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무사가 아카식레코드를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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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3.10.2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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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화 사손과 사조의 대련

DUMMY

27화 사손과 사조의 대련



“어라?”


익숙한 천장이었다. 장의호는 일어나자마자 자신의 방에 돌아왔음을 알 수 있었다.


“후우...”


상반신을 들어 올리다 다시 누운 장의호는 머리 속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강규 그 애송이가 나를 데려다 놓았나....’


목숨을 빚진 값은 갚아서 홀가분한 기분이 들었다. 한 번 죽은 자이기에 그는 목숨이 중요하다는 것을 더욱 잘 알고 있었다.


한 번의 기적이 또 일어날 리는 없다. 그렇기에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삶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을 매일같이 새기고 있는 그에게 구명의 빚을 갚았다는 것은 정말 홀가분한 기분이었다.


‘그 애송이를 홀가분한 기분으로...’


“뭐하는 거야. 일어났으면 냉큼 나와야지.”


.....그래 나오지 못하고....? 응????’


처음 듣는 목소리였다. 누구지? 밖에서 자신의 낌새를 논할 정도면 어지간한 고수는 아닐 터. 그런 고수가 왜 내 집에? 스승님과 연관된.....이인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상념. 허나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 마주하고 나서야 알 수 있는 일이었다.


“끄응.”


장의호는 무거운 몸을 일으켜 방을 나섰다.


터벅터벅.


“휴우.”


무거웠던 몸을 조금씩 움직이니 그나마 조금 나은 기분이었다.


끼이익.


나무로 된 문이 열리고 장의호가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이내 그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호.’


경탄이 먼저 흘러 나왔다. 전생에서도 현생에서도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절세적인 미녀였다. 묘하게 장난스러운 기색을 띤 얼굴이 오히려 생동감을 부여할 정도였다. 무표정이었다면 오히려 현실감이 떨어졌을 정도로 딴 세상의 얼굴이었다.


“뭘 멍하니 있는 거야. 사제.”


“.....아. 죄송합니다.”


잠시 넋을 잃고 있었던 것을 그때가 되어서야 인식했다.


‘가만....사제?’


“아.....그러니까....사저?”


“그래.”

장의호는 눈앞의 미녀가 웃음 짓자 마치 온 세상에 꽃이 피었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뭘 그렇게 멍하니 있는 거야 사제.”


“아...저 스승님은 어디 계시는지.”


“스승?”


“.....네.”


석연치 않은 호칭이었다. 정파의 무인이 자신의 스승을 스승님이라고 지칭하지 않다니. 묘하게 걸리는 구석이 있었지만....그녀의 얼굴이 그냥 그것마저도 묻어버릴 정도였다.


장난스런 표정이 마치 악동같이 보였기에 더욱 그러했다.


“음....글쎄?? 어디 갔을까?”


그녀가 다시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만 장의호는 그 미소에 빠지진 않았다. 뭐라 말할 순 없어도 느낌이....아주 묘하게 이상했다.


‘뭘까? 이 느낌은.’


장의호가 진지한 표정으로 눈앞의 미녀를 응시했다.


“왜 그래 사제?”


싱글벙글 웃는 그녀의 얼굴이 장의호의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그의 눈에 들어오는 것은 그녀의 허리춤의 검이었다.


묘하게 자신이 스승에게서 얻은 검과 닮은 듯한 모양새. 거기다 새겨진 문양까지.


“....누구십니까?”


“헤에. 눈치가 빠른데?”


“혹 검각의-


후우우욱!!!


장의호의 머리 위래 손날이 지나갔다.


“무슨 짓입니까!”


분명 조금만 늦었더라면 목을 가격당해 쓰러졌을 터.


“뭐. 이러쿵 저러쿵 계속 말하다 죽을 셈이야?”


“큿.”


손날이 절묘하게 계속 찔러왔다. 마치 검처럼. 아니, 오히려 그 자유분방함은 검보다도 우위였다.


자유분방하기 짝이 없는 초식. 변화무쌍 그 자체였다.


위에서 오는가 싶으면 어느 사이엔가 중단으로. 중단으로 오는가 싶으면 어느새 사선으로 베어내기를.


하지만 어딘가 익숙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분명 어딘가 한군데 맞았을 터였다. 눈앞의 여자의 정체도, 펼치는 검술 또한 궁금하긴 했지만 그걸 생각할 여유는 금세 눈 녹듯이 사라졌다.


잠시라도 한눈을 팔 여유도 없었다. 그렇게 삼십여 초식 정도를 간신히 피해내자 장의호의 온몸에서 땀이 흘러내렸다.


“후욱......”


무거웠던 몸은 어느 사이에 평상시처럼 움직여졌다.


“흐음....재미있구나. 너. 그 눈에 뭐가 보이는 건지.”


“.....?”


무슨 소리인지 장의호는 알 수가 없었다.


“뭐 됐어. 천천히 알아보기로 하지. 자 다시 간다.”


그녀의 몸놀림이 한층 더 가속했다.


“크윽!!!!!”


간신히 피해낼 수 있었던 초식의 빠르기가 마치 곱절은 빨라진 것 같았다. 손날이 뺨을 긋고 지나갔다.


간신히 고개를 숙여 피하고 한숨을 돌리기도 전에 그녀의 손이 다시 날아들었다.


‘아....’


직감했다. 이것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을.


찌이잉!


고도로 집중하자 다시금 그 순간이 장의호에게 찾아왔다. 지각 영역의 바깥 측에 자리한 그곳. 허공법계의 재림이었다.


모든 시간과 공간은 느려졌다. 마치 장의호에게 맞춰지듯이. 적어도 지금 이 순간만은 그가 이 공간의 지배자였다.


완만히 날아오는 손날을 막아내야 했다.

‘어서. 어서어서어서어서어서어서어서어서’


다른 것들과 마찬가지로 시공간과 괴리된 자신의 손이 너무나도 답답하게 느껴졌다. 천근만근 같은 손이 간신히 움직였다.


끼기기기긱.


‘조금만 더. 조금만. 조금만. 조금조금조금조금조금조금’


팔꿈치가 조금씩 내려갔다. 적어도 상대의 손보다는 조금이나마 빠르게 느껴졌다.


‘이거라면.....시간 안에 닿는다.’


미묘한 차이지만 상대의 손날이 날아드는 것보다 자신의 팔꿈치가 내려가는 것이 빨랐다.


‘닿는다. 닿아. 닿아라!!. 막을 수 있어. 막는다!’


장의호의 뇌리 속에서 억겁과도 같은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간신히 팔꿈치와 손날이 가볍게 접촉했다.


‘좋아..’


닿은 바로 그 순간이었다.


파앙!!!


속도는 빨랐을지언정 그 위력은 천양지차였기에 당연히 밀리는 것은 위력이 약한 쪽이었다.


‘어....??’


손날이 어느새 오므려져 장의호의 멱살을 붙잡았다. 멱살이 잡힌 장의호의 몸이 공중을 한바퀴 선회에 바닥으로 엎어졌다.


‘제....제기랄.’


그게 장의호가 기억하는 마지막 순간이었다.


콰아아앙!!


콰지직!


장의호의 몸이 나무 바닥에 쳐박혀진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녀석. 방금 전 분명.’


손전옥은 기이하다 못해 불가사의했다. 방금 자신이 펼쳐낸 것이 전력이 아니라고는 하나 이제 막 일류인 장의호가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의 공격이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의 제자 서문옥이라고 해도 받아낼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수준의 공격을 잠시 눈을 어지럽히기 위해 구사했기에 당연한 생각이었다.


‘그걸 방어해낸다고???’


정말이지 자신의 새 사손은 흥미가 가는 걸 넘어 미치도록 재미있는 녀석임에 틀림없었다. 이제 앞으로 그녀의 관심사는 확실하게 정해졌다. 장의호로 말이다.


그것이 장의호 본인에게는 행운일지 불행일지는 모르지만.....적어도 순탄치 않은 길이라는 건 누구나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일이다.


‘히야. 이 녀석을 어떻게 키워볼까.’


“스승님!!!!”


서문옥의 목소리가 한참 생각중인 그녀의 귓가를 때렸다.


“나 귀 안 먹었다. 이것아. 아니 지금 먹었구나. 무슨 생각이더냐 소리나 그렇게 지르고.”


“도대체 무슨 생각입니까!!! 하나뿐인 제자를 점혈하고 사손을 습격하다니. 더군다나 막 자리에서 일어난 아이를.”


“그년 참.....새서방을 아주 끼고 도는구나.”


“스승님!!!!!!!!”


“귀 안 먹었대도.”


서문옥이 자신의 스승을 잠시 노려다보다 바닥에 쳐 박혀 있는 장의호에게 서둘러 다가갔다.


“이 몸이 힘 조절도 못하고 그런 애송이를 잡기라도 할 것 같으냐?”


“그런 문제가 아니라...”


서문옥은 말을 하다 말고,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장의호의 완맥을 잡았다.


“관두거라. 이미 내가 던질 때 내경으로 고르지 못한 기맥을 정리하고자 주입했으니까.”


“.......”

“그보다 이 애를 우연히 산채에서 발견했다고?”


“.....그렇습니다.”


“진흙 속에서 진주 아니 금강석을 찾은 격이구나.”


“...!!”


서문옥은 놀랐다. 어지간해선 칭찬은커녕 그녀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이가 세상의 태반이거늘. 그런 손전옥이 누군가를 칭찬한다? 그것도 최고급의 보석으로까지 비유를 하면서?


“잘했다. 아주 잘했어. 그나저나 이 아이에게 가르치고 있는 건 무어냐.”


“그게....”


바닥에 미동도 하지 않고 있는 장의호는 내버려 둔 채 둘은 대화에 빠져들었다.


“무유강?”


의외의 이름이 튀어나오자 손전옥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아시는 이름입니까?”


“모를 리가 있겠느냐. 아마 나보다 두 배분은 높았던가?”


“그렇군요.”


“그래서 이 아이가 무유강의 비급을 손에 넣었다고?”


“그렇습니다만.....뭔가 걸리시는 것이라도?”


평소 스승의 행동답지 않아 서문옥이 물었다.


“아니. 딱히 그렇지는 않지. 단지 이 이야기는 그다지 정파 쪽에서 달가워할 이야기는 아니구나.”


“그야 그렇습니다만은...”


“.....너도 나이가 나이인 만큼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구나.”


“무슨....?”


“그자는 안타깝게도 천재였다.”


“....”


서문옥은 잠자코 이야기를 들었다. 드물게 진중한 그녀의 어조에.


“문제는 그자는 천재인데. 그자가 속한 문파의 다른 이들은 천재가 아니었다는 것이었지. 아니 다른 이들이 그냥 평범했으면 문제가 될 것은 없었을 거야. 하지만 다른 이들이 머리가 굳을 대로 굳은 정파의 똥 덩어리들이었다는 게 진짜 문제였지.


손전옥이 눈썹을 모은 채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자는 애초 무공의 기질이 화산파의 유려함과는 정반대에 있었던 것도 있지만, 화산파에 예의를 차리기 위한 예전초식들이 너무 많았다는 게 문제였지.

조사들 중 상당수가 뒷방 방구석에서 늘그막에 헛바람이 들어 무의 본질은 잊은 채 멋부리기용으로 초식들을 만들어내었으니, 어떻게 되겠느냐? 무유강이 무라는 본질에 충실해 모든 초식들을 새로이 만들어냈으니 원로원이나 중진들로선 기사멸조라고 받아들인 게지.”


“......그건 너무...”


서문옥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래 너무한 일이지. 그런 식으로 따지면 변초 하나 새로 만들어내는 것도 기사멸조니 말이다. 허나 썩어버릴 대로 썩어버린 정파의 깊은 곳에선 지금도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게 문제겠지.


“......”


“그러니 네 서방에는 잘 일러두도록 해라.”


“.....스승님!!!”


“귀 아프다니까.”


잠시나마 진지해졌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진 서문옥이었다.


‘정말이지....’



***



번쩍.


죽은 듯이 잠을 자던 장의호의 눈이 떠졌다.


또 다시 익숙한 천장이었다.


“.....시발.....”


어째 익숙한 기시감이 들었다. 다시 태어나고 나서는 어째 이런 상황만 반복되는 것 같았다.


‘어째 전생보다 나아진 것 같긴 한데....이게 좋아진......게 맞나?’


스스로 자신할 수가 없었다. 분명 원하던 두 번째 삶이었고, 되찾은 무공이 있는 삶이었거늘.


‘......시x랄꺼.....’


암만 생각해도 욕이 튀어나왔다.


“후우.”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제발 그 여자가 없기를 바라며 문을 열자 거기에는 남자가 있었다.


“얼레?”


강규였다.


“무슨 일이냐? 남의 집까지.”


“......볼일이 있어 왔다....아니 왔습니다.”


“응???”


‘뭔가 잘못 들은 것 같은데. 기가 허해서 그런가.’


“방금....뭐라고?”


“.....당신의 부하가 되고자 찾아왔습니다.”


“앙??”


기묘한 의문성이 절로 튀어나왔다.


“아니. 아니 잠깐만. 그게 뭔.”


“잘 부탁 드리겠습니다.”


‘아니 뭔.....잠만 자고 일어나면 이 따위 일들만 일어나는 거야 시발....’


다시 잠들고 싶은 장의호였다.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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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화 협박 23.12.09 6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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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화 비무첩 23.12.08 92 1 11쪽
29 29화 가르침 23.12.07 100 2 13쪽
28 28화 광화는 광화일뿐이다 23.12.05 112 2 13쪽
» 27화 사손과 사조의 대련 23.12.04 114 2 12쪽
26 26화 광화 +2 23.12.03 118 2 11쪽
25 25화 비도탈명 23.11.28 125 2 11쪽
24 24화 질투 23.11.26 126 3 12쪽
23 23화 사패 23.11.24 129 3 12쪽
22 22화 거래 23.11.23 127 2 11쪽
21 21화 추궁 23.11.21 140 2 14쪽
20 20화 절정고수와의 싸움 23.11.18 14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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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화 별격 23.11.15 145 3 12쪽
17 17화 문검 23.11.13 136 3 12쪽
16 16화 이름 23.11.12 158 4 13쪽
15 15화 갈등 23.11.10 162 3 11쪽
14 14화 대성 23.11.09 170 2 12쪽
13 13화 흑령회의 경합 23.11.07 177 4 12쪽
12 12화 호법 +1 23.11.06 202 5 11쪽
11 11화 결투로 잃어버린 것과 얻은 것 +1 23.11.05 227 7 11쪽
10 10화 기이한 사제 +1 23.11.04 243 5 12쪽
9 9화 혈경 +1 23.11.03 263 4 11쪽
8 8화 허장성세 +1 23.11.01 279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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