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무사가 아카식레코드를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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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3.10.2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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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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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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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비도탈명

DUMMY

25화 비도탈명



“스승님은 무슨. 그렇게 부르지 말라니까.”


같은 여성이 봐도 누구나가 아름답다고 여길 만큼의 미녀가 얼굴을 장난스럽게 구기며 말했다.


“어디 있다 오신 겁니까.”


“뭐. 호북 안휘를 걸쳐 돌아오다 보니 묘한 소문이 들려서 말이지.”


“또 검각을 비우신 겁니까? 정말이지. 하아.”


“읏. 그딴 것보다 싸움이 벌어질 것 같으니까 지켜보자고.”


제자인 서문옥의 말은 아랑곳없이 고개를 돌리자 화려한 무복이 펄럭였다. 화려한 무복을 입은 그녀의 이름은 손전옥(孫全玉)이었다.


서문옥의 스승이자, 보타암 검각 역대 최고수라 불리는 이, 그것이 그녀였다. 절대적인 미(美)도 무(武)도 지녔다. 모든 이가 모든 것을 가졌다고 우러러 보지만 그녀에게 딱 하나 부족한 것이 있었으니, 품격이었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서문옥이었지만 예상치 못한 만남에 벌써부터 머리가 지끈지끈거렸다.


‘아니, 차라리 영원히 만나지 못하게 하고 싶었다.’


내심 기명제자 핑계를 대며 만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강했기에 든 생각이었다.


허나 그 생각과는 달리 눈앞에서 재미있다는 듯이 눈앞의 싸움을 지켜보는 스승만이 그녀에게 닥쳐온 현실이었다.


“이야. 우리 제자. 꽤나 재미있는 놈을 골랐네. 꽤나 호기로워?”


장의호가 손가락을 까닥이며 상대를 도발하는 것을 본 손전옥이 웃음 지으며 말했다.


“그렇게 떠들어도 되는 겁니까?”


“아아. 아무래도 너무 시끄러운 것 같아 기막을 펼쳐두긴 했지.”


“......”


“시작한다.”



***



장의호는 주변에서 자신의 스승과 사조가 열심히 이야기 하고 있다는 것은 꿈에도 모른 채 움직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제 막 일류 고수에 도달한 장의호가 그녀의 미행을 알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결정했다. 그 손가락부터 부셔주마.”


“말로만 떠들 셈이야?”


짙고도 농후한 살기가 공간을 잠식해왔다.


“온다!”


따다당.


귀가 따가운 음향이 이어졌다. 그리고 곧 연속으로 날아든 비수가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장의호가 손에 있던 검으로 하나하나 흘리고 쳐낸 것이다.


“칫.”


간신히 비수들을 쳐내긴 했지만 장의호는 확실히 자신보다는 우위라는 것이 느껴졌다.


‘쫄지 마. 이길 수 있어.’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스스로를 믿지 못하는 자가 무엇을 이룰 수는 없는 법.

그렇기에 장의호는 자신을 믿고 나아가고자 마음먹었다.


비수가 스치고 지나간 왼 팔뚝의 상처는 가벼운 상처에 불과했다. 한 번의 공격이 행하고 마원의 손이 다시 자신의 가슴 속 주머니에서 비수를 꺼냈다.


마치 다시 처음이 시작된 듯한 상황이었다. 상대와의 거리는 여전히 멀었다.


장의호의 유효한 공격거리까진 적어도 보통 보폭으로 열 걸음 이상이 필요했다. 그는 간합의 차이를 어떻게 메꾸는가가 승리의 열쇠가 되리라는 것을 오랜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다.


숨을 고르며 서로 간의 공격을 펼치기 위해 준비했다.


터벅.


덥혀진 숨이 공간을 메울 때마다 장의호가 천천히 나아갔다. 다섯 발자국을 나아갔음에도 마원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눈앞의 애송이가 자신의 난비연(亂飛燕)을 얄팍한 상처만으로 막아낸 것이 신경이 쓰인 탓에 단순한 공격이 닿는 범위가 아닌, 필중의 거리를 가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비도라는 것은 멀리서도 공격할 수 있는 무기이지만, 기본적으로 활보다 그 위력과 빠르기에 제약이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비도란 결국 활대와 활시위를 육체로 갈음하는 것인데, 딱딱한 뼈와 근육이 활대와 활시위가 될 수는 없음이 당연하다.


물론 그것도 일반인에 국한된 이야기지만. 무림 고수의 육체와 무기에 맞는 심법이란 결국 육체를 하나의 병기로 단련하는 것과도 같다.


그렇기에 마원은 자신 있게 중거리에서 비도를 날린 것이었다. 수많은 하수들을 장사지냈던 난비연이 허사로 돌아간 것을 본 마원에게 긴장감이 감돌기 시작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어디쯤이면 이 녀석을 비도로 꿰뚫을 수 있을까?


마원은 오로지 그것만을 가늠하며 호시탐탐 기다리고 있었다.


“후우.”


다시 한 발짝.


상대가 필중의 순간과 거리를 재고 있다는 것을 모를 리도 없는 장의호였건만 발을 멈추지 않았다. 느리지만 분명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한발 더.’


장의호가 마음을 먹고 내기를 운용했다. 한발 자국이면 자신의 공격도 닿는 거리였다. 한발 자국의 거리까지 남은 이상 상대의 공격을 어떻게든 버텨내 자신의 공격을 펼쳐야 했다.


장의호가 한발 자국을 남기고 한발자국을 걷기 위해 뒤의 발을 뗀 순간, 마원이 움직였다.


‘지금!’


마원도 상대의 공격권에 거의 다가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노린 절묘한 순간이었다.


발을 떼서 나아가려는 순간, 물러나기엔 거리가 애매하고, 옆으로 빠지기에는 더더욱 무리인 찰나의 순간만을 온 신경을 기울여 기다린 마원이었다.


“핫!!”


기합과 함께 터져 나온 심후한 내기. 마치 활대처럼 뒤로 꺾인 팔이 움츠러들며 비도에 속도를 불어넣는다.


엄지와 검지 사이에 있는 비도의 날이 공기를 가르며 마침내 튀어나갔다.


카앙!! 캉!!!


좀 전까지와는 전혀 다른 충돌음이 귓가를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강한 내기가 실린 만큼 그 위력은 가벼운 초식과는 전혀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기에.


“하아.....”


상대의 강력한 일격을 가까스로 쳐낸 장의호가 숨을 몰아쉬었다. 장의호는 발을 내디디며 팔을 들어 올리고 있기에 비도를 검병으로 쳐낼 수 있었다.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자마자 이어서 펼쳐진 삼재 검법.


혈경에 수록된 심법만을 익혀 몸에 새기고 있는 지금은 혈경상의 다른 무공들은 언감생심이었기에 그가 수없이 사용한 삼재검법을 펼친 것이다.


허나 무공이란 결국 박자와 순간의 싸움.


상대의 호흡을 빼앗아 펼친 공격은 그만큼 예리했다. 그 증거로 마원의 앞자락이 일자로 잘려나간 채 피를 흘리고 있었다.


‘.....젠장.’


상대가 파고드는 것을 느끼자마자 물러나긴 했지만 네발자국만을 남기고 공격한 대가가 꽤나 컸다.


‘저런 애송이에게....’


수치심이 들기도 전 그에게 샘솟은 것은 위기감이었다. 한발자국을 더 내줬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그에게 두려움을 심어주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생사의 위기였다.


“쯧.”


“왜 그러십니까.”


“재미없게 되었군.”


“....무슨 말씀이신지?”


“승부는 났다는 말이다.”


“어느 쪽이 이기고 진다는 말씀이신지.”


“그것 참. 새서방이 걱정되나 보구나.”


“스승님!”


그녀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귀청 떨어지겠구나. 뻔한 거지 않느냐. 네 서방님이 이길 것이다.”


“후우.......아직 멀쩡히 대치하고 있습니다. 거의 최초의 상황과 다름없지 않습니까?”


그녀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으며 말했다. 그녀로서는 천방지축 같은 사부의 성정은 아무리 세월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았다.


“네 발자국의 거리. 그게 네 제자의 공격권이다. 다섯 발자국에서 승부를 내려고 한 저 놈의 결정은 적절했지. 다만 네 제자가 잘 막아냈을 뿐. 마치 미리 알고 있는 것처럼. 비도가 어디로 날라 올지를 말이야.”


“....알고 있다고요?”


“글쎄...내가 저 놈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도 아니고 어찌 알겠느냐. 중요한 곳을 막고 다른 곳을 내줄 생각을 했는지, 그도 아니면 목으로 날아온다는 것을 확신했는지는 몰라도 결과는 막아내었으니 방금 전의 격돌은 저놈의 뜻대로 돌아간 것이겠지. 분명한 것은 상대의 공격궤도와 자신의 공격궤도를 일부러 일직선상에 둔건 확실해.”


두 사제의 대화처럼 장의호는 적어도 상대가 어디를 노리는 건지는 정해두고 들어갔다. 분타주가 전해온 기별에는 마원이 성정까지 적혀 있었다.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 성격의 무인이라는 내용을 본 이상 처음의 공격을 막아냈다면 상대의 공격이 급소인 목이나 단전에 집중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예측은 멋지게 맞아떨어진 것이다.


‘이제부터군.’


여기까지는 자신이 짜 둔대로의 전투였다. 다음 작업이 마지막 고비였다. 장의호의 생각처럼 마원이 다음수를 던졌다.


주머니에 손을 넣어 다량의 비수를 꺼낸후 비수를 퍼붓기 시작했다.


자신의 주머니 속에 온갖 비수를 채워 넣었는지 던지고 또 던졌다. 던지고 물러나고, 던지고 물러나고를 반복하며 계속해서 안전거리만을 유지했다. 게다가 자신의 죽은 부하들의 주머니를 뒤지면서까지 계속해서 비수의 물량으로 장의호를 몰아붙였다.


위력을 배제한 채 연속성의 속도와 비수의 속도만으로 인한 몰아붙이기. 하지만 꽤나 유효한 전략이기에 차곡차곡 장의호의 몸에는 상처가 늘어나고 있었다. 상처에서 피가 흘러내리고 옷은 곳곳이 찢어져 너풀거릴 정도였다.


아무리 거리가 늘어나 대응하기 위한 시간이 늘어났다고는 하나, 절정 문턱의 고수가 연달아서 날리는 비도가 그렇게 만만한 것은 아니었다.


‘대략 한 호흡에 날아오는 것이 여섯 개인가.’


계속해서 비수에 상처만 입고 있는 장의호였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기기 위해 냉정히 상대의 공격을 살피고 있었다.


마원이 던지는 난비연의 최대 갯수는 여섯 개까지였다.


여섯 개의 비도를 날리고 바로 비수를 들기 위해 마원의 손이 품속으로 들어갔다.


‘지금!!’


장의호가 뛰어드는 것과 동시에 마원의 손이 움직였다.


‘하나, 둘.’


왼손으로 거의 동시에 날아오는 비수 두 개를 쳐냈다.


‘셋. 넷.’


오른손에 들린 검의 검병에 비수 두 개가 막혀 다른 곳으로 날아갔다.


마지막 두 개라고 생각한 장의호가 발에 힘을 주었다. 그 순간에 눈에 비수가 들어왔다.


‘헛!!!’


단전과 목을 동시에 노리고 날아드는 총 네 개의 비수.


여섯 개의 비수를 날리며 은밀히 소매에 숨겨둔 비수를 흡기공으로 꺼내들어 날린 것이었다.


그 순간 양자의 표정은 대조적이었다. 놀란 표정과 의기양양한 웃음이 교차한다.



화악!!!!


피할 수 없다는 예감한 장의호는 내기를 순간적으로 내뿜었다.


옷자락에 불어넣은 기가 두터운 막처럼 비수를 잠시 붙들었다.


지지직. 사악


비수를 붙잡을 수 있던 것은 찰나의 시간. 하지만 그 시간이면 충분했다. 비수를 밀쳐내고 돌아오는 왼손으로 나풀거리는 옷자락을 붙잡고 위로 빼냈다.


비수가 배의 아래쪽을 파고 들어가기 직전 간신히 옷자락으로 붙잡은 채로 허리띠에서 옷자락 빼내며 몸을 회전 시켰다.


한순간 이루어진 신기와도 같은 방어.


찰나에 순간에 여러 가지 동작을 완벽한 시점에 구사하고 나서야 해낼 수 있는 것이었다.


허나 그 신기와도 같은 동작을 해내었음에도 장의호는 성공에 도취되어 멈추지 않았다. 상대의 암수에서 벗어나자마자 몸을 완전히 돌리며 검을 휘둘렀다.


솨아아악!!!


공간을 가르는 매끄러운 소리가 이내 짐승의 살을 가르는 소리로 변했다.


마원의 목이 달아나 허공에서 춤추었다.


철푸덕!!


오늘 밤 싸움의 종말을 땅바닥에 떨어진 머리가 고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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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35화 강자로서의 위치 23.12.11 68 1 11쪽
34 34화 검심태동 23.12.11 59 0 12쪽
33 33화 일 초식의 싸움 23.12.10 58 0 11쪽
32 32화 협박 23.12.09 69 0 11쪽
31 31화 비무의 끝 23.12.08 92 2 12쪽
30 30화 비무첩 23.12.08 92 1 11쪽
29 29화 가르침 23.12.07 100 2 13쪽
28 28화 광화는 광화일뿐이다 23.12.05 112 2 13쪽
27 27화 사손과 사조의 대련 23.12.04 113 2 12쪽
26 26화 광화 +2 23.12.03 118 2 11쪽
» 25화 비도탈명 23.11.28 125 2 11쪽
24 24화 질투 23.11.26 126 3 12쪽
23 23화 사패 23.11.24 129 3 12쪽
22 22화 거래 23.11.23 127 2 11쪽
21 21화 추궁 23.11.21 140 2 14쪽
20 20화 절정고수와의 싸움 23.11.18 145 2 12쪽
19 19화 수련 23.11.17 138 3 12쪽
18 18화 별격 23.11.15 144 3 12쪽
17 17화 문검 23.11.13 136 3 12쪽
16 16화 이름 23.11.12 158 4 13쪽
15 15화 갈등 23.11.10 162 3 11쪽
14 14화 대성 23.11.09 170 2 12쪽
13 13화 흑령회의 경합 23.11.07 177 4 12쪽
12 12화 호법 +1 23.11.06 202 5 11쪽
11 11화 결투로 잃어버린 것과 얻은 것 +1 23.11.05 227 7 11쪽
10 10화 기이한 사제 +1 23.11.04 243 5 12쪽
9 9화 혈경 +1 23.11.03 263 4 11쪽
8 8화 허장성세 +1 23.11.01 279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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