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명탐정에게 MISS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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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abushabu0314
그림/삽화
샤브샤브에죽추가
작품등록일 :
2024.03.27 17:51
최근연재일 :
2024.09.17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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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6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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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5)

DUMMY

“... 짐이 꽤나 오랜 시간 누워 있었나 보군.”


나무들은 푸르게 우거지고 햇빛이 강하게 들이치는 전경을 창문 너머로 본 여왕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몸이 끔찍하게도 무거웠으나, 이런 몸상태 일지라도 무사히 눈을 뜰 수 있었던 것이 다행으로 여겨졌다.


“폐하, 아직은 더 안정을 취하셔야 합니다.”


옆에 있던 궁의는 여왕의 심기기 상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소견을 올렸다.


여왕이 깨어난 것에 대해 그는 기적이라 표현할 정도로,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가 않았다. 최선을 다하고는 있었지만 모든 수치들이 좋지 않았기에, 궁의는 매일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며 여왕을 살펴왔다.


“자네가 고생이 많았겠어.”


“아닙니다, 폐하. 제가 실력이 부족하여 폐하를 위험에 빠뜨린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런 소리 말게. 쉬라고 애원하던 자네의 말을 짐이 가벼이 들은 탓이지.”


인자하게 여왕이 웃음을 짓자, 끝내 시녀장이 참고 있던 울음을 터트렸다.


휴가를 다녀온 사이 여왕이 쓰러졌기에, 그녀는 위험한 순간에 곁에 있어드리지 못했다며 매일매일 자책했다.


산처럼 쌓여있던 죄스러운 마음이, 여왕이 깨어나자 안심이 되어 둑이 무너지듯 터져 나왔다. 여왕은 그런 시녀장의 손을 조용히 잡아주었다.


“짐이 국정을 돌보지 못한 사이에, 큰일은 없었는가?”


조금씩 정신이 맑아진 여왕은 가볍게 질문을 던졌으나, 방 안의 사람들이 일순간 삐걱거렸다.


“벌써부터 일을 하려 하시다니요. 폐하의 건강보다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 페투스.”


모두가 어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멈칫할 때,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국서였다.


‘황태자가 또, 문제를 일으켰군.’


다만 이는 여왕으로 하여금, 오히려 쓰러지기 직전의 일을 상기시켰다. 여왕은 국서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가 황태자를 감싸주는 것이라 의심했다.


“집사장, 고하거라.”


“.... 폐하.”


“페투스. 걱정해 주는 것은 고마우나, 눈을 뜬 이상 이 황궁에 짐이 모르는 일이란 있을 수 없소.”


칼로 자르듯 거절하는 말에, 페투스는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그는 황태자의 사건이 알려질까 봐 말린 것이 아니라, 정말 여왕의 건강을 염려했다.


‘이제껏 폐하께서 깨어나시길 바랐던 내가 바보였군.’


페투스는 여왕이 미웠지만, 죽기를 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는 그녀가 다시 눈을 뜨길 간절히 기도까지 했으나, 돌아온 것은 불신과 냉대였다.


“이리 건강한 모습을 보이시니, 더 이상 우려할 필요가 없겠습니다.”


상처받은 페투스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 밖으로 나갔다. 그런 그를 여왕은 붙잡지 않았고, 두 사람 사이의 문이 결국 닫혔다.


“후우....”


삭막한 침묵이 방안에 머물렀으나, 여왕은 한숨을 내쉬며 감정을 갈무리했다. 병상에서 일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이 국서와 싸운 것이라니, 믿을 수가 없어 그녀는 머리를 짚었다.


“폐하, 궁의의 말대로 좀 더 누워계시는 것이...”


“.... 되었다. 이래서야 마음 편히 있지도 못하겠구나.”


궁의를 비롯한 여왕을 모시는 이들은, 그녀가 다시 아픈 줄 알고 급히 다가오거나 어쩔 줄 몰라했다. 그들의 걱정을 알았지만, 여왕은 아예 마음을 굳혔다.


“어서 황태자가 무슨 짓을 벌인 건지 설명하거라.”


단호한 여왕의 명령에, 집사장은 하는 수 없이 입을 열었다.




.

.

.




“여어~탐정! 좋은 때를 맞춰서 왔네. 두리번대지 말고 이쪽으로 오시지요~”


“클로이도 왔구먼! 잘 지냈나?”


대표를 만나러 레지스탕스의 아지트에 온 에드워드는 잠시 당황했다.


늘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일하던 그들이, 오늘은 작은 홀에 다 함께 모여 느긋하게 연회를 즐기고 있었다. 화려하진 않지만 정감 가는 음식들과, 색색의 음료수와 디저트까지 꼭 마을 축제와 같은 분위기였다.


“크흑, 이런 날이 오긴 오는구나. 그 유렌 가문의 공작이 입장문 하나 내지 못하는 꼴이라니...!”


“이젠 진짜 얼마 안 남았어. 그놈들이 감옥에 끌려가는 것을 드디어 볼 수 있겠군.”


레지스탕스의 일원들은 이를 드러낼 정도로 웃으며 기뻐하기도 하고, 조용히 이 분위기를 만끽하기도 하며 떠들썩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 뭐야?”


“보면 몰라? 작은 승리를 기념하고자 연 파티지.”


이 분위기 속에 클로이는 쉽게 녹아들었지만, 에드워드는 어색해하며 대표에게 다가가 의문을 표했다. 그녀는 소파에 한껏 늘어져서는 여태껏 본 적 없는 웃음을 헤실헤실 짓고 있었다.


“너도 봤을 것 아냐. 황실의 공표.”


안 그래도 에드워드는 그 공표 때문에 대표를 보고자 했다. 오늘 아침, 황실의 대변인이 중앙 광장에서 여왕의 직인이 찍힌 종이를 들고 나와 입장을 밝혔다. 이 탓에 광장은 온갖 사람들이 모여 인산인해였다.


[최근 지식인층과 귀족회의 의견을 모두 경청한 바, 황실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한 진위를 밝힐 필요가 있음을 인정한다.]


서두를 읽어 내려가던 대변인이 잠시 말을 멈추자,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적으려는 기자들의 펜 소리가 광장을 채웠다. 이만한 인파가 몰리면 어디선가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기 마련이건만, 사람들은 심상치 않은 기세를 알아채고 모두 조용했다.


중요한 선언을 위해 목청을 가다듬은 대변인은, 멀리 있는 이까지 들리도록 크게 소리쳤다.


[따라서 대법원에서 황실 재판을 열고자 하니, 아래의 관련자들은 이에 관해 조사하고 준비하도록 하라.]


와아아아-


광장에 모인 사람들은 일제히 환호성을 터트렸다. 10일 가까이 침묵했던 황실이 재판을 수용하자, 그들은 어떤 싸움에서 이긴 것과 같은 고양감을 느꼈다. 이대로 재판이 열린다면, 정의가 지켜진 세상이 조금 더 가까워질 것만 같았다.


이들 가운데 로브를 입고 서 있었던 리비티는 사람들의 기쁨을 체감하다, 다시 아지트로 돌아왔다.


“심지어 방금 전 들은 귀족회의 반응조차 나쁘지 않았어. 황실을 감싸기는커녕, 단단히 벼르고 있다던데?”


리비티가 잠시 말을 멈추자, 데릭이 두 사람에게 마실 것을 한잔씩 손에 쥐어주었다. 그녀는 데릭에게 고맙다는 듯이 눈을 찡긋거리고는, 레지스탕스의 일원들이 웃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우린, 그동안 이렇게 축하할 일이 별로 없었거든. 레지스탕스가 만들어진지도 오래되었지만, 실패가 일상이고 성공은 늘 작았으니까.”


늘 밝고 자신만만해 보였으나, 그녀도 자신이 레지스탕스의 대표로서 잘하고 있는지 종종 의심이 들곤 했다. 목표를 이루려면 산꼭대기로 향해야 하는데, 올바른 길을 찾겠다며 가장자리만 빙빙 돌고 있는 건 아닌지 흔들릴 때가 있었다.


“조금 이른 축하라는 걸 알지만, 어떤 시작은 그것만으로도 축복받아야 하는 것 아니겠어?”


에드워드는 사실 이런 분위기가 이르다고는 생각했지만, 그녀의 말따마다 레지스탕스가 이렇게 환하게 웃는 얼굴들은 처음 보는 것만 같았다. 잔소리를 하려 했던 그가 조금 망설이자, 리비티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선수를 쳤다.


“참, 탐정 네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어.”


“무엇을?”


리비티는 손에 쥔 음료를 한 입에 털어 넣은 뒤, 에드워드에게만 자신의 말이 들리도록 자세를 고쳐 앉았다.


“이번 재판에서 황태자와 유렌가의 유착을 증명해야만 하는데, 증거가 좀 약해. 대부분 정황증거라서 여론은 움직일지언정, 재판장에서 정식 증거로 채택되긴 어려울 것 같더라고.”


호젠의 부탁도 있었지만, 리비티는 이번 재판이 완벽하길 바랐다. 레지스탕스 쪽의 실수로 황태자가 빠져나갈 수 있는 여지를 절대로 주고 싶지 않았다.


“황실과의 친분을 이용해서 증거를 구해다 줄 순 없을까? 재판까지 얼마 남질 않아서 무리한 부탁이라는 건 아는데...”


‘유착의 증거라....’


에드워드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스친 것은 엥겔 백작저의 서류였다. 유렌가와 황태자의 관계를 설명하기에 충분했으나, 그는 왠지 망설여졌다. 레지스탕스에게 주는 것이 아까워서라기보다는, 불안한 감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 찾아보도록 하지.”


“캬-! 역시 탐정만큼 믿을 만한 사람이 없다니까!”


‘이거, 술인가?’


믿음직스럽다는 듯이 리비티는 소파를 두드렸고, 에드워드는 오버한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다 손에 쥔 음료를 한 모금 마셨다. 음료는 멀쩡한 오렌지 맛의 주스였을 뿐, 술은 아니었다.


“만약에라도, 내가 증거를 못 가져오면 다른 대책은 있나?”


수십 가지 가능성을 잠시 따져본 에드워드는,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고자 리비티에게 질문했다. 그녀는 긴장하지 말라는 듯이, 턱을 괴고 미소를 지었다.


“걱정 말고 할 수 있는 만큼만 해줘. 나도 숨겨둔 비장의 수 하나쯤은 있거든.”


옥상에서 대화를 나눴을 때처럼, 그녀는 ‘비---밀’이라며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다. 여전히 얄밉기 그지없었으나, 에드워드는 굳이 캐묻는 대신 자리에서 일어나 집으로 돌아가려 했다.


콰앙-!


“대표, 큰일 났습니다!”


문짝을 뜯을 듯이 열고 들어온 이는 빌리였다. 그는 짧은 케이프를 두른 이와 함께였는데, 그녀의 옷 여기저기에 피가 묻어있었다.


“에이미! 이게 무슨 일이야. 데릭, 가서 의사를-”


“.... 괜찮습니다, 대표. 이건 제가 흘린 피가 아닙니다.”


빌리의 소리침에 앞으로 튀어나간 리비티는, 에이미의 말에도 그녀의 상태를 확인했다. 에이미는 차분해 보였지만, 얼굴은 사색이 된 채 한기를 느끼듯 덜덜 떨고 있었다. 상처가 없다 할지라도 멀쩡해 보이지는 않았으나, 그녀는 다급하게 말을 이어갔다.


“저는 오늘 서쪽 지부에서 열리는 회식에 참여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본업이 늦게 끝나서, 늦게라도 참석하려 들렸는데...”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면 에이미는, 순간 헛구역질을 했다. 두 눈으로 본 것이 너무나 처참한 광경이었기에,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속이 울렁거리는 듯했다. 이를 지켜보던 데릭이 서둘러 따뜻한 물을 가져와 에이미에게 전해주었고, 조금 진정된 그녀는 말을 이어갔다.


“서쪽 지부에 있던 모든 이가.... 사망했습니다.”


멀리서 에이미를 지켜보고 있던 에드워드는 눈조차 깜빡일 수 없었다. 이해가 불가능한 문장이 아니었건만, 단어들이 빙빙 겉돌기만 했다.


쨍그랑-


누군가 손을 헛짚어 책상에서 유리병이 떨어졌다. 갑작스러운 소음에 그제야 사람들은 숨을 쉬거나, 입술을 깨무는 등 굳어있던 몸을 조금 움직였다.


“대표, 이건 범인으로 추정되는 이가 남긴 말입니다.”


서쪽 지부의 집무실 벽에 쓰여 있던 글귀를, 에이미는 작은 종이에 옮겨 적어 가져왔다.


이를 넘겨받은 리비티는 단어를 읽어 내려가다 문득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동료들과 힘내자며 마주 잡았던 손이, 또다시 텅 비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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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2) 24.07.03 7 0 12쪽
99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1) 24.07.02 7 0 12쪽
98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10) 24.07.01 8 0 12쪽
97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9) 24.06.30 9 0 11쪽
96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8) 24.06.29 8 0 11쪽
95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7) 24.06.28 8 0 12쪽
94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6) 24.06.27 8 0 11쪽
»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5) 24.06.26 7 0 11쪽
92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4) 24.06.25 9 0 11쪽
91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3) 24.06.24 10 0 11쪽
90 case 7 : 황태자 폐위 사건 (2) 24.06.23 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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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8) 24.06.18 9 0 11쪽
84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7) 24.06.17 8 0 11쪽
83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6) 24.06.16 8 0 11쪽
82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5) 24.06.15 9 0 11쪽
81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4) 24.06.14 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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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11) 24.06.11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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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case 6 : 르미르 카지노 사건 (9) 24.06.09 8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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