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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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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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3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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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9)

DUMMY




“샬럿. 이번 재판이 끝나고 나면, 더 이상 유렌 가문이 우릴 공격하지 못하게 될 거야.”


단호한 에드워드의 말에도 샬럿은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발끝만을 바라봤다. 아이의 마음은 늘 왔다 갔다 하는 상태였다. 평화로운 날들이 이어질 때면 유렌가에서 자신을 포기한 것이 아닐까 희망을 품다가도, 어떤 날에는 그때처럼 티시포네가 문을 열고 들어올 것만 같아 불안했다.


“재판에서 승리하게 되면, 이 일과 관련된 가해자들은 모두 감옥에 갈 테지. 그 이후로는 수도는 물론, 제국 어디를 가도 안전해질 거야. 더운 날에 굳이 로브를 입을 필요도 없어질 테고.”


“.... 정말로? 이제 유렌가에서 안 쫓아오는 거야?”


아이는 물끄러미 에드워드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더 질문했다. 정확한 진실을 알고 싶거나 혹은 잘 이해하지 못해서 하는 물음은 아니었다.


여러 가지 일을 함께 겪은 끝에, 샬럿은 이제 에드워드가 하는 그 어떤 말이라도 신뢰했다. 다만 유렌가와 관련된 일은 여전히 겁이 났기에, 그가 좀 더 강한 선언을 해주길 바랐다.


“물론이지, 샬럿. 약속할게.”


아이의 불안이 쉽게 가라앉을만한 성질이 아니란 것을 에드워드도 알고 있었다. 어쩌면 유렌가가 완전히 없어진다 할지라도, 몇십 년이 흐른다 할지라도 여전히 검은색 로브를 두른 사람을 보면 움츠려들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에드워드는 그 모든 것을 포함해서 샬럿 앞에 맹세해주고 싶었다. 두려움으로 눈물이 날 것만 같을 때, 언제나 곁에 있어주겠다는 것을 약속을 말이다.


“..... 알겠어. 언니, 오빠한테 다음에 보자는 편지를 쓸래.”


‘약속’이라는 말에 샬럿 또한 안정을 찾은 듯, 숨을 크게 들이쉬고는 샤인을 어깨 위에 올려놓았다. 이를 본 클로이는 대견스럽다는 미소를 지으며, 에드워드의 서랍에서 가능한 예뻐 보이는 편지지를 하나 가져왔다.


“이해해 줘서 고맙구나, 샬럿.”


에드워드는 품속에서 사탕병을 꺼내, 샬럿에게 포도사탕 하나를 건네주었다. 입 안에 사탕을 떼굴떼굴 굴리며 웃은 샬럿은, 클로이가 가져온 편지지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편지는, 어떻게 써야 돼?”


아이의 질문에 에드워드는 천천히 이론을 설명했다. 받는 이의 이름을 먼저 적고 그다음 자신이 누구인지와 함께 가벼운 안부의 말을 덧붙이면 좋다고 말할 때쯤, 클로이가 핀잔을 주었다.


“에드, 그런 건 나중에 알려줘도 돼. 샬럿, 하고 싶은 말을 맘껏 적어보렴. 다음에 만나자는 내용을 적는 부분은 언니가 도와줄 테니까.”


시간 날 때 여러 색이 나는 잉크와 귀여운 편지지를 사러 가자며 클로이가 제안하자, 샬럿의 눈빛이 기대로 반짝거렸다. 곧 아이는 삐뚤빼뚤한 글씨로 한 글자씩 적어 내려갔고, 클로이는 틀린 철자를 보고도 뜻이 왜곡되지 않을 정도면 못 본 척 넘어갔다.


‘.... 반드시, 이번 재판에서 레지스탕스가 이기도록 만들겠어.’


이 모습을 지켜보던 에드워드는 뭉클한 감정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손등이 욱신거리는 것만 같았다. 더 이상 샬럿에게 불안감을 주는 요소들을 그대로 방관하지 않겠다고, 그는 마음을 다졌다.




.

.

.




눈이 부시도록 해가 쨍쨍한 아침, 국서는 시종을 통해 케레스로부터 은밀한 편지를 받았다. 저녁노을이 질 때쯤 여왕의 눈을 피해 기록실로 와달라는 내용이었는데, 짤막한 문장으로 되어있어 편지보다는 메모에 가까웠다.


여왕이 깨어난 이후 케레스는 기어코 국서와의 만남까지 거부했었기에, 국서는 이런 편지일지라도 기뻐하며 저녁이 빨리 찾아오길 기다렸다.


“오셨습니까, 아바마마.”


그가 시간을 맞춰 기록실을 방문하자, 해가 지기 시작한 내부는 온통 주황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그 탓에 역대 황제와 여왕들의 초상화가 빛에 비쳐 반짝였다가 다시 어둠으로 채워지길 반복했다.


“.... 케레스, 괜찮으냐?”


조심스럽게 국서는 케레스의 상태를 먼저 살폈다. 재판이 확정된 이후 여왕이 케레스의 방을 조사하라 명령을 내렸기에, 그는 케레스가 이로 인해 무너졌을까 봐 걱정이 가득했다.


“평소와 비슷합니다, 아바마마. 다만 부탁을 드릴 것이 있어 뵙기를 청하였습니다.”


케레스는 수많은 그림들 중, 현 여왕의 초상화 앞에 웃으며 서 있었다. 노을 때문인지 케레스의 눈동자에도 붉은빛이 번져, 어딘가 기이한 분위기가 흘렀다. 생각과는 다른 상황에 국서는 조금 긴장한 채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 펜던트?’


국서가 자신의 곁에 오자, 케레스는 보석함 하나를 열어 안을 보여주었다.


초록색의 벨벳 위에 놓인 붉은색의 펜던트는 보는 이의 시선을 단번에 휘어잡았다. 작은 크기긴 하였으나 겉에 세공된 금장식부터 전반적인 모양까지, 완벽하게 여왕의 취향에 맞춘 장식이었다.


“질 좋은 루비로 만든 것이더냐? 아름답구나.”


재료를 묻는 국서의 질문에, 케레스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저 만족스럽다는 듯이 짙은 웃음을 짓고는, 보석함을 다시 닫을 뿐이었다.


“이 펜던트를 여왕 폐하께 선물하셔서, 재판이 열리는 날 폐하께서 착용하시도록 만드실 수 있겠습니까.”


“어려운 일은 아니다만....”


국서에게는 숨 쉬는 것만큼 쉬운 일이었다. 아직도 그는 여왕과 냉전 중이었기에 화해를 들먹이며 이것을 선물한다면, 여왕은 의심 없이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일 것이 뻔했다. 다만 케레스의 의도를 알 수 없기에, 그는 말끝을 흐리며 설명을 해달라는 듯이 힐끗 눈치를 주었다.


“재판이 열리는 날, 모든 것을 끝낼 계획을 세웠습니다.”


보석함을 국서에게 넘긴 케레스는 다시금 여왕의 초상화를 바라봤다. 그녀는 근엄하고 권위가 넘치는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그림에서조차 자신을 나무라는 것 같았다.


“이 펜던트는 평범한 보석이 아닙니다. 오르뷔이지요.”


케레스의 말이 끝나자마자, 보석함을 잡고 있는 국서의 손이 불현듯 움찔했다. 오르뷔 참사 때 벌어졌던 일들이 빠르게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며 어느 순간 숨이 턱 막혀왔다.


신체적인 반응과 함께 공포심이 국서의 손가락을 타고 흘렀으나, 그럼에도 그는 이 보석함을 놓지 못했다.


타악-


“걱정 마십시오, 아바마마. 이건 여러 번의 시범 테스트 끝에 완성된 물건입니다. 그때처럼 큰 폭발을 일으킬 위험은 없습니다.”


그의 눈에 두려움이 깃듬을 안 케레스는, 보석함에서 펜던트를 꺼내 공중에 던졌다가 자신의 손으로 잡아챘다. 몇 번의 동일한 행동에도 펜던트가 안전하자, 국서는 그제야 긴장이 풀렸는지 숨을 내쉬었다.


“특수처리가 된 이 오르뷔는 과녁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누군가 우연찮게 이 오르뷔와 짝을 이루는 총의 방아쇠를 당긴다면, 총알은 무조건적으로 이 펜던트를 향할 것입니다.”


“그럼.....”


국서는 케레스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알아차렸으나, 자신도 모르게 의미 없이 단어를 중얼거렸다. 케레스를 황위에 올려주겠다 약속하기는 했지만, 그는 이런 방식을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초상화를 새로 달게 되는 날이 오겠지요, 아바마마.”


분명 예상했던 대답이었으나, 케레스의 단언에 국서는 고개를 들어 자신의 아들을 바라봤다. 볼을 부풀리며 싫은 티를 내더라도, 늘 자신의 곁에 머물며 이야기를 들어주던 착한 아들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만 같았다.


“도와주실 겁니까?”


케레스는 한 발짝 앞으로 다가와, 날카로운 눈으로 국서에게 대답을 강요했다. 입은 움직이지 않았으나, 황금색의 눈동자는 무언의 가정을 질문했다. 지금 와서 자신을 배신하려는 것이냐는 본질적인 물음이었다.


국서는 선택의 기로 앞에서, 주마등처럼 스스로 했던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냉정하지만 진실이었던 여왕의 조언들을 무시했던 것과, 케레스에게 황실의 여러 비밀들을 속삭였던 순간들. 지금 이 상황을 만든 것이 그 누구도 아닌 페투스, 자신인 것만 같았다.


“.... 네 뜻대로 모두 이뤄질 것이다, 내 아들아. 약속했지 않느냐.”


페투스는 남은 정신을 끌어 모아, 입가의 웃음을 지으려 노력했다. 잘 되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케레스는 국서에게 다가와 그를 껴안았다.


“감사합니다, 아바마마. 역시 저를 이해해 주시는 분은 아바마마밖에 없사옵니다.”


평소 듣기 좋아했던 말이었음에도, 오늘만큼은 그렇게 끔찍할 수가 없었다. 포옹이 끝난 뒤에도 페투스가 멍하게 있자, 케레스는 몇 가지 안부 인사를 건넨 뒤 먼저 기록실을 떠났다.


쿠웅-


기록실의 문이 닫히자 페투스는 더 이상 다리 힘을 유지할 기력이 없어, 초상화가 걸려있는 벽에 미끄러지듯 등을 기대고 주저앉았다. 날카롭던 눈매는 축 쳐진 채였고, 몇십 분 사이 더 나이가 든 것 같이 보였다.


“.... 밖에 누가 있느냐.”


보석함을 끌어안은 채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는, 꽤 시간이 흐른 뒤에야 간신히 목소리를 내었다.


“전하, 부르셨습니까.... 괜찮으십니까? 지금 가서 궁의를 불러오겠습니다.”


그다지 큰 부름이 아니었음에도, 한 시종이 기록실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는 늘 페투스의 곁을 조용히 지켰던 이였으며, 플레 펜던트 사건 때 깊은 충심을 보였던 자였다.


바닥에 앉아 있는 페투스를 본 시종은 적잖이 당황했는지, 다시 밖으로 나가 도와줄 사람들을 데려오려 했다. 페투스는 이를 힘없는 손짓으로 막아내고, 곁으로 오라 말했다.


‘이 자라면, 맡겨준 일을 충분히 잘 수행해 낼 수 있겠지.’


시종을 본 페투스는 이제야 정신이 조금 차려지는 것만 같아, 자리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네가 해줘야 할 일이 하나 있다. 나 이외의 황궁 그 누구도 이에 대해 알아서는 안 될 터인데.... 할 수 있겠느냐?”


“예, 전하. 하명하십시오.”


힘없는 시종이나 시녀들이 은밀한 황궁 내부의 일에 휘말리면, 죽음이 가장 나은 결말임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시종은 머리를 조아릴 뿐,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이 안을 열면 펜던트가 하나 있을 것인데, 수도 밖으로 나가 똑같이 생긴 복제품을 만들어 오너라. 루비와 금을 재료로 하여 제작하되, 돈은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으나 대신 재판일 하루 전까지는 구해와야만 한다.”


“명심하겠습니다, 전하.”


페투스는 시종에게 보석함을 쥐어주었고, 시종은 이를 소중히 품에 안은 채 서둘러 기록실을 나섰다. 그는 그 길로 황궁을 벗어나 최대한 흔적을 숨기며 수도에서 사라졌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일어선 페투스 또한 기록실을 벗어나려다, 그는 무심코 여왕의 초상화를 올려다봤다.


‘폐하.... 저는....’


그림 속 여왕은 정면을 보고 있었다. 언젠가 그 모습에 심장이 뛰었던 적도 있었던 것 같았으나, 지금은 무너져버린 모래성처럼 잘 기억이 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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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2) 24.07.03 7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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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8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0) 24.07.01 9 0 12쪽
»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9) 24.06.30 10 0 11쪽
96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8) 24.06.29 8 0 11쪽
95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7) 24.06.28 9 0 12쪽
94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6) 24.06.27 8 0 11쪽
93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5) 24.06.26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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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3) 24.06.24 1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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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7) 24.06.17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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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5) 24.06.15 10 0 11쪽
81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4) 24.06.14 9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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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9) 24.06.09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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