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무사가 아카식레코드를 손에 넣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봉미
작품등록일 :
2023.10.24 13:30
최근연재일 :
2023.12.11 19:52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7,467
추천수 :
129
글자수 :
180,249

작성
23.12.03 06:05
조회
118
추천
2
글자
11쪽

26화 광화

DUMMY

26화 광화



“재미있군.”


싸움의 끝을 본 손전옥이 아름다운 미소를 띠며 말했다.


분명 절세미인의 아름다운 웃음이건만, 서문옥은 섬뜩했다. 저 표정을 볼 때마다 좋은 일이 있었던 적이 있었던가?


없었다. 좋은 일은커녕 분명 나쁜 쪽으로 일이 일어났다. 물론 스승이 저 표정을 짓지 않는다고 정상적인 일을 행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천재지변의 괴물 그 자체. 그것이 손전옥이었다.


누구도 막을 수 없고, 그 무엇에도 구애받지 않는다. 그것이 절대 고수였다. 절대 고수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같은 줄의 고수뿐.


“....아직 뒷정리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잔챙이들이 싸우는 건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


소문옥은 역시나라고 생각했다.


그녀의 스승의 기준은 굉장히 치우쳐져 있었다. 그녀의 관심사는 오로지 재미일 뿐. 재미있느냐, 없느냐 의 기준만으로 모든 행동이 결정되었기에 더욱 그만큼 감당하기 어려웠다.


‘하아...’


한숨이 절로 나왔지만 그녀가 스승을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조금이라도 발생될 일의 여파를 줄이는 정도일 뿐.


그녀는 그런 점에서 포기한지 오래였지만 이런 일이 닥칠 때마다 하늘이 원망스러웠다. 차라리 진짜 천재지변이었다면 이런 마음도 들지 않았을 것을. 사람의 모습을, 그것도 스승의 모습을 한 재앙이라니.....


전생에 정말 자신이 죄를 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다시 치밀었다.


“도대체....무슨 생각이십니까.”


“이런 이런. 스승을 그런 표정으로 봐도 되는 것이냐.”


“......스승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하시는 것이 입버릇 아니었습니까.”


“스승의 농조차 받아주질 못하다니.....네가 내 제자가 맞느냐?”


평소의 행실은 잊어버렸다는 듯이 천연덕스럽게 말을 내뱉는 손전옥이었다.


“하아.......제발 적당히 해주십시오....적당히.”


서문옥은 정말이지 자신의 제자의 앞길에 무엇이 닥칠지 두려웠다. 그녀에게 남은 방법은 그저 하늘에 기도할 수밖에.


“적당히? 그게 무슨 단어인지 나는 모르겠구나.”


하지만 하늘은 여전히 그녀의 간청을 들어주지 않을 모양이었다. 전에도 그러했고, 앞으로도.




***



머리가 잘려나간다면 몸은 움직이지 않게 된다. 그리고 그것은 싸움도 마찬가지.


우두머리인 마원이 쓰러지자 나머지 수하들의 반항은 이내 잠잠해졌다. 마원은 특유의 소심함과 조심성으로 자신보다도 윗줄의 고수까지 처리해왔다.


어떤 때는 부하들을 동원해 힘을 뺀 후에, 때로는 상대방과의 상성이 좋은 것을 이용해서, 때로는 독과 미인계로 상대의 힘을 빼서.


그는 복마전과도 같은 흑도의 세계를 살아온 이였고, 그만큼 동고동락한 부하들에게 주는 신뢰감은 두터웠다.


그런 마원이 죽자 밑의 부하들이 흔들리는 것은 당연했다. 살아남는다는 것, 그것은 역시 흑도인에게 중요했다. 물론 그들 사이에 진정한 신뢰 관계가 있었다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런 것은 마원과 부하사이에 존재하지 않았다.


도움 되는 부하와, 도움 되는 두목. 그 정도의 관계였을 뿐이었다.


“......괴물이냐? 너는.”


강규는 경악을 감출 수 없었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보다 아랫줄에 있던 놈이 아니었던가.


“쯧. 물에 빠진 놈 건져줬더니. 후우....”


장의호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말 그대로 쥐어짜낸 느낌이었다. 임기응변으로 찢어진 옷자락에 내기를 불어넣은 게 천운으로 따라준 덕택에 성공했다고 해야 할지...


비수가 옷을 꿰뚫고 지나가기 바로 전의 순간.


찰나의 찰나를 쪼갠 그 순간을 특정할 수 있었던 것은 육체를 걸치고 허공법계에 들어갔던 그 경험들 덕택이라고 장의호는 스스로 생각했다.


온 몸이 노곤하고 머리가 무거웠다. 그뿐만 아니라 억지로 쥐어짜낸 탓에 경락까지 찢어진 것처럼 아파왔다.


채앵!!!


“어이.”


장의호의 손이 후들후들 떨려왔다.


“후우우우우우....”


긴 한숨 끝에 장의호는 간신히 손을 들어올렸다.


“어이. 괜찮아?”


“아니.....”


아닌 게 아니라 한계였다. 허공법계에 들어갔을 때만큼은 아니었지만 스스로도 한계에 다다랐음을 알 수 있었다.


“무리군.”


“뭐?”


“서 있을 힘조차 없단 말이다.”


털썩.


장위호가 즉시 주저앉아 가부좌를 틀고 운기조식에 들어갔다.


‘......아......’


장의호는 진기를 움직이기도 전에 잠이 들었다. 이내 고개가 기울었다.


“허.”


강규는 기가 막혔다. 뭐라도 할 것처럼 가부좌를 틀더니 이내 잠이 들어?


“어이.”


불러도 역시나 대답이 없었다.


“골 때리는군.”


“그 말 그대로야. 멋대가리 없이 말이야.”


흠칫.


강규의 몸이 떨렸다. 마치 몸에 전기가 지나간 듯한 느낌이었다. 한순간에 나타난 절세미모의 여자.


강규는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눈앞의 미녀를 응시했다.

이렇게 깔끔하게 뒤를 잡히는 것은 흑령회 중 최강이라던 자신의 스승마저도 할 수 없었다.


마치 그 자리에서 갑자기 샘솟은 느낌. 그도 아니면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기척이 하나도....없었어.’


“그렇게 경계할 것 없다. 그저 재미있는 싸움을 한 저놈 얼굴 좀 보려고 하는 거니까.”


“......”

‘도대체 언제서부터...어디서 지켜본 거지.’


“어디....”


강규는 장의호에게 한 발자국 다가가려는 손전옥을 가로막았다.


“응? 뭐하는 거니?”


“......무슨 연유로 그러시는지.”


“음? 하하하. 너는 이 아이와 무슨 관계니?”


손전옥은 강규가 앞을 가로막은 뜻이 보호하려는 의지라는 것을 깨닫고 물었다. 살짝 호기심이 동했다.


“......목숨을 빚졌습니다.”


강규는 상대가 원한다면 자신은 물론 장의호도 한순간에 죽일 수 있는 강자라는 것을 알고 태도에 공경을 담았다.


흑도에서 생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후각이었다. 십년 동안 많은 위기를 헤쳐 나올 수 있게 해준 그 감각이 말해주고 있었다.


눈앞의 미녀는 수많은 죽음을 다루었고 몸 주위에 죽음을 두른 듯한 느낌. 또한 지금 이 자리에서도 생사를 관장한다는 것을.


“그을쎄.....저 애송이를 음....죽일까?”


손전옥은 눈앞의 애송이에게서 공포를 읽었다. 허나 그럼에도 자신에게 마주서고 대항하려는 것에 좀 괴롭혀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한번 불붙은 마음이 멈추지 않았다. 장난, 짖굿은 마음이 그녀를 충동했다.


강규의 몸이 점점 축축해져 갔다. 공포, 허나 물러날 수는 없다. 강규가 옆에 있던 장검을 주워들었다.


“호?”


“.....”


“애처롭구나. 애송이. 네 스스로도 알 텐데. 덤비면 죽는다는 것을.”


“......”


꾸우욱.


강규는 말할 여유조차 버리고 검을 움켜쥐고 집중하는 데에 사용했다. 그리고 이내 움직였다. 가장 몸에 익은 삭풍낙안을 펼치기 위해.


딱히 고르고 펼친 것은 아니었다. 그저 가장 몸에 익숙한 것을 공포심에 눌려 시전했을 뿐.


홱!!!


검이 휘둘러지기도 전에 손전옥의 손이 강규의 팔을 붙잡았다. 강규에게 있어 그녀의 움직임은 신기루와 다름없었다. 옆에서 지켜보는 이라도 그것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적어도 그녀의 움직임을 인식할 수 있는 수준의 고수가 아니라면.


‘어...느새.’


투욱. 채애앵!!


“큭.”


단 한수에 검을 놓치고 제압당했다. 아니, 자신이 무엇을 당했는지도 몰랐다. 그저 무릎 뒤에서 암경이 가해진 것만을 느꼈다. 일어나려 해도 발이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보통 내 위압감과 그 정도의 공포면 검을 휘두르지도 못할 텐데. 헤. 제법이다.”


어지간해선 칭찬을 하지 않는 손전옥의 입에서 칭찬의 말이 튀어나왔다. 물론 무공실력이나 자질을 논한 것이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서였지만.


“큭.”


“무리하지마라. 암경이 완전히 꿰뚫었으니 말이다. 딱히 저 녀석을 해하려는 건 아냐.”


“......”

“너도 알지? 마음만 먹는다면 너나 저 아이는 이미 죽었을 것이라는 것을.”


“그렇다면....어째서.”


“아아. 그저 저 녀석 얼굴이 좀 궁금해서 말이야. 사손(師孫) 녀석의 얼굴이 말이야.”


‘뭐...?’


사손이라면 서문옥의 스승이란 말인가. 아니, 그런 나이가 아니잖아. 설마.


여러 감정과 의혹이 강규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반로...”


쫘악!


강규의 고개가 한쪽으로 돌아갔다.


“아. 미안. 네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도 알지만 말이야. 이 몸을 감히 상상에서라도 감히 그런 눈으로 지켜본다는 건 참을 수가 없어서 말이야.”


“크으윽.”


강규는 머리가 통째로 흔들리는 감각에 정신을 못 차릴 정도였다.


“이 몸은 한 번도 늙어본 적이 없는 꽃다운 이십 세인데 감히 늙었다는 상상을 하다니. 참을 수가 없어서 말이야. 반로환동이라니. 그건 재능도 없이 늙어간 이들이나 겪을 일이지. 세상에 축복받은 이 몸이.....으으 늙다니. 생각만 해도 자결하고 싶을 정도군.”


“......이미 늙으신 분이 할 말은 아닙니다만.”


스승을 말려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안 서문옥이 뒤늦게 모습을 드러냈다.


“하. 제자야. 내 귀가 잘못된 것 같구나. 방금 뭐라고 했느냐.”


냉랭한 표정의 손전옥이 쏘아붙였다.


“......”


서문옥이 입을 다물었다. 으레 그랬던 것처럼. 저 표정의 스승을 상대해봐야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니.


“말하지 않을 참이더냐? 허. 제자가 되어서 스승의 말에 거역할 참이더냐.”


서문옥은 여전히 입을 다문 채였다. 시선도 마주치지 않고 그저 담담히 죽일듯한 시선을 받아넘겼다.


“하....좋다.”


손전옥이 단념했다는 듯이 제자에게서 시선을 떼고 고개를 돌렸다.


“저 애송이. 내 허락도 없이 기명제자로 들였다지?”


서문옥의 몸이 흠칫 떨렸다.


“스승님.”


나지막한 음성이 울렸다.


“내가 허락지 아니한다고 원로원에 기별이라도 넣어줘야겠구나.”


“스승님!!”


서문옥의 음성이 높아졌다. 거의 모든 전권을 잡은 스승이 그런 기별을 넣는다면 어떻게 될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분명 스승이라면 본파의 가르침을 허락 없이 전했다는 억지 이론까지 들고 나올 것이다.


“귀 안 먹었다. 왜 그러느냐.”


손전옥은 여전히 싸늘한 얼굴이었다.


“.....죄송합니다.”


“으응? 안 들리는데.”


“스승님처럼 아름답고 젊으신 분에게 못할 말을 한 제자가 잘못 했습니다.”


“음.”


손전옥이 그때가 되어서야 만족했다는 듯이 살벌한 표정을 풀고 미소 지었다.


“말은 항상 똑바로 해야지. 설마하니 문옥 언니가 이 동생의 미모를 질투하기라도 하는 줄 알았잖아.”


“......”


서문옥은 담담하게 스승의 말과 행동을 받아넘겼지만 다른 이는 그렇지 못했다. 일련의 일들을 지켜본 강규는 할말을 잃었다.


그저 입을 벌린 채 서문옥과 손전옥을 번갈아 쳐다볼 뿐이었다.


‘미친....’


강규의 감상은 결코 틀린 것이 아니었다.


‘광화(狂花)’


그 명칭이 왜 손전옥에게 붙었는지 누구나 그녀를 만나면 바로 이해할 수 있다.


미친 꽃은 그저 미친 꽃이라는 것을.


작가의말

늦어져서 죄송합니다. 오늘 중으로 더 올리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삼류무사가 아카식레코드를 손에 넣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 공지 +2 23.12.13 26 0 -
공지 제목 변경 공지 [무림 속 아카식 레코드]-[삼류무사가 아카식레코드를 손에 넣었다] 23.12.04 58 0 -
35 35화 강자로서의 위치 23.12.11 68 1 11쪽
34 34화 검심태동 23.12.11 60 0 12쪽
33 33화 일 초식의 싸움 23.12.10 59 0 11쪽
32 32화 협박 23.12.09 69 0 11쪽
31 31화 비무의 끝 23.12.08 93 2 12쪽
30 30화 비무첩 23.12.08 92 1 11쪽
29 29화 가르침 23.12.07 101 2 13쪽
28 28화 광화는 광화일뿐이다 23.12.05 113 2 13쪽
27 27화 사손과 사조의 대련 23.12.04 114 2 12쪽
» 26화 광화 +2 23.12.03 119 2 11쪽
25 25화 비도탈명 23.11.28 125 2 11쪽
24 24화 질투 23.11.26 127 3 12쪽
23 23화 사패 23.11.24 129 3 12쪽
22 22화 거래 23.11.23 128 2 11쪽
21 21화 추궁 23.11.21 141 2 14쪽
20 20화 절정고수와의 싸움 23.11.18 146 2 12쪽
19 19화 수련 23.11.17 139 3 12쪽
18 18화 별격 23.11.15 145 3 12쪽
17 17화 문검 23.11.13 136 3 12쪽
16 16화 이름 23.11.12 159 4 13쪽
15 15화 갈등 23.11.10 163 3 11쪽
14 14화 대성 23.11.09 170 2 12쪽
13 13화 흑령회의 경합 23.11.07 178 4 12쪽
12 12화 호법 +1 23.11.06 202 5 11쪽
11 11화 결투로 잃어버린 것과 얻은 것 +1 23.11.05 227 7 11쪽
10 10화 기이한 사제 +1 23.11.04 244 5 12쪽
9 9화 혈경 +1 23.11.03 263 4 11쪽
8 8화 허장성세 +1 23.11.01 280 4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