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무사가 아카식레코드를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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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3.10.2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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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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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09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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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화 대성

DUMMY

14화 대성



정말이지 성가신 얘기였다.

그따위 짓거리를 왜 하필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서 하고 있는 건지.


“그리고 의뢰 중 하나였던 강규 말인데. 흑령회의 한축 문검(刎劍)의 제자일세. 앞서 말했던 네 명의 우두머리 중 하나였지. 게다가 알아보니 이제 사제지간은 아주 흉흉하더군.”


“흉흉하다고요?”


“음음. 그렇다네. 무섭다고 해야 하나 미쳤다고 해야 하나. 네 명의 우두머리는 흑령회를 만든지 이십 년이 다 되어간다네. 문검을 제외한 세 명은 제자를 세 네 명씩 받아들였다네. 시기나 연령을 보아도 그게 평범한 숫자지. 허나 문검만은 한 명의 제자만을 두었다네. 뭔가 좀 특이하지 않나?”


“일인전승을 고집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눈에 차는 이가 없었을 수도 있고.”


“그럴 수도 있지. 하지만 이 경우엔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라네. 그가 강규에 앞서 받아들인 제자는 모두 다섯.”


“..!!”


심상치 않음을 장의호도 느꼈다.


“허나 강규를 제외하면 모두 무덤에서 향냄새나 맡고 있는 신세라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죽었을까? 흑도에서 일상처럼 일어나는 분쟁 속에서? 그도 아니면 무공을 닦다가?”


“.....”


“모두 다 스승인 문검 그 자신이 죽인 걸세.”


“미친...”


장의호의 입에서 바로 욕이 흘러나왔다. 전생에서도 많은 경험을 한 그로서도 좀처럼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누군가는 무공의 진경이 느려서, 누군가는 부하들을 다스릴 줄 몰라서, 누군가는 무공 외의 것들에 관심을 두어서. 모두 그렇게 죽어갔더군.

사부일체(師父一體). 부모와 사부는 동격으로 ,아니 그 이상의 존재라는 것은 강호의 누구나가 인정하는 명제지. 스승 또한 부모가 된 마음으로 제자를 대해야 하거늘. 쯧.”


“......확실히 미친 것만은 확실하군요.”


“그렇지. 쯧.”


씁쓸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뭐라 말할 수 없는 찝찝한 분위기 속에 분타주가 입을 열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유강이었던가? 자네가 부탁한 마지막 이 말일세. 특이한 이름 때문에 금방 찾긴 했지만....쯧. 확인 차 묻겠네. 무림의 인물이 맞는가?”


분타주의 물음에 장의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무유강이라는 이름은 짧지만 강호에 족적을 확실히 남긴 자네. 적어도 공적으로서 인정된 인물이니까.”


“공적....이라면 무림공적을 말하는 겁니까.”


“그렇다네. 화산파의 반도였지. 조사들인 남긴 무공을 제멋대로 익힌 이였다네. 무척이나 흉악해 같은 배분은 물론 사문의 어른들에게까지 손을 쓴 화산파의 몇 안 되는 반도 중 하나였지. 보통 파문이나 무공을 거두는 것으로 끝나는 일이었는데 그것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으니 쯧쯧. 헌데 자네가 이런 자는 어찌 알고?”


분타주의 탐색이었다.

지극히 평범한 어조로 물어봤지만 장의호는 이 질문이 올가미임을 느낄 수 있었다. 무림공적과 관계된 이라면 어떻게 해서든 잡아들여 자기들 마음대로 단죄하리라.


그것이 전생에서 진저리칠 만큼 겪은 구파일방의 속성이었으니까.


“저도 정확히 아는 것은 아닙니다만. 저에게 운기토납법과 기본 심법만 가르쳐 주신 분이 있습니다. 그분이 잠결에 몇 번이고 같은 말을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어 그저 혹 개방에서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의뢰를 넣었습니다.”


장의호는 그저 미리 생각해둔 거짓말을 줄줄이 늘어놓았다.


“그래? 그럼 그 분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모르겠습니다. 내상과 주화입마라도 입으신 것인지 몸이 성치 않으셨습니다. 소주에서 잠시 머물다가 떠나신 탓에.”


분타주는 머리가 가려운지 손으로 박박 긁었다. 어차피 그에게 장의호의 말이 진실이냐 아니냐를 판단할 능력은 없었다. 그는 신이 아니기에.


“자네 같은 이를 키워내실 정도면 보통 분은 아니실 텐데. 아쉽구먼. 혹 이름이라도 알 수 있겠나?”


“굳이 밝히려고 하지 않으셨기에 저도 그것은 잘...”


“안타깝군.”


분타주의 탐색은 그것으로 끝이 났다. 우선 대충 상대의 탐색에서 벗어났다고 느낀 장의호가 바로 말을 꺼냈다.


“다음 의뢰를 다시 청해도 되겠습니까?”


“다음....말인가?”


“예.”


상대가 의심을 할 때 몸을 빼는 것은 오히려 더 수상하다. 그렇기에 장의호는 오히려 다시 의뢰를 천연덕스레 청한 것이다.


“흐음....그래, 이번에는 뭔가?”


“이낭위라는 자에 대한 정보를-”


“이낭위?”


분타주가 갑작스레 말하는 도중 끼어들었다.


“예.”


분타주의 반응에 장의호가 약간 의아해하며 대답했다.


“.....설마하니 북전성(北戰城)의 이낭위?”


“북전성...라 하시면?”


“....현 강호에는 네 개의 세력이 강호를 사분하고 있다네. 그중 하나가 북전성일세. 자네가 말한 이는 이낭위는 북전성의 이천왕 중 한명이라네.”


‘......생각보다 쉽게 글러 들어왔군.’


우연치 않게 전생의 악연의 이름을 들은 것만으로 피가 싸늘하게 식었다.


“무엇 때문에 그 자를 알려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우리가 알려줄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없네.”


“....어째서입니까?”


“애당초 그자..아니 북전성에 대한 정보는 우리 개방도 가진 게 거의 없다네. 북전성은 흑령회가 만들어지기도 전에 무림에 나타났지. 그리고 무섭도록 세를 확장했고, 끝내 무림의 한 축으로까지 올라갔지. 그리고 그들은 정말 화려하게 군림했지......개방의 일개 분타주 한명이 건드릴 곳이 아닐세.”


“.....정보 정도지 않습니까?”


“......자네는 확실히 무림을 잘 모르는군. 작금의 무림을 알면 그런 소리를 하지 못할 텐데. 화려하게 군림했다는 말. 그 말이 왜 나왔을지 생각해보게나. 북전성 그들은 지난세월 자신들에 대해 알려고 하는 자들을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지.

그들은 자신들에 대한 정보를 캐는 것조차 자신들의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인 것인지, 그도 아니면 뒤에 무엇인가 숨기는 것이 있는지 철저히 자신들의 과거 행보나 무공 같은 것을 철저히 숨겨왔지.”


“....”


장의호의 상상을 뛰어넘는 이야기였다. 비동을 턴 그들이 강호에 나가 이름을 떨칠 거라는 것 정도는 예상했지만 개방에서 꺼릴 정도라니.


싸늘하게 피가 식었지만 오히려 묘한 흥분이 샘솟았다. 아니 오히려 이것을 바랬을지도 모른다. 가장 높이 올라갔을 때 떨어트리는 것만큼 기분 좋은 복수도 없을 것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기다리고 있어라. 이낭위.’


자신을 죽인 이낭위 뿐만이 아니었다. 남은 두 명도 공범인 것은 명약관화한 것. 혈채만큼 무거운 빚이 어디 있겠는가.


그들이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던


혈채는 반드시 치러야 하는 것이다.


결심을 마친 장의호는 더 이상의 의뢰는 없었기에 이만 떠나고자 인사를 올렸다.


“그럼 저는 이만. 약속했던 의뢰비는 매달 넣어드리겠습니다.”


“오오.. 그리 해주겠는가? 고맙네.”


“별 말씀을.”


장의호는 포권을 취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장의호를 뒤를 뒤따르는 서문옥에게 분타주는 눈으로 신호를 보냈다.


“먼저 나가서 잠시 기다려주겠나?”


서문옥은 장의호에게 말을 건넸다.


장의호는 장의호 나름대로 생각해야 할 것이 있기에 그리하라고 말했다.


“예. 그럼 저는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



***



“오랜만에 뵙습니다.”


자신의 제자가 장의호와 밖에 나가자 분타주는 서문옥에게 정식으로 인사를 올렸다.


“......저를 아십니까?”


서문옥이 물었다.


“검각의 장문제자를 어찌 몰라 볼 수 있겠습니까?”


“......”


“여기엔 어쩐 일로, 아니 저 아이와는 어떻게?”


“우연치 않게 동행하게 되었군요.”


“그렇습니까....”


분타주는 신중히 말을 골랐다.


“저 아이는 어떻게.....생각하시는지?”


“글쎄요. 아직 판단할 만큼 전부 다 알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저도 저 아이를 정확히 아는 것은 아닙니다만....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범상치 않은 아이이지요.”


“......”


그것은 서문옥도 동의하는 바였다.


“하지만 문제는 저 아이의 색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죠. 헌데 무유강이니 이낭위니...이런 자들에 대한 이야기까지 꺼내들고 있으니.”


“하고자 하시는 말씀은?”


“.....노파심일수도 있지만 저 아이의 색이 어떻게 될지 모르기에 계속해서 본 방에서 살피고자 합니다. 혹 언짢으실 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감시하겠다는 말씀이신가요?”

“예.”


‘쯧.’


서문옥은 불쾌했다. 자기들 입맛대로 재단하려드는 구파일방의 속성은 언제 보아도 역겨운 일이었다. 기득권으로 썩어버린 구파일방이 누군가를 흑이니 백이니 가린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일이었다.


북전성 조차도 구파일방의 지나친 독주로 탄생했다는 강호의 풍설에 동의하는 그녀로선 분타주의 이야기 자체가 웃긴 일이었다.


“그러면 제가 저 아이를 가늠해보도록 하죠.”


“.....소검후께서 말입니까?”


“결국 분타주께서 하시는 말씀은 저 아이가 무유경의 제자이거나, 그에 준하는 내력이 숨어져 있을 것이라 의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그야.....그렇습니다만은...”


“제가 요 며칠간 저 아이의 곁에 있었지만은 삼재 검법이나 십팔반무예 같은 기본공 말고는 펼치는 걸 본적이 없습니다. 저 아이가 숨기고 있는 밑천이 무엇인지 저로서도 궁금한 바이니 저 아이를 좀 밀어붙여보면 되지 않겠습니까?”


“음......소검후께서 그렇게 해주시면 저야 뭐...”


“그럼 저 아이가 괜히 눈치 채고 숨거나 하지 못하게 감시는 사양하고 싶습니다.”


“예. 소검후께서 나서주시니 제가 어찌.”


분타주가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



장의호는 서문옥과 함께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자신의 방에서 운기를 시작했다.

원수의 이야기만을 조금 들은 것만으로도 조바심이 생긴 탓이었다.


삼재 심법의 기운이 전신을 흘렀다. 단전에서 일어난 힘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마음이 일면 기운 또한 일어나고, 마음이 가라앉으면 기운 또한 가라앉았다.


기는 심법의 구결과 마음이 가는대로 경맥을 누볐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구결의 암송조차도 없이 진기의 흐름이 저절로 진행되었다.


심법이 완전히 몸에 자리 잡은 대성의 경지였다.


영체라는 경지까지 한번 도달한 경험, 법계의 관리자가 행하는 벌모세수까지. 장의호의 진경은 빠를 수밖에 없었다.


장의호는 감회에 젖어들었다. 이런 성취감을 얼마 만에 느끼는 것인가. 전혀 뜻하지 않은 곳에서 다시 무공을 익히는 것은 참을 수 없는 희열이었다.


주화입마로 제대로 움직이지 않았던 기가 다시 움직여지기를 얼마나 소망했던가.


그는 환희를 곱씹으며 다시금 운기에 들어갔다. 기본 심법을 대성했다 한들 아직도 갈 길이 멀었다. 기본공이 왜 기본공이겠는가.


가장 안전한 무공이지만 그 축기의 속도가 가장 느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삼재심법이었다.

새로운 심법을 몸에 받아들여 자리 잡을 때까지는 삼재심법으로 부단히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기쁨에 한마음으로 몰입하던 장의호가 어느 사이엔가 시간도 운기도 자신도 잊어버렸다.


그리하여 어느덧 법계가 다시금 찾아왔다. 마치 거기에 있었다는 듯이.


“얼간이. 생각 외로 빨리 찾아왔네?”


영롱한 목소리가 장의호를 반겼다.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다면 선작 추천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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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7화 문검 23.11.13 137 3 12쪽
16 16화 이름 23.11.12 159 4 13쪽
15 15화 갈등 23.11.10 163 3 11쪽
» 14화 대성 23.11.09 171 2 12쪽
13 13화 흑령회의 경합 23.11.07 178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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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혈경 +1 23.11.03 263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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