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무사가 아카식레코드를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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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3.10.2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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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3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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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문검

DUMMY

17화 문검



‘예감이 든다.’


그렇게 느껴질 때가 종종 있다.

앞으로가 어떻게 될지 명확히 보이진 않아도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뭐랄까 후각?

강호라는 도산검림에서 지내다 보면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


‘위험’이라는 것에 대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만.”


“하. 시치미는.”


말 한 마디 한마디가 날아들 때마다 온 신경이 곤두선다.


부웅!!


문검 공설의 주먹이 장의호의 머리 위를 간발의 차이로 지나갔다.


“후아.”


‘집중하고 있지 않았다면 바로....’


장의호는 피할 수 있었던 것은 그저 운이었다고 생각했다. 순식간에 날아든 권(拳) 속의 변화는 두 가지.


아래쪽으로는 변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몸을 맡겼고 운 좋게 들어맞았을 뿐이다.


“이렇게 증거가 있지 않느냐. 내 주먹을 피하는 놈이 이 소주에 몇이냐 있겠느냐.”


‘칫.’


“그래서? 무슨 볼일입니까? 제자의 뒤를 닦아주러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캇. 크하하하. 제자 놈의 뒤를 닦아줘? 스승이 무슨 제자의 시중이더냐? 제자 놈은 그저 스승의 부하나 다름없거늘.”


“......”


“요컨대 저 다 죽어가는 놈이 어디 가서 무슨 짓을 하던 제 놈의 책임이 다만. 그렇다고 해도 용서받지 못하는 일이 있다.”


“용서받지 못하는 일?”


“제자 놈이 패배하는 것은 스승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것이지. 제 놈의 약함 때문에 이 몸까지 약자 취급을 받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날이지.”


“.....흑도답다면 흑도다운 말입니다만.....너무나도 흑도다워서 구역질이 나는군요.”


“핫. 제법 주둥이를 놀릴 줄 안다만....어디 한 번-”


“봐볼까!!!”


공설이 말을 하고 있는 도중에 달려들었다. 장의호에게 있어선 번개와도 같은 속도였다. 장의호는 가까스로 주먹을 올려 방어했다. 그 판단은 틀린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 위력이 장의호에겐 있어 막아내지 못할 거력이 실려 있었다는 것이 문제일 뿐.


콰지직!


털썩.


“으큭.”


주먹질 한 번에 장의호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이제 막 삼재심법이라는 그릇을 완성했을 뿐 그릇에 물도 채우지 못한 장의호로서는 도저히 막아낼 수 없는 내기가 그의 주먹에 실려 있었다.


“헤에..”


공설은 주먹 한방에 움직임이 멈춰버린 장의호를 살피고 있었다.


“호?”


공설 자신은 분명 이번에 끝낼 생각이었다. 하지만 자신의 예상과 달리 장의호는 버텨냈다.

자신의 삼 성의 내공을 담았건만 반탄력이 느껴질 정도였다.


저 나이에 이 정도의 내공을 쌓은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이 정도면 가혹하게 굴렸던 자신의 제자보다도 윗줄이었다.


‘이십도 안 된 놈이...’


공설은 왠지 모를 위험을 느꼈다. 이런 놈은 여기서 아예 싹을 꺾어놓던가, 그도 아니면....


공설이 잠시 생각에 잠긴 사이 장의호가 진탕된 속을 다스리며 공설 근처에서 벗어났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장의호는 아무리 살펴보아도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았다.


번쩍.


잠자코 있던 공설의 눈이 이채를 발했다.


“네 녀석. 기본공만 익혔나?”


“.......그렇다고 한다면?”


공설은 몇 번의 타격을 통해 장의호의 내기가 움직이는 경로를 어렴풋이 파악했다. 단순한 기본공. 그 중에서도 가장 간단하게 내기를 운용하는 삼재심법이었다.


“쓸만하군.”


“??”

‘뭔 소리야 이 미친놈은.’


갑작스럽게 맥락도 없이 날아드는 말에 장의호는 사고가 따라가질 못했다.


“삼재심법을 그 정도나 익혔을 정도면 삼재심공은 이미 몸에 완전히 익었군. 그 다음의 상위 심법은?”


“익혔다면 상황은 조금 달라지지 않았겠습니까?”


“하!”


파파팡.


장의호의 도발에 공설이 다시 한 번 움직였다. 연거푸 펼쳐지는 권장법에 장의호가 바닥을 굴렀다.


“호기는 정도껏 부려야지.”


공설은 자신도 모르게 공력을 사 성의 내공으로 초식을 펼쳤다.


‘쯧......가능하면 망가트리고 싶진 않았는데.’


공설은 바로 후회했다.


“으.....으으...”


바닥을 손을 짚은 장의호가 비명을 지르며 일어나고 있었다.


그 모습에 공설은 흠칫 놀랐다.


‘손에 감촉은 확실했는데..?’


공설은 오랜만에 몸을 움직여서 자신의 힘줄이 녹슬기라도 한 것인지 의심이 될 정도였다.

믿어지지 않아 좀 전에 장의호를 가격했던 자신의 손과 비틀비틀 일어서는 장의호를 번갈아 바라보았지만 확실했다. 녀석은 자신의 사 성 공력에도 살아남아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다.


“놀랍군.”


“하아.....”


“마음에 든다. 네 녀석.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네 녀석 내 제자가 되라.”


“쿡. 쿡.”


장의호는 공교롭다고 생각했다. 하필이면 비슷한 시기에 제자 제의를 두 번이나 받다니. 전생에 천덕꾸러기처럼 강호를 굴러다녔던 자신에게 말이다.


“아직 어리지만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는 알겠지? 누가 네놈을 가르쳤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기본공과 삼재검법만을 펼칠 정도면 뻔한 일이다. 제대로 된 사승 관계는 아닐 터.”


“후우.....사양하겠소.”


불끈.


공설이 주먹을 움켜쥐었다. 제깟 놈이 무엇이라고 절정 고수인 자신의 제의를 거절한다는 말인가. 그는 모욕감을 삼키며 다시 움직였다.


그는 비틀거리는 장의호에게 다가가 멱살을 잡고 한손으로 들어올렸다.


“내 귀가 잘못 되었나? 분명 들려선 안 되는 말이 흘러나왔는데.”


“아니. 당신의 귀는 정상이야. 정확히 들었어.”


숫제 존대를 완전히 놓아버린 말투까지. 공설은 금방이라도 이 애송이를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따갑다 못해 서늘함까지 느껴지는 살기가 장의호를 덮쳤다. 마치 살을 저미는 듯한 느낌.


“네놈 그 말의 결과는 알고서 지껄이는 거냐? 아직 어려서 아무것도 모르고 내뱉는다면 물릴 마지막 기회다.”


“뭐.....당신 손에 죽기밖에 더하겠어?”


여태까지의 제자 놈들과는 마음대로 되지 않는 녀석. 오히려 그 점이 공설의 의욕에 불을 질렀다.


콰직.


공설이 장의호를 바닥에 메다꽂았다.


“큭...”


“강호에선 강자가 법이다. 패배한 네놈이 그걸 뒤집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큭.”


바닥에서 꿈틀거리던 장의호가 고개를 간신히 들어 올려 공설과 시선을 마주했다. 눈을 마주하고 나서야 공설은 직감했다.


적어도 이런 눈을 하고 있는 놈은 골치 아팠다. 자신의 생사마저도 도외시 할 수 있는 그런 광기를 품고 있는 눈이었다.


“좋다.”


풀썩.


공설이 장의호를 잠시 든 채로 손을 풀었다.


“쿨럭.”


바닥에 떨어진 충격으로 장의호가 숨을 갑작스럽게 내뿜었다.


공설은 강규와 장의호의 일을 다시 떠올렸다. 분명 녀석의 가족과 강규의 부하와의 불화로 이 사달이 났을 터. 그렇다면 놈의 주변을 건드려야 했다.


“네놈의 가족이 가게를 운영한다고 했던가. 어디 그 말을 계속해서 지킬 수 있을지 두고 보마.”


“무....무슨 짓을 할 셈이지...”


“뭐. 어린 네놈도 상상할 수 있는 일이지.”


빠악.


“크아악.”


공설의 다리가 경쾌하게 움직였다. 가벼운 발차기였지만 그것만으로 장의호의 다리가 부러졌다.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그렇게 뻣뻣하게 나올 수 있는지 지켜봐 주마 애송이.”


“기....기다려!!!!!”


장의호는 다리의 고통도 잊고 공설을 불러 세웠다.


“막고 싶다면 말이 아니라 네놈의 힘으로 해라.”


“으......으아아아아아아.”


그의 의지와 상관없이 넝마처럼 된 몸은 제대로 움직여주질 않았다.


자신의 뒤에서 괴성이 들려오지만 공설은 상대도 하지 않고 도시 쪽으로 발을 옮겼다.



***


“좀 더 오른쪽이야.”


다리가 불편한 장의호와 눈이 부어 시야가 보이지 않는 강규가 서로를 부축하며 길을 나아가고 있었다.


“......내 스승....아니 문검은 피해야 해. 그는 걸어... 다니는 천재지변이야.”


“하. 그래봐야 촌구석의 고수지.”


장의호가 강규를 향해 냉소를 날렸다.


“너..너는 몰라. 분명 흑령회는 그저 흔하게 있는 삼류 흑도 방파일지도 모르지. 허나 체계도 없는 그런 문파가 어떻게 십 칠년이나 존속을 할 수 이...이ㅅ을까. 그것은 그 자가 그만큼 강했기 때문이다.


“.....좀 더 오른쪽이다. 아니 좀 더.”


장의호는 강규의 말에 아랑곳없이 그저 집에 돌아가기 위해 길안내를 할 뿐이었다. 적어도 그는 믿을만한 구석이 하나 있었다.


“흑도만큼.....분쟁이 많은 곳에서 절정고수가 튀어나왔다는 것은 백도에서 같은 수준의 고수가 나온다는 것고 전혀 달라. 온실 속의 화초처럼 길러진 고수와.....실전에서 꽃피운 고수. 흑도....는 바닥이 보이지 않는 바다와도 같은 곳이지. 지금이라도 여기에서 달아나 힘을 키워라....”


“아 거참 시끄럽네. 그 따위 이야기는 나중에 하라고.”


“가면 넌 그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


“당신도 죽을 테고?”


“......이미 난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문검 그자는 이미 날 제자로 생각하지도 않을 테지. 그 자에게 있어 제자란 소모품이나 다름 없으니까. 허나 넌......달라.”


강규와 계속 말을 주고받던 장의호가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에 주변을 살폈다. 그러자 한쪽 구석에서 격전을 펼치는 두 명이 눈에 들어왔다.


“뭐가 어떻게 되었다고?”


“무슨....말이냐.”


채채챙!!


그들의 앞에서 검과 도가 허공에서 여러 차례 부딪쳤다.


장의호의 눈에 들어온 것은 강규가 말했던 미래와는 전혀 다른 것. 자신의 집과 가까운 빈 공터에서 펼쳐지는 소검후와 문검 공설의 칼부림이었다.


장의호가 희망을 걸었던 소검후 서문옥이 그의 바람대로 문검과 맞서 싸우고 있었다.


숨을 내뱉으며 무심히 내기를 조절하는 소검후와 달리 문검의 얼굴은 흉신악살(兇神惡殺)처럼 일그러진 상태였다. 교전 중에 꽤나 손해를 본 탓인지 전신에 가벼운 생채기가 가득했다.


“빌어먹을. 정파의 무인이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냐.”


무언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은 탓인지 말조차 거칠었다.


“자네에게 답해야 하는가?”

“빌어먹을!!”


“이쯤에서 칼을 물리는 게 어떤가?”


“하. 내 도가 무서운가?”


“글쎄, 무섭다 안 무섭다를 논하기 전에 적어도 자네와 칼을 맞대야 하는 건 내가 아닌 것 같은데.”


“빌어먹을 계집년이...”


문검은 평소 소주 부근에서는 자신을 막을 만한 이는 거의 없다고 여겼다. 이름이 드러난 이들 중 자신과 동수의 실력을 가진 자는 없다고 자부했다.


허나 그 자신감이 무색하게도 저렇게 새파랗게 어린 년이 자신과 칼을 맞대다니. 더군다나 아직도 제 실력을 숨기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참을 수 없었다.


“여기서 끝을 본다. 네년과 나 누가 더 강한지.”


“.......”


서문옥은 대답이 없었다.


자신의 말이 대답할 만한 가치도 없는 것으로 여겨졌다고 생각한 문검이 도의 손잡이를 고쳐 잡았다.


“옆을 보시지. 자네의 상대가 왔지 않은가?”


“뭐?!”


고개를 돌린 문검의 눈에 장의호와 강규가 들어왔다.


“하. 저런 버러지들이?”


“이런, 그러면 장의호, 저 아이와 비무를 해보는 게 어떻겠나? 둘 다 온전한 몸 상태로.”


말도 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은 문검이 입을 열었다.


“승패는 둘째 치고 저 놈이 싸울 마음이나 있을까?”


“물론이다.”


바로 흘러나온 장의호의 대답.


“크크큭.”


문검이 몸을 떨었다. 계집과 애송이가 자신을 이렇게까지 조롱하다니.


“조건은?”


간신히 분노를 억누른 문검이 장의호를 가리키며 물었다.


“내가 이긴다면 저놈을 내 마음대로 해도 되는 것이냐?”


“물론.”

“물론.”


소검후와 장의호의 답변이 동시에 울려 퍼졌다.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선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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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5화 비도탈명 23.11.28 125 2 11쪽
24 24화 질투 23.11.26 127 3 12쪽
23 23화 사패 23.11.24 129 3 12쪽
22 22화 거래 23.11.23 128 2 11쪽
21 21화 추궁 23.11.21 141 2 14쪽
20 20화 절정고수와의 싸움 23.11.18 146 2 12쪽
19 19화 수련 23.11.17 139 3 12쪽
18 18화 별격 23.11.15 145 3 12쪽
» 17화 문검 23.11.13 137 3 12쪽
16 16화 이름 23.11.12 159 4 13쪽
15 15화 갈등 23.11.10 163 3 11쪽
14 14화 대성 23.11.09 170 2 12쪽
13 13화 흑령회의 경합 23.11.07 178 4 12쪽
12 12화 호법 +1 23.11.06 202 5 11쪽
11 11화 결투로 잃어버린 것과 얻은 것 +1 23.11.05 228 7 11쪽
10 10화 기이한 사제 +1 23.11.04 244 5 12쪽
9 9화 혈경 +1 23.11.03 263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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