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쓰는 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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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루틀
작품등록일 :
2024.03.08 09:43
최근연재일 :
2024.05.07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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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5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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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외화성 언어

DUMMY

아버지의 일시적인 부재가 영원한 부재로 끝나길 바라는 마음이 정점에 도달했을 때 그 간절한 바람을 배반하며 아버지가 귀가한다.


그 장면부터 나는 다시 집중한다.


『시뮬레이션으로 장례식까지 끝마쳤을 때, 재수 없게 아버지가 돌아왔다.

나갈 때 입었던 옷 그대로 입고 어설프게 구겨진 쇼핑백 한 개를 들고 들어왔다. 우리는 아버지, 아빠, 여보를 단말마의 비명처럼 질러댔다.


아버지는 웬일인지 주저주저했다.


“어디 다녀와요? 이건 또 다 뭐예요? 식사는요?”

“신우 가게는 계약했어? 가게 자리엔 가보고?”


신우. 내 이름이다.

가게 사장님이 이민 가면서 권리금 없이 보증금만 받고 넘겨주기로 한 가게. 그 가게 보증금을 갹출하기로 의논하다가 나갔다. 이후로 가게를 까맣게 잊은 채 장례식에 몰두했다.


“연락도 없이 어딜 다녀왔어요?”

“아버지 어디서 잤어요?”

“어디 갔다 왔어요? 어디 가면 간다고, 가 있으면 가 있다고 전화는 왜 안 했어요?”

“돈들은 다 내놨어? 돈 다 만들었어?”

“누구 만날 사람 있었어요? 혹시 우리 모르는 친척 어른이라도 돌아가셨어요?”

“쇼핑백엔 뭐 들어 있어요? 그거 누가 사준 거예요?”

“뭐 살 돈은 있었어요?”

“나 먹을 밥은 좀 있어?”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 없이 질문만 오가는 이상한 대화가 이어졌다.


아버지가 밥을 찾는 소리에 엄마는 몸을 재게 놀려 상을 차렸다. 그동안에 아버지는 쇼핑백을 안방 장롱 속에 넣어두고 나왔다.


거침없이 퍼 넣는 아버지의 식욕을 보면서 나만 그런 건지, 가족 모두가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실망이 물밀듯이 쏟아졌다. 맥이 풀리기도 했다.

죽었어야 드라마가 되는 건데.


나는 살아 돌아온 아버지를 처음 보는 얼굴처럼 빤히 쳐다보았다.


아버지가 식사를 끝마쳤다. 물을 한 컵 들이켠 아버지는 끄억, 트림을 해대고 식후 커피를 찾았다.

자야 할 시간이지만 아버지는 준비할 내일이 없으므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커피를 마셨다. 엄마는 로봇처럼 대령했다.

커피까지 다 마신 아버지는 느릿하게 일어나더니 장롱 속에 넣어두었던 쇼핑백을 들고나왔다.


신발 담는 종이 상자를 버린 채 담아온 구두 한 켤레가 나왔다. 엄마가 사준 구두였다. 현관엔 새 구두가 놓여있었다.


“내가 평생 용돈 타서 모은 돈인데, 그 돈 한 푼 못 써보고 신우한테 다 뺏기게 생겼더라. 그래서 그 돈 뺏기기 전에 다 써버리려고 나갔어. 이거 뭐, 돈도 벌어본 놈이 쓸 줄 안다고.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발이 아픈 게 꼭 구두 탓 같았어. 그래서 새 구두를 하나 사 신었지. 그런데 이놈의 새 구두도 편치 않기는 마찬가지야. 돈도 못 쓰고. 발이 아파서 들어왔어.”


아버지는 조금 과장되게 표현해서 손을 바르르 떨면서 통장을 내놓았다. 20년을 족히 모았으니 돈이 제법 될 터였다.

누나들이 갹출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많은 돈이 들어있길 바란 건 나뿐만은 아니었던 듯싶다. 통장을 펼쳐보는 작은누나의 표정이 그랬다. 얼른 가져와 보니 통장에 담긴 돈은 겨우 백만 원 넘게 들어 있었다.


깊은 밤.

돈을 벌어보지 못해서 쓰는 것도 모르겠다는 아버지의 말이 자꾸 되새김질 되었다.


나는 안방 문을 바라보았다. 처음으로 아버지가 안쓰럽게 느껴졌다.


아버지는 그냥 닥치는 대로 갖고 싶은 것을 샀어도 좋았을 것이다. 자식한테 처음으로 돈을 주는 진짜 아버지가 되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을 것이다.

아버지는 그 무엇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해서 돈을 지켜낸 것도 아니다.


나는 현관 앞에 앉아서 신발장을 열었다. 아버지의 구두는 모두 다섯 켤레인데 디자인 별로 시대가 느껴질 뿐 모두 새것이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아버지의 구두 다섯 켤레를 일렬로 늘어놓고 하나씩 뒤축을 살폈다. 하나 같이 닳지 않았다. 아버지는 구두의 주인 노릇도 제대로 안 하고 살았나 보다.


학생은 학교와 학원을 오가느라, 직장인은 직장을 오가느라, 가정주부들은 시장과 백화점과 가정사에 필요한 일들을 보러 다니느라, 저마다의 구두는 조금씩 닳는다.


세상의 모든 길을 돌아다니는 아버지의 구두는 가족 가운데 가장 많이, 가장 먼저 닳는 법이다.

닳지 않은 아버지의 구두는 내일도 새것일 것이다. 발에 익지 않은 구두는 발이 아프다. 아버지의 발에 맞는 구두가 이 다섯 켤레 가운데 과연 있을까? (끝)』


선한 역할에도, 악한 역할에도 무능한 아버지. 나는 그걸 쓰고 싶었다.

잘 쓴 건지는 모르겠으나 다시 보니 잘 읽힌다. 그러면 된 거지.


***


황순권 문학상 시상식에 우리는 총출동했다. 시로는 현이숙이, 소설로는 내가 받으니 우리와 가까운 모든 이를 불렀다. 뒤풀이도 묶음으로 같이 하기로 했다. 그래서 식당도 30명 들어갈 자리로 예약했다.

손유진에 권다예까지 초대했는데 1회 수상자인 방원선 선생님이 시상자로 나섰다. 심사위원장이기도 하셨다.


모두와 인사하느라 시상식장은 졸지에 사랑방이 되었다. 무슨 계 모임도 아니고. 서로 반갑대. 서로 오랜만이라면서 수다 떨기 바쁘고.


“오, 언니. 억대 연봉!”

“도윤이한테 업힌 거야. 시집으로는 억대 안 돼. 인세는 이익의 50%라서.”

“처음엔 판매가의 50%라고 하지 않았었어요?”

“그러면 벌써 망했게? 우리가 다시 계산하라고 했거든. 난 정가의 18%까지 올라서 시집 인세로만 오천 넘어.”

“에이, 언니. 10%로 계산하면 사천 넘잖아요. 그거나, 그거나.”

“원고가 달라져서 판매 부수도 달라졌다고 생각해. 천천히, 느리게 3쇄 찍었겠지. 고치고 매만졌기 때문에 이 속도로 팔지 않았을까?”


현이숙의 말이 맞을 것이다. 다른 출판사에서 책을 냈으면 넘긴 원고 그대로, 손질 없이 출간했을 테고 인세는 10%를 받았을 테다. 책은 이렇게 팔리지 않았을 테고.

지난 작으로 계산하면 3~4년에 걸쳐 이천 정도 받았을 인세일 텐데 세 배 넘게 팔았고 그에 상응하여 오천 넘게 인세를 받았다.


“언니, 저도 신작 썼는데요.”

“응. 그럼 줘. 읽어보고 애들한테 넘기든가 너한테 반납하든가.”

“언니가요?”

“선화 언니랑 조희랑 나랑 셋이 먼저 읽고 애들한테 넘겨도 애들이 수정궁에 빠뜨려. 수정궁에 빠뜨리면 고맙지. 거절하는 원고는 더 많아.”


수정궁.

말은 예쁜데, 마의 수정궁. 이렇게 붙이면 어감은 확 달라진다.


수정 또 수정.

버리고 또 버리고.

고치고 다시 새로 고치고.


“언니들도 고쳤다더니, 그게 진짜예요?”

“그럼 진짜지. 견제받지 않으려면 자기들하고 일하지 말자는 애들이잖아. 대신 팔고, 판 만큼 줘. 회사는 코딱지만 한데 소속 작가들은 넉넉해지는 중. 난 이제 다른 데서 책 못 내.”

“우리한텐 꿈의 금액인데. 그럼 내 원고도 퇴짜일 수 있겠네요?”


현이숙을 붙들고 묻는 이는 등단 7년 차 소설가다. 문학상 우수상도 몇 차례 받았고. 그런 작가의 원고도 거절하는 출판사. 컨택한다면 수정을 거쳐야 하는 출판사.


“고칠수록 원고는 좋아지지. 다음 책도 애들이 난도질할 텐데, 난 백 번이라도 고칠 거야.”

“고민된다.”


자존심 상한다. 그런 말로 들린다. 현이숙은 그 고민 앞에 매우 가벼운 결론을 내려놓는다.


“그럼 하지 마.”


등단 후 문학상 우수상을 받았던 기성 작가의 원고에 스터디하던 시절처럼 빨간 줄이 그어진다.

그 말에 작가들은 놀라는 한편 꺼렸다.

퇴짜 맞았다는 오명이 부담스럽다. 소문이 그들을 끌어 내릴까 봐 두렵기도 하다.


작가들은 이렇게나 겁이 많다.

한 작품으로 성취가 끝나지 않거니와 한 작품으로 작가의 인생이 막을 내리지도 않는다. 그런데도 체면을 생각하는 건 아직도 문학 권력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고, 권위주의에 물들어 있는 탓이다.


드라마 작가들, 시나리오 작가들의 인터뷰를 보면 10고를 했느니 15고를 했느니 하는 말을 일상으로 한다. 너무 당연하게. 이제는 우리도 한다. 4고든 5고든, 그 이상도.


“언니가 수정 했다고? 언니가?”


미친 거 아니야?

차마 나오지 않는 질문이 생생하게 들렸다.


“시 열몇 개 버리더니 더 써오라더라.”


시집은 배열의 미학이다. 한 편, 한 편을 잘 쓰는 일도 중요하지만 시를 배열하는 일도 중요하다. 독서를 이끄는 힘은 시 한 편, 한 편에서 나오기도 하지만 흐름에서도 나온다.

첫 시를 뭐로 할지, 표제 시는 어디로 놓을지, 시집 제목은 어떻게 뽑을지, 몇십 개의 버전으로 위치 바꿔가면서 시뮬레이션하는 게 편집부에서 하는 첫 번째 일이다.


여기저기서 현이숙뿐만 아니라 홍선화와 나조희를 붙들고 묻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저들 가운데 괜찮은 원고를 누나들이 추려서 가져오리라.

나는 느긋하게 관망했다.


시상식은 짧게 끝났다.


상 받고 수상 소감 말하고 문학이란 어쩌고저쩌고, 문학상 제정 위원장의 말을 듣고 방원선 선생님의 축사를 듣고 기념 촬영하면 끝.


방원선 선생님도 식사 자리에 모시고 가려고 했더니 심사위원들과 따로 가야 하는 관계로 우리는 우리끼리 무리 지어 식장을 나왔다.


“갈비 먹자. 배고프다.”

“장어 먹자, 준구 형.”

“형님, 모시겠습니다!”


먹여야지.

나도 나를 먹여야 하고.

우리, 돌아가면 책 4권을 한꺼번에 만들어야 한다.


***


<아이돌> 영문판이 완성되었다.

김은희가 감수했고, 나도 감수했다. 박용구 대표는 사전을 옆에 끼고 누구보다 꼼꼼하게 감수했고.


“도윤이 형은 가끔 보면 괴물 같아.”

“열심히 파면 부건이 너도 할 수 있어.”

“어. 열심히 파는 중이야.”


일본에서 대학 다니는 친구와 매일 일어로 10분 통화하고, 학원에도 다닌다. 일어로 신문을 읽을 수 있게 되면 그땐 하이쿠(3행 17음절로 구성되는 짧은 시)부터 읽으면서 양을 늘려가면 좋다.


“나는 마루야마 겐지 소설 물의 가족을 일어로 읽는 게 목표야.”


헐. 쟤 좀 보게.

마루야마 겐지. 수상 당시 일본 최연소 아쿠타가와상 수상자다. 그 기록은 37년 이어졌다.

평자들이 시소설로 부를 정도로 그의 문장은 섬세하다.


양윤정이 두 번에 걸쳐 그의 소설을 베꼈다. 한 번은 문장을, 한 번은 반 페이지에 달하는 문단을.


문장을 베낄 때는 소설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주요 문장이었고, 그 문장에서 캐릭터는 살아나기 때문에 인물까지 베꼈다고 보는 게 맞다.

문단을 베낀 소설은 문단에서 출발한 소설로 봤다. 문단에 맞게 인물을 창조했고 그 문단으로 가기 위해 전체 진술을 끌어갔다는 점에서 베끼기 위한 소설로 진단했다.


나는 그때 일어난 표절 시비에 침묵했다.

내게 뭐라도 써보라고, 방어 쳐달라는 걸 무시했다. 헤어지자고 했고. 그랬더니 심준구가 나선 거였다. 그 공으로 남편 자리를 심준구에게 줬는지 모르겠다.


하필 그 작가의 소설을 원어로 읽는 게 소원이라니, 나는 부건의 말에 살짝 소름이 돋았다.

그랬다가 작가들이 그만큼 그의 문장을 추종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떤 문장으로 쓰였다가 번역된 걸까?

작가들은 번역 소설을 읽다가 한 번씩 원어를 영접하고 싶어 몸살을 앓는다. 그가 그런 작가 중의 하나다.


부건도 번역된 문장 앞에서 원어의 형태가 못 견디게 궁금한 거지.


“종현이 형, 영문판 좋다.”

“어. 나도 재미있어.”

“도윤이 소설은 쓸데없는 묘사가 많이 안 들어가서 이야기에 스피드가 있어. 다른 한국 소설들 영문판으로 만들려고 하면 인물들 내면 묘사로 한 페이지, 긴 건 세 페이지까지 가서 골치 아파. 다들 한국어의 아름다움을 번역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하는데, 역자 입장에선 그거 정신 승리 오진 거고. 방원선 선생님 말씀이 맞아. 캐릭터 부재. 작가들의 사설. 그거 외화성 언어거든. 그게 재미있겠냐고.”


외화성 언어.

치열한 사유의 단계나 작가의 고유 세계관이 제거된, 겉멋 잔뜩 든 문장들을 외화성(外華性)언어로 칭하는데, 한마디로 소모적이며 낭비되는 문장이라는 뜻이다.

문장만 놓고 보면 그럴싸하지만, 전체 이야기로 놓았을 때 별 기능이 없는 문장들이 최근 소설에선 넘치게 보인다.

인물이 없고 작가의 잔재주만 넘치는 글.


-아름다운 우리말은 번역이 어려워.


노벨상 후보에도 오르지 못하는 걸 이런 말로 정신 승리 오지게 하며 버티는데, 외화성 언어만 줄여도 번역은 쉽다.

역자들이 의역하면서 각색하지 않아도 되고.


“도윤이 형은 외국어 공부 어떻게 한 거야? 방법 좀 내놔 봐.”

“무식하게 공부하는 거지.”


원 역사에서 나는 스물네 살에 바젤 대학교의 고전 문헌학 교수로 임용되었다. 최연소 교수로 임용된 후 그곳에서 강의했는데, 스위스는 지역에 따라 4개 국어를 쓴다.

바젤은 독일어를 쓰는 지역이었으나 수업은 독일어와 영어로 이루어졌다.


“나는 나보다 종현이 형이 영어를 모국어처럼 쓰는 게 신기해. 은희 누나는 살다 와 놓고도 겨우 읽는데.”


지난 생엔 한국 문학에 매료된, 한국어에 능통한 외국인 역자가 박용구와 합을 이뤄 한국 문학을 거의 독점하여 영문판으로 번역했다.

우리는 더 문학적으로 완성된 문장을 구사하는 정종현에게 기대 영문판을 만든다.


소설로 등단하고, 현음의 세계 문학 전집을 만들면서 붙은 구력은 우리에게 매우 소중한 자원이다.


“먹고 살려니까 하게 되더라.”

“정답이네. 학교 다닐 때 먹고 살 일을 깨달았으면 나도 일어 정도는 기막히게 하고 있었을 텐데. 어릴 땐 먹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못 했어.”

“그 생각할 줄 아는 학생이 어디 있어?”

“난 여기로 넘어온 뒤 수시로 잘했다, 이러고 있어. 현음에 있었으면. 어휴, 끔찍하다.”


월급쟁이 같은, 번역료 찔끔 주고 추가 고료를 또 찔끔 주면서 현음에 묶어 두었으나 그는 내 모험에 동참했다.

워낙 실력이 있으니 망해도 돌아갈 곳이 있었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


점심 식사 후 나른한 때, 정종현이 하품을 길게 늘어뜨리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진짜 영어는 한 명 더 데리고 오자.”


박용구가 자꾸 일을 만들어 왔는데, 자본이 되고 작품을 뽑아주니까 그는 정말 일을 쑥쑥 했다.


필름 마케터에서 북 마케터를 연상했다는 그는 대학 시절부터 일찌감치 이 길에 눈 뜬 존재다. 그가 없으면 우리도 없다.

수소문해서 찾아내길 진짜 다행이다.

그에게도 다행이다.


지난 생, 그는 여전히 남의 사무실에 3분의 1을 쪼개 겹 월세로 들어가 살면서 타 출판사의 부를 축적하고 작가들에겐 명예를 안겼다.

내가 그를 찾아냈을 때도 이미 해외로 두 권을 내보내고 세 번째 번역 중이었는데 제법 큰 성과를 이뤘음에도 그의 주머니는 얄팍했다.


“자, 그러면 표지를 봅시다.”


나영이 새로 만들어 온 표지는 무대 위에 소녀들 4명을 세워놓았다.


“이 빛나는 무대를 삶의 무대로 치자. 조명 빵빵하게 내리쬐는 거로 해서. 조명 위에 달과 별도 띄웠다.”

“누나는 이 소녀들 넷을 사랑하는구나.”

“사랑스럽잖아.”


연재할 때 다 그렇게 말했다. 사랑스러운 소녀들이라고. 그녀들이 아이돌로서 성공한 게 아니라서 다행이라고.

아이돌을 꿈꾼 수많은 지망생은 다들 어디선가 무언가를 하면서 살고 있을 텐데, 그 삶이 절대 실패가 아니라고 말해서 고맙다고.


“그러면 이렇게 넘긴다.”


또 한 권을 해외 시장에 내보낸다.

이젠 영국 출판사와 독점 계약해서 그곳으로 먼저 내보내고, 그곳에서 해외 에이전시까지 담당한다. 그래도 그곳에 직접 가야 한다.


박용구는 나가는 김에 노벨상 시리즈를 론칭하기 위해 작가들 몇을 만나고 들어온다고, 다시 또 짐을 꾸렸다.


2년 넘게 다녀야 얼추 각이 나올 것 같다는 말에 우리는 마음을 편히 먹기로 했다. 대작가들의 원고가 한 번에 우리 손으로 들어올 거로 생각한 건 아니지만, 아직 생존한 작가가 많다 보니 생각보다 일이 많고 더뎠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내일 오후 3시 05분에 다시 뵙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 작성자
    Lv.99 djsejr
    작성일
    24.05.06 01:33
    No. 1

    노벨문학상 전집....실현이 가능할지 걱정되는 수준.
    살아있는 작가들과 협상 난이도는 헬일듯.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노난매
    작성일
    24.05.06 01:45
    No. 2

    오늘 첫 회부터 지금까지 달렸네요
    다른 글보다 편당 글자수도 많은듯 하고
    재미있게 보고 갑니다
    작중작이 많아서 취향차가 좀 있어보입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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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부지런히 +1 24.05.06 287 17 15쪽
» 외화성 언어 +2 24.05.05 321 23 16쪽
84 이래저래 무능한 +2 24.05.05 313 16 13쪽
83 역대급 제안 +1 24.05.04 346 19 14쪽
82 시시한 논쟁 +1 24.05.04 304 16 14쪽
81 어떤 예감 +3 24.05.03 345 25 16쪽
80 아버지의 구두 +1 24.05.03 325 17 14쪽
79 우리의 역할 +3 24.05.02 347 25 15쪽
78 생의 결정 +1 24.05.02 342 21 13쪽
77 세배 +9 24.05.01 366 21 14쪽
76 팔리는 책 +1 24.05.01 361 21 17쪽
75 비행 +2 24.04.30 380 26 13쪽
74 재벌 형 24.04.30 358 20 13쪽
73 문학상보다 셀러 +4 24.04.29 396 23 14쪽
72 조금 더 +1 24.04.29 373 17 14쪽
71 포스트 모더니즘 +4 24.04.28 404 23 15쪽
70 안전한 동거 24.04.28 411 15 13쪽
69 임프린트 +3 24.04.27 434 24 14쪽
68 끝났는데 끝난 줄 모르고 +1 24.04.27 406 15 13쪽
67 퇴고 +1 24.04.26 444 2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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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고마운 제안 +3 24.04.25 486 20 14쪽
63 절필&낙향 +2 24.04.25 480 22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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