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판타지

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연재수 :
132 회
조회수 :
1,208
추천수 :
3
글자수 :
694,051

작성
24.06.09 22:00
조회
7
추천
0
글자
11쪽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9)

DUMMY

“... 무슨 일이십니까.”


“제이드 대표님께서 부르십니다.”


어젯밤 호텔에 갇힌 이후 쪽잠을 자고 있던 레온은, 카지노 부하들의 노크 소리에 깨어났다. 제이드가 부른다는 말에 걱정이 앞섰지만, 그는 태연함을 가장한 채 바로 문을 열고 나갔다.


‘이곳은....?’


가면을 쓴 채 이들을 따라가던 레온은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어젯밤 방문했던 곳이 아닌, 다른 공간으로 안내받았기 때문이다. 방 안에 들어간 레온은 더욱 의아함이 커졌다.


‘황궁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만큼 화려하네. 마치 저 사람의 모습과 같이.’


금빛과 짙은 녹색으로 꾸며진 방은 사치스러우면서도 우아한 느낌을 풍겼다. 어제의 집무실과는 달리, 갖은 가구와 비싸 보이는 장식들 또한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다.


굳이 같은 점을 찾자면, 비싼 술이 장식되어 있다는 정도였다.


“왔어, 조수님? 잠은 좀 잤고?”


“배려해 주신 덕분에,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후후, 깍듯하셔라. 조수님도 참 독특하단 말이야.”


한창 햇빛이 내리쬘 대낮인데도, 제이드는 도수가 높아 보이는 술을 찬장에서 꺼내왔다. 자신의 빈 컵에 술을 따른 제이드는 레온에게도 권했으나, 안전을 위해 그는 거절했다.


“참, 무슨 일로 불렀는지 내가 설명도 안 해줬네. 별 건 아니고, 체스나 한 판 둘까 해서.”


자리에 앉았을 때부터, 레온도 테이블 위에 덩그러니 있는 체스판을 봤기에 짐작은 했다. 다만 왜 굳이 레온을 상대로 게임을 원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흥미로 부른 걸까?’


동기는 몰랐지만, 어차피 그에게 선택지는 없었다. 그가 순서를 묻자 제이드는 먼저 하라는 듯이 손짓했다. 이내 백색 폰을 향해 레온이 손을 뻗으며, 게임이 시작되었다.


투둑- 툭-


첫 판은 두 사람 모두 침묵한 채, 기물만을 움직였다. 시간이 약간 흐른 끝에, 큰 실력 차이로 레온이 졌다.


“하하- 조수님, 나 이렇게 정직한 플레이는 처음 봐. 나쁜 방식은 아니지만, 이래 가지고 날 이길 수 있겠어?”


“대단한 실력이시군요.”


“그럼, 카지노의 주인이 체스조차 둘 줄 몰라서야 안 되지.”


레온은 웃으며 맞장구를 쳐줬지만, 사실 당황했다. 황궁에서 여왕이나 다른 이들과 체스를 많이 둬봤으나, 이렇게 비겁하게 운용하는 자는 처음 봤기 때문이다.


“이번 판은 좀 살살해드려야겠어.”


놀리듯이 웃으며 제이드는 체스판을 정리했지만, 내심 그도 놀라는 부분이 있었다.


‘정석적이긴 하지만, 기세가 대단한 걸.’


가면을 쓰고 있어 레온의 정체를 알 수는 없었지만, 앳된 티가 나서 나이를 짐작할 수는 있었다. 분명 어릴 텐데도, 기물들을 움직이는 솜씨가 무척 과감했다.


‘재밌어라- 그 탐정에, 그 조수라 이건가.’


카드 게임을 할 때 보았던 탐정의 방식은 비유하자면 노장 같았기에, 더욱 둘의 차이가 눈에 띄었다. 호기심이 깃든 제이드는 이것저것 레온에게 물어보기 시작했다.


투욱-


“체스는 누구한테서 배웠어? 탐정님?”


툭-


“가족들과 종종 체스를 두곤 했습니다.”


공격적으로 기물을 배치한 레온은 금세 흑색 폰 하나를 제거했다.


“앗 이런, 대화하는 틈을 타다니 너무하네.”


말로는 호들갑을 떨면서도, 제이드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는 곁에 놓인 술을 한 모금 더 마시고는 풀어진 얼굴로 질문을 계속했다. 약간 볼이 상기된 것을 보니 취기가 살짝 올라온 것 같았다.


“탐정님이 가르쳐 준 것이 아니라니 의외네. 체스를 두는 손짓이 우아해서 당연히 그에게 배웠을 줄 알았는데.”


제이드가 슬쩍 흘린 말에 레온은 멈칫했다.


‘이런, 모르는 척했어야 되는데... 방금의 태도로 제이드 이사는 내가 귀족이라 확신했겠어.’


우아한 손짓이란 말은, 곧 귀족의 행동을 비유하는 의미였다.


처음부터 탐정에게 배웠다고 했다면, 자신의 신분과 상관없이 그렇게 배웠기에 비슷한 손짓을 한다고 우길 수 있었다.


적어도 뻔뻔하게 모르는 척 굴어 수습을 했어야 하는데, 오히려 들켰다는 인상을 보여 버렸다.


“너무 긴장하지 마. 나는 아직 조수님과 좀 더 게임을 하고 싶거든.”


체크메이트. 복잡한 생각이 레온의 머릿속에 가득 채운 새에, 두 번째 판 역시 제이드의 승리로 끝이 났다.


‘제이드 이사는 이걸 원한 건가? 체스를 두면서 내 정보를 캐내는 것...?’


이대로 게임을 계속한다면 사소한 습관으로 인해 그에게 정보만 더 주게 될 것이었다. 이를 알면서도 레온은 다음 판을 준비했다.


‘아, 정말이지. 저 조그만 머리로 뭘 생각하고 있는 건지, 한 번 까보고 싶다니까.’


두 번째 판에서 제이드는 레온에게 감탄할 지경이었다. 그는 기존의 정석적인 방식을 버리고, 자신의 비열한 수를 제법 따라 해 보였다.


비록 패배했으나, 아까와는 달리 거의 제이드를 따라잡을 정도였다.


‘다음 게임은 아까처럼 쉽게 이길 수 없겠는걸.’


체스를 두며 승부에 신경 쓰는 것 자체가, 제이드에게는 상당히 오래간만의 일이었다. 그는 콧노래를 부르며, 흑색 폰을 앞으로 한 칸 옮겼다.


“이사님께서는 체스를 누구에게 배우셨습니까?”


똑같이 폰을 옮긴 레온은 일부러 제이드에게 질문했다. 대답을 해줄지 여부는 알 수 없었으나, 적어도 그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나? X어먹을 늙은이. 아주 이상한 사람 하나 있어. 체스에서 이기면 빵을 주고, 지면 때렸거든.”


백색 폰을 집어든 레온의 손이 이번에도 미세하게 떨렸으나, 곧 놓일 자리를 찾아갔다. 제이드는 그의 반응에는 별 관심 없이, 다시금 술을 따르더니 한 잔을 모두 마셨다.


“카지노의 이사가 되고 나서부터는 다들 나랑 안 놀아주더라고. 실력이 있는데도 져주기만 하고 말이야. 그래도 가끔 에반이 나랑 겨뤄주곤 했는데 요즘엔....”


취기가 확 오르는지 제이드는 얼굴을 턱에 굈다. 그것도 모자라 체스판과 아예 시선을 맞추도록 고개를 내린 탓에 기물들이 그의 눈동자에 비쳤다.


“뭐, 이래저래 바쁜지라.”


이번 차례에서 한참을 고민한 제이드는 나이트를 움직였다. 사실 레온을 부른 것도 별다른 목적이 있진 않았다. 그저 탐정이 가져올 결과를 기다리며 잠시 즐기는 여흥일 뿐이었다.


타악-


‘이런, 아슬아슬해져 버렸네?’


몇 번의 턴을 더 주고받자, 제이드는 자신이 불리해졌음을 느꼈다. 이대로 지고 싶지 않기에, 그는 민감한 주제를 꺼내 레온을 정신적으로 흔들려했다.


“조수님도 이번 사건의 범인이 카지노라 생각해? 내가 직접, 혹은 누군가를 움직여서 이런 일을 벌였다고 말이야.”


제이드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레온의 대답을 기다렸다. 이 깜찍한 조수님이 진실을 말할지, 자신의 눈치를 본답시고 거짓말을 할지 내심 그는 궁금했다.


“.... 아니요.”


잠시 시간이 흐른 끝에, 레온은 대답과 함께 백색 룩을 움직였다.


“어째서?”


“제이드 이사님이었다면, 소리소문 없이 처리하셨을 것 같습니다. 굳이 경관들과 잡음을 만들 필요 없이.”


레온은 고개를 들어 제이드의 눈을 마주했다.


가면 아래에 금색 눈이 일순간 빛나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그는 자신감을 보였다. 어느새 체스판에서도, 서로를 떠보는 이 상황에서도 그는 자신이 질 거라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파하하- 본인을 앞에 두고, 잔혹하단 말을 너무 직설적으로 하는 거 아니니?”


레온의 순수한 태도가 제이드로 하여금 웃음을 터트리게 했다.


여기 앉아 있는 것이 에드워드, 그 탐정이었다면 첫 판부터 자신이 졌을지도 몰랐다. 다만 카지노에서 목적을 이루기 위해 눈앞의 주어진 게임보다, 이 상황을 이용하려 수많은 수를 깔고 행동했을 것이 분명했다.


‘이 조수님은 그러한 계산 따위는 할 줄 몰라. 오직 이 체스에, 나와의 대화에 집중할 뿐이지. 아, 이렇게 게임에만 집중해 본 것이 얼마만이더라.’


만족스러움을 드러내며, 제이드는 퀸을 움직였다. 이제 체스판 위에 남은 기물들이 많지 않았다.


“그러면, 질문을 바꿔보자. 투기장이 범인이라 생각하니? 탐정님께서 그리 믿어줄까?”


“... 투기장을 싫어하십니까?”


대답 대신 돌아온 질문에 제이드는 다시금 술을 따라 입을 축였다. 마시지 않고서는 투기장에 관해 차분하게 말할 수 없었다.


“싫어한다기보다는.... 증오지.”


진정하려 애썼는데도 제이드는 들끓는 감정을 내보였다. 투기장과 카지노는 이미 이권 문제를 아득히 넘어섰다. 돈과 권력, 뒷세계의 패자를 놓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생과 사였다.


“과거엔 내 사람들을 죽였고, 미래엔 나를 죽일 놈들이니까.”


제이드는 독한 술을 그렇게 많이 마셨음에도, 투기장 얘기에 술기운이 다 달아나는 것만 같았다. 그들만 생각하면 자꾸만 충동적인 폭력성마저 올라왔기에, 그는 체스판에 집중해 킹을 옮겼다.


“.... 체크”


나지막이 킹을 공격하겠다는 레온의 선언이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이에 체스판을 바라본 제이드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자신의 턴이 지나가고 나면, 레온은 체크메이트를 할 수 있는 상태였다. 킹을 다른 쪽으로 옮긴다 해도 이길 길이 보이질 않았다.


‘어라? 이걸 왜 놓쳤지?’


제이드는 곰곰이 되짚어보았으나, 단순히 한두 번 기물을 잘못 놓은 것의 문제는 아니었다. 비 오는 날에 우산을 쓰고도 옷이 젖듯이, 서서히 그는 무너져 내렸으나 발견하지 못했다.


끝내 승리의 여신은 레온에게 웃어주었고, 제이드의 킹은 잡아먹히는 결말만을 앞두고 있었다.


똑똑-


그때, 카지노의 부하가 밖에서 문을 두드렸다.


“이사님, 탐정의 전언을 가져왔다며 누군가 찾아왔습니다.”


“.... 체스를 더 이상 진행할 수는 없겠군요, 아쉽습니다.”


승리가 확정되어 있고, 이것이 몇 턴 더 걸리지 않음에도 레온은 먼저 종료를 선언했다. 의아함에 제이드는 그를 바라보았으나, 레온은 그저 웃고 있을 뿐이었다.


‘왜? 그토록 치열하게 맞부딪혀 왔으면서 한순간에 승부를 포기한다고?’


허탈감이 제이드에게 몰려왔으나, 레온의 시선이 말하는 바는 명확했다. ‘탐정의 전언’이 언급된 순간부터 그는 체스에 대한 관심이 사라진 상태였다.


체스에 몰두해 제이드가 잠시 잊었지만, 그는 철저히 인질이었다.


‘아, 이런 미련이 남는데...’


그는 레온과 좀 더 체스를 두고 싶었다. 하지만 상대방의 투쟁심이 이미 사라졌는데, 이를 지금 다시 불러일으키긴 어려웠다.


“다음에 또, 나랑 체스를 해줄 거야?”


고민하던 제이드는 불쑥 진심을 레온에게 털어놨다. 체스를 두는 내내 보였던 과장된 행동과 말투에도 불구하고, 레온은 이번 질문 속에 섞여있는 기대를 거짓으로 여기지 않았다.


“... 물론이죠.”


여전히 레온은 웃으며 제이드의 말에 긍정해 주었다. 하지만 제이드는 왜인지 레온의 대답이 진심인지 거짓인지 잘 판명되지 않았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그는 부하를 불러 탐정의 전언을 가져온 자를 안으로 들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4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6) 24.07.07 7 0 12쪽
103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5) 24.07.06 7 0 11쪽
102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4) 24.07.05 8 0 11쪽
101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3) 24.07.04 6 0 11쪽
100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2) 24.07.03 6 0 12쪽
99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1) 24.07.02 6 0 12쪽
98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0) 24.07.01 7 0 12쪽
97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9) 24.06.30 8 0 11쪽
96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8) 24.06.29 8 0 11쪽
95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7) 24.06.28 7 0 12쪽
94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6) 24.06.27 7 0 11쪽
93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5) 24.06.26 6 0 11쪽
92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4) 24.06.25 8 0 11쪽
91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3) 24.06.24 10 0 11쪽
90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2) 24.06.23 6 0 11쪽
89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 24.06.22 9 0 11쪽
88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21) 24.06.21 7 0 11쪽
87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20) 24.06.20 9 0 11쪽
86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9) 24.06.19 7 0 12쪽
85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8) 24.06.18 8 0 11쪽
84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7) 24.06.17 7 0 11쪽
83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6) 24.06.16 8 0 11쪽
82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5) 24.06.15 8 0 11쪽
81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4) 24.06.14 7 0 11쪽
80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3) 24.06.13 8 0 11쪽
79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2) 24.06.12 7 0 11쪽
78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1) 24.06.11 7 0 11쪽
77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0) 24.06.10 5 0 11쪽
»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9) 24.06.09 8 0 11쪽
75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8) 24.06.08 5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