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무사가 아카식레코드를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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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미
작품등록일 :
2023.10.2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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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2.11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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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8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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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화 비무첩

DUMMY

30화 비무첩




기다림도 잠시, 약속 시간이 조금 지나서 두 명의 중년인이 나타났다. 두 중년인 중 한쪽은 묵창을, 다른 한쪽은 검을 들고 있었다.


“너냐”


묵창을 든 중년인이 장의호를 마주하고 내뱉은 첫 말이었다.


“.....공설 이 미친놈이....”


철창파일 이정지는 이미 말로는 그간의 일들을 들었지만 설마 하는 마음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흑령회의 최강자란 놈이 무림에 이름도 없던 애송이에게 죽었다는 것을 받아듣일 수 없었다.


분명 무언가 조작이 있었을 터. 소검후든 뭐든 누군가의 농간이 있었을 것이다. 내심 그렇게 스스로를 달래었건만.


소검후도 없이 강규만을 대동한 애송이를 보자니 그런 추측은 사라졌다. 누군가의 힘으로 이긴 놈이라면 저렇게 태연스레 이 자리에 나올 수는 없다는 것을 본인 또한 이해하고 있었기에.


“하하하하.”


이정지가 웃음을 터트렸다.

허무했다. 수십 년을 쌓아온 명성이 한낱 애송이에게. 공설의 시체를 난도질하고 싶은 충동이 그의 몸을 지배했다.


“큭큭큭.”


허무로 가득 찼던 웃음이 이내 살기어린 끈적한 웃음으로 변했다.


이미 죽은 공설을 난도질 할 수 없다면 눈앞의 애송이라도. 그의 손에 힘이 불끈 들어갔다.


스으윽.


그렇게 살기를 피우려는 이정지와 장의호 사이에 악숭위가 끼어들었다.


“뭐 하는 거야.”


낮게 깔린 저음이 그의 기분을 그대로 드러내었다. 악숭위가 아니었다면 분명 출수했으리라.


“자네야말로. 뭐하는가.”


악숭위가 눈짓하자 이정지가 간신히 살기를 억눌렀다.


“뭐. 긴말이 필요하겠는가. 이미 되돌릴 수 없는 강을 건넜거늘. 장의호였던가? 자네와 우리는 양립할 수 없는 관계가 되었다네.”


“그렇지.”


장의호의 반말에 반응한 것은 말을 나누고 있는 악숭위가 아니라 이정지였다.


“이!!!!”


꾸우욱.


발작하려는 이정지의 팔을 붙잡은 악숭위가 이정지의 팔을 움켜쥐었다.


부들부들.


이정지가 간신히 분노를 삼키고는 뒤로 돌아 근거지로 향하기 시작했다.


“해서 비무를 제의하는 바일세.”


“비무?”


악숭위가 소매에서 비무첩을 꺼내기 시작했다.


“.....뭐야 이건?”


“비무첩이지. 뭐겠나.”


“.......”


장의호는 이상하다 싶었다. 흑도들이 이런 번거로운 짓은 그다지 하지 않거늘. 특히나 이런 변방에서....


“뭐 자네가 받아들이건 받아들이지 않건 자네와 우리의 충돌은 피할 수 없을 걸세. 설마하니 검각의 기명제자가 흑도의 비무를 피하지는 않겠지?”


“하.”


어설픈 도발이었다. 장의호가 보이는 그대로 약관도 안 된 이라면 모르겠지만 속에는 능구렁이 몇 마리를 삼킨 중년인이 들어있었다. 허나 피할 일도 아니었기에 담담히 받아쳤다.


“또 패배한다면 볼만하겠군.”


“....후....후...어느 쪽이 이길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지. 그럼 오일 후에 보지. 상세한 것은 비무첩 안에 적혀있다네.”


자신의 도발이 먹히지 않자 악숭위는 그대로 물러났다.


‘빌어먹을 애송이가.....’


치미는 분노를 삼키며 말이다.




*****




비무첩.



강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도전장인지만 그 비중은 정파에게로 치중된 것이 사실이다. 흑도인들에게 있어 예의란 것은 하등의 쓸모가 없는 것이기에.


그렇기에 비무첩은 장의호 뿐만 아니라 주변인들까지 놀라게 했다.


“음 이건..”


“히야......흑도 애들이 이런걸 다 보내?”


서문옥과 손전옥이 비무첩을 보고 연신 말을 이었다.


“어이. 병아리.”


손전옥이 장의호 근처에 붙어있는 강규를 보며 말했다.


“....저 말입니까?”


“그럼 여기에 저녀석에게 병아리마냥 따라 붙어 다니는 게 너 말고 누가 있는데?”


“.......”


강규를 정곡을 찔렸기 때문에 뭐라 답할 말이 없었다.


“그 악숭위라는 놈 음흉하지?”


“네.”


“뭔가 꾸미고 있겠군.”


“공설처럼 주변에 부하들을 배치했을까요?”


“....설마하니 공설이란 놈이 일 대 일 대결 중에 부하들을 난입시켰다는 거냐?”


손전옥의 고개가 불량하게 삐뚤어졌다.


“승부 후에 근처에 있던 부하들이 습격해오더군요.”


“후우.....”


손전옥이 머리에 몰린 피를 진정시켰다.


“이것들이 검각을 졸로 보지 않고서야...”


“습격한 이들은 이미 이 제자가 징치했으니-”


“이게 그놈들만 징치해서 될 일이더냐. 이 일이.”


손전옥 그녀는 정파의 손꼽히는 절정 이상의 고수로서 그 자부심은 하늘을 찔렀다. 그 스스로의 자부심만큼이나 자신의 문파를 소중히 여기고 있었다. 아니 소중히 여기는 것보다는 그녀 스스로를 문파와 동일시하고 있는 것에 가까웠다.


마치 자신이 모욕당한 기분에 그녀는 울화가 치밀었다.


물론 공설이야 결투 후 장의호가 검각의 기명제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모른 채 벌인 이기는 했지만 그런 것은 손전옥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비무에서 그 따위 수를 쓰다니. 개를 때려도 그 주인을 보고 때려야 할 것이 아닌가.


“후우....후우...”


한참동안 속을 끓이던 그녀가 그녀의 눈치를 보고 있는 장의호에게 말했다.


“너.”


“네, 사조님.”


“지지마라. 죽어서라도 이겨. 아니 죽으면 내가 다시 살려서 죽일 것이다.”


“....질 생각은 애초에 없었습니다.”


죽긴 왜 죽는단 말인가. 한 번 죽은 것도 억울한데.


“말 잘했다.”


쫘악!!


손전옥이 장의호를 등을 세게 두드렸다.




*****




오일이 지나 비무 당일이 되었다.


장의호와 강규 둘이 기다리고 있는 곳은 그 비무첩의 약속된 빈 공터였다.


걸음을 옮기는 사이 강규에게서 말이 흘러나왔다.


“.......이번이 세 번째로군?”


“응?”


강규가 건네온 말에 장의호가 반응했다.


“절정의 고수와 싸운 것을 말하는 것이오.”


“아아.”


장의호는 그 말을 듣고 나서 이해했다.


“처음에는 기적이라 생각했었소.”


“......”


“아니, 아니지. 믿을 수가 없었소. 내가 패배한 것도 받아들일 수 없었는데, 언젠가 반드시 능가해 내 손으로 죽이고 싶었던 이를 누군가에게 빼앗긴 느낌을 이해 할 수 있겠소?”


“......겪어보진 않았지만 아주 기분이 더럽겠지.”


자신 또한 그러할 것이니. 장의호가 말을 이었다.


“그렇게 싫은 나를 굳이 그렇게 따라다닐 필요가 있나? 꼴 보기 싫은 놈을 뒤에서 죽이기라도 하겠다는 거라면 뭐 이해하겠지만.”


물론 장의호 스스로도 강규가 하는 꼴을 보자니 그런 기색은 보이지 않았지만 말이다.


“처음에는 이라고 말하지 않았소.”


“.....”


“허탈함과 분노가 어느새 가라앉고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것을 느꼈소. 살아있다는 것은 이런 거구나. 삶이란 이런 것이구나.”


“......”


흑도 안에서, 그것도 부모도 없이 큰 강규에게 있어 삶은 결코 순탄한 것이 아니었다. 어떻게 보면 처음으로 맞이하는 평온.


욕심이 생긴 것이다. 계속 살아야겠다는 욕심이.


“살아야겠소. 장 형 덕에 이은 목숨이니 장 형에게 걸겠소.”


그는 패배 후 자신이 무사하지 못할 거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제 와서 악숭위나 이정지에게 의탁할 마음 따윈 없었다. 공설만큼 미치진 않았어도 그들 또한 속이 시커먼 이들.


정파의 위선자들에 대한 이야기는 숱하게 들었지만 처음 제대로 접한 것이 속과 겉이 다르지 않은 검각이었기에 거부감은 그다지 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의 관련된 장의호이기에 믿을 수 있었다.


“자기 목숨은 자기가 챙겨. 후회하지 말고.”


“후회는 없소.”


“쯧.”


시간이 되자 흑령회의 인원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좀 많은데?”


“흑령회가 자신들의 명예를 위해 사람들을 모은 것 같긴 한데....”


강규가 말을 흐렸다.


너무 많았다. 게다가 붉은색 무복의 이들이 도열한 채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설마!!”


“왜. 뭔데?”


“붉은색 무복을 입는 이들 단체는 많지 않소. 특히나 혈영방이 사패로 군림하면서 붉은색 무복을 입는 것을 통제했기에 혈영방이 유일할거요..”


‘판이 너무 커지는데?’


장의호는 딱히 물러날 생각도 없었지만 갑작스레 나타난 혈영방에 떠오른 것은 북전성이었다. 자신의 원수인 이낭위가 머물고 있다는 북전성과 동등한 사패.


궁금했다. 그들의 역량이 대충 어떠한지.


상념에 잠긴 장의호의 귓가에 우렁찬 음성이 들려왔다.


“오랜만이오. 검후.”


목소리는 한곳에서 울리는 것이 아니라 사방에서 울려 퍼졌다. 상승의 내가수법(內家手法)인 육합전성(六合傳聲)이었다.



“핏빛 귀신이 이런 곳까지 무슨 일이야?”


흑령회가 딴 짓을 부릴까 싶어 약속 장소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던 검후가 내공을 실어 대응했다.


“그야 검각과 혈영방의 대결이 이루어지는데 공증인이 필요한 것 아니겠소?”


“하!”


손전옥이 헛웃음을 쳤다. 기명제자와 혈영방 산하와의 대결을 교묘하게 꿰어 맞추는 상대의 말장난이 같잖았기에.


“어지간히 한가한가봐?”


“뭐.....밀린 회포는 나중에 해도 되지 않겠소? 오늘의 주역은 우리가 아니니 말이오.”


혈영방에서 나온 이의 말이 틀린 말은 아니기에 두 고수간의 말씨름은 멈추었다. 그리고 이내 흑령회가 모여있던 곳에서 창을 든 이가 걸어 나와 공터로 향했다.

마침내 사방 십장 가량의 공터 속에 장의호과 이정지가 맞닥뜨렸다. 두 명이 마주하자 몰린 인파는 이내 공터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애송이, 너에게 이어졌던 기적도 오늘로 끝이다.”


이정지가 씹어 내뱉듯이 말했다.


“기적이라....”


“그럼 설마 네 놈이 공설과 마원을 실력으로 이겼으리라 생각하느냐? 두 놈이 철저히 방심했거나 다시없을 기적이 연달아 네놈에게 일어났을 터. 오너라. 세 수를 양보해주마.”


고마운 이야기였다. 제 놈이 알아서 죽음을 재촉하다니.


“그거 고맙군.”


장의호가 체중을 앞발에 실었다. 상대가 잠자코 기다려준다면야 잠깐 시간을 들여서라도 강한 일격을 꽂아 넣을 수 있기에 내기를 한군데 모았다.


웅..웅....웅웅웅웅웅!


상당한 내력이 집중되자 검이 검명을 토하기 시작했다.


담을 수 있는 내력의 최대치가 모였다고 느낀 장의호가 움직였다. 공기를 가르고, 공간마저 가르며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상단 베기.


쏴아아아악!


가로막는 모든 것을 베고 지나가는 참격. 거대한 검기가 대지에 상흔을 남기고 사라졌다. 참격의 여파로 생긴 흙먼지가 가라앉고 상흔을 목도한 대부분의 군중들이 넋을 잃고 쳐다보았다.


“너....”


주르르륵.


이정지가 신법으로 간신히 피해내긴 했지만 온전히 피하진 못했는지 어깨에서 피를 흘렸다.


“앞으로 이 수인가? 공설보다 못한 솜씨로 되지도 않는 호기를 부려주다니. 이쪽은 편할 따름이지.”


“.....네놈!”


“뭔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그 따위로 물렁한 마음가짐으로 상대하고 있으면.....죽는다고. 늙은이.”


“.......좋다!!!”


이정지의 마음속에서 지금까지 없었던 전의와 투지가 샘솟기 시작했다.


상대에게서 전의가 보이기 시작하자 장의호 역시 투지를 내보였다.


작가의말

재밌게 보셨다면 추천 선작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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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32화 협박 23.12.09 70 0 11쪽
31 31화 비무의 끝 23.12.08 93 2 12쪽
» 30화 비무첩 23.12.08 93 1 11쪽
29 29화 가르침 23.12.07 101 2 13쪽
28 28화 광화는 광화일뿐이다 23.12.05 113 2 13쪽
27 27화 사손과 사조의 대련 23.12.04 114 2 12쪽
26 26화 광화 +2 23.12.03 119 2 11쪽
25 25화 비도탈명 23.11.28 125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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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14화 대성 23.11.09 171 2 12쪽
13 13화 흑령회의 경합 23.11.07 178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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