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무사가 아카식레코드를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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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3.10.2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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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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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5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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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결투로 잃어버린 것과 얻은 것

DUMMY

11화 결투로 잃어버린 것과 얻은 것




‘아아...젠장. 일진이 사나운 날이다. 아니, 그냥 재수가 옴 붙은 거다.’


눈앞의 미친년은 아주 그냥 눈을 빛내며 달려들고 있다.

시키는 스승이나, 하란다고 하는 제자 년이나.


장의호는 짐작도 가지 않았다.


설마 산채가 전멸될 때까지 가만히 있었는데도 산적이라고 생각해서 이러는 것은 아닐 테고....젠장 딴 생각할 때가 아니군.


장의호가 요리조리 빠져나가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검각의 젊은 제자는 더욱 강한공세를 펼치기 시작했다.


“자..ㅁ...”


채앵!


장의호가 입을 열려고 하는 순간에 그의 몸을 베기 위해 달려드는 장검. 한순간 정신을 팔았다간 바로 목숨이 달아날 정도였다.


‘젠장.’


장의호는 정말로 여기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리고 높은 압박에 호응에 점차 싸움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호.’


지켜보던 검각의 여고수는 장의호가 이제야 집중하는 것을 알아차렸다.


‘몸놀림이 달라졌군.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집중하는 것만으로 달라지다니.’


산채에 갑작스레 나타난 것이 미심쩍기도 했고, 저 아이가 말 그대로 수행을 하러 왔다면 그것을 가로챈 이쪽에서 수행을 베풀어주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물론 자신의 제자가 사내들을 혐오하다 보니 손속에 사정을 점점 두지 않고 있긴 하지만, 그것이 대수인가? 무림인이라면 응당 무덤에 발을 담그고 있는 자들.


저 아이가 정말 실전수행을 위해 온 것이라면 오히려 저 아이에게 좋은 일이다, 라는 마음으로 지켜보는 여고수였다.


물론 장의호는 인정하지 않겠지만 말이다.




‘진짜 죽겠는데.’


장의호는 진짜 죽음의 예감을 느끼고 있었다.


어딘가 어설프고 정직한 강규와는 틀렸다.

조금 전까지 산적들을 베어 넘기는 것만 봐도 검에 피를 묻혀본 경험이 한 두 번은 아닐 터.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이 실전에서 닦여진 변초임에 틀림없었다.


‘칫.’


장의호의 볼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검날에 살짝 그어진 탓이었다.

변화를 미처 다 파악하지 못하고 조금씩, 조금씩 몸에 생채기가 생겨나고 있었다.


계속해서 집요하게 날아드는 검날에 시종일관 밀리는 장의호는 누가 보기에도 금방이라도 몸이 갈라져서 쓰러질 것만 같았다.


“하아...”


입에서 단내가 흘러나왔다. 검초 하나, 하나를 쳐낼 때마다 손아귀가 찢어질 듯이 아파왔다. 검에 담긴 내경도 윗줄, 초식의 현란함 또한 미치지 못했다.


장의호의 검이 상대의 검을 방어할 때마다 조금씩 검날이 빠져나가는 것을 보면 강규보다는 윗줄에 있었다.


병장기에 기를 불어넣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불어넣은 기를 가다듬어 예기(銳氣)로까지 승화시킨 경지.


일류의 초입이었다.


명확히 검각의 젊은 여 제자는 밑줄의 상대로 이렇게 오래 끈다는 것이 불쾌했다. 쓰러질 듯 말 듯 아슬아슬하게 버티는 어린 소년.


딱히 원한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남자라는 것만으로 혐오감이 들었다. 더 이상 시간을 끈다면 여태껏 닦아온 자신의 검과 무공이 부끄럽기만 할 뿐이다.


그녀는 호흡을 골랐다.


충분히 내기를 끌어올린 순간 그녀는 승부수를 띄웠다.


검영이 하나 피어오르더니 이내 질풍처럼 여러 개의 검영으로 나뉘었다. 검각의 절예 중 하나인 제석참(帝釋斬)이었다.


장의호는 앞으로 나아갈 수도, 뒤로 물러날 수도 없다는 것을 순간적으로 깨달았다. 앞으로 나아가든 뒤로 물러나든 쾌의 수법으로 날아오는 검의 먹이가 되리라.


장의호는 죽음이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음을 느꼈다. 검영이 그의 몸을 갈가리 찢어버리려는 그 순간.


마치 시간을 쪼개고 쪼갠 찰나의 순간이 하나씩 다가왔다. 마치 찰나의 순간이 하나씩 이어지는 기묘한 감각.


극한의 집중 속에 세상의 시간이 찰나의 순간으로 쪼개졌다.


허나 그것뿐이었다.


‘으으.’


아주 천천히 다가오는 검영. 허나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장의호의 의식만이 시간이 흘러감을 느끼고 있었다.


-육체를 지니고 한순간 법계에 접하는 것은 너의 지각과는 전혀 다른 영역에 이르러 움직이는 것과 다름없다-


뇌리에 누군가의 말이 흘렀다.


‘그래서? 여기서 죽는다고? 내가?’


검영이 한발 더 다가왔다.


‘여기서 죽으려고......그 억울함을 되씹으며 살아났냐!!’


‘움직여. 움직이라고.’


극한까지 예민해진 의식과 시간의 감각과 달리 몸은 전혀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극한으로 예민해진 의식과 달리 몸은 전혀 따라오지 못했다.


검영이 바로 목 근처까지 다가왔다.


‘츠아아아아아앗!!!!’


장의호의 기합과 동시에 법계의 문이 열렸다.


엄검시하(嚴劍侍下) 의진기멸(意盡氣滅) 제석강천(帝釋降天)


봇물처럼 흘러드는 초식의 흐름과 구절. 그에 반응해 장의호의 몸 또한 움직이기 시작했다.


제석참이 펼쳐지려는 순간 검의 중심을 장의호의 검봉이 짓눌렀다.


그 순간 검의 궤적이 흔들리며 목표로 하던 곳에서 두 치를 벗어났다.


푸슛!


여 제자의 검이 장의호의 목을 베고 지나갔다. 조금만 더 깊었더라면 예기에 목이 달아났을 것이다. 말 그대로 간발의 차이.


‘큿.’


빗나갔다는 것을 알아채고 다음 방도를 강구해야할 여 제자는 몸도, 의식도 잠시 멈춰진 채였다.


의념으로 가다듬은 예기가 펼쳐지려는 찰나, 상대의 검봉이 기가 모여드는 중심을 건드린 탓에 기혈이 살짝 뒤틀린 탓이었다.


예기치 못한 충격이기에 그녀의 충격은 더욱 컸고 그에 따라 추스르는 시간도 길어졌다.

시간적으로 따지자면 몇 초도 되지 않는 작은 시간이지만, 무인에게 있어선 목을 몇 번은 벨 수 있는 시간.


여 제자의 시간이 멈춰 있는 동안 장의호가 움직였다.


육체가 비명을 지르고 있었지만 그것을 추스를 시간 따윈 없었다.


“엇!!”


지켜보던 여 고수의 입에서 경호성이 흘러나왔다.


장의호의 검이 상대의 목으로 휘둘러지려는 찰나, 그녀가 움직였다.


“멈추거라!!”


타당. 카앙!!


고수의 탄지공이 불을 뿜자 장의호의 검이 저 멀리 튕겨나갔다.


제대로 담금질도 하지 않은 산적의 검. 그 탓에 탄지공의 충격마저 이겨내지 못하고 여러 조각으로 부셔졌다.


울컥.


장의호의 입에서 시커먼 핏덩이가 튀어나왔다.


“우웨엑”


“이....이런.”


그녀는 그때가 되어서야 제자의 목숨이 경각에 달리자 참지 못하고 손속에 사정을 두지도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괜찮은가?”


“후우우”


간신히 속을 다스린 장의호가 손을 들어 올려 입가의 피를 훔쳤다.


“무슨 짓입니까.”


“.....승부는 나지 않았나.”


부끄럽지만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여 고수였다.


“하. 강호에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더니.”


장의호의 통렬할 말 한마디에 그녀는 얼굴을 붉히고 대꾸하지 못했다. 분명 생사는 간발의 차이였다.


자신의 제자와 장인호, 둘 중 어느 누구가 목숨을 잃었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제자가 내기를 가다듬어 처음으로 발현한 검기, 그것을 보고 스승 된 자로서 어찌 막을 수 있으랴.


물론 정파의 구린내 나는 이라면 일개 소년의 목숨 따위 아무렇지 않게 여겼을 테지만......검각의 여 고수는 그 정도로 썩지는 않았다.


단지 잠시.... 제자의 성장에 눈이 멀어 대전 상대를 신경 쓰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제자의 목숨이 위험해진 것에는 끼어들었다는 사실이 그녀를 부끄럽게 했다.


강호에서 스스로 건 승부를 자기들이 유리할 때는 내버려두고, 불리할 때는 윗줄의 고수가 싸움을 끝내버린다. 강호의 법도 상 부끄러운 일이었다.


그렇기에 그녀는 장의호의 힐난에 대꾸할 말이 없었다.


“스승님...”


일어서 간신히 진탕된 속을 다스린 여 제자가 스승을 불렀다.


“가만히 있거라. 이것은 내 잘못이니.”


“.....”


스승의 냉정한 어조에 제자는 입을 다물었다.


“우웨웨에엑.”


장의호가 다시금 치밀어 오르는 핏덩이를 뱉었다.


“괜찮은가?”


“후우우.”


그녀를 더욱 부끄럽게 하는 사실이 있었다. 그녀가 보기엔 좀 전의 장의호는 분명 한순간 윗줄의 경지로 나아갔다.

어딘가 정광이 흐르는 눈은 분명 경지를 깨고 나아간 자의 눈빛이었다.


그렇게 한 꺼풀 벗고 있는 상대의 상태를 생각지도 않고 강제로 개입하다니, 장의호 앞에서 얼굴을 들 수가 없을 정도였다.


“여기 본 문의 내상약이 있다네.”


“하.”


장의호가 차디찬 냉소를 지었다.


“속에 독이 들어 있기라도 한 겁니까?”


“아...아니...아닐세. 그런 것이 아..-”


“그걸 어찌 믿습니까? 암묵으로 생사투나 다름없이 치러진 비무에 끼어드는 사람의 말을.”


장의호가 여 고수의 말을 중간에 잘랐다.


“......미안하네. 제자의 성장에 눈이 멀어서. 자네가 수상해 시험하려고 했던 것도 있었고.”


“수상하면 생사투에 끼어들어도 되는 것입니까?”


장의호는 상대방이 말할 때마다 계속해서 말꼬리를 잡았다.


“아니. 아닐세. 정말로 미안하네.”


‘하핫. 이거 좀만 더하면 벗겨 먹을 수 있겠는데?’


장의호는 기꺼웠다.


사실 멋대로 휘둘린 것이 참을 수 없어 죽음마저 각오하고 내지른 말이었지만, 여고수는 의외로 말랑했다.


양심이 있고 수치를 아는 자, 이런 이는 전생에서 닳고 닳은 강호생활을 보낸 장의호에게 있어 호구나 다름없었다.


비록 몸이 비명을 지르고, 머리가 뜨거워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 같지만 이런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쿨럭.”


괜한 헛기침을 하며 장의호는 검을 줍기 위해 걸어갔다.


“검이 아주 박살이 났군. 후우...”


“.....”


“자칫했으면 몸뚱이도 구멍이 났겠군.”


여 고수는 검이 싸구려 철검이라 담금질이 전혀 되지 않았다는 것을 감촉으로 알고 있었지만 무어라 할 말이 없었다.

이 상황에서 무엇을 말한다 한들 이쪽에는 명분이 없었다.


“괜찮다면 내가 검을 하나 마련해주겠네.”


그 말에 장의호는 상대의 허리춤을 바라보았다.


고색창연한 검. 틀림없이 범상치 않은 검이리라. 장의호는 검을 뻔히 쳐다보며 말했다.


“이쪽은 검도 잃고, 생사투에 건 각오조차 빼앗겼는데 그쪽은 제자도 무사하고, 검도 멀쩡히 있군요.”


그 말에 여 고수는 잠시 주저하더니 허리춤의 검을 풀러 장의호에게 내밀었다.


“호? 괜찮은 겁니까? 저에게 넘겨도.”


“.....괜찮지 않다네. 내 몸처럼 여겨왔던 검이니. 허나 그보다 더 괜찮지 않은 것은 수치를 모르는 것이지.”


“......그럼 사양 하지 않고.”


보검을 얻었다는 기쁨에 장의호는 검을 받아들었다. 검을 받아들자마자, 공짜로 보검을 얻었다는 기쁨에 긴장이 완전히 풀리고 말았다.


‘어....’


검을 허리춤에 차기도 전에 세상이 빙글빙글 돌았다.


콰당.


장의호는 그대로 의식을 놓아버린 채 무릎 꿇으며 앞으로 쓰러졌다. 의식이 완전히 사라지기 전까지 검만을 잃어버리지 않겠다는 듯이 되 뇌이며.


‘.....내...검..내 검..검....’


“이보게. 이보게.-”


귓가에 여 고수의 말이 쏟아졌지만 어느 것 하나 장의호의 의식에 닿지 못했다.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선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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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화 강자로서의 위치 23.12.11 68 1 11쪽
34 34화 검심태동 23.12.11 60 0 12쪽
33 33화 일 초식의 싸움 23.12.10 59 0 11쪽
32 32화 협박 23.12.09 69 0 11쪽
31 31화 비무의 끝 23.12.08 93 2 12쪽
30 30화 비무첩 23.12.08 92 1 11쪽
29 29화 가르침 23.12.07 101 2 13쪽
28 28화 광화는 광화일뿐이다 23.12.05 113 2 13쪽
27 27화 사손과 사조의 대련 23.12.04 114 2 12쪽
26 26화 광화 +2 23.12.03 119 2 11쪽
25 25화 비도탈명 23.11.28 125 2 11쪽
24 24화 질투 23.11.26 127 3 12쪽
23 23화 사패 23.11.24 129 3 12쪽
22 22화 거래 23.11.23 128 2 11쪽
21 21화 추궁 23.11.21 141 2 14쪽
20 20화 절정고수와의 싸움 23.11.18 146 2 12쪽
19 19화 수련 23.11.17 139 3 12쪽
18 18화 별격 23.11.15 145 3 12쪽
17 17화 문검 23.11.13 136 3 12쪽
16 16화 이름 23.11.12 159 4 13쪽
15 15화 갈등 23.11.10 163 3 11쪽
14 14화 대성 23.11.09 170 2 12쪽
13 13화 흑령회의 경합 23.11.07 178 4 12쪽
12 12화 호법 +1 23.11.06 202 5 11쪽
» 11화 결투로 잃어버린 것과 얻은 것 +1 23.11.05 227 7 11쪽
10 10화 기이한 사제 +1 23.11.04 244 5 12쪽
9 9화 혈경 +1 23.11.03 263 4 11쪽
8 8화 허장성세 +1 23.11.01 280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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