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무사가 아카식레코드를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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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3.10.24 13:30
최근연재일 :
2023.12.1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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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17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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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수련

DUMMY

19화




“크으으으윽.”


장의호가 간신히 깨어났다.


“언제까지 누워있을 참이야.”


장의호가 눈을 비비며 상대를 바라보았다.


“누....구?”


익숙한 장소였지만 눈앞에 있는 이는 익숙치 않은 얼굴이었다.


“하.”


익숙했다. 설마 하니...


“연옥?”


“그럼 누구겠어? 멍청이.”


목소리는 연옥과도 비슷한 것도 같았지만 체형이 전혀 달랐다. 동녀에서 벗어나 이제 막 성인 여자가 되어가는 정도의 나이로 성장한 채였다.


“그.....많이 늙으셨습니다.”


쾅!!


“크으으으으.”


“늙어? 내가 늙어?”


장의호가 무심코 내뱉은 말에 그녀가 폭발했다.


“아니, 분명히 작아졌는데.....다시 커져서...”


심상치 않은 눈초리에 장의호가 말을 더듬다 멈추었다.


“하아.”


“......”


유구무언. 여자들에게 민감한 주제를 건드렸으니 장의호는 할 말이 없었다.


“쯧. 시간이 없으니 바로 말할게.”


혀를 한번 찬 연옥이 말을 이었다.


“여기서는 오래 있을 수 없는 겁니까?”


“편법이니까. 너가 이렇게 오는 것 자체가. 한번 죽었기에 불안정한 영혼과 육체 속에서의 괴리. 완전히 닫히지 않는 상단전. 그저 몇몇 요소에 의해 잠시 머물다 가는 것뿐이지.”


“.....”


“너도 눈치는 채고 있었을 텐데. 올 때마다 심상치 않게 지치는 것으로.”


“너무 오래 있는다면?”


“죽을 수도 있지. 다시는 육체로 돌아가지 못하게 되어버려.”


“......그래서 할 얘기란 건 뭡니까.”


끔찍한 이야기에 장의호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죽기는 싫은가 보네? 쿡. 어느 정도 위험하면 이쪽에서 알아서 내보내줄 테니 얘기나 들어. 네가 이름을 지어준 것과 새로운 심법을 익힌 것 덕분에 이 공간도 제법 안정되었어. 덕분에 우리가 죽을 예정은 없어졌어.”


“다행이군요.”


“.....묻겠는데 너는 법계의 힘을 빌리는 것을 그만두지 않을 거지?”


“물론입니다.”


장의호의 결연한 답변에 그녀는 복잡한 기색을 보였다. 무언가를 두려워하면서도 어딘가 안심한 듯한..


“잘 봐.”


그녀가 손을 내밀었다.


사라락.


그녀의 손에 어린 빛이 곧 서책으로 변했다.


“이것은 너가 익힌 무공이지.”


삼재 심법, 삼재 검법, 심의육합권이었다.


“너가 익혔기에 여기에 이렇게 온전한 형태로 존재하지. 자 이건 어떨까?”


그녀가 서책을 빛으로 되돌렸다. 그리고 다시 빛이 형태를 취했다.


팔랑.


이번에는 서책이 아니라 종이가 들려있었다.


“봐봐.”


그녀가 종이를 장의호에게 보여주었다.


장의호가 훑어보니, 싸움 속에서 흘러 들어왔던 무공의 구절과 그림들이 있었다.


“이것은 파편. 너의 싸움의 흔적. 너가 다른 법계를 통해 다른 무공을 접할수록 여기엔 파편들이 다시 쌓이지.”


“......설마 그 파편이 다 모인다 치면...그러면 하나의 무공서가 되는 겁니까?”


“그래.”


“......”


장의호는 놀라움에 말을 잇지 못했다.


“대.....대단하군요.”


“.......이건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대단한 게 아냐. 그렇기에 다들 실망하고...”


“아뇨. 다른 이들은 몰라도 저에겐 충분히 대단합니다.”


“.......무공서가 있다고 해서 사람이 모든 무공을 익힐 수 있는 건 아냐. 게다가 너처럼 한순간 의식만을 법계와 접하는 것은 너에게 막대한 부담을 준다고. 그것도 위급한 싸움에서라면-”


덥썩!


“충분합니다.”


장의호가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그래?”


그녀가 뺨을 붉히며 말했다. 잠시 손이 붙잡혀 있던 그녀가 황급히 잡힌 손을 빼내었다.


“시....시간이 다 되었어. 뭐.... 내가 그렇게 필요하다면 어쩔 수 없지. 힘내봐. 멍청이.”


연옥이 장의호에 이마에 손가락 하나를 대고 뒤로 밀었다.


“어....”


장의호는 마치 자신의 영혼만이 날아간다는 감각을 느끼며 눈이 감겼다.


“깐-!!”


장의호가 무언가를 외치며 깨어나 보니 현실의 공간이었다.


“허억......허억.”


“잠꼬대까지 하고 아주 편안한가 보구나.”


단지 깨어난 그를 기다리는 것이 야차였을 뿐이다.


“그....”


차마 말이 나오지 않았다. 바로 앞 서문옥의 기세가 심상치 않았음을 바로 느꼈기에.


“좀처럼 일어나지 않더구나. 세 시진이나 꼼짝을 않고 말이다. 일어나서 자세를 잡아라.”


장의호가 법계에서의 일어났던 일을 정리하기도 전에 공세가 몰아닥쳤다.


‘젠....장.’



***



“허억 허억.”


“이제 제법 새 심법이 몸에 나름대로 익었구나.”


“그....그렇습니까?”


장의호는 마치 스승의 분풀이 대상이 된 듯한 기분이었지만 무공이 진보했다는 말은 무척이나 좋았다.


“뭐....십오 일 정도라고는 생각 할 수 없을 정도지만 슬슬 다른 수련도 할 시기지.”


‘수련? 그 지옥같은 굴리기가??’


장의호는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눌러 삼켰다. 괜히 그녀의 손속이 거칠어지는 것은 사양하고 싶었기에.


“검을 줘 보거라.”


서문옥의 말에 장의호는 검을 내밀었다. 그것을 받아든 그녀가 바로 옆의 나무를 발로 차더니 이내 떨어지는 나뭇잎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파앗!!


황량하게 메마른 잎이 그대로 갈라졌다.


“새 심법을 운용해서 이것을 할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해라. 끊임없이. 앞으로 하루 중 세시진 이상은 이 수련을 하는 거다.”


그녀가 장의호에게 다시 검을 건넸다.


“처음에는 일 성, 그 다음에는 이 성, 성공 할 때마다 공력을 늘리는 거다.”


장의호가 나무를 찬 후 떨어지는 나뭇잎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하앗!!”


기세 좋게 휘두른 것과 달리 검은 목표를 한 치 이상이나 벗어나 휘둘러졌다.


‘얼레?’


쉽사리 할 것 같았던 스승의 새 수련은 처음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수십 번을 휘둘렀지만 장의호는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게다가 일성의 공력만을 운용한다지만 계속해서 일정한 내기만을 사용하는 것은 더욱 심한 심력의 소모를 가져왔다. 반 시진도 되지 않아 경맥이 찢어질듯이 아파왔다.


“크으윽.”


챙!!


검을 쥐는 것만으로도 괴로웠다. 그 탓에 장의호는 검을 놓쳐버렸다.


“아직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벌써 쉴 셈이냐?”


“......크으윽.”


“아무것도 하지 않고 무엇을 이루려 하느냐?”


“아무것도 하지...않는??”


“그래. 뼈를 깎는 노력도 없이 무엇을 얻으려 한단 말이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 말에 장의호의 뇌리엔 전생의 일들이 떠올랐다.



어쩌면 자신은 주화입마를 입었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내공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다고 어느 순간에 단념해버렸어.


쭉....절정의 고수가 되고 싶었건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다 기연만을 쫓아왔다.

아 무 것 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어떠한 성취도 얻을 수 없었다.


하지만....


하지만!!!


‘이번만은 포기할 수 없어!!’


장의호가 땅에 떨어진 나뭇잎과 검을 주어 들어 검을 휘둘렀다.


“하아앗!!”


공중에서 나풀거리던 나뭇잎이 두 조각이 난채 땅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와 동시에 장의호가 무릎을 꿇으며 바닥으로 엎어졌다. 극심한 소모로 인한 탈진이었다.


“후우...”


서문옥이 한숨을 내쉬었다.


서문옥은 아무렇지 않은 얼굴이었지만 속으로는 경악하고 있었다.


평범한 무인이라면 새로운 심법에 적응하는데 삼사 개월은 걸리는 수련이었다.

내심 남은 한 달 반 동안 성공을 몇 번 하는 것도 기적에 가까운 일이라 보았는데....시도한 첫 날에 성공하다니.


내심 도박에 가까운 수련을 해치워버린 것이다. 자신의 새로 생긴 제자는 어딘가 스스로의 한계를 단정하는 것처럼 느껴졌기에, 억지스런 목표까지 부여했건만 장의호는 그녀의 상상을 초월해버렸다.


‘어쩌면 나는 괴물을 키우고 있는 걸지도.’


그녀는 장의호의 맥문을 계속해 살피는 동안 땀을 흘렸다. 추궁과혈로 인한 땀인지 두려움으로 인한 땀인지는 그녀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적어도 어느 한쪽에 의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은 확실했다.


장의호가 당분간 일어나지 않을 정도라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발을 옮겼다.


그녀의 발걸음이 끝난 곳에는 강규가 기다리고 있었다.


“오래 기다렸나?”


“아닙니다.”


“흠....그럼 시작하지.”



***



시간을 멈출 수도 없는 것. 장의호가 땀을 흘리는 만큼 시간은 지나 어느 덧 비무 하는 날이 다가왔다.


“내일이구나.”


수련을 마친 서문옥이 말했다.


“하아 하아.”


하지만 장의호는 대답할 힘도 없이 숨을 몰아쉬었다.


“할 수 있는 것은 모조리 했다. 내일을 위해 푹 쉬거라.”


장의호는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바닥에 누워버렸다.


‘.....끝인가. 이 지옥같은 수련이. 후..’


여운을 맛보기도 전에 장의호는 눈을 감고 휴식을 청했다. 더 이상 버틸 여력이 없는 탓이었다.


“이런, 이런. 마지막 날 만큼은 제대로 쉴 것이지.”


서문옥이 장의호를 들어 올려 방으로 옮겼다. 장의호는 자신의 몸이 옮겨지는 동안에도 일어나거나 하는 일도 없이 다음날까지 푹 자버렸다. 그만큼 육신이나 정신이나 휴식을 원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두 달 만에 처음으로 마음껏 휴식을 취한 장의호가 새벽에 눈을 떴다. 익숙한 천장이었다.


‘내 방인가?’


장의호는 그때가 되어서야 실감이 났다. 내일 절정고수와 싸운다는 현실이.


두려운가?


스스로에게 물어봐도 몰랐다. 그가 알 수 있는 것은 그저 미치도록 수련한 나날은 결코 자신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이 자신을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뿐.


“후....가볼까.”


장의호는 자신의 방에서 나와 서문옥, 조옥란과 함께 약속된 장소로 걸음을 옮겼다. 근래 들어 부모님이 찾지도 않았던 것은 서문옥이 댄 핑계 덕분일 터.


‘마음 편하게 싸울 수 있겠군.’


늦겨울의 공기가 서늘했다.

하지만 장의호는 폐부까지 씻어주는 청량함이 좋다고 느껴졌다.

그들은 그렇게 약속된 장소에 도착한 이후 잠시 기다렸고, 공설 또한 어느 사이에 나타나 그들의 앞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얼굴이 좋구나, 애송이.”


“흠...”


장의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속으로 각오를 다지고 있을 뿐.


“.....마음에 안 드는군. 그 표정. 묘하게 자신감이 차있다고 해야 하나.”


“말로 싸울 건가?”


“하!”


채앵!!


절차나 예의 같은 것은 애초에 없었다는 듯이 서로가 검을 빼들어 부딪혔다.


“그래. 시작해보자. 네놈의 처형 말이다!!”


공설의 살기어린 외침이 공터에 울렸다. 그는 앞뒤 가릴 것 없이 바로 자신의 성명절기를 빼어들었다.

이따위 애송이랑 비무를 한다는 것 자체가 그 자신에게 수치인 일이었다. 그의 안중에는 속전속결, 그뿐이었다.


“하앗.”


삭풍낙안(削風落雁)을 시작으로 삭풍검법의 전반부가 연이어 펼쳐졌다. 연환초식이 마치 꿰어 맞춘 듯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


초식을 연달아 펼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 공설은 이상함을 느꼈다. 자신의 검 끝이 애송이의 털끝하나 건드리지 못하고 허공만을 가르고 있었다.


막아냈다면 차라리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 허나 그런 수준도 아니고 몸에 닿지도 않고 있었다. 마치 자신의 초식을 예측하고 있는 듯이. 천지가 뒤집혀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런 말도 안 되는!!!”


허나 그의 확신어린 예상과 일어나고 있는 현실은 전혀 달랐다.


씨익.


공설에게 있어 불쾌하기 짝이 없는 웃음이 장의호의 입가에 머물렀다.


“감...히...”


“다 보여.”


“뭐??”


“너의 초식의 변화와 흐름이 모두 훤히 보인다고”


“이 애송이 놈이이이이이이이이!!!!!!!!”


그의 몸에서 터져 나온 분노가 쩌렁쩌렁 공간을 울렸다.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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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34화 검심태동 23.12.11 60 0 12쪽
33 33화 일 초식의 싸움 23.12.10 59 0 11쪽
32 32화 협박 23.12.09 69 0 11쪽
31 31화 비무의 끝 23.12.08 93 2 12쪽
30 30화 비무첩 23.12.08 92 1 11쪽
29 29화 가르침 23.12.07 101 2 13쪽
28 28화 광화는 광화일뿐이다 23.12.05 112 2 13쪽
27 27화 사손과 사조의 대련 23.12.04 114 2 12쪽
26 26화 광화 +2 23.12.03 118 2 11쪽
25 25화 비도탈명 23.11.28 125 2 11쪽
24 24화 질투 23.11.26 127 3 12쪽
23 23화 사패 23.11.24 129 3 12쪽
22 22화 거래 23.11.23 128 2 11쪽
21 21화 추궁 23.11.21 141 2 14쪽
20 20화 절정고수와의 싸움 23.11.18 146 2 12쪽
» 19화 수련 23.11.17 139 3 12쪽
18 18화 별격 23.11.15 145 3 12쪽
17 17화 문검 23.11.13 136 3 12쪽
16 16화 이름 23.11.12 159 4 13쪽
15 15화 갈등 23.11.10 163 3 11쪽
14 14화 대성 23.11.09 170 2 12쪽
13 13화 흑령회의 경합 23.11.07 178 4 12쪽
12 12화 호법 +1 23.11.06 202 5 11쪽
11 11화 결투로 잃어버린 것과 얻은 것 +1 23.11.05 227 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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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혈경 +1 23.11.03 263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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