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무사가 아카식레코드를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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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3.10.24 13:30
최근연재일 :
2023.12.1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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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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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1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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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화 강자로서의 위치

DUMMY

35화 강자로서의 위치




“후우....”


‘현실인가.’


길다고 하면 길고, 짧다고 하면 짧은 수행이 끝나자 장의호는 눈이 저절로 뜨였다.


“일어났는가.”


“으헉!!”


방심상태에서 훅 눈앞에 들어온 것은 머리가 반백으로 된 중년인이었다.


“이런 놀랐는가.”


‘.....일어나자마자 왠 늙은이가. 가만....’


장의호는 언뜻 보니 눈에 익은 듯한 느낌에 눈앞의 중년인을 응시했다.


“정식으로 인사하지. 혈영방의 막불의네.”


‘아.’


떠올랐다. 머릿속에서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헌데 왜 남의 집까지 들어와서 인사를 한단 말인가?


장의호에게 아무런 반응이 없자 막불의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음. 막 깨어났으니 정신이 없나보군. 하지만 이쪽도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이라서 말일세. 서둘러 할 말만 해야겠군.”


‘무슨 할 말이 있단 거지.’


“고맙네.”


“.....무슨 말씀이신지?”


당황스러웠다. 뭐가 고맙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자네가 악숭위를 처리해주지 않았는가. 자네는 혈영방의 친구나 다름없네.”


“.....”


덜 깬 상태의 장의호는 상대의 말에 머리가 따라가질 못했다.


“.......”


“막 깨어난 사람 상대로 더 붙잡고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좀 그렇군. 다음에는 좀 더 제대로 된 자리에서 만날 수 있길 바라겠네.”


막불의가 정중히 포권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도대체 뭔 소리를 하는 건지. 친구라고?’


상념에 젖은 장의호를 뒤로 한 채 막불의는 바로 소주를 떠날 준비를 했다.


“바로 가는가?”


막 집을 나서려는 막불의의 뒤에서 손전옥이 물었다.


“그렇소.”


“.....꽤나 급한 모양이군.”


“뭐 어쩌겠소. 무림에 부는 바람이 심상치 않은데.”


“흥.”


“검후께서는 여전하십니다 그려.”


“방홍이라 했던가? 방 내 교육이 너무 허술한 거 아닌가?”


그녀가 내심 마음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꺼내었다.


“하하.....”


막불의는 난처한지 잠시 웃음을 흘리었다. 그리고 이내 입을 열었다.


“이해해 주시구려. 전대 장로의 후손으로써 오냐오냐 키워져서 세상 물정을 잘 모르오.”


“호. 난 분명히 혈영방이 이제는 정파와 대놓고 척을 지려는 줄 알았더니?”


“너무 그렇게 괴롭히지 마시구려.”


막불의가 난처하다는 듯이 말했다. 하지만 손전옥은 상대가 약한 기색을 보일수록 더 생기가 넘쳐보였다. 손전옥의 얼굴을 잠시 지켜보던 막불의가 말했다.


“끄응......방주께서 정하실 일이고, 아직 공식적으로 나온 이야기는 아니지만 만약의 때에는 혈영방은 여전히 정파와 합을 맞출 것이오.”


“그 대단하신 대장로께서 그리 말씀해주시니 소녀는 고마울 따름이군요.”


“끄응.”


손전옥의 장난에 막불의가 신음했다. 그녀의 성정을 뻔히 알기에 괜히 섣불리 대응할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뭐.....장난은 그만두고, 꽤나 심상치 않은 모양이지?”


“.....아마 구파일방도 어느 정도 냄새는 맡았을 거요.”


“흠...”


“하필이면 십만대산 쪽도 심상치 않은 마당에 북전성 놈들은 도대체가...”


“......피의 강이 또 흐르겠군.”


“개인적으론 이젠 좀 겪고 싶지 않은 일인데 말이오.”


“철혈불루께서 답지 않군.”


“하하....검후께선 그 악몽같은 날을 보내시고도 여전하시구려.”


“사람이 변할 때는 죽기 전뿐이야.”


“하하하.....그럼 나중에 다시.”


“아아.”


손전옥은 막불의와 말을 나누고 장의호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뭐하고 있느냐.”


“......”


“이거.....정신을 영 못 차리네.”


그녀가 손바닥으로 장의호의 머리 위를 잡고 장난스럽게 흔들었다.


“어. 엇.”


“정신이 좀 드나 보지? 몸은 좀 어떠냐.”


“아....나쁘지 않습니다.”


“그럼 그래야지. 네 스스로 나선 일인데, 설마하니 제 스스로 나섰다가 죽거나 크게 다치기라도 했다면 얼마나 망신이냐.”


“......”


손전옥은 그녀 나름대로의 방식으로 장의호를 걱정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은 받아들이는 사람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른 일이었지만 손전옥이 나름대로 신경써주는 것을 장의호가 모르지는 않았다.


“헌데 방금 전의...”


“응?....아아 막불의 말이냐.”


“예. 저로서는 잘 이해가 가질 않아서.”


“뭐가 말이냐?”


“갑자기 친구라니....무슨 이야기인지 도통.”


장의호의 말을 들은 손전옥이 머리위에 손을 올리고는 쓸어 넘겼다.


“말 그대로다.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다. 혈영방은 흑도인으로 분류되기는 해도 사실 성향은 정사중간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니까.”


“......”


여전히 납득하지 못한 기색의 장의호를 보며 손전옥이 다시 말했다.


“비무 공증인인 혈영방을 거부하고 공격한다는 건 혈영방 자체를 무시한 것이나 다름없다. 나아가 비무 자체도 개무시한 것이지. 그렇기에 혈영방을 무시한 악숭위를 처단해준 것은 그들에게 있어 은(恩)이지.”


“......생각보다는 단순하군요.”


“그런 게다. 뭐 네가 그만큼의 실력을 갖추었으니 연을 맺어두자는 속셈도 있겠지. 그냥 그러려니 받아들이면 된다.”


그녀의 말을 들은 후 장의호는 여러모로 깨닫는 바가 있었다.

전생의 자신이 똑같은 일을 벌였다면 과연 혈영방이 저리 나왔을까 하는 생각부터 시작해 그렇지 않았을 것이다 라는 결론까지.


그리고 강호가 어떠한 곳인지 다시금 되새길 수 있었다.


강자존의 세계.


자신은 그런 곳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흠......괜찮으냐?”


자신의 사손이 잠시 말이 없자 손전옥이 다시 물었다.


“아. 네. 잠시 생각할 게 있었을 뿐입니다.


“그래. 쉬거라.”


그녀는 시원스레 말을 마치고 방을 나섰다.



***



장의호가 정신을 차리자마자 여러 인물들이 그를 만나기 위해 찾아왔다. 막불의의 방문은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


막불의와의 만남이 끝난 후 며칠 되지 않아 소주의 포두가 찾아왔다.


“처음 뵙겠소. 소협. 구혁이라 하오. 구 포두라고 편하게 불러주시오.”


“장의호라 합니다.”

‘포두라니. 무슨 볼일이지?’


“무사해 보이니 다행이오.”


구 포두는 장의호와 인사를 나누고 가벼운 이야기를 잠시 떠들고는 이내 사라졌다. 그리고 이어 근처 상인회의 우두머리들도 또한 찾아와서 가벼운 이야기를 떠들고는 덕담을 늘어놓고는 떠나갔다.


장의호는 만날 생각도 없는 이들이 계속해서 찾아오는 것에 살짝 지칠 정도였다.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


서문옥에게 무공수련을 받는 도중에 장의호가 넌지시 묻자, 옆에 있던 손전옥이 끼어들어왔다.


“당연하다구요?”


“막불의가 너를 만나고 떠난 것을 보았잖느냐.”


‘아.’


아직도 전생에서의 감각에 젖어있던 장의호는 손전옥의 말을 듣고 나서야 이해가 갔다.


흑령회는 사라졌다. 그렇기에 소주의 새로운 질서에 끼어들기 위해 그들은 계속해서 찾아오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얼굴 도장이라도 찍어두기 위해.


“귀찮은 얘기군요.”


“배 부른 소릴 하는 놈이군.”


“....?”


의외였다. 장의호는 설마하니 그녀가 그런 소리를 할지는 몰랐다.


“왜. 내가 그런 소릴 하니까 이상하느냐?”


“.......예.”


장의호가 잠시 망설이다 대답했다.


“하하하. 고수라고 모든 것에서 자유로울 순 없지. 정말로 모든 것에서 해방될 만큼의 고수가 있다면 다른 얘기겠지만. 간단한 이야기다. 아무리 고수라고 해도 먹고 자고, 누군가와 얽히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다. 단순하게 생각해라. 고수는 고수 나름대로의 의무를 가진다고. 그것이 지금의 네 위치다.”


“검각 우두머리로서의 책무는 장로들에게 떠넘기고 다니시는 분이 할 말은 아니지만요.”


서문옥이 도중에 끼어들었다. 손전옥은 한방 먹었다는 듯이 그녀를 분하게 노려보았다.


“아주 입이 매끄럽게 돌아가는 구나 제자야.”


서문옥이 몰래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내심 한방 먹였다는 기쁨을 감출 수가 없었던 것이다.


“후.....몸은 좀 어떠냐.”


누워서 몸을 관조하거나 심상수련 정도나 하던 장의호가 침상에서 내려왔다. 몸 이곳저곳을 움직이더니 입을 열었다.


“거의 다 회복된 것 같습니다.”


장의호가 한 달 반 정도를 누워서, 그 후 한 달은 누워서 운기만 하니 몸은 상당히 좋아진 상태였다.


내상은 물론 피육의 상처 또한 거의 다 아문 것이다.


“흠. 그러면 내 침상 옆에 있는 검을 들어보겠느냐?”


‘....?’


갑작스런 이야기에 의아했지만 무언가 가르침이라도 주려는가 싶어 장의호가 손을 뻗었다.


웅! 웅!


“뭐야 이거.”


장의호가 진심으로 놀랐다. 갑자기 검이 울다니. 놀라움에 뒤로 두발 물러날 정도였다.


“큭큭. 사내 자식이 검 하나 못 집고 두려움에 떨다니. 문옥아, 제자를 도대체 어떻게 키운 것이냐.?”


“스승님께서도 함께 가르친 스승님의 사손입니다.”


“......”


손전옥은 제자가 요새 들어 반항심과 더불어 말발 또한 세졌다고 생각했다. 손전옥은 불쾌함에 한쪽 눈을 한번 찡그리고는 입을 열었다.


“호들갑은 그만 떨고 들어 보거라.”


손전옥의 말에 따라 장의호가 손을 천천히 손을 뻗었다. 가까워질수록 검의 우는 주기가 점점 짧아졌다.


우우웅! 우우웅! 우웅!!


“그것 참. 아주 애절하게 찾는구나.”


장의호 또한 무언가가 느껴졌다. 확실하진 않아도, 눈앞의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자신을 찾음을.


꽈악!


웅!!!!!!


장의호가 검병을 움켜쥐자 용천검이 길게 울었다. 그리고는 안정을 찾아 더 이상 울지 않았다.


검병을 쥔 장의호가 검집에서 검을 빼내들었다.


스르릉.


매끄럽게 검신이 빠져나왔다.


“......빛나지는 않는군.”


기대가 빗나간 듯이 손전옥이 중얼거렸다.


“빛난다구요?


“그래.”


“무슨 말씀이신지...”


“네 검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정확히 일러줘야겠구나. 그 검은 영성을 얻었다. 일종의 자아가 싹트고 있다고 해야 할까?”


“.....”


‘영성? 자아?’


강호의 호사가들의 입에서나 나올 법한 말이 사조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믿기지가 않았다. 자신이 혹 꿈을 꾸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 검이 강호의 신병이기(神兵利器)로 탄생되기 직전인 게지. 하지만 탄생 직전일 뿐, 신병이라고 불리울 정도는 아니다. 그 검이 신병이 되느냐 마느냐, 언제 되는가는 모두 너에게 달렸다.”


“저에게 달렸다고요?”


손전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검을 깨운 것이 너이니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 명심하거라. 그 검이 신병으로서 완전히 나아갔을 때 스스로의 존재를 오연히 드러낼 것이니. 그 증거는 스스로 강한 빛을 내뿜을 때다. 강호에 존재하는 대부분의 신병이 그러함이니.”


“......어떻게 하면 그게 가능합니까?”


“......모른다.”


그녀의 대답에 장의호는 맥이 빠져 휘청거렸다.


"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선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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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화 강자로서의 위치 23.12.11 69 1 11쪽
34 34화 검심태동 23.12.11 60 0 12쪽
33 33화 일 초식의 싸움 23.12.10 59 0 11쪽
32 32화 협박 23.12.09 70 0 11쪽
31 31화 비무의 끝 23.12.08 93 2 12쪽
30 30화 비무첩 23.12.08 92 1 11쪽
29 29화 가르침 23.12.07 101 2 13쪽
28 28화 광화는 광화일뿐이다 23.12.05 113 2 13쪽
27 27화 사손과 사조의 대련 23.12.04 114 2 12쪽
26 26화 광화 +2 23.12.03 119 2 11쪽
25 25화 비도탈명 23.11.28 125 2 11쪽
24 24화 질투 23.11.26 127 3 12쪽
23 23화 사패 23.11.24 130 3 12쪽
22 22화 거래 23.11.23 128 2 11쪽
21 21화 추궁 23.11.21 141 2 14쪽
20 20화 절정고수와의 싸움 23.11.18 146 2 12쪽
19 19화 수련 23.11.17 139 3 12쪽
18 18화 별격 23.11.15 145 3 12쪽
17 17화 문검 23.11.13 137 3 12쪽
16 16화 이름 23.11.12 159 4 13쪽
15 15화 갈등 23.11.10 163 3 11쪽
14 14화 대성 23.11.09 170 2 12쪽
13 13화 흑령회의 경합 23.11.07 178 4 12쪽
12 12화 호법 +1 23.11.06 202 5 11쪽
11 11화 결투로 잃어버린 것과 얻은 것 +1 23.11.05 228 7 11쪽
10 10화 기이한 사제 +1 23.11.04 244 5 12쪽
9 9화 혈경 +1 23.11.03 263 4 11쪽
8 8화 허장성세 +1 23.11.01 280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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