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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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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0.2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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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흑령회의 경합

DUMMY

13화 흑령회의 경합



‘이거야 원.’


서문옥은 사정은 알 수 없지만 흥미진진한 일들이 벌어질 것 같아 아무 말 없이 둘의 뒤를 뒤따랐다.


강규 또한 누군가가 따라온다는 것은 눈치 챘지만 딱히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그에게 중요한 건 눈앞의 애송이 뿐이었다.


강규는 도시의 외각으로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빈 공터가 나타나자 강규는 뒤돌아 장의호를 바라보았다.


“마침 네놈도 무기를 들고 있구나. 들어라.”


“들라고?”


“그래. 네놈을 적으로 인정했다는 말이다. 무공을 익힌 지 얼마 안 되었다는 애송이 라는 생각 따위 버리고 전력으로 상대해주마.”


“.....쯧.”


장의호가 망설이자 강규는 이어 말했다.


“무섭다고 빌어도 이제는 네 멋대로 내려갈 수는 없다.”


“곤란하군.”


“애송이 녀석. 무기 하나 들었다고-”


“무기를 꺼내든다는 것은 자신이 죽어도 할 말이 없다는 뜻인데 말이야.”


으드드득.


장의호의 도발에 강규가 이를 악물었다.


“죽는건......네놈이다.”


강규가 허리춤의 장검을 뽑아 달려들었다. 그와 동시에 장의호도 고색창연한 검을 검집에서 꺼내들었다.


강규의 검이 난폭하게 움직였다. 그의 스승에게서 배운 삭풍검법이었다.


삭풍검법은 모두 열두 초식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강맹함을 위주로 연거푸 전개되는 검법이었다. 마치 한줄기 바람처럼 가로막는 모든 것을 갈라버리는 것으로 유명한, 강규 스승의 성명절기였다.


비록 이제 막 소성에서 벗어나 초식의 형을 그런대로 흉내내는 정도였지만 강규에게 있어 가장 자신 있는 무공이었다. 그는 스승에게 이 무공을 얻고 칠 성까지 익히자 그전까지는 이기지 못했던 흑령회 대부분의 이들을 이길 수 있었다.


강규의 검이 순식간에 장의호의 목 근처까지 도달했다. 검 끝이 미묘하게 흔들리며 갑작스럽게 변초를 구사했다.


삭풍검법의 제 일 초 삭풍낙안(削風落雁)이었다. 삭풍이라는 말처럼 검이 그리는 궤적은 매서운 칼바람이 되어 상대의 급소와 요혈만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한 초식, 한 초식이 매서웠다. 금방이라도 장의호가 검에 베혀 피를 뿌리며 쓰러질 것처럼 보였다. 장의호는 변변찮은 공격도 하지 못하고 매섭게 달려드는 검을 반치 수준으로 피해내고 있었다.


“하. 애송이. 용케 피하는구나.”


강규가 계속해서 피하기만 하는 장의호를 조롱했다.


‘용케....피한다고?.......그럴 리가 없잖아. 이 팔푼이 놈아!!’


서문옥은 평온한 얼굴과는 달리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녀는 아직 미숙한 강규와 달리 절정 고수였기에 한눈에 지금의 상황을 꿰뚫어봤다.


장의호는 용케 피하는 것이 아니었다. 상대의 초식을 모두 꿰뚫어 보았기에 한 끗 차이로 피하고 있는 것이었다.


서문옥이 보기에 강규의 기세와 실력은 자신의 제자와 비교해도 딱히 뒤지는 편이 아니었다.


‘보름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만한 진경(進境)을 보인다고?’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이미 내 제자나 상대하고 있는 저 녀석의 적수가 아냐. 까마득히 높은 곳으로 올라가버렸어.’


서문옥은 일류의 초입정도로는 이제 그냥 저 소년의 먹이밖에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전율했다.


괴물이 눈을 떴음을,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고 이가 자신임을 알았다.


‘더 해봤자.....시간만 낭비군.’


서문옥의 생각은 당연히 알수 없는 강규는 계속해서 검을 휘둘렀다. 그리고 전반부 초식의 모든 변초를 쓰고 나서야 깨달았다.


자신은 그저 물가에서 검을 휘두르고 있다는 것을.


‘.....스치지도 않아?’


초반에는 그나마 검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사실 그것 자체도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어떻게든 이해 할 수 있다. 허나.....지금은 아예 검조차 휘두르지 않고 피해낸다고?


“으아아아아아.”


강규가 십성을 넘어선 내기를 끌어 쓰기 시작했다. 눈에는 핏발이 서고, 전신의 혈맥이 부풀어 시뻘겋게 달아오른 순간 장의호가 움직였다.


카앙!!


두 번의 칼놀림. 그저 십팔반무예에도 실려 있는 기본 검식이 날아들었다.

상단 수평 막기 후 아래에서 위로 베는 등교세를 펼쳐 강규의 검을 보기좋게 날려버렸다.


위력으로 상대를 제압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상황에 맞는 초식이었기에 들어갔을 뿐.


“우엑”


강규가 속이 진탕되어 피를 토했다.


“커헉......제기랄!!!!!”


강규는 인정할 수 없었다. 얼마 전까지 자신의 밑줄이었던 놈이 이렇게나 쉽게?


강규는 부들부들 떨리는 몸을 의지로 억누르며 일어났다. 앞으로 비틀비틀 거리며 나아가 장의호의 멱살을 잡았다.


“도대체....뭐가.....도대체 뭐가 다른 거냐. 너와 나!”


흑도의 야심만만한 젊은이가 흐느끼듯이 외치고 있었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검을 휘둘렀다. 헌데, 나보다 어린놈이 무공에 입문한지도 얼마 안되어 나를 추월해버린다고? 인정 못해. 인정 할 수 없다!!”


“쯧.”


장의호가 강규의 팔을 억지로 떼어냈다.


“인정을 하든 하지 않든 확실한 건 넌 졌어.”


“으.......으아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아!!!!!”


강규는 분을 못 이기고 괴성을 계속해 질렀다.


지켜보는 서문옥도 강규의 심정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저렇게 어린 아이에게 저런 식으로 패배한다면 자신 또한 제 정신으로 있기는 힘들 터.


게다가 신경 쓰이는 것도 또 있었다.


‘무공을 익힌 지 얼마 안 되었다고?’


그럼 도대체 얼마나 되었다는 것인지.....차마 듣는 것조차 두려웠다.


잠시 후 강규의 괴성이 끝났다. 간신히 진정한 강규가 입을 열었다.


“죽여라.”


그 말을 들은 장의호는 잠시 고민했다.


‘죽여 버릴까?’


딱히 살기를 풀풀 풍기며 덤벼온 것은 아니었지만, 초식은 분명 살상용이었다. 딱히 손에 사정을 둔 것도 아니었다.


이번이 벌써 두 번째. 살려 둬봐야 귀찮기만 할 것 같다는 예감에 장의호가 마음을 굳혔다.


장의호가 살기를 내뿜은 순간, 서문옥이 입을 열었다.


“굳이 패배 한번 했다고 죽음을 자처해서 되겠소? 젊은이.”


“......”


장의호는 나설 순간을 빼앗겨 가만히 들을 수밖에 없었다. 상황과 살기를 읽은 서문옥의 절묘한 끼어들기였다.


“당신이 저 애송이의 스승인가?”


“아니, 그렇지는 않소.”


“그럼 그냥 내버려둬. 이렇게 구차하게 진 채로 살아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지?”


“.....무림인이 설마 한 번도 지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소?”


“뭐..?”


“지켜본 나도 두렵소. 지금은 아니지만 저 소년은 얼마 되지 않아 분명 지금의 나쯤은 금방 넘을 수 있을 거요. 허나 그것이 중요한 것이오? 무인이라면 지금의 나 자신과 싸워 보다 높은 경지로 나아가는 것을 각오한 자들. 상대가 강하다면 그보다 더욱 강해지면 되지 않겠소?”


허울 좋은 이상이었다.

허나 적어도 절망한 강규가 마음을 추스르기엔 충분한 말이었다.


한동안 마음을 다스리던 강규가 천천히 일어났다. 그는 발을 천천히 옮겼다.


때를 놓친 장의호가 입맛을 다시며 강규가 떠나는 것을 바라보았다.

적어도 조금의 독기라도 남아있다면 서문옥이 말려도 바로 손을 썼을 것을....


하필이면 거지새끼처럼 비척비척 거리며 떠나가다니.


“말씀을 잘 하십니다.”


강규가 떠나가는 것을 지켜보던 장의호가 말했다.


“......정말 죽이려고 그랬나?”


서문옥도 입을 열었다.


“뭐 귀찮아질 것 같아서...”


장의호가 말을 흐렸다.


“체계 잡힌 무공을 보아 문파나 방에서 단련했을 터인데.....삼가는 게 좋지 않겠나. 또 피를 보는 것도 좋은 일이 아니라네.”


그녀는 두려웠다. 아직 어린데도 냉정한 성정이 엿보이는데, 저만한 그릇이 냉정함만을 가지고 성장한다면 강호에 얼마나 피가 뿌려질 것인가 하는 우려가 절로 들었다.


“뭐.... 적어도 당분간은 범인을 알아내기는 힘들 겁니다. 두 번이나 혼자 온 걸로 봐선 스스로의 힘으로 결판을 내고 싶었을 겁니다. 뭐....흑도에서는 보기 드믄 성격의 사람이죠.”


“흑도라고?”


“예.”


“......”


“설마 흑도라고 괜히 살렸다고 생각하시는 것은 아니겠죠?”


“설마 그럴 리가 있겠나. 단지 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어서 말일세.”


‘정파에서도 보기 드문 사람이군.’


장의호는 서문옥이 마치 깨끗한 물처럼 느껴졌다. 너무 오래 고여 썩어버린 정파 중에도 이런 인물이 있을 줄이야.


장의호가 감탄하는 사이 서문옥은 서문옥대로 장의호를 품평하고 있었다.


측량이 되지 않는 무의 그릇도 하늘이 내려준 것이건만, 그것도 모질라 흑도를 상대하는 와중에도 담대함을 겸비한 행동에 사려깊은 통찰까지.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장래가 기대되는 소년이었다.


그 탓에 당분간 이곳에 머물며 장의호를 지켜보기로 결심한 서문옥이었다.



***



장의호는 강규가 시야에서 보이지 않게 되자 개방의 분타로 가고자 할 마음을 먹었다.


“잠시 들러야 할 곳이 있는데,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같이 가세나.”


서문옥의 답변에 장의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 부모의 심부름 때문에 나왔으니 본가에 들어갈 때는 같이 들어갈 생각이었던 장의호는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장의호와 서문옥이 걸음을 옮기고 얼마 되지 않아 폐허와 헌 건물들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 옆에서 장작으로 불을 지피고 있는 젊은 사내가 두 일행을 발견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소형제아닌가.”


저번에 만났던 젊은 사내가 장의호의 얼굴을 보자마자 반겼다. 개방 절강 분타주의 제자로 그의 이름은 엽개였다.


엽개는 장의호를 한번 포옹하고 나서 물었다.


“저 분은?”


“제 동행입니다.”


“음.”


엽개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분타주에게로 안내했다.


“영감. 소형제 왔어.”


“어어....소형제? 어이쿠.”


제자의 말해 분타주는 분주히 일어났다. 초저녁도 되기 전에 잠을 자고 있었는지 눈이 거의 감긴 채였다.


“하암. 보름 정도 되었구만. 슬슬 자료를 정리해 보내줄 참이었는데.”


분타주는 장의호 뒤에 서있는 서문옥을 슬쩍 보더니 잠시 눈을 빛냈다. 이내 눈을 장의호에게 돌린 분타주가 말을 이었다.


“일단 흑령회에 대한 조사 내용은 거의 다 정리되었으니 그것부터 듣겠나?”


“예 그러지요.”


“일단 요새 흑령회가 시끄럽다네. 어찌하여 그런가 하니 그 놈들. 아주 요상한 짓을 벌이고 있더군.”


“요상한 짓이라 하면은...”


“흑령회는 말이 좋아 방파지, 네 개의 지류가 합쳐진 연합체나 다름없다네. 일단 그들의 우두머리가 네 명이니까.”


가끔 흑도에서나 볼 수 있는 체계였다. 장의호는 납득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명의 두목이 있으니 당연히 그들의 제자도 네 명 이상이겠지? 허나 그놈들은 제자를 한명씩만 두고 있더군. 그리고 요새 그놈들이 시끄러운 이유가 제자들을 경합시키고 있어서더군.”


“경합이라면 어떤...”


“그들의 무공을 한 몸에 이어받을 제자를 하나 고르기 위해 제자들을 경쟁시키고 있지. 헌데 그 내용이란 것이 뭐랄까. 골 때린다고 해야 되나? 무공이나 인성 같은걸 보는 것이 아니고 조직을 잘 다스리는 자를 한명 선택해 자신들의 후계자로 정한다더군. 그 조직이란 것도 제자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사조직을 말한다더군.”


“.......이해하기 어렵군요.”


“그거야 무림의 일반적인 생리로는 무리지. 허나 그들도 나름대로 그러는 이유가 있다네.”


“......”


장의호는 묵묵히 분타주의 대답을 기다렸다.


“그들은 흑도라네. 그것도 아주 급하게 만들어진 조직. 네 명의 고수가 명성을 얻고 세를 불리긴 했으나 우두머리가 네 명일세. 사공이 네 명인 셈이지.

그런 것이 제대로 굴러갈 리가 있겠는가? 예전에는 한 몸처럼 같이 지내던 네 명의 흑도인도 조직이 비대해지고 서로간의 거리가 멀어지면서 그들처럼 조직 자체가 네 분열 된 거나 다름없었지. 허나 평생 조직을 모르고 살아온 네 명이 뭘 어떻게 수습하겠나.”


“그래서 그 조직의 통합을 한명의 제자가 한다는 거군요.”


“그렇지.”


“그리고 그 지역이 소주라는 말씀이고요.”


“아아.”


분타주의 긍정에 장의호가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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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화 검심태동 23.12.11 59 0 12쪽
33 33화 일 초식의 싸움 23.12.10 58 0 11쪽
32 32화 협박 23.12.09 69 0 11쪽
31 31화 비무의 끝 23.12.08 92 2 12쪽
30 30화 비무첩 23.12.08 92 1 11쪽
29 29화 가르침 23.12.07 100 2 13쪽
28 28화 광화는 광화일뿐이다 23.12.05 112 2 13쪽
27 27화 사손과 사조의 대련 23.12.04 114 2 12쪽
26 26화 광화 +2 23.12.03 118 2 11쪽
25 25화 비도탈명 23.11.28 125 2 11쪽
24 24화 질투 23.11.26 126 3 12쪽
23 23화 사패 23.11.24 129 3 12쪽
22 22화 거래 23.11.23 127 2 11쪽
21 21화 추궁 23.11.21 140 2 14쪽
20 20화 절정고수와의 싸움 23.11.18 145 2 12쪽
19 19화 수련 23.11.17 138 3 12쪽
18 18화 별격 23.11.15 145 3 12쪽
17 17화 문검 23.11.13 136 3 12쪽
16 16화 이름 23.11.12 158 4 13쪽
15 15화 갈등 23.11.10 162 3 11쪽
14 14화 대성 23.11.09 170 2 12쪽
» 13화 흑령회의 경합 23.11.07 178 4 12쪽
12 12화 호법 +1 23.11.06 202 5 11쪽
11 11화 결투로 잃어버린 것과 얻은 것 +1 23.11.05 227 7 11쪽
10 10화 기이한 사제 +1 23.11.04 243 5 12쪽
9 9화 혈경 +1 23.11.03 263 4 11쪽
8 8화 허장성세 +1 23.11.01 279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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