


두고두고 부려먹을 노동력이 생겼는데 이용하지 않을 생각 따윈 추호도 없는 장의호였다.


“......음.”


내키지 않는 듯이 잠시 말을 고르던 서문옥이 잠시 후 입을 열었다.


“개방을 너무 믿지는 말거라. 그들은 손익계산에 밝은 이들이니까.”


“예. 유념하겠습니다.”


“그럼 얘기는 끝난 것 같고....수련이나 해보자꾸나.”


“....네?!?!”


놀란 외침이 집을 가득 메웠다.



***



“후우....후우...”


본채인 정방 안에서 장의호는 선 채 방어 자세를 취하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내기의 운용이 조금이라도 끊길라 치면 서문옥의 탄지공이 날아왔다.


‘.......악귀 같으니.’


장의호는 조금 전의 일을 떠올렸다.


“수련을 하자는 것이 그게 그렇게 놀랄 일이더냐?”


“안...아니 그게....제가 오늘 깨어나지 않았습니까?”


“그게 어떻다고?”


서문옥이 진심으로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너무 무리를 하면-


그 때였다. 서문옥의 목소리가 서릿발처럼 준엄해진 것은.


“무슨 헛소리를 하고 있는 것이냐. 무인의 삶은 무로 시작해 무로 끝나는 것을. 수련이라는 것은 내기를 운용할 수 있으면 그걸로 족한 것이다.”


.....그 말이 끝나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이 모양이었다.


‘언제까지 계속 시킬 셈이지?’


계속해서 내기를 전신에 두텁게 두르는 것은 정신이 아득해지는 일이었다. 언제가 되어야 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서문옥은 서문옥대로 장의호를 보며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새로 생긴 자신의 제자는 세상일에는 빠삭했지만 묘하게 강호와는 어긋나 있었다. 그 재능과는 달리 말이다. 무공에 입문이 늦은 탓인지 꽤나 강호의 방식과는 맞지 않았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쌓아온 타성과 관념을 전부 부셔서라도 키우는 것이 본인의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직 멀었다.”


“큿...”


“가벼운 피육의 상처 따위는 전혀 문제 되는 것이 아니다. 문제라고 한다면 내상을 입지 않았는데도 수련을 피하려고 하는 너의 그 나약한 마음과 관념이 문제인 것이지.”


안타깝게도 서문옥의 말대로였다. 장의호는 심법을 운용하자 찌뿌둥한 몸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세 괜찮아졌다.


“후읏.”


계속해서 장의호의 귓가에 말이 들려왔지만 그것을 들을만한 여유는 없었다. 그저 기를 운용한다, 라는 것에 모든 심력을 쏟고 있었기에.


타악!


다시 한 번 탄지공이 장의호를 강타했다. 순간적으로 내기의 흐름이 끊긴 것을 느끼자마자 날린 것이다.


“크악.”


콰당!


순간적으로 빈틈을 찔리자 그 충격의 여파로 장의호가 내기의 운용을 잊고, 몸의 자세를 유지하는 것마저 잊고 쓰러졌다.


“쯧. 어서 일어나지 못하겠느냐. 아직 멀었다. 내기의 운용도 오래가지 못하고, 맨 몸으로 가벼운 탄지공 하나 버텨내질 못하다니. 한심하구나. 명심해라. 설사 목이 날아가도 의지만으로 몸을 움직여야 하는 것이 무림인이다.”


“하아....하아..”


똑똑.


장의호가 쓰러져 숨을 몰아쉬는 사이 누군가 집의 문을 두드렸다.


“있는가?”


“.....손님이 오지 않았느냐.”


‘분타주겠군.’


서문옥은 목소리와 기척으로 상대가 누구인지 이미 파악한 상태였다.


“어서 일어나서 나가보지 못하겠느냐.”


“하아...”


굼벵이처럼 일어나는 장의호의 등에 탄지공이 다시 떨어졌다.


“악!!!”


“언제까지 그렇게 쉴 참이냐. 도산검림(刀山劍林)의 강호에서 그렇게 있다가는 곧바로 죽기십상이거늘.”


“끄으응.”


“소리도 내지 말고!”


으득.


장의호는 온갖 힘을 다하려고 절로 이를 악물었다.


후들거리는 몸을 억지로 이끌었다. 순식간에 갈 수 있었던 대문이 너무나도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언제....닿는 거지.’


장의호는 지금 이 순간 너무나도 멀리 느껴지는 대문을 부셔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덜덜덜.


부들부들 떨리는 다리고 간신히 대문에 도달한 장의호가 문을 열었다.


끼이익.


문이 열리자 그 앞에는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여어... 소형제.”


마치 친한 형제라도 대하는 것처럼 만면에 미소를 짓고 있는 분타주의 얼굴이.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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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문검 23.11.13 136 3 12쪽
16 16화 이름 23.11.12 159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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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대성 23.11.09 170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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